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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데이빗은 탄성을 흘리며 오늘 출고된 자신의 차를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치르기 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연락을 받았다. 벤틀리 사로부터 드디어 자신의 차량 제작이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그것이었다. 본인이 직접 찾으러 가고 싶었으나 오전에는 회복 훈련을 진행해야 했고 멀리 찾으러 가기 귀찮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제임스에게 부탁하여 차를 대신 받아 달라고 이야기했고 벤틀리 사에도 대리인이 수령하러 갈 것이라 전해 주었다. 그리고 오전 일정을 마치고 급하게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를 나섰고 그 앞에 제임스가 자신의 차를 끌고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몰고 오긴 했지만 말야, 이 차 진짜 죽여 주던데."
보통은 비싼 남의 차를 몰면 흠집이라도 나지 않을까 벌벌 떠는 것이 보통일 테지만 이 신경 굵은 남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승차감이 끝내 줬다며 히히 웃고 있는 모습, 데이빗은 씩 웃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고마워 제임스. 1분이라도 빨리 차를 보고 싶었는데 덕분에 편하게 차를 받아 올 수 있었네."
"나야 뭐 한가 했으니까, 근데 너도 참 특이하다. 처음 사는 차인데, 니가 먼저 운전해 보고 싶지 않았어?"
어쩌다 보니 첫 시승을 자신이 한 셈이 되었다고 제임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데이빗은 무슨 상관이냐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별 상관 없잖아. 몇 분 몰았다고 차가 헌차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말야."
"너도 참 특이한 녀석이다. 뭐 나야 좋은 차를 몰아 봤으니 좋지만 말이지."
본인이 괜찮다는데 자신이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했는지 제임스는 마음대로 하라며 차 키를 넘겨주었다.
"땡큐, 혹시나 해서 묻는데 어디 긁히거나 그런거 없지?"
"니가 그럴까봐 내가 얼마나 조심해서 몰았는지 아냐? 확 가드레일에 받아 버릴까 하다가 참았다고."
"뭐, 상관없어. 수리비를 청구하면 되니까. 이거 수리비 나오면 아마 제임스는 얼마 동안이나 무료로 일해줘야 할까."
능글맞게 대응하는 데이빗, 제임스는 이를 갈며 말했다.
"망할 자식, 언젠가 너 없을 때 확 긁어 버릴거다."
"카메라 달아 놓을거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친한 친구들 사이의 악의없는 농담, 몇 마디 실없는 소리를 나누고 제임스는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그럼 그 오라지게 비싼 차 잘 몰고 다니라고. 난 이만 가볼게."
"고마워 제임스! 다음에 보자."
"그래, 아 맞다."
할 말이 생각났는지 제임스가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데이빗에게 다가 온다.
"니가 예전에 괜찮은 집을 좀 알아봐 달라고 했잖아."
"어 그랬지. 괜찮은 집이라도 찾았어?"
기대감 어린 데이빗의 목소리, 제임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알려 준다.
"두 세군데 괜찮은 곳을 찾긴 했는데 말이야, 나머지는 니가 결정을 해야할 것 같아서."
그러면서 들고온 가방에서 서류를 주섬주섬 꺼낸다.
"아무래도 서서 이야기하긴 좀 그럴거 같네. 저기 카페에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예전 에리카를 처음 만났던 그 카페를 가리키는 데이빗, 제임스는 아무려면 어떻겠냐는 듯 동의했다.
"나야 상관 없지만, 너 여자 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 상관 없나?"
"어, 아직 시간 여유가 있거든. 애초에 혼자서 운전 좀 하다가 만날 생각이었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
"그러니까, 내가 찾은 곳은 여기, 킹스웨이쪽에 있는 집하고, 세인트 제임스 마운트 & 가든스 쪽,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프링 필드 공원 근처에 있는 집이야."
서류를 펼쳐 놓으며 하나 씩 짚어주는 제임스, 데이빗은 그에 맞춰 질문을 시작했다.
"집 크기하고 가격은 어때? 그것도 다 비슷해?"
"큰 차이는 안 나는데, 아무래도 세인트 제임스 마운트 & 가든스 쪽에 있는 집이 비싸. 아무래도 중심가에서 가까운 쪽이니 그럴 수 밖에 없지. 그 다음이 킹스웨이가 비싸고 스프링 필드 공원 쪽이 가장 싸. 뭐 큰 차이는 안나지만 말이야."
그리고 앞에 놓인 음료를 마시며 목을 축인 뒤 말을 잇는다.
"집 크기는 다 비슷해. 니가 말한 대로 앞에 마당이 있고 전부 2층 집이야. 근데 넌 도대체 왜 이딴 조건을 붙인 건데?"
제임스의 불평에 데이빗은 멋적게 웃으며 이야기 한다.
"제임스, 있잖아, 나는 예전부터 개를 키우고 싶었어. 내가 세차를 하고 있을 때 옆에 내 충직한 강아지가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거야. 그리고 내가 공을 던져 주거나 원반을 던져 주면 나한테 물어 오는 거지. 그러려면 마당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 뭐 개는 그렇다 치자, 그럼 왜 2층 구조까지 원한건데? 그래서 내가 집을 찾는데 X나 오래 걸렸잖아!"
쏟아지는 불평, 데이빗은 미안한 듯 자신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면 있잖아, 보통 애들 방은 2층이더라고,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난 뭐랄까, 내 2세가 우리 집의 2층을 자신 만의 아지트로 만들길 원했어."
"...지랄하고 있네..."
제임스의 허탈한 욕설, 그는 자신이 힘들여 찾은 이유가 그런 허탈한 이유였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었다. 데이빗은 발끈하며 항변했다.
"뭐! 왜! 이건 내 꿈이라고! 제임스 니가 고생해줬다는 건 나도 잘 알고 고맙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야!"
"그러시겠지. 아 몰라, 니가 개를 키우건, 2층을 X나 요새로 만들 건 나랑은 관계 없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니가 원하는 집은 리버풀에서 딱 이 정도라는 말이야. 그러니까 이 중에서 알아서 해. 아니면 니가 직접 찾든가."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데이빗은 그의 말을 신뢰할 수 있었다. 거칠고 무식해 보였지만 제임스라는 친구가 일을 대충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시간을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집 크기랑 구조도 비슷하다고 했는데, 가격 차이는 왜 나는 거야?"
데이빗의 질문에 제임스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그거야 번화가 쪽에 가까운 동네일 수록 비싼 동네라는거야. 거기 어디냐, 스프링 필드 쪽이 니가 제일 많이 다니는 여기, 멜우드에서 제일 가까운데 이 동네는 X나 볼게 없잖아. 그래서 싼 거지."
"흐음, 역시 그렇구나."
"그래. 그래도 뭐 큰 차이는 안나. 여기 사진도 좀 찍어 왔으니까 보고 생각해봐. 그리고 아무래도 집을 사는 거니까 직접 방문해 봐. 앞으로 니가 살 집인데 남의 말만 듣고 사면 안되지. 안그래?"
"알겠어. 고마워 제임스."
"그럼 난 이제 정말 간다. 다음에 보자고."
"맨체스터 시티도 이겼습니다. 그래서 승점차는 여전히 1점이네요."
"아직 초반 아닌가. 그래도 어려운 경기였는데 이겨서 다행이야. 졌다면 4위까지 내려갔을테니까, 초반이긴 하지만 상위 4팀이 전부 승점을 잘 쌓고 있어서 이 페이스를 유지해야해. 지금 미끄러졌다가는 다시 올라오기 힘들지도 몰라."
달글리시 감독은 현재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리그 테이블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말 대로, 이번 시즌에는 유례가 없을 만큼 치열한 선두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초반 다른 팀들을 압도하며 앞서나가고 있었고 이들 사이에서도 순위 변동이 매우 심했다.
1위 리버풀 6승 1무 1패 19점
2위 맨체스터 시티 5승 3무 18점
3위 첼시 5승 2무 1패 17점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5승 2무 1패 17점
1위와 4위의 승점차가 2점밖에 되지 않았다. 한 라운드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상황,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난 리버풀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하며 4위로 내려간 것이 좋은 예였다.
"그렇죠. 지켜 보는 팬들이야 재미 있겠지만, 우리는 정말 피가 말리는 일정이네요."
"좋게 생각하자고. 지난 시즌, 우리 팀이 이 시점에 몇위에 위치하고 있었는 지 생각해 보면 지금 자네의 말은 얼마나 행복한 투정인지 알 수 있을거야."
물론 그때는 달글리시 감독도, 클락 수석 코치도 없던 시절이었다. 분명 작년 이맘때의 리버풀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팬들은 과거 리즈 유나이티드의 몰락과 같은 명문의 몰락을 지금 다시 보게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었다.
"그거야 그렇네요."
"그런 거라네. 그래도 중요한 2연전에서 1승 1무를 거두었으니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한 셈이군."
"에버튼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것이 조금 아쉬워 지네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클락, 달글리시 감독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거야 그렇지. 뭐 지나간 일을 아쉬워해봤자 지만 말이야. 일단 앞으로의 일을 좀 생각하는 것이 낫겠지."
그들이 미팅을 하는 이유는 다음 올림피아코스 원정 명단을 확정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마르코 로이스의 징계가 끝났습니다. 다음 경기 부터 정상적으로 출전이 가능하네요. 요즘 공격수들 대부분이 풀 타임을 소화하고 있으니 만큼, 적절하게 출전 시간을 분배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 그랬지. 벌써 3경기가 지났나? 정말 다행이군. 지난 경기가 끝나고 지친 녀석들이 많았는데 말이야.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어."
막시 로드리게스까지 부상 당한 상황이니 데이빗과 수아레즈, 그리고 카윗은 그동안 모든 경기를 거의 풀타임으로 소화해야 했다. 3경기에 불과했다고는 하지만 매 경기가 3~4일에 한번 진행될 만큼 타이트한 일정이었기에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마르코 로이스의 복귀에 이렇게 반색하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그럼 마르코를 다음 경기에 선발로 출전시킬 예정입니까?"
"그럴 생각이네. 아무래도 데이빗 녀석이 지난 경기까지 풀타임을 뛰고 나서 체력이 많이 떨어 졌다는 것이 우리 메디컬 팀의 의견이야. 아직 시즌이 길게 남아 있는 만큼 관리를 해 줄수 있을때 해주는 것이 낫겠지. 나중에 박싱 데이 무렵에 퍼져버리면 정말 곤란할 테니 말이야."
지금도 상당히 타이트한 일정이지만 12월 말 박싱 데이 무렵에는 약 2주간 5~6경기를 치러야 했다. 2~3일에 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그 기간을 잘 넘기는 것이 프리미어 리그를 치르는 팀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워낙 빠르게 경기가 치러지다 보니 그 기간 동안 흐름을 놓친다면 순식간에 승점을 잃을 우려가 있으니 말이다.
"이번 그리스 원정에서는 리저브 친구들을 좀 기용할 생각이야. 그 친구들도 챔피언스 리그 경험을 해 보는 것이 좋을 거 같고..."
"조별 리그는 조금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현재 마르세유 원정에서 승리, 도르트문트를 홈으로 불러 들여 승리를 거두며 2승으로 F조 단독 선두로 나선 상황이다.
1위 리버풀 2승 +4
2위 마르세유 1승 1패 -1
3위 도르트문트 1무 1패 -1
4위 올림피아코스 1무 1패 -2
골 득실도 상당히 앞서고 있었기에 올림피아코스 원정에서 만약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조 1위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며 무승부만 거둘수 있다면 완벽하리라 생각하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도르트문트 녀석들이 올림피아코스한테 비긴 것이 상당히 컸어. 우리로서는 정말 최고의 결과였지."
리버풀의 독주가 예상되는 F조에서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진 것이 도르트문트였다. 비록 안필드 원정에서 리버풀에게 0 대 1로 석패하긴 했으나 그들이 만만치 않음을 알리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올림피아코스와의 경기에서, 심지어 그들의 홈이었음에도 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리버풀로서는 조별 리그 통과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진 셈이 되었다.
"그렇네요. 이번 원정을 치르고 나면 앞으로 원정 경기는 도르트문트 원정 밖에 남지 않으니 훨씬 편할겁니다."
"그래, 행여 이번 경기에서 진다고 해도, 조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지장이 생기는 것도 아니야. 방심은 금물이겠지만 현재 팀 사정을 고려해 보았을 때 한템포 쉬어갈 만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네."
"그래도 아예 다음 경기까지 잡고 3승을 거두어 놓는다면 더욱 편하겠습니다만..."
"그거야 당연한 말이지. 내가 주전 친구들을 조금 뺀다고는 했지만 말이야, 아예 경기를 포기하겠다고 한 적은 없어. 선발에서 빠진 친구들도 벤치에서 준비 시킬 거야. 가능하면 그 친구들의 힘이 필요 없길 바라지만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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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엄청 춥네요
-내일 더 추워진다던데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