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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153화 (15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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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이야! 후반전은 우리 거라고!"

골 세레모니를 마치고 돌아오는 리버풀 선수들, 제라드는 선수들을 향해 크게 외치며 기세를 끌어 올렸다. 후반 이른 시간에 동점골을 넣은 만큼 분위기는 최고였다. 이 기세를 몰아 빠르게 역전까지 이어나가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었고 다른 선수들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한 골 더 넣으면 쟤네 아마 경기 끝나고 그 뭐냐? 헤어드라이 제대로 당하지 않겠어? 생각만 해도 즐거운데?"

"경기도 지고 감독한테 까이면 기분 정말 끝내 줄거야. 저 녀석들을 지옥으로 처 박아 버리자고!"

데이빗도 기분이 좋았다. 어쨌거나 팀이 동점골을 넣는데 큰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자신이 골을 넣는 것도 좋지만, 이런 완벽한 팀 플레이의 일부가 되어 동료의 골을 돕는 것도 다른 쾌감이 있었다. 동료들과 마음이 통한다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준다. 데이빗은 싱글벙글 웃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대충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도 알았고.'

정말 처음 보는 유형의 마크맨이었기에 당황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쳐도 제쳐도 다시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전반전에 악몽 그 자체였다. 하지만 후반, 달글리시 감독의 적절한 지시로 호세 엔리케가 평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자 그에게 느끼는 부담감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반전에 그를 몇번이나 제쳐 냄으로써 증명했듯이, 오직 일 대 일 상황이라면 그리 무섭지 않은 선수였다. 그리고,

'한 골 더 넣으면 아마 교체되어 나갈 지도 모르지.'

전반에 그가 한 골을 넣기는 했지만, 자신이 듣기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로 평가 받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 등 동 포지션의 선수에 비해 공격력이 약하다고 평가를 받아 주로 강 팀을 상대로 키 플레이어를 봉쇄하는 임무를 맡거나, 공격 시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미끼 역할을 잘 수행한다고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팀이 지고 있을 때, 해결사의 역할을 기대할 만한 선수는 아니라는 것. 데이빗은 조금이라도 빨리 추가골을 넣고 싶어졌다.

'방법이야 대충 알았다고 하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엄청 짜증나는 건 마찬가지니까!'

대인 마크 능력이야 동 포지션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좋다고는 하지만 특출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친 듯한 활동량과 끈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서는 짜증이 안 날수가 없는 선수였다. 그가 나간다면 자신은 아마 족쇄를 하나 벗어 던진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데이빗은 그 시간이 1분이라도 빨리 오기를 원했다.

'그러려면 골을 넣어야지. 1분이라도 빠르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강했다. 그들은 긴 시간을 챔피언의 자리에 머무르며 그에 걸맞는 자부심을 쌓아 왔다. 관록, 여유, 긍지와 같은 그들이 쌓아 올린 무형의 어떤 것들은 팽팽한 흐름 속에서도 그들이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는 단지 그들이 세계적인 선수라서가 아니었고 위대한 감독의 지도력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들이 실제로 겪어온 경험이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지지 않고 이겨왔다. 그런 경험들이 지금 동점골을 허용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시합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이 경기가 끝났을 때 당당히 서 있는 것은 자신들이라 믿었다.

이는 그들을 상대하는 리버풀 선수들, 그리고 코치진과 팬들에게도 상당한 인상을 남겼다. 인정하기 싫지만 저들은 20세기 후반에서 지금까지, 리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클럽이었다. 그들을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커버 해! 빨리 움직여!"

"뒤에서 간다! 놓치지 마!"

"이쪽으로 보내!"

선수들의 고함 소리가 커진다.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쪽과 놓치지 않으려는 쪽의 치열한 싸움이 경기장 곳곳에서 벌어진다. 전반전은 오히려 노스 웨스트 더비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얌전한 감이 있었다.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지금의 모습이야 말로, 이 두 클럽간의 경기 본연의 모습에 가까웠다.

"우왓!"

데이빗은 몸이 자신의 제어를 벗어나 튕겨나가는 것을 느꼈다. 중앙 지역에서 패스 코스를 찾지 못한 제라드를 확인하고 공을 받아 주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패스를 이어 받았을 때 누군가 자신을 거칠게 밀어버리는 것을 느꼈고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구르고 말았다. 사각에서 갑자기 나타나 밀어버리는 상대였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삐익-!

당연히 울리는 심판의 휘슬, 자신을 밀친 플레처가 심판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는 것을 보고 데이빗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지난 시즌에 한번 경험하긴 했지만, 정말 거칠기 짝이 없는 매치였다.

'망할 자식 같으니.'

억울하다는 듯 심판에게 어필하는 모습에 데이빗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초에 카드를 받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예 파울이 아니었다고 항변하는 모습을 보자 고개가 절로 흔들어 졌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아니, 그건 뭐 남말 할 처지가 아닌가.'

잠시 후, 마치 복수라도 하듯 공중으로 떠오른 공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스티븐 제라드가 상대 안데르송에게 거칠게 몸으로 부딪혀 땅바닥에 내팽겨쳐지도록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주심의 파울 선언에도 별 다른 반응 없이 묵묵히 돌아가는 캡틴의 모습에 실소를 흘렸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난 지금 그런 시합을 뛰고 있는거야.'

지난 번 경기에서, 자신이 두 골을 넣고나서 자신에게 가해진 파울이 몇개였는지 세기도 힘들었던 것을 떠올렸다. 공만 잡으면 자신의 발을 향해 태클이 쏟아졌고 럭비를 하는 것처럼 바디체크가 들어 왔다. 바닥을 구르고 공중으로 날아가고 패대기쳐지는 것이 바로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였다.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고 나면 온 몸이 멍 투성이가 되곤 하는 경기가 바로 지금 경기였다.

"호세!"

오랜만에 리버풀이 공격의 방향을 왼쪽으로 잡았다. 데이빗은 자신의 뒤를 받치는 호세 엔리케를 호출했고 오히려 자신이 물러나며 그가 돌파할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엔리케를 향해 공을 찔러 주고 자신도 움직였다. 이번에 엔리케는 돌파 대신 패스를 선택했다. 데이빗에게 돌려주는 공, 그리고 데이빗은 공을 원터치로 중앙 지역으로 꺾어 움직이는 엔리케를 향해 찔러 주었다. 엔리케는 하파엘을 달고 움직이며 중앙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마땅히 연결할 곳이 보이지 않자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하는 모습, 하지만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움직임의 특성상, 슈팅을 오른발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고 주력 발이 왼발인 그로서는 정확하고 강력한 슈팅을 때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애초에 전문 공격수도 아니었고 말이다.

"괜찮아! 좋은 시도였어!"

데이빗은 아쉬워 하며 수비 라인으로 복귀하는 엔리케에게 엄지를 들어 올려 주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 공이 잘 돌고 있고 슈팅까지 이어가며 공격을 마무리 짓고 왔다는 점이다. 이런 것들이 쌓여 흐름이 된다. 골이 들어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슬슬 지가 그를 제어하지 못하는 군요."

경기를 살펴보고 있던 마이크 펠란 수석코치는 걱정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전반전에 최고의 활약을 보인 박은 후반들어 점점 고전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골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어시스트를 기록하는데에는 그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의 페널티 박스 진입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은 좀 더 가까웠던 스몰링의 문제가 더 컸다고 할 수도 있었으나 그 또한 데이빗의 움직임을 놓쳐버린 것은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달글리시 감독이 제법이야. 전반전 그대로 갔다면 완벽하게 우리가 잡는 흐름이었는데 말이야."

아쉬운 듯 퍼거슨 감독도 동의한다.

"숫자가 동일하게 된다면 이런 봉쇄 방법은 힘을 쓰기 힘들어. 애초에 저녀석을 일 대 일로 막을 수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말이야. 지금 부상당한 리오 녀석의 전성기 때나 가능할지 모르겠군."

전성기 시절, 완벽한 피지컬과 스피드, 거기에 수비 기술도 수준급인데다 볼을 다루는 기술마저 뛰어난 완전체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 정도가 아니라면 막기 힘든 선수였다. 그래서 그를 막기 위해 고심하던 퍼거슨 감독은 상대의 왼쪽 풀백인 호세 엔리케가 이번 시즌 오버래핑에 크게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활동량과 끈질긴 마크가 장점인 박을 그의 전담으로 붙여 1차적인 봉쇄를 맡겼고 하파엘에게 그의 백업을 지시함으로써 제어하고자 했다. 이는 전반전 동안에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리버풀은 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카드가 막혔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선제골을 기록하며 흐름을 잡았다. 이대로만 경기가 이어진다면 승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은 마냥 멍청이가 아니었다. 호세 엔리케를 후반 들어 전진 배치하며 숫자를 동일하게 맞추었다. 데이빗이 아무리 위협적이라고 해도 노마크의 상대를 그대로 놓아 두기는 힘든 노릇, 자연히 박과 하파엘의 신경은 분산될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된 이상 데이빗에 대한 봉쇄 작전은 무너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예 풀백을 미끼 삼아 본인이 달려든다면 그냥 하파엘에게 상대 풀백을 무시하라고 하겠는데..."

본인이 기점 역할을 하며 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엔리케에게 붙을 수 밖에 없었다.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이래저래 손쓰기 힘든 상황, 여기서 데이빗을 제어하는데 인원을 더 투자한다면 다른 쪽의 빈틈이 너무 커져 버린다. 인터뷰에서야 도발의 의도로 그들을 폄하하긴 했으나 실제로 상대 선수들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라인을 내리고 역습을 노리는 수 밖에..."

상대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한 이상 무조건 맞불을 놓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퍼거슨 감독이 그렇게 생각하고 지시를 내리기 위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그는 조금 더 지시를 빨리 내리지 않았던 것을 후회해야 했다.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박은 데이빗의 공을 커트해 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재빨리 공을 중앙의 안데르송에게 넘기고 달려 나갔다. 수비적인 롤을 맡고 있다고 하지만 그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한쪽 날개였다. 수비를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었다. 안데르송은 지체 없이 공을 달려 나가는 박에게 밀어 주었고 그는 다시 지체 없이 그들의 공격 기점, 웨인 루니에게 공을 넘겨 주었다. 그리고 상대 풀백이 아직 복귀하지 못한 사이드 쪽으로 쇄도를 이어 나갔다. 패스가 이어 진다면 리버풀에게는 치명적인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 하지만 루니의 패스를 몸을 날리며 끊어내는 이가 있었다.

"나이스!!"

슬라이딩하며 루니의 패스가 박에게 닿기 전 잘라내는 데 성공한 이는 루카스 레이바였다. 그는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공을 먼저 근처까지 달려 왔던 호세 엔리케에게 밀어 주었다. 그리고 엔리케는 곧바로 몸을 전방으로 돌린 후 오늘 처음으로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손을 들고 있는 데이빗을 확인했다.

"데이빗!!"

강한 인사이드 패스, 수비에 크게 가담하지 않는 그의 특성 상 그는 하프라인 너머에 있었다. 역습으로 나오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기에 그의 뒤에는 최종 라인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엔리케는 자신의 패스를 이어받은 데이빗이 순식간에 하파엘을 해치워 버리고 달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지금까지 마음 껏 활개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듯, 데이빗은 하파엘을 간단히 무력화 시켜 버렸다. 간단한 동작, 트래핑과 동시에 공을 한쪽으로 쳐 놓으며 달렸을 뿐이다. 전반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를 제친다면 바로 중앙 수비와 맞서게 된다는 점이다. 그가 뚫린 자리를 커버해 줄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데이빗은 속도를 끌어 올리며 중앙 지역으로 달려 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를 맞이 하는 것은 스몰링, 그들의 주장 비디치가 나왔다면 조금은 나았을까, 데이빗은 굳이 완벽하게 제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결국 드리블로 상대를 뚫어 내는 이유는 골을 넣기 위함이다. 슈팅을 때릴 수 있다면 드리블은 굳이 필요없다. 데이빗은 순간적으로 빠르게 오른쪽으로 공을 치고 달렸다. 그리고 반 발짝, 스몰링이 따라 오지 못한 반 발자국의 공간을 확보하고 지체 없이 오른발로 강하게 슈팅을 쏘아 냈다.

============================ 작품 후기 ============================

-경기가 경기다 보니만큼 조금 길어졌네요.

-확실히 박지성 선수는 뭐랄까 상당히 민감한 화제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카윗 선수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면서 글에서도 꽤 좋게 표현했던적이 있는데요

-저는 이런 스타일의 선수들을 좋아하거든요. 제 글의 주인공이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크랙, 판타지 스타 류의 선수인것과는 별개로요.

-저로서도 많은 공부가 되었던 편이었습니다.

-저와 생각이 다른 분들의 비판은 환영입니다. 제가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요.

-몇몇 분들에게는 그것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해 주셨으면 하고 부탁드리고 싶네요.

-그럼 즐감해 주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감사 드립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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