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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60화 (16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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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하고 이야기는 잘 진행된 거 같아?"

데이빗은 카윗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 방문했다. 에리카와 함께 방문했는데 저녁 식사 이후, 에리카는 카윗의 부인과 그의 아이들을 돌보며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데이빗은 카윗과 함께 거실에서 나와 마당에서 따로 자리를 잡았다.

"글쎄요? 뭐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아요. 친구의 말로는 서로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만남을 끝냈다고 하는데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고 하던데요."

"그야 그렇지. 첫 미팅은 그런 법이니까. 앞으로 여러차례 협상을 진행해야 할거야. 정말 골치 아픈 일이지. 그러니까 우리가 에이전트를 쓰는 거고."

실제로 선수, 그리고 에이전트와 구단간의 협상이 한번에 합의에 도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한번에 테이블이 엎어지는 경우도 드물었지만 말이다. 많이 받으려는 쪽과 최대한 적게 주려는 쪽의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이 협상이었고 이런 과정은 보통 상당한 시간을 요하기 마련이다.

"대충 얼마를 원하는 지 물어봐도 돼? 아, 너무 실례되는 질문인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질문하는 카윗, 데이빗은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카윗과 팀 내에서 남달리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한 몫했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려질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본으로 12만 파운드, 그리고 최대 옵션 달성 시 3만 파운드 추가 정도에요."

그 말에 휘유 하고 탄성을 흘리는 카윗.

"나쁘지 않네. 응. 옵션은 아마 니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걸어 놨을 테니까, 대충 예상하면 13~14만 파운드는 거의 보장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라고 예상하면 될까?"

"그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리그에서 20골 달성 시 2만 파운드, 득점왕 혹은 30골 달성 시 3만 파운드의 옵션이었기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지난 시즌 18경기를 뛰며 19골을 넣었고, 이번 시즌 역시 경기 당 1골 이상의 득점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 프리미어 리그 평균 주급 수준으로 받던 녀석이 단번에 거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는 건가?"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에요."

손사래를 치며 웃는 데이빗의 모습에 카윗은 무슨 소리냐며 나선다.

"왜? 그 정도면 합당한 수준이지. 지금 최고 주급자가 테베즈 그 친구잖아? 내가 알기로 기본 보장이 15만 파운드로 알고 있는데. 물론 그보다 조금 더 되겠지만. 아무리 연차를 따지고 경력이 길지 않다고 해도 너 정도 해주면 그정도는 받아야지. 내 생각에는 구단 입장에서도 아주 합리적인 수준의 제안이라고 보여지는데?"

만약 데이빗이 방금 이야기한 수준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카윗 자신보다 고액 주급자가 되는 상황임에도 카윗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꽤나 긴 시간 동안 프로 경력을 쌓아 왔고 이 세계가 단순히 베테랑이라고 해서 무조건 더 많은 금액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비슷한 실력이라면야 어린 선수에 비해 연차가 오래된 선수가 더 큰 금액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왜? 금액이 부담스러워?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거야?"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무래도 조금 그런 감이 없지않아 있겠죠."

선선히 수긍하는 데이빗, 카윗은 손가락을 흔들며 거의 말에 반박한다.

"그런 생각을 뭐하러 해?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 보자고. 지금 니가 보여주는 활약이 3만 파운드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아뇨, 그렇게 생각은 안하죠."

"그럼, 지금 10만 파운드를 훨씬 넘게 받고 있는 녀석들, 그러니까 웨인 루니라던가, 카를로스 테베즈, 아데바요르 같은 친구들 보다 니가 못한다고 생각해?"

"...아뇨. 그들은 뛰어난 선수들이지만 제가 그들 보다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오히려 반대였다. 크게 드러내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데이빗도 당연히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럼 뭐가 문제야? 니가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으려 하는 것 뿐인데 뭐가 그렇게 부담스럽다는 거야?"

"그러게요. 제가 왜 그럴까요?"

반박하기 힘든, 당연한 논리였기에 데이빗은 멋적은 웃음을 흘리며 뺨을 긁었다. 카윗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팀 메이트를 위해 좀 더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다.

"데이빗, 프로는 결국 돈으로 말하는 거야. 무조건 돈이 우선이다, 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을게. 돈이 전부는 아니야. 그에 못지않은, 선수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우선시 하는 다른 가치가 있을 수도 있어. 나도 그렇고 말이야."

"디르크도요? 디르크는 그럼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카윗은 별거 아니라는 듯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내가 팀에 필요한 선수인가, 라는 거지. 나는 아무리 위대한 클럽이라고 해도, 내 자리가 없다면 절대로 고려하지 않아. 돈은 그 다음 문제이지.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약에 나에게 주급으로 10만 파운드를 줄 테니 벤치에 앉아 있으라는 팀과, 5만 파운드를 주는 데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이 있다면 난 무조건 후자를 선택할거야."

덤덤히 이야기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생소한 감정과 함께 감명을 받았다. 언제나 자신과 유쾌하게 지내는 이 베테랑 네덜란드 인이 이렇게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은퇴하고 싶어. 사실 고향에서 은퇴하고 싶은 건 대부분의 선수들이 마찬가지려나?"

"리버풀을 고향이라고 생각하면 안되요?"

가볍게 대꾸하는 데이빗, 돌려 말하긴 했지만 계속 이 클럽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뜻을 전한 것이다. 카윗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알아 들었고 그는 이렇게 말해주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꼈다.

'꼬맹이 자식이, 사람을 감동시킬 줄도 알고 말이야.'

괜시리 콧잔등을 쓸어 본다. 그 또한 팀을 옮겨 보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아 왔다. 프로 선수에게 이별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었고 아무리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해도 선수 개인이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아직 그런 경험이 많지 않은, 풋풋함이 남아 있는 이 어린 친구의 말이 더욱 가슴을 울렸다.

"그거 괜찮네. 안필드에서 은퇴 경기를 치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랬기에 너스레를 떨며 넘어 간다. 하지만 본인도 알고 있었다. 점점 자신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번 시즌만 해도 사실 상 주전은 마르코 로이스에게 넘어간 상황이었다. 아직까지 로테이션 멤버, 혹은 후보라고 할 만큼 위상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팀은 자신에게 시간을 많이 배분해 주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 클럽이 정말 마음에 들지만 말이야. 미래는 모르는 거라고 데이빗.'

속으로 쓰게 중얼거린다. 가능하면 남을 것이다. 하지만 팀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떠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팀을 이적하는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의사로 떠나는 것은 아니다. 뉴스에 크게 실리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리는 대형 선수들이나 본인의 의사에 따라 떠나는 것이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보통 그렇지 못했다.

"아무튼, 내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고, 중요한 것은 선수는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거야. 돈도 그렇지만 출전 시간도 마찬가지야. 이런 부분들을 구단이 알아서 챙겨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아무래도 드물지. 고액 주급자가 된다는 것은 결국 팀이 널 확실히 쓰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는 거니까. 안 그래? 매주 10만 파운드를 들이고 있는 선수를 벤치에 처박아 놓는 팀이 있을까? 10만 파운드를 준다는 건, 쉽게 말해 무조건 주전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야. 그러니까 돈은 중요한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리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주급에 대해 부담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어. 줄만 하니까 주는거고, 받을만 하니까 받는거야. 구단은 멍청이들이 아냐. 괜히 니가 큰 돈을 받는다고 부담을 느끼거나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을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단 말이지. 프로는 자기가 한 만큼 가져가는 거야. 오케이?"

"알겠어요. 좋은 말 해줘서 고마워요 디르크."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한다. 카윗은 픽 웃으며 별거 아니라 말하고는 이제 생각 났다는 듯 손바닥을 친다.

"아, 그러고 보니까! 너 만약에 저 계약을 따내면 말야, 니가 사실상 팀 내 최고 주급자가 되겠는데?"

"네? 그렇게 되나요?"

아직 선수들 모두의 주급 규모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데이빗이었기에 처음 듣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어, 지금 우리팀에서 제일 많이 받는 게 스티비거든. 아마 12만 파운드 정도 될거야. 옵션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너도 기본 보장금이 12만 파운드니까 스티비와 같은 규모라고 봐도 되겠네? 이야, 스티비 자식. 배 아파하는 거 아냐?"

낄낄거리며 자리에 없는 그들의 캡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카윗, 데이빗은 어색하게 웃을 따름이었다.

"오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제가."

"너 아직 기숙사잖아. 그 좁은 방에 누굴 초대하겠다는 거야?"

카윗의 집을 나서며 인사하는 데이빗과 에리카, 답례 인사를 하는 데이빗에게 카윗이 장난스럽게 말을 잘라왔다.

"아, 그랬죠. 근데 조만간 집을 구하면 기숙사를 나갈 거에요. 그때 초대할 테니 와주시면 고맙겠어요."

자신의 머리를 콩 치며 데이빗이 말을 잇는다. 카윗의 부인은 남편과의 모습이 재밌어 보였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즐거웠어요 데이빗 선수, 나중에 초대해 주면 꼭 이 사람과 찾아 갈께요. 켈리 양?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도 또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반가웠어요.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은 것 같아 너무 좋았네요. 다음에도 또 만날 수 있길 바랄게요."

에리카도 예의바르게 인사를 마쳤다. 데이빗과 카윗은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그럼 내일 멜우드에서 보자."

"그래요, 좋은 밤 보내세요."

카윗 부부와 작별하고 자신의 차에 올라 타 시동을 거는 데이빗, 조수석에 앉은 에리카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연다.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길래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거야?"

평소보다도 더 기분이 좋아 보이는 에리카의 모습에 데이빗이 고개를 갸웃한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즐거워 하는지라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궁금했다.

"비밀이야. 여자들만의 얘기니까 말해주지 않을거야."

손가락을 돌리며 말하는 에리카의 모습에 데이빗은 쩝 하고 입을 다물었다. 더 물어봤자 얘기해 줄 것 같지 않았기에 깔끔하게 포기했다. 뭐 즐거우면 됐지 라고 중얼거리고 운전을 시작한다. 비싼 돈을 투자하여 장만한 차 답게 부드럽게 움직이는 벤틀리 뮬산의 모습에 데이빗은 만족스럽게 핸들을 돌렸다.

"근데 너는 카윗 씨하고 무슨 얘기를 나눈거야?"

히히 웃으며 물어 오는 여자 친구의 모습에 데이빗은 조그맣게 '자기 얘기는 안해주고'라고 중얼거렸다. 그래도 딱히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기에 순순히 대답한다.

"그냥 계약 관련해서 이야기도 하고, 선수 생활 전반이랄까, 그런 쪽으로 이야기했어."

"계약? 아, 어제 새뮤얼 씨가 구단하고 이야기했다는 그거?"

"응 그거. 디르크는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하더라.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해줬어. 기분이 정말 좋더라."

자신이 알기로 카윗의 주급은 약 5만 파운드 수준, 본인의 2~3배를 받게 될 지도 모르는 동료를 이정도로 사심없이 축하해 주는 일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카윗의 말이 더 고마운 데이빗이다.

"카윗 씨가 그랬구나. 응, 나도 얘기하긴 했지만 동감이야. 내 남자 친구가 제대로 된 대우를 못받는 건 화가 나는 일이니까."

작은 주먹을 쥐며 지원 사격하는 에리카였다. 데이빗은 크게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기세 좋게 엑셀을 밟았다.

"잠깐, 이쪽은 우리 집 가는 방향이 아닌데?"

창 밖을 확인하며 에리카가 말해 왔고 데이빗은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응? 바로 집에 갈 생각이었어?"

"...그럼 어딜 가는데?"

자신을 바라보는 에리카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전방에 둔채 휘파람을 불며 대답한다.

"알면서 뭘 물어봐."

"......"

============================ 작품 후기 ============================

-나도 모르겠는데?

-???

-전 편에 데이빗의 주급 관련하여 너무 싼거 아니냐고 하신 분들이 많아 답변 드리자면

-본편에서도 언급하긴 했지만 저 시점에 프리미어 리그 최고 주급 수준은 15만 파운드입니다. 시점이 2011년도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20만 파운드 혹은 그 이상을 이야기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죠.

-바이 아웃, 초상권 등에 대해서는 일부러 좀 설명을 생략했습니다.

-결국 바이 아웃 삭제하고 주급 or 초상권 등에서 이득을 좀 더 본다거나 아니면 바이 아웃을 넣는 대신 다른 쪽을 양보하거나 그런 정도로 간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간 얘도 수아레즈가 받았던 것처럼 20만 파운드 이상 수령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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