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31화 (13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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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차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 주력 선수들의 대부분 체력 저하를 보이고 있습니다."

달글리시 감독은 메디컬 팀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멜우드 트레이닝 센터 내의 세미나 룸에서 차트를 넘기며 선수들의 상태를 언급하던 닥터의 의견은 현재 몇몇 선수들의 체력 상태가 확실히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달글리시 감독은 어쩔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유로 2012 예선까지 함께 병행하니 아무래도 다들 죽을 맛이겠지."

최근 몇 년간, 리버풀은 예전처럼 챔피언스 리그에는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유로파 리그에도 나가지 못할 만큼 몰락하진 않았는데 챔피언스 리그나 유로파 리그나 경기 수가 늘어난다라는 점에 있어서는 비슷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사정이 달랐는데 시즌 개막하자마자 유로 2012 예선이 함께 진행 되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한층 커진 상태였다. 유로 2012의 자국 대표로 소집되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지만 리버풀의 주축 선수들 대부분은 자국의 대표로 소집되었기에 대부분 체력적으로 힘들어 했다. 스티븐 제라드, 다니엘 아게르, 글렌 존슨, 마르코 로이스, 디르크 카윗, 호세 레이나, 마틴 스크르텔, 데이빗 장까지 베스트 11, 혹은 주전급으로 분류되는 선수 중 8명이 차출되니 사실상 전원이 차출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몇몇 선수는 경기에 많이 나서지 않았으나 장시간 비행으로 컨디션이 저하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말이다.

"앞으로 FA컵의 상위 라운드도 진행될 것이고, 리그컵도 시작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되겠군요."

듣고 있던 코치도 난감하긴 매한가지라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국가 대표 경기가 많이 몰려있는 시즌은 이게 힘들었다. 빅 클럽들의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국 국가 대표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출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월드컵, 유로2012,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아시안컵, 코파아메리카 등 국제 대회는 수도 없이 많았고 국가 대표를 많이 보유한 클럽일 수록 차출 문제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지."

달글리시 감독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선택과 집중이란 결국 주력 선수들을 내보낼 대회와 급이 떨어지는, 로테이션, 혹은 후보 레벨의 선수로 치를 경기를 구분한다는 뜻이었다. 맨체스터 시티처럼 후보 선수가 후보가 아닌 수준이라면 몰라도 대다수의 팀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주력으로 임할 경기와 비중을 낮추고 치르는 경기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가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보강을 괜찮게 했다고는 하지만 기존에 있던 선수들을 많이 정리하기도 했잖아. 베스트 11의 질은 확실히 올라갔다고 자부하네. 거기에서 교체 멤버 몇 명까지는 베스트 11과 큰 차이가 없어. 하지만 스쿼드의 본질적인 두께는 절대 두껍다고 할 수 없지. 오히려 우승 경쟁을 해야하는 다른 팀들에 비해서 얇다고 볼 수도 있어."

리버풀의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자리에 함께하고 있던 스탭들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굳이 리버풀의 내부 사정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이들이 아니라고 해도, 리버풀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은 마음은 나도 있지만 말야, 현실적으로 우리는 인정해야 해.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니까 욕심을 부렸다가는 잡을 수 있는 우승컵도 날려버릴 수 있어. 무리시켰다가 핵심 선수들이 부상이라도 당해 보라고. 그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을거야."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달글리시 감독, 모든 팀들이 시즌을 치를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상대 팀이 아니라 부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죠...우리 팀의 선수들 중에서 내구성이 검증된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요."

골키퍼로 나서는 호세 레이나, 철인 같은 제이미 캐러거나 디르크 카윗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내구성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잔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들이 많은 리버풀이다. 그나마 캐러거는 나이가 들며 점점 노쇠화 기미를 보이고 있었고 캡틴이자 팀의 핵심 스티븐 제라드는 고질적인 사타구니 부상이 언제 재발할 지 몰랐다. 최강의 볼 탈취율을 자랑하는 루카스 레이바는 이곳 저곳 잔 부상이 많은 선수였다. 핵심 공격수 데이빗 장은 아직 풀 타임 시즌을 소화해 본적이 없어서 무조건 건강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루이스 수아레즈나 마르코 로이스는 이전 팀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내구성을 보였지만 겨울 휴식기가 없는 지옥의 레이스 프리미어 리그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여부는 불안요소였다. 이들이 모두 한 시즌을 건강하게 치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획을 짜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었다. 팀을 이끌어 가는 이들이라면 최악의 상황도 고려할 줄 알아야 했다.

"그렇습니다. 아쉽지만 시즌 구상 단계에서 정했던 대로..."

"칼링컵과 FA컵은 우선 순위를 낮추는게 현명하겠죠."

"리그가 최 우선이야. 다른 무엇보다도 집중해야 할 것은 리그라고. 우리는 지금 20년이 넘도록 리그 우승컵을 보지 못했어. 저 망할 맨유 녀석들이 어느새 19회 우승을 할 동안 한번도 못했단 말야. 최우선적으로 일단 우승 횟수부터 맞추어야 하지 않겠나. 그 다음은 챔피언스 리그야. 다행히 지난 원정 경기에서 3 대 1로 승리를 거뒀으니 조별 리그는 출발이 괜찮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리버풀은 아직 모든 대회를 석권할 만한 힘이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차선을 찾아야 했다.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니까, 빅클럽들은 대부분 우리와 비슷하게 운영하지 않나. 우리 팀의 리저브, 로테이션 멤버는 어지간한 중, 하위권 팀들 상대로는 충분히 할만 하지."

리그 우승컵이 매번 비슷한 팀들, 소위 말하는 빅클럽들의 전유물이 된 것과 달리 FA컵이나 리그컵은 이변이 종종 나오곤 한다. 그 이유로는 토너먼트 대회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빅클럽들이 상대적으로 순위를 낮게 배정하여 소위 급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리그 우승, 혹은 리그 성적으로 유럽 대항전에 나갈 확률이 애매하거나 힘든 팀들은 FA컵에 목숨을 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리그전에 비해서 컵 대회에서 유독 이변이 많이 나오곤 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아무래도 보강을 좀 해야하지 않을까요?"

로테이션 수준으로 쓸만한 자원 몇명이 있다면 확실히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한 코치가 이야기했다.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스카우트 부서들이 상당히 바쁘게 일하고 있네. 나도 단장과 얼마전에 미팅을 하기도 했고 말야. 하지만 이적 시장에서 어떤 성과가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리고 겨울 이적 시장은 아직 한참 많이 남았어. 일단은 새로운 선수 영입에 대해서는 잊어 버리자고. 그보다는 리저브 선수들의 현황에 대해서 듣고 싶군."

리버풀 리저브 팀의 전반적인 전력 분석을 담당하는 스카우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을 시작했다.

"먼저, 파비오 아우렐리우의 부상 및 재활은 순조롭게 진행된 상태입니다. 다만 경기 감각이 상당히 떨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니 리저브 팀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이 스피어링은 흠 잡을 데 없는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어 리그에 적응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한 로테이션 감, 혹은 그 이상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단 핸더슨이나 찰리 아담이 있긴 하지만...미드필더 자원도 완전히 풍족한 것은 아니니 환영할만한 소식이군."

"그런데 그는 이전에도 퍼스트 팀에서는 무거운 움직임을 보여 왔는데요, 냉정한 이야기지만 큰 기대를 안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정적인 의견, 하지만 아예 무시할 수 없는 가능성이기도 했다. 만약 이번 시즌에도 리버풀의 경기 레벨에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스피어링은 슬슬 다른 팀을 알아 봐야 할 것이다. 젊은 선수지만 그보다 더 어린 대체 자원도 가지고 있었고 내년이면 이제 마냥 어린 나이라 볼 수도 없었다.

"뭐...그거야 그럴수도 있지만, 아직 젊은 선수니까 발전 가능성도 열어 두어야겠지. 앞으로 더욱 빡빡해 질 일정을 생각한다면 자원은 많을 수록 좋아."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이 받은 차트에 제이 스피어링의 이름을 체크해 놓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이런 선수들을 시험해 볼 시간은 많았다.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한다면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했다.

"공격수 중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들이 없나? 우리 공격수들이 아주 잘해주고 있고 어느 정도 관리를 해주고 있지만 중요도가 떨어지는 시합을 맡아 줄 만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달글리시 감독의 질문에 스카우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달글리시 감독은 그 표정만 보고도 대충 답을 알것 같았다.

"아예 없지는 않습니다만..."

생략된 말이 어떠한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다들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우리 리저브에서는 공격수의 성장이 더딘 것 같네요..."

리저브 담당 감독과 코치가 참석하지 않은 자리였기에 아쉬운 듯 중얼거리는 코치 한명, 그는 곧 타박을 받아야 했다.

"이봐, 다른 팀들이 들으면 욕할거야."

"데이빗이 나왔는데 욕심이 너무 과한 것 같네요."

"마이클 오웬 이후로 대충 10년 만인가요? 10년에 한 번 월드 클래스의 공격수를 배출하는 리저브라면 충분히 차고 넘치는 것 같네요."

"맥마흔 감독이 들었으면 섭섭해 했을거야. 그 영감님 아직도 성질 여전하시다고?"

"오히려 미드필더 자원이 아쉬우면 더 아쉽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스티븐 이후에 확실히 정착한 친구가 없잖아요?"

리그에서 제일 잘나가는 공격수를 배출한 리저브 팀이 공격수의 성장을 못 시킨다? 세상의 모든 리저브 팀 코치진들이 '무능력해서 죄송합니다'란 유서를 쓰고 자살이라도 해야 할 소리였다.

"......"

장난스러운 면박이 날아오자 말을 꺼낸 코치는 얼굴이 벌개진 채 숙여야했다. 사람들도 그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기 보다는 지금 상황이 아쉬워서 자신도 모르게 흘린 말이었음을 알기에 더 큰 타박없이 넘어갔다.

"공격수들의 부하를 줄이려면 현재의 4-3-3 포메이션과 함께 4-4-2 포메이션을 병행하면 어떻겠습니까? 우리 팀 선수들은 4-4-2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스티븐과 디르크, 마르코는 측면 미드필더도 수행 가능하고 찰리 아담도 가능합니다."

"좋은 생각이야. 투 톱 전술 훈련도 그동안 진행해 왔으니 해 볼만 할거야."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훈련을 마친 데이빗이 샤워실로 움직이며 궁금한 점이 있다했고 함께 가던 제이미 캐러거가 고개를 돌려 받아 주었다.

"음 뭐가 궁금하신가?"

"우리 훈련 때마다 하는 거 있잖아요."

"그래 훈련은 늘 하지. 근데 뭘 말하는 건데?"

"손으로 하는 축구요, 오늘도 했잖아요. 럭비하고 비슷한 거."

리버풀 구단의 독특한 훈련 방법, 손으로 하는 축구에 대해 질문하는 데이빗, 예전 로이 호지슨 감독이 부임하고 잠시 사라졌던 훈련법이었지만 달글리시 감독이 팀을 맡으며 다시 부활했다. 데이빗도 꾸준히 소화하고 있는 훈련이었지만 가끔은 이 훈련이 정말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었다.

"아 난 또 뭐라고. 왜, 그거 하기 싫어?"

웃으며 되물어 오는 캐러거, 데이빗은 고개를 저으며 그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싫은 건 아니에요. 오히려 재미있어요. 근데 우리는 공을 발로 차는 게 직업이잖아요."

"으흠, 그러니까 요는 발로 공을 다루는 연습을 더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거지?"

캐러거의 깔끔한 정리,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는 뜻을 전했다.

"잠시만, 전에 분명히 들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고개를 갸웃하며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돌리려는 캐러거, 데이빗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너무 옛날 일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가...켁."

바로 이어지는 응징, 캐러거는 씩 웃으며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었다. 물론 그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민첩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발이 자유로우니까 좀 더 창조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이렇게!"

팔을 묘하게 꼬며 데이빗의 배를 때리는 캐러거, 그의 설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럭비하고 비슷한 만큼 좀 더 파워풀한 몸싸움을 연습할 수 있지. 이.렇.게!"

어깨로 강하게 데이빗을 밀어 붙이는 캐러거, 데이빗은 비명을 지르며 항복해야 했다.

"스톱! 스톱! 알겠어요! 알겠다구요!"

배와 어깨를 문지르며 데이빗은 캐러거를 쏘아 보았다.

"그냥 알려줘도 충분했잖아요. 굳이 몸으로 알려줄 필요 따윈 없었는데!"

데이빗의 항의, 그리고 가벼운 묵살.

"자업 자득이야."

============================ 작품 후기 ============================

-와 이분들

-독자는 기뻐했다니

-흥

-올라온 댓글에 답변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126편 댓글에서// 이번화 주요내용이랑 철밥통 그리고 하드게이 부분까지 낫너츠님 패배로부터..글이랑 완전히 겹치는데요 인용이라고 표시는해야되지 않을까요 스포츠물이니 그럴수있다해도 하드게이포르노 부분은 일반적으로 흔히 쓰이는 부분이 아닌데 설마 낫너츠님 본인은 아니실테고?

답변 드리자면, 애초에 스포츠 세계에서 스카우트가 대형 선수 하나 발굴하면 철밥통 되는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요, 이걸 단지 저보다 먼저 글에 썼다고 해서 제가 인용한게 되는 건 좀 아닌거 같아요. 이런 논리라면 모든 스포츠 소설은 결국 먼저 쓴 사람 글을 도용한 거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맹세코 그러진 않았네요. 하드게이포르노란 단어도 이 단어가 애초에 그분이 만드신 설정이나 용어라면 모르겠지만요. 제가 이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분 글을 인용했다는 논리는 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네요.

비슷한 내용이 나왔으니 오해하실수도 있다는 건 이해합니다만 무조건 이거 도용아냐? 표절 아냐는 식으로 댓글을 다시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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