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59화 (15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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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기애애한 접견실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 갔다.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에이전트와 구단 프런트 간의 미팅이란 보통 이런 것이었으니 말이다.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선수 측과 어떻게 해서든 비용을 절감하려는 구단 간의 만남이 화기애애하다면 그게 더 이상하리라. 예의바르게 서로를 대하고 있어도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일 뿐이다.

새뮤얼의 말에 당황한 제이 스미스, 하지만 빠르게 안색을 회복하며 다시 나섰다. 본격적인 협상의 시작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십니까? 세부적인 내용은 조율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만난 것이고 말이죠."

"글쎄요...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

희미한 웃음을 흘리며 새뮤얼이 말한다.

"아무래도 입장 차이가 상당히 큰 것 같습니다. 저는 계약 내용을 보고 기본적인 부분부터 어긋나 있다고 느꼈습니다만, 이게 조율 가능한 부분일지 의문이 드는군요."

여유로운 새뮤얼의 모습, 제이 스미스는 내심 탄식을 흘렸다. 아무래도 저 초보 에이전트는 제대로 작정을 하고 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일단, 기본 주급이 8만 파운드에, 옵션을 만족시킬 경우 시즌 종료 후에 추가로 수령 가능한 액수가...주급으로 환산하면 2만 파운드 정도군요. 출전 수당, 득점 수당은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바이 아웃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되면 사실상 세부 내용 조율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렇다면 일단 데이빗 선수 쪽에서 원하시는 계약 내용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서로의 입장을 툭 터 놓고 이야기 한다면 좀 더 결과에 가까워 질거라 생각합니다."

자신들의 패만 알려진 상태에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제이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물었다. 새뮤얼은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렇죠. 저도 준비해 온 서류가 있어서 말입니다. 이걸 보시고 대화를 다시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꺼낸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저 상당힌 종이가 모두 계약 내용일까 라는 생각을 한 제이는 잠깐 패닉에 빠질 뻔했다. 다행히 새뮤얼은 그 중 단 한 장만을 자신에게 건네 주었고 다른 종이 뭉치는 자신의 앞에 놓았다. 내심 혀를 차는 제이 스미스, 저 서류 뭉치가 뜻하는 바를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 수 있었다.

'준비를 제대로 해 오신 것 같군. 힘들어 지겠어.'

빈 손으로 털레 털레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에이전트는 없다. 만약 그런 에이전트가 있다면 그는 커미션 대신 해고 통지서를 받아야 할 지도 몰랐다. 대부분 자신들이 주장하는 계약 내용을 정당화 할 만한 근거를 준비해 오기 마련이다. 초짜 에이전트라 내심 편하게 상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지워졌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저쪽이 아쉬울 것이 없다는 거지. 망할.'

선수는 구단을 상대로 절대로 갑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갑에 가까운 을이 될 수는 있었는데 데이빗 장은 그에 가까운 선수였다.

단일 시즌을 풀 타임으로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해서 어느 덧 35경기에 가깝게 출장했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상당한 데이터가 쌓일 만한 시간이었는데 이 기간 동안 그는 엄청난 활약을 꾸준히 이어 나갔다. 총 38득점에 16어시스트, 54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한 것. 더구나 국가 대표로 선발된 경기에서도 맹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더욱 크게 했다. 로컬 보이 출신이라는 점이 딱히 그가 이적하는 데 큰 부담도 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그는 로컬 보이 출신이긴 했으나 그들의 유소년 팀부터 착실히 성장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사실상 FA 영입이나 다를바 없는 수준이었고 경력이 길지도 않아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보긴 힘들었다.

이런 사실을 구단 프런트라고 해서 모를리 없었고, 그랬기에 선수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미리 선수를 쳐 환심을 사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 에이전트는 자신들이 내민 조건보다 더욱 큰 내용을 원하는 듯 했다. 제이는 그가 건넨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악한 목소리로 외쳤다.

"기본 주급 12만 파운드에, 옵션으로 최대 3만 파운드라고요? 그리고 바이 아웃까지? 이게 정말 데이빗 선수의 진심인가요?"

제이의 모습에 티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저 계약 내용을 데이빗에게 보여주었을 때의 반응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에 속으로 실소가 흘렀다.

'맙소사! 티티! 진심이야? 12만 파운드라니?! 지금 받고 있는 주급의 4배 잖아? 거기에 옵션까지 붙으면 5배라고?'

'진심이야 데이빗, 너는 말이야, 충분히 이만한 계약을 따낼 가치가 있는 선수야.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거야?'

"물론입니다. 에이전트는 어디까지나 선수의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일 뿐이니까요. 데이빗 선수와는 사전에 이미 공유가 된 내용입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지나칩니다. 최대 옵션을 달성할 경우 5배 상승하는 내용인데, 이건 현실적이지 않은 계약 내용입니다."

"현실적이지 않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이만한 금액에 데이빗과 같은 선수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제이 스미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자신이 만약 그럴수 있다 라고,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대답을 한다면 아마 이 에이전트는 이렇게 대답하리라.

'아 그렇습니까? 그럼 그 선수와 좋은 계약을 진행하시면 되겠군요?'

현실적으로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인정해버린다면 상대의 주장에 반박할 근거가 사라져 버린다. 진퇴양난이었다.

"하지만 데이빗 선수는 이제 프로 3년 차의 선수입니다. 나이로 따지면 21살 밖에 되지 않았고요. 이런 선수에게 프리미어 리그 최고 수준의 주급을 지급하는 것은 기존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상하군요. 그걸 왜 저에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새뮤얼의 모습에 제이는 울컥할 뻔했다. 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뮤얼은 천연덕스레 말을 이었다.

"저는 단지 제 선수의 권리만을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데이빗 선수가 많은 주급을 받게 된다면 다른 선수들과의 관계가 어려워 질 것이라 하셨는데, 왜 그런거죠? 프로는 자신이 이룬 결과만큼 가져가는 것 아닌가요? 그들 또한 프로라면 데이빗이 이만한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텐데요?"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고!'

"오히려 그와 비슷한 젊은 선수들에게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겁니다. 나도 저렇게 활약한다면 나이가 어려도 많은 돈을 벌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청산유수와 같은 새뮤얼의 답변, 제이는 전전긍긍하며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S급 선수의 위력이었다. 실력이 된다면 테이블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게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라면 말할 것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현재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고 주급을 받고 있는 선수들은 기본으로 15만 파운드 가량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데바요르, 테베즈 등과 같은 선수들이 이런 대우를 받고 있죠. 옵션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말이죠. 자,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은 지 아시겠죠? 데이빗은 기본급으로 15만 파운드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선수 본인이 팀을 사랑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디스 카운트가 된 금액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최대 옵션 3만 파운드는 아주 정직한 조항입니다. 한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20골 이상 득점 시 2만 파운드, 득점왕에 오르거나 30골 이상 득점 시 최대 3만 파운드를 지급 받는 옵션입니다. 이는 즉, 리그에서 최고 레벨의 공격수라는 말인데 이 정도 대우는 오히려 모자란 감이 있죠. 잘 아시겠지만 이걸 살펴 보시면 이해가 빠르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친절히 그에게 서류를 한 장 건넨다. 제이는 별로 원하지 않는 친절이었지만 말이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근 10년, 아니 그보다 기간을 더 늘려도 문제 없겠네요. 그 기간 동안 30골 이상 득점 한 선수는 단 두 명밖에 없습니다. 과거 아스날의 티에리 앙리 선수가 그랬고 몇 년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선수만 달성했죠. 대부분 20~25골 수준에 그쳤고 20골이 되지 못한 선수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프리미어 리그에서 20골 이상, 30골을 넣어 주는 선수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옵션은 충분히 합당한 금액입니다. 오히려 적은 감이 있죠. 그렇지 않습니까?"

"......"

대답하지 못하는 제이 스미스, 티티는 딱히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는 지금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마치 포커에서 시작하자마자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아니 포 카드에 가깝나?'

실 없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상대는 자신이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한 일은 별로 없었다. 제임스와 함께 다른 팀의 최고 주급자를 조사하고 최근 사례를 정리했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충분했다. 애초에 이기고 들어가는 게임이었으니 말이다.

'리버풀은 절대 데이빗을 팔지 못해. 지금 당장은 말이지.'

'요즘 리버풀이 이렇게 잘 나가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길을 가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 보았을 때 나오는 대답을 같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현재 팀 내 수익 창출에 있어서도 수위권이었는데 이런 선수를 팔리 없었다. 그랬기에 이렇게 자신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시즌, 데이빗은 벌써 리그에서 11골, 그리고 챔피언스 리그에서 7골을 넣었습니다. 일정의 1/3도 치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엄청난 활약이죠. 아시겠지만 그는 이런 활약을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는 아직 21살에 불과하죠. 앞으로 더욱 발전할 여지가 있는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에게 이 정도의 계약은 오히려 약한 감이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그의 활약에 따라 계약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선수의 구단에 대한 애정과 경력을 감안하여 이정도 계약을 제시한 겁니다."

"...알겠습니다. 데이빗 선수 쪽의 제안은 신중히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바이 아웃은 꼭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빙고.'

내심 미소를 흘린다. 저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주급 관련하여서는 사실상 받아 들인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바이 아웃은 구단이 선수를 지키는 방법 아닙니까? 물론 터무니 없는 액수를 설정해서야 곤란하지만 말이죠."

'이 자식이...'

표정 관리에 애쓰며 제이가 대답한다.

"물론이죠. 하지만 저희는 데이빗 장 선수와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되길 원합니다. 거기에 바이 아웃이 큰 도움은 될 거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바이 아웃은 양 날의 검이 있는 조항이었다. 바이 아웃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면 애초에 협상이 불가능하니 선수를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애초에 그런 의도로 만들어 진 조항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축구 시장이 커지고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상황이 묘해졌다. 천문학적인 바이 아웃 금액을 마치 가게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듯 질러 대는 구단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어설픈 바이 아웃이 오히려 선수를 지키는 데 방해가 되고 만 것. 지금 바이 아웃을 넣지 말자고 주장하는 제이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글쎄요, 다른 구단의 제의야 말로 현재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 아닐까요? 구단에서도 선수에 대한 대우를 고려할 때 좋은 참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

자연스럽게 아픈 곳을 찔러 온다. 제이는 속이 쓰려 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선택을 해야 했다. 바이 아웃을 설정에 반대한다면 저들에게 무언가 하나를 더 내어 주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순순히 바이 아웃 설정을 허용해야 했는데 그건 액수 산정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일단 잘 알겠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확답 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오늘은 간단히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는 자리였으니까요."

'일사천리로 도장 찍을 생각으로 온 주제에 말은 잘하는군.'

새뮤얼은 내심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만약 그들이 내민 계약서에 혹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떻게 해서든 도장을 찍으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자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새뮤얼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다음 만남에서는 좀 더 진전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이 서류는 두고 가겠습니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리버풀과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고 싶다는 사실,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입니다."

============================ 작품 후기 ============================

<새뮤얼 로이>

어제오후 10:14

"얘네가 10만 파운드도 안 줄라 그러네요."

*심심하실 까봐 우리 아이 골 넣는 장면 올려 드려요. 편식도 안하고 골고루 골 넣는 착한 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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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 님 외 5명이 좋아합니다.

-날씨가 정말 춥네요.

-연재 재개한 지 1달이 조금 넘었네요

-완결까지 지치지 않도록 달려 보겠습니다.

-추천으로 절 채찍질 하세요

-추천으로 가버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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