00163 =========================================================================
"이봐 데이빗."
한동안 경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기에 수아레즈는 근질근질한 입을 참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오랜만에 경기가 중단된 틈을 타 데이빗에게 다가 갔다. 애슐리 콜과 디르크 카윗이 강하게 충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진 상황, 수아레즈는 카윗에게 달려가는 데이빗을 붙잡았다.
"응? 무슨 일이에요 루이스? 지금 이럴때가 아니라 디르크가 괜찮은지 살펴 봐야..."
수아레즈는 음흉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데이빗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그리고 귀에 가까이 대고 소곤거렸다.
"디르크는 괜찮을 거야. 그보다 쟤들,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해 보이던데?"
상대가 들어서 좋을리 없는 내용이었기에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데이빗 또한 눈치가 있는터라 안색을 바꾸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그래요? 무슨 일 있었나요?"
"아까전에 니가 나한테 크로스 주고 나서 있잖아. 아깝게 골 못 넣었을 때."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자신이 아쉽게 골을 득점하지 못한 장면에 대한 부분인지라 수아레즈가 멋적은 표정을 짓는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이 워낙 대단하긴 했지만 공격수로서 면목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신경쓰지 말아요. 그건 상대 골키퍼가 미친 것 뿐이지 루이스가 못한게 아니잖아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래서요?"
데이빗의 말에 이야기가 옆으로 샐 뻔한 사실을 알았는지 수아레즈가 곧바로 말을 잇는다.
"아무튼 그때 너는 미리 자리로 돌아가서 못들었겠지만 말이야, 너 마크하는 놈 있잖아, 보싱와던가? 아무튼 그놈이랑 존 테리하고 싸우더라고."
"싸워요? 왜요?"
의외의 말이었는지 데이빗이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되묻는다.
"나도 자세하게는 못 들었지만, 뻔한거 아니겠어? 상대를 좀 똑바로 막아라, 뭐 이런 식으로 탓하다가 싸웠겠지. 이유야 뭐 중요한가? 중요한 건 쟤네가 싸웠다는 거야."
"그렇죠. 그게 중요한 거죠."
수아레즈의 말에 데이빗이 동의를 표한다. 그의 말대로 이유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경기 중에 같은 팀끼리 싸웠다는 것이다. 데이빗은 그제서야 수아레즈가 왜 이렇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을 걸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노릴 수 있겠네요."
데이빗의 중얼거림, 수아레즈는 만족한 듯 미소를 더욱 짙게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라면 알아 들을 줄 알았어. 어떻게 할래?"
주어와 목적어가 생략된 말, 하지만 데이빗이 그의 의도를 알기에는 충분했다.
"루이스가 미끼가 되어 주세요. 아무래도 제가 들어가는 게 낫겠죠."
"맛있는 건 니가 먹겠다는 거야?"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타박하는 모습, 데이빗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존 테리하고 보싱와하고 싸웠다는 거잖아요? 조금 흥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대인 마크가 나빠진다고 보기엔 힘들겠죠. 그렇다면..."
"의사 소통에 문제가 생기겠지. 혹은 약속된 플레이를 못한다던가."
"맞아요. 아마 라인 간격 유지가 평소와 같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그런 빈틈은 아무래도..."
"지시를 내리는 컨트롤 타워 보다는 컨트롤 타워가 마음에 들지 않는 수족을 노리는 게 낫다는 거지. 알고 있어. 그냥 해본 말이야."
다 알고 있으면서 장난을 친 것 뿐이라는 수아레즈. 그리고 슬슬 경기가 재개될 기미를 보이자 가볍게 주먹을 부딪히고 자리로 돌아간다.
"이번엔 내가 도와 줄게. 뭐, 니가 만들어 준거 날려 먹은 내 탓도 있으니까."
데이빗은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마크맨, 보싱와를 돌아 보았다. 실실 쪼개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보싱와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진다.
"저기 있잖아, 너 혼났다며?"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붙이는 데이빗의 모습에 보싱와의 표정이 좀 전보다 두 배는 더 구겨진다.
"닥쳐."
으르렁 거리듯 낮게 읊조린다. 데이빗은 짐짓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약 올린다.
"어? 화났어? 미안, 혼나서 기분도 안좋을텐데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 신경쓰지마."
"......"
"그래도 전반만 참아. 후반이면 아마 벤치에서 푹 쉴수 있지 않을까?"
신경 써주는 말투, 하지만 내용은 그야말로 사람의 복장을 뒤집어 놓는 소리였기에 조제 보싱와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죽여버린다 이 빌어먹을 애송이 자식아."
"그래도 참 안됐다. 나 같으면 같은 동료한테 혼나면서 축구하고 싶진 않을 거 같은데..."
마지막까지 이죽거리며 신경을 긁는 데이빗의 모습에 조제 보싱와는 참기가 힘들었다. 아마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면 공이 있거나 말거나 이 망할 자식을 한 대 후려 갈겼으리라. 지금 이쪽으로 공이 오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나이스 패스!"
망할 놈이 경쾌하게 패스를 받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순간 다리를 확 걸어 버릴까 고민했다. 하지만 저 망할 자식은 공을 그대로 다른 곳으로 패스한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혀를 차며 보싱와는 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칠게 어깨를 부딪히며 말이다.
공을 이어 받은 이는 마르코 로이스, 그는 데이빗이 중앙 지역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했다. 의도를 확실히 알기는 어려웠으나 맞춰 주어야 했다.
'엇차, 큰일 날뻔 했네.'
잠깐 패스 코스를 확인하는 사이 공을 빼앗길 뻔했다. 마이클 에시앙의 강력한 견제, 마르코 로이스는 간신히 공을 지켜내고 빠르게 전방을 확인했다. 잠깐 사이 데이빗으로 이어지는 패스 코스는 애매하게 변했다. 하지만 수아레즈 쪽이라면 연결시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을 빠르게 끝낸 마르코는 곧바로 공을 전방으로 투입했다.
"7번은 내가 막는다! 다비드! 10번 체크 부탁해!"
첼시 수비라인의 사령탑 존 테리는 빠르게 역할 분배를 마쳤다. 그리고 자신을 등진 채 공을 받아 내는 상대 7번, 루이스 수아레즈가 쉽게 돌아서지 못하도록 압박을 시작했다.
'10번은 다비드와 보싱와 사이에,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 10번이 침투하고 7번이 침투 패스를 주겟지.'
사이드를 거쳐 크로스를 시도하기에는 리버풀의 공격수들은 공중볼 경쟁력이 약하다. 미드필더에 중거리 슈팅 찬스를 만들어 주는 것은 존 오비 미켈과 에시앙이 봉쇄하고 있었다. 존 테리는 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의 스피드는 정말 보통이 아니야. 패스가 일단 투입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라.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확실하게 공격을 무효화 시키는 것이 나아.'
오프사이드 트랩의 경우, 잘못 사용한다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었다. 성공만 한다면야 상대에게 허탈함을 심어 줄 수도 있었으나 실패한다면 곧바로 골키퍼와 일 대 일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랬기에 오프사이드 트랩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야가 넓고 라인 통솔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선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존 테리는 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였다.
'조금씩 나와. 그리고 준비해.'
미리 사전 작업을 해 놓아야 했다. 존 테리는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내 라인을 조금 앞으로 당겼다. 그리고 데이빗의 침투, 수아레즈의 패스가 시도되는 순간을 읽고 다시 신호를 줄 것이었다. 그리고 존 테리는 본능적으로 상대의 공격이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다!'
그간 쌓인 숱한 경험은 그를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하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도록 만들었다. 그는 그만큼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 났고 지금도 완벽하게 읽어 냈다. 수아레즈가 슬쩍 몸을 트는 모습, 그리고 데이빗의 상체가 숙여지는 모습을 보자마자 존 테리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예상대로 수아레즈가 패스를 찌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고 데이빗이 뒷공간을 파고 들어 공을 잡는 모습을 확인했다.
'좋아! 걸렸...?!!'
오프 사이드라며 손을 크게 들며 선심을 확인한다. 하지만 선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제서야 상대의 10번 옆에 보여서는 안될 파란색 유니폼이 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제에에에!!!!!!!!!"
절규하며 달리기 시작한다. 이미 늦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0.1%일지라도 남아 있는 가능성을 위해 달렸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역시 헛된 발버둥에 불과했다.
첼시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망가뜨린 장본인 조제 보싱와는 심지어 데이빗의 쇄도에 완벽히 따라가지 못했다. 데이빗은 영리하게 조제 보싱와와 다비드 루이스 사이의 공간을 파고 들었고 데이빗의 왼쪽에서 따라 붙을 수 밖에 없는 보싱와로서는 반대쪽에서 날아오는 패스를 견제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스피드 차이야 애초부터 현격했음에.
출렁-
뒤에서 팔을 잡는 보싱와를 귀찮다는 듯 떨쳐 내고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하는 데이빗이다. 좀전에 있었던 수아레즈의 슈팅은 믿을 수 없는 반사 신경을 활용하여 막아 낸 체흐 골키퍼도 손 쓸 도리가 없는 슈팅, 그가 막아 내기에는 거리가 가까웠고 슈팅은 너무나도 빨랐다. 그리고 흔들리는 그물, 체흐 골키퍼는 분한 마음을 그라운드에 주먹을 내려치는 것으로 표현했다.
[리버풀의 선취골이 들어갑니다! 언제나 그렇듯, 선취골의 주인공은 그들의 10번! 데이빗 장입니다!]
[루이스 수아레즈 선수와의 연계가 정말 좋았습니다! 아크 정면에서 공을 받은 수아레즈 선수가 절묘하게 수비 사이의 뒷공간으로 패스를 찔렀고 재빠르게 뒷공간을 침투한 데이빗에게 완벽하게 연결 됩니다! 데이빗 선수는 강력한 슈팅으로 마무리 짓네요!]
[좀 전에 완벽한 선방을 보였던 체흐 골키퍼로서도 손 쓸 도리가 없는 강력한 슈팅이었어요. 이런 슈팅은 골키퍼로서는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죠!]
[그렇습니다. 이건 보싱와 선수의 치명적인 미스입니다. 리플레이가 나오네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서 첼시의 다른 선수들은 루이스 수아레즈 선수의 패스 타이밍에 오히려 앞으로 나오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죠? 그런데 보싱와 선수는 사인 미스인지, 아니면 인식을 하지 못한 것인지 오히려 침투하는 데이빗 선수를 따라가는 모습입니다. 만약 보싱와 선수가 다른 선수들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면 이건 오프 사이드에 걸렸을 거에요.]
[정말 치명적인 실수로군요. 첼시는 그동안 단단한 수비 조직력으로 유명한 팀이 아니었겠습니까? 이번 시즌에는 아무래도 이전과 다른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최근 분위기가 아무래도 좋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경기가 잘 안풀리다 보면 선수들이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물론 리버풀의 공격이 정말 날카롭기도 했습니다. 역시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는 팀 답네요.]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존 테리가 보싱와를 향해 성큼 성큼 발을 옮겼다. 좀 전에는 그를 말렸던 다비드 루이스도 화난 표정으로 지켜 볼 뿐, 말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보싱와의 실수는 치명적이었고, 팀 단위 움직임을 깨뜨리는 최악의 무브였다.
"......"
본인 또한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없이 비난을 듣고 있는 보싱와.
"제기랄! 지금 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심도 없어? 상대가 잘 해서 골을 먹는 건 어쩔 수 없어. 근데 이게 무슨 개같은 짓이야?"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다른 동료들도 다가온다. 부주장 램파드는 굳은 표정으로 와서 일단 테리를 진정시키고자 했다.
"존, 아직 경기 중이야. 너무 흥분하지 말라고."
"그래, 경기 중이지. 아직 경기 중이니까 이러는거야! 저자식이 정신을 안차린다면 또 이런 빌어먹을 꼴을 겪을게 분명하니까!"
램파드를 향해 강하게 이야기하는 존 테리, 그리고 다시 보싱와를 노려 보며 쏘아 붙인다.
"그 따위로 할 거면 당장 경기장 밖으로 나가 자식아! 그게 싫다면 정신 똑바로 차려! 알겠어!?"
"조금 이상한게 말이야."
골 세레모니를 마치고 돌아오는 리버풀 선수들, 수아레즈는 데이빗을 향해 웃으며 말을 걸었다.
"뭐가 또 이상한데요?"
"분명 지난 시즌에도, 쟤네 우리랑 경기하다가 싸우지 않았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는 수아레즈, 그제서야 데이빗도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아 그랬죠. 지난 2월 쯤이었나요? 그때 우리가 3 대 0으로 이겼는데 그때는 골키퍼랑 저기 존 테리 씨하고 싸웠던 거 같은데."
데이빗의 대답에 수아레즈가 박수를 치며 낄낄 웃었다.
"그래 그래. 그거. 내가 EPL 데뷔골을 넣은 경기라서 기억하고 있지. 아무튼 쟤네는 우리하고 만나기만 하면 멘탈이 박살 나는가 봐. 만날때 마다 싸우고 있네."
"우리로서야 좋은 일이죠. 루이스의 말 대로 저쪽 수비는 지금 정상이 아니에요. 오늘도 우리만 잘하면 이기는 데 문제 없겠어요."
수아레즈는 이를 드러내며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데이빗은 오랜만에 오싹함을 느꼈으나 늘 그렇듯 가볍게 넘겼다. 요즘 몸이 좀 허한가 라고 중얼거리긴 했지만 말이다.
"저번에 3 대 0이었지? 이번에는 그때보다 좀 더 많은 골을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오늘도 골을 넣으면 앞으로 첼시 전을 손꼽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좋은 일이죠. 그러고 보니..."
데이빗이 새삼스레 생각이 난 듯 중얼거린다. 그리고 손바닥을 치며 외쳤다.
"저도 데뷔골이 첼시 전이었네요. 와우! 우린 아무래도 첼시하고 궁합이 정말 좋은 거 같네요!"
그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수아레즈, 아무래도 첼시는 자신들과 인연이 있는 팀인 것 같다.
"그거 괜찮네! 오늘 저 불쌍한 친구들에게 새로운 징크스를 만들어 주는 것도 멋진 일이 될거야!"
============================ 작품 후기 ============================
-저기 6위의 첼시가 있군요
-첼시는 자신의 집에서 매우 흉폭한 녀석입니다
-아주 위험하죠
-하지만 지금은 제 점심...이 아니라 좋은 득점 공급원이죠
-먹이사슬...아니 EPL의 상위 포식자 데이빗
-MAN VS WILD 보고 싶네요
-후기가 재밌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서
-점점 후기가 부담스러워 지네요
-본편 보다 더 재밌다던데?
-후기를 본편으로, 본편을 후기로
-본격 후기 보기 위해 읽는 소설
-질소를 사면 과자를 드립니다 수준
-ㅠㅠ
-아닐거야..ㅠㅠ
-그럼 즐감해 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