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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 왔나. 몸은 좀 어떤가?"
"문제 없어요. 아시겠지만 경기에 뛰지도 못하고 온 걸요."
입맛을 다시며 대답하는 데이빗의 모습에 달글리시 감독이 너털 웃음을 흘린다.
"그것도 그렇군. 나는 자네가 체력을 온존하고 와서 기쁘지만 자네는 그렇지 않겠지."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럼. 다음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놈들과 치르지 않나. 자네의 몸이 만전이 아니어서야 곤란하지. 자네가 빠지면 그녀석들이 안필드에서 우는 꼴을 보기 힘들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요령 좋게 자신을 띄워주는 달글리시 감독의 모습에 데이빗은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이 감독이 온 이후로 자신은 언제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다. 선수로서 자신을 믿어주는 감독 밑에 있다는 사실은 아주 긍정적인 일이었다.
"저도 기대가 크네요. 홈이라는 걸 떠나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해서 꼴 사나운 경기를 펼칠 수는 없죠. 아마 폭동이 일어날 지도 모르니까요."
능청스럽게 응대하는 데이빗, 과장된 표현이었지만 아예 거짓도 아니었다. 그만큼 두 팀, 그리고 두 지역간의 감정은 상상 그 이상으로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거야 그렇지. 그 녀석들과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찰 병력까지 출동하니까 말이야."
껄껄 웃으며 동의하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형편 없는 경기를 펼친다면 아마 그 경찰들이 바빠질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아 자네 혹시 지금 이후에 일정이 있는가?"
"아뇨, 지금은 딱히 없습니다만, 저녁때는 약속이 있습니다."
데이빗의 대답에 잘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그럼 잠깐 시간 좀 내주게나.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저하고요? 누가요?"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데이빗, 달글리시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데미안 코믈리, 자네는 처음보려나? 우리 리버풀의 단장일세. 그가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군."
"직접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데미안 코믈리라고 합니다. 부족하나마 이 구단의 단장을 맡고 있죠."
짙은 쌍꺼풀이 인상적인, 깐깐해 보이는 인상의 남자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 왔다. 데이빗은 웃으며 손을 마주 잡아 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단장님, 리버풀의 데이빗 장입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팀 경기를 모두 보고 있으니까요. 그중에서 최고의 활약을 해주는 선수를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당한 인사치례가 오간다. 코믈리는 데이빗과 달글리시 감독에게 자리를 권했다.
"얼마 전에 중국에서 괜찮은 홍차를 선물 받았는데, 혹시 홍차 괜찮으십니까?"
단장의 권유에 둘 다 고개를 끄덕인다. 코믈리는 비서에게 홍차를 부탁하고는 데이빗 쪽으로 돌아 봤다.
"국가 대표 소집은 어땠나요? 아, 이번에는 아쉽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건 아무래도 본선 진출이 확정되었기 때문이죠. 만약 마지막까지 순위 싸움을 해야 했다면 데이빗 당신은 무조건 경기에 나갔을 겁니다."
자신을 띄워주는 모습에 데이빗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이번 소집은 딱히 별 일이 없었네요. 지난 소집때라면 아무래도 설렜죠. 처음으로 세인트 조지를 가슴에 달고 뛰었으니까요. 리버풀에서 경기를 뛰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어요."
"그렇겠죠. 하지만 이곳에서의 활약과 별반 다를바 없는 모습을 보고 역시 데이빗 선수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국제 대회가 있을 때 마다 데이빗 선수는 계속 소집될 겁니다. 여기 계신 달글리시 감독은 조금 골치가 아프시겠지만요."
씩 웃으며 달글리시 감독을 돌아본다. 달글리시 감독은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야 그렇지만 선수가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건 정말 비할 데 없는 명예로운 일이니까요. 애초에 이런 선수가 국가 대표에 소집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죠."
계속되는 칭찬에 데이빗은 어색하게 뺨을 긁으며 웃음을 흘렸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코믈리 단장은 본론을 꺼내지 않고 잡다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가 프로가 되기전의 일이나 현재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는데 불편함이 없는지, 팀 일정이 없는 휴식 시간에 무엇을 하는 지 등에 대하여 대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야 슬슬 본론을 꺼내는 모습이다.
"사실 오늘 이렇게 데이빗 장 선수를 보자고 한 것은, 우리 팀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와 사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만, 좀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본론이 나오나 싶어 데이빗은 조금 긴장하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코믈리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데이빗 장 선수가 지난 2월에 새로 재계약을 체결했었죠?"
"네 그랬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8개월이 다 되어 가는 군요. 시간이 정말 빠릅니다. 그렇지 않나요?"
씩 웃으며 이야기하는 코믈리,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코믈리는 말을 이었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현재 데이빗 선수, 당신이 현재 받고 있는 계약 규모가 당신의 능력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네, 그래서 지금 새로운 계약에 대하여 논의하고 싶습니다."
탁
데이빗은 단장실 문을 닫고 나오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 티티가 말한 대로 될 줄이야. 놀랐는걸."
어제 티티, 그리고 제임스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는 데이빗이다.
'아마 조만간,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기 전에, 그러니까 한 두 달 사이에 분명히 구단에서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거야. 왜냐고? 지금 겨울 이적 시장에서 널 노리는 팀이 한 두 팀이 아니라고. 구단 입장에서는 너를 어떻게 해서든 묶어 놔야 이득이란 말이야. 그렇게 날 예언자처럼 보는 건 그만둬. 이건 그냥 어디서나, 굳이 축구계가 아니라고 해도 당연한 비즈니스라고.'
'알겠지? 만약 내가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너의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절대 그 자리에서 확답을 주지 마. 네가 나를 믿어준 만큼, 나도 최선을 다해서 너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까. 알겠지?'
두 달 내에 재계약 이야기가 나올거라 이야기했지만 바로 다음날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티티의 말은 정론이었고 당연한 관측이었으나 데이빗은 한층 더 자신의 친구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데이빗은 휴대폰을 꺼내 자신의 에이전트, 티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티티 정말 니 말대로 됐어."
"그렇다니까? 나도 어제 니가 말한대로 이야기가 나오니까 정말 놀랐어. 역시 넌 대단해."
"물론이야, 지금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고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어. 딱히 에이전트를 새로 구했다는 이야기는 안했어."
"그래, 네 말대로 할게. 아무튼 진짜 신기하다.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당연한 일이라고 해도 그동안 나한테는 그 당연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잖아. 그러니까 나한테 티티는 대단한거야."
"그래, 알았어. 너도 교육 준비 잘해. 나는 경기를 잘 치를 거야. 그래야 니가 협상할 때 좀 더 편해질 거 아냐."
전화를 마친 데이빗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예상 밖이라면 예상 밖일까요?"
코믈리 단장은 딱히 아쉬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의 재계약 협상이 그 자리에서 바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보통 선수들은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의 에이전트와 이야기하라고 넘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선수에게 계약 전반에 대해 위임을 받은 에이전트는 조금이라도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계약의 규모가 크면 클 수록 자신에게 떨어지는 커미션도 커졌고 만약 선수가 만족하지 못한 계약을 이끌어 낸다면 그는 해고 통지서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 만큼 에이전트와의 협상은 대체로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다만 데이빗은 지난 겨울, 재계약을 진행할 당시 에이전트가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되었으나 딱히 까다롭지 않게 금방 계약서에 사인을 하며 순식간에 계약을 완료했었기에 이번에도 기대가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와 재계약을 진행한 담당자가, '자신의 경력에 있어서 가장 빠른 협상'이라고 이야기 할 만큼 순식간에 진행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그의 입장이 이해가 갑니다. 시즌 중에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집중력이 흩어질 위험이 있으니까요."
달글리시 감독의 말, 하지만 이것은 단장을 책망하고자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핵심 선수에 대한 재계약 이야기는 언제든 나올수 있는 화제였다. 다만 이는 보통 에이전트를 통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재 데이빗은 에이전트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본인에게 직접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달글리시 감독으로서도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죠. 사실 조금 쉽게 일을 처리하고 싶은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가 에이전트를 두기 전에, 확실히 쐐기를 박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것 때문 만은 아닙니다. 그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가치가 있는 선수고 그가 불만을 가지기 전에 먼저 제스처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죠. 우리가 너를 정말 원하고 있다는 뜻을 말이에요."
"맞습니다. 저도 이제 그가 없는 이 팀을 제대로 지휘할 자신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는 팀의 핵심이니까요."
엄살을 부리는 듯한 달글리시 감독의 말, 하지만 이는 만약 그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뉘앙스가 섞여 있기도 했다. 코믈리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쉽게 재계약을 체결하려고 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지나치게 후려친 계약을 제시할 생각은 없었어요. 우리가 겨울 이적 시장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처럼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돈 좀 있다고 하는 클럽들의 이번 겨울 최대 목표는 분명 그가 될테니까요."
21세의 국가 대표, 그리고 세계 최고 레벨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실력과 퍼포먼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였다.
"지난 여름, 코파 아메리카가 열렸고 많은 선수들이 이름을 알렸죠? 네이마르도 그렇고 산체스나 파스토레 같은 선수들이 엄청난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선수들의 추정 몸 값을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면 기도 안 찰 수준입니다."
빅 리그에서 확실한 커리어를 남기지 못한 선수들의 몸 값이 기본적으로 3000만 파운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코믈리는 탄식을 흘렸다. 축구 시장이 커지며 선수들의 몸 값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재계약을 이렇게 서두르는, 아니 서두르는 것도 아니군요. 아무튼 재계약을 진행하려 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싸게 계약할 수 있을 때 계약을 진행하기 위함입니다."
"그렇지요, 부상만 아니라면 그는 앞으로도 이 정도의 활약을, 아니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신체 활성화가 최 정점을 향해 가는 20대 초반의 나이였다. 딱히 워크에씩에 문제를 보이는 선수도 아니었고, 아니 오히려 팀 내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였다. 이런 선수는 부상만 아니라면 급격한 기량 하락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부상은 어느 선수라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지만 부상이 무서워서 계약을 꺼려서야 대화가 되지 않는다. 또 그는 프로 경력이 짧지만 내구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지도 않았고 말이다.
"언제가 되었든 그는 결국 리그에서 최고 주급자 반열에 오를 겁니다. 그건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의 당연한 일이에요. 그 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재계약을 체결하고 싶었습니다."
덤덤히 중얼거리는 코믈리 단장, 달글리시 감독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얼마전에 스티븐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데이빗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더군요. 스티븐은 데이빗이 팀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100퍼센트 장담을 할 수 없겠습니다만 제 생각에 재계약 진행이 큰 난항을 겪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구단 측에서 터무니 없는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러면서 '부디 현명한 계약서를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인다. 코밀리 단장은 유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저는 어떻게 해서든 선수와 싸게 계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사기를 칠만큼 뻔뻔한 사람은 아닙니다.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에게 멍청한 계약서를 제시해서 감정을 상하게 할 만큼 멍청하지도 않습니다. 저를 믿어 주시고 좋은 결과를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감을 보이는 코믈리 단장, 달글리시 감독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고 있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니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다음 경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이었던 가요? 감독님께서 잘 해주실거라 믿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게 제가 할 일입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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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 1만 기념으로 빡시게 막 3연참 4연참 하고 싶었는데요
-하루 2연참도 허덕이는 지금은 도저히
-각이 안나오네요
-그래도 정말 감사합니다
-9999와 10000은 1 차이지만
-느낌이 정말 다르네요
-앞으로도 제 글을 아껴주시는 분들을 만족 시켜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게요
-전 진지한 남자입니다
-진지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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