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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요즘 별로 잖아."
"방심하지 마. 그래도 첼시는 첼시야."
리버풀 선수들은 오랜만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11월 5일, 스완지 시티와의 프리미어 리그 11라운드 경기를 치른 이후 2주일만에 치르는 경기였다. 그 기간 동안 국가 대표로 소집된 선수도 없었기에 개막 이후 숨돌릴 틈 없이 달려 왔던 리버풀로서는 그야말로 꿀맛 같은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확실히 예전같지 않은 것은 사실이야. 쟤네들이 블랙번한테 질거라고 상상한 사람 있어?"
오늘 그들의 상대는 첼시, 2000년대 중반 이후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팀으로 거듭난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조금 상황이 달랐다. 8라운드 무렵까지는 리그 4위권 내에 머물렀으나 이후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9라운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 전의 무승부는 그 시작이었다. 어웨이였다고는 하지만 첼시가 QPR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둘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으리라. 그리고 이어진 10라운드에서 아스날을 홈에서 상대한 첼시는 0 대 3, 완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아스날이 비록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긴 했으나 홈에서 당한 대패였기에, 어떤 시즌이라도 홈에서 만큼은 극강의 모습을 보여 왔던 첼시였기에 경기가 끝난 뒤 언론은 상당히 시끄러웠다.
그리고 11라운드 블랙번 로버스 전, 첼시는 블랙번 로버스의 홈에서 시종 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기쁨에 겨워 날뛰는 블랙번 로버스 선수들과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멍하니 주저 앉아 버린 첼시 선수들의 사진은 신문에 크게 실렸다. 블랙번 로버스는 첼시를 상대로 1 대 0, 신승을 거두며 11라운드, 아니 이번 시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리그 18위,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던 블랙번 로버스였기에 사람들의 놀라움은 클 수 밖에 없었고 모두가 정말 일어나기 힘든, 자이언트 킬링이 일어 났다고 입을 모았다.
3경기를 치르며 1무 2패, 아스날을 제외하면 모두 강등권 근처에 있는 약팀, 이런 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지 못한 여파는 작을 리 없었고 첼시는 3위에서 6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반면 리버풀은 같은 기간 한 수 아래의 팀을 상대로 착실하게 승리를 쌓아 나가며 3전 전승을 기록, 리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랬기에 언론에서도 이번 경기를 두고 비록 경기는 첼시의 홈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리긴 하나 리버풀이 우세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건 그래. 솔직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공은 둥글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변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면 사람들이 이렇게 놀라워 하지도 않을 것이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 일도 없었을 것이다.
"거기 감독 이름이 뭐였더라. 되게 젊은 사람 있잖아. 이번 시즌부터 새로 맡은 감독."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올해 34살? 35살인가? 그 정도밖에 안될거야."
동료의 답변에 캐러거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그 사람. 아무래도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라커룸 장악에 실패했다는 것 같더라고."
"그래?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거기 베테랑 친구들하고 나이도 비슷한데다 경력도 딱히 특별한 게 없잖아."
"무리뉴 감독 밑에 있었다는 점을 빼면 정말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이지. 선수 출신도 아니라 통솔하기 어려울 거야."
"그것도 그런데 첼시 베테랑 선수들도 한 성격하는 선수들이 좀 있잖아? 아무래도 순순히 말을 듣는 건 기대하기 힘들걸? 애초에 그 팀은 감독을 너무 많이 갈아 치운다고. 무리뉴 정도 되는 감독이 아니라면 선수들이 제대로 따르지 않을 거야."
"풋내기 감독을 신뢰하지 않는 건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 일걸."
선수들은 아무래도 첼시가 부진한 원인이 감독과 선수들간의 마찰에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모았다. 데이빗은 그보다는 상대 팀의 감독 나이가 그정도로 젊을 줄 몰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34살이요? 와, 감독이 그렇게 젊어요?"
데이빗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캐러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어, 몰랐어? 선임되고 나서 은근히 말이 나왔던 이슈인데?"
명장 조제 무리뉴의 오른팔로 유명했던 이였으나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인물인 것도 분명했기에 첼시라는 빅 클럽의 감독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네, 몰랐어요."
"신기한 녀석일세. 넌 TV도 안보고 사냐?"
"보긴 보죠. 근데 전 다른 팀 감독이 누가 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네요. 그래도 34살이라니, 캐라하고 1살 밖에 차이 안나잖아요."
새삼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이빗의 모습에 캐러거가 발끈한다. 뭔가 상당히 기분 나쁜 눈빛이라 여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나도 빨리 은퇴하라 이거냐?"
"그런말 한적 없거든요?!"
손을 꺾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험상궂은 부주장의 모습에 데이빗이 기겁하며 손사래를 친다.
"니 눈이 그렇게 말했다고 임마. 어딜 도망가 앙?"
재빠르게 도망을 시도하는 데이빗이었지만 공격수를 막아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캐러거는 어렵지 않게 그를 낚아 챘다. 그리고 작렬하는 클락 초크, 데이빗은 로프를 향해 손을 뻗든 동료들을 향해 애처롭게 손을 흔들었지만 돌아 오는 것은 큰 웃음 뿐이었다.
"분위기가 좋군 그래."
팀이 잘 나가고 있었기에 달글리시 감독의 표정도 푸근하다. 인자한 표정으로 라커룸에 들어서며 말하는 달글리시 감독, 데이빗은 '어딜 봐서요!'라고 항의를 했지만 깨끗하게 무시당했다.
"바쁘니까 사소한 일은 넘어가자고."
"제길..."
목을 쓰다듬으며 투덜대는 데이빗, 달글리시 감독은 피식 웃고는 화이트 보드에 빠르게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 경기 시작이 코 앞으로 다가온 시간이다. 웃고 떠드는 것도 좋지만 이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할 때였다.
--------------디디에 드로그바----------------
--후안 마타------프랭크 램파드-----하미레스--
------마이클 에시앙---------존 오비 미켈-----
-애슐리 콜-다비드 루이스-존 테리-조제 보싱와-
------------------페트르 체흐----------------
보드에 상대 팀, 첼시의 라인업을 표시한 달글리시 감독은 상대의 포지션 옆에 리버풀의 선수들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 하나 포지션 별로 짚어 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골키퍼는 호세 레이나, 자네가 나간다. 디디에 드로그바의 결정력도 엄청나긴 하지만 2선 공격수, 특히 램파드의 중거리 슈팅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도록. 탈장 수술 이후에 아직 폼이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대야."
"걱정 마시죠."
자신의 주먹을 부딪히며 자신 만만하게 대답하는 레이나, 이번 시즌 들어 유독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는 그였으나 아직까지 넘버 원 골키퍼의 자리를 지키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포백은 호세 엔리케, 제이미 캐러거, 마틴 스크르텔, 글렌 존슨이 이루도록 한다. 호세 자네는 하미레스를, 글렌은 후안 마타를 집중적으로 마크하게 되겠지. 알겠지만 그 둘이 현재 첼시 공격의 핵심이다. 자네들의 활약이 정말 중요하네."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문제 없죠."
달글리시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양 풀백, 상대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리그에서 손꼽히는 풀백이다. 절대 겁먹거나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디디에의 전담 마크는 제이미, 자네가 전담하도록. 마틴은 제이미에 대한 커버와 양 사이드가 돌파 당할 경우 커버에 주력하도록 해. 라인 통솔도 자네에게 맡기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몸싸움 능력만큼은 제이미 캐러거가 마틴 스크르텔보다 우위에 있었기에 마크에 대한 배정을 이렇게 결정한 달글리시 감독이다.
"미드필더는 루카스 레이바, 스티븐 제라드, 마르코 로이스가 서주도록 하게. 루카스는 램파드를 집중적으로 견제 하되, 양 사이드, 그중에서도 우리의 왼쪽을 좀 더 봐주도록. 늘 해주는 것처럼 하면 되는거야. 스티븐은 오늘 한 칸 아래에서 포제션 확보에 주력해 주도록. 자네야 뭐 알아서 잘 하는 친구니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겠네."
모범생 루카스 레이바와 무뚝뚝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마쳤다.
"오늘 플레이 메이커는 마르코, 자네가 맡도록 해. 아마 상대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견제가 엄청날 거야. 스티븐이 잘 백업을 해줄테니 자네라면 잘 이겨낼 수 있을거야."
"예썰."
마지막 공격진만이 남았다. 달글리시 감독은 오늘 리버풀의 최전방을 맡게 될 3인의 이름을 호명했다.
"데이빗, 루이스, 디르크. 오늘 자네들이 우리의 최전방이야. 평소대로 하면 된다. 물론 알고 있겠지만 첼시의 중앙 수비수들의 높이는 상당하다. 어설픈 크로스는 자제하는게 좋겠지. 다만 존 테리의 경우 라인 통솔이 최고 경지라고 하지만 본인의 발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 하도록. 알겠나?"
"네 감독님."
"걱정 마시죠."
"들었지? 너보고 패스하라는 말씀이잖아."
"어디가요?"
"그 오입쟁이 녀석의 굼벵이 같은 발을 노리라고 하셨잖아? 내가 그 녀석 근처에 있으니까 나한테 공을 주라는 거지. 안그래?"
"안 그래요. 제가 그냥 뚫어 버릴테니 루이스는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구요."
가볍게 투닥이는 수아레즈와 데이빗, 달글리시 감독은 그런 모습 또한 마음에 드는지 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다.
"좋아 좋아. 다들 좋은 표정이야.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지금 표정 그대로 이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것이지."
승리에 대한 주문, 너무도 당연하다며 선수들은 가벼운 환호로 대답했다.
"저 팀이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잊어 버리도록 해. 왜냐고? 저 녀석들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이기는 것은 우리였을거다. 똑같은 일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지. 그럼 가자고. 오늘 저녀석들을 유로파 진출권 밖으로 밀어 버리는 거야!"
"오랜만이네."
"오랜만이에요 램파드 씨."
일렬로 복도에서 경기장 입장을 기다리는 양 팀 선수들, 프랭크 램파드는 약 1개월만에 만나는 데이빗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오늘 좀 살살 부탁할게. 요즘 니네 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완전 장난이 아니던데."
"에이, 첼시를 상대로 살살한다는 건 말도 안되죠."
엄살을 부리는 램파드와 요령 좋게 넘기는 데이빗, 램파드는 그것도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런가? 그래, 아무튼 오늘 좋은 경기 하도록 하자."
"물론이에요."
"경기 끝나고 혹시 잠깐 시간 괜찮아? 딱 저녁 시간 무렵인데 식사나 하고 갈래?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거든."
대표팀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끈질긴 구애, 데이빗은 웃으며 자연스럽게 거절했다. 전에는 몰랐지만 제라드로부터 그런 말까지 들은 상황에서 오케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말씀은 고맙지만 오늘은 좀 무리겠네요."
"매번 바쁘구나."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램파드, 그때 데이빗보다 조금 앞에 서있던 남자로부터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오늘은 나와 선약이 있어서 말이야. 미안해 프랭키."
고개를 돌리지 않은채 뒷모습만 보인 상태로 말을 하는 남자, 8번을 달고 있는 제라드였다. 램파드는 졌다는 듯 두 손을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데이빗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네 스티비."
"흥, 주장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할 뿐이다."
아쉬워하는 램파드와 무언가 의기양양해 보이는 제라드의 모습, 카윗은 자신의 앞에 있던 레이나에게 조그맣게 물어 보았다.
"야, 언제부터 데이빗하고 밥을 먹는게 주장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 된거야?"
레이나 또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글쎄, 확실한 건 저 녀석들 뭔가 제 정신이 아니야. 뭔가 이상하다고!"
자신들을 두고 수근거리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 지 램파드와 제라드는 그들만의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오늘 경기, 잘 부탁해 스티비."
진한 미소를 보이는 램파드, 제라드는 늘 그렇듯 무뚝뚝하게 답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프랭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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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데이빗 더비
-토레스: 나는??ㅠㅠ
-제라드&램파드: 꺼져
-10월의 마지막은 상큼하네요
-리버풀 이겼구요! 클롭 프리미어 리그 첫 승!
-쿠티뉴 임마 사랑한다♡
-그럼 즐감해 주세요~ 11월에도 많은 추천과 선작, 그리고 코멘, 쿠폰 부탁드리오며 감사하다는 말 전해 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