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130화 (13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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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 0 : 리버풀 2

득점자: 데이빗 장 '7 , 데이빗 장 '49

이 기록만 놓고 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데이빗 장이라는 선수라 생각할 것이다. 경기에서 나온 모든 골을 책임지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골을 넣은 선수를 주목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고 실제로 데이빗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이 경기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많은 이들은 골을 넣은 데이빗 장 대신에 공격 포인트는 단 하나도 없는, 디르크 카윗이 지배하는 경기라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음지에서 활약하는 히어로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었고 팀의 밸런스를 책임지고 있었다.

"디르크가 완전히 날아다니네요."

스티브 클락 수석코치는 편안하게 경기를 관전 중이었다. 아직 후반전은 30분 이상 남아 있었기에 2골차는 여유로운 점수차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경기 내용은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흐름이었다.

"저 친구야 언제나 제 몫은 해주는 친구지만, 오늘은 정말 특별하군."

달글리시 감독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감독 입장에서 디르크 카윗같은 선수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윙어, 미드필더까지 소화 가능했고 팀 플레이에 최적화된 선수가 디르크 카윗이었다. 스티븐 제라드, 그리고 리버풀의 신인 공격수 3인방이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언제나 묵묵히 그들을 뒷받침하며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카윗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하는 양반들 치고 저런 선수 싫어하는 사람 없지. 화려한 선수는 없어도 팀이 존재할 수 있지만 팀 플레이가 안되는 팀은 이길 수 없어."

그와 같은 나라 출신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는 그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 할 정도였다.

'카윗을 보유하고 있는 감독은 신의 축복을 받은 감독이다. 그가 있다면 어떤 전술이든 실현 가능하다.'

자국 출신 선수라 좀 더 후한 평가를 한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그만큼 팀 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그렇죠, 저 친구의 헌신적인 움직임 덕분에 데이빗이 약한 수비력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반대 사이드를 헤집고 다닐 수 있는 거니까요."

리버풀의 이번 시즌 주요 포메이션은 4-3-3이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왼쪽 윙 포워드로 출전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데이빗 장이었다. 리버풀은 이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이 아쉬운 선수를 위해 볼 탈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루카스 레이바에게 데이빗의 커버를 중점적으로 볼 것을 지시했다. 오른쪽에 디르크 카윗이 뛸 경우에는 약간 과장해서 이야기 한다면 루카스는 오른쪽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 수준으로 왼쪽 공간 커버에 주력했다. 워낙 열심히 뛰고 수비 가담이 좋은 카윗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첫 번째 골은 자기 희생의 극치였지. 어떤 공격수가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몰고 가 놓고 미련 없이 동료들의 뒤에서 그들의 뒤치닥거리만 하겠나? 두 번째 골도 그래. 우리 진영에서 상대의 코너킥을 최종 수비수들과 같이 클리어 한 이후에 바로 속공에 참여했지? 비록 어시스트에는 기록되지 못했지만 그가 전력으로 전선에 합류해 준 덕분에 상대 수비가 한 명 그에게 붙을 수 밖에 없었잖아. 그래서 수아레즈와 데이빗 쪽에 공간이 넓어졌고 그들이 끝내 버렸지."

"아무래도, 마르코의 영입이 좋은 자극이 되었던 걸까요?"

클락 수석 코치의 질문, 달글리시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아예 연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말야, 저 친구는 언제나 저래 왔지 않은가. 자신의 자리가 확고하다고 해서 덜 뛰고, 위기감을 느낄 때 열심히 뛰는 그런 선수가 아니야. 언제나 한결 같지."

코칭 스탭들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카윗의 존재감은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고 있는 선수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있어줬으면 하는 곳에는 늘 금발을 휘날리며 달리는 그가 보였고 여기다 싶은 곳에서도 항상 그가 있었다. 데이빗은 그런 카윗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오늘 디르크 씨, 진짜 장난 아니네.'

평소에도 헌신적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컨디션이 최고조인 느낌이다. 자신과 언제나 짖궂은 장난을 치며 스스럼 없이 지내는 사이였지만, 데이빗은 그가 얼마나 프로페셔널한 선수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헌신적으로 경기장을 누비는 동료가 경기장을 떠나기 전에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억지로 만들려고는 하지 말자. 자연스럽게, 하다가 안되면 할 수 없고.'

오늘 자신은 벌써 두 골이나 넣었다. 해트트릭 욕심?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미 이번 시즌에 해트트릭을 1회 기록했기에 크게 아쉽지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이 두 골을 몰아 넣는데 많은 도움을 준 동료에게도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안되면 내가 넣고, 그것도 안되면 다른 사람한테 열어 주지 뭐.'

골을 넣고 하는 사람은 많았다. 언제나 승부욕 하나 만큼은 팀 내 최고인 수아레즈는 자신이 두 골을 넣자 은근히 자신도 넣고 싶다며 욕심을 보였다. 사실 수아레즈에게도 이번 경기에서 몇 번 괜찮은 찬스가 있었으나 마무리가 조금 부족하여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꼭 골을 넣고 싶다는 의욕을 보였고 데이빗에게 은근히 찬스를 만들어 달라고 어필했던 것이다.

'루이스는 평소에도 골 많이 넣으니까. 오늘은 이왕이면 디르크를 노려보자.'

본인이 골을 제일 많이 넣고 있다는 자각은 없는 지 그렇게 마음을 정한 데이빗이다. 이미 두 골을 넣었기에 자신에 대한 상대의 경계심은 최고조, 하지만 어시스트를 보고 있다면 더 괜찮은 상황이다. 세상 어떤 공격수라도 두 골을 넣은 상황이라면 열이면 열, 해트트릭을 노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팀에서도 해트트릭을 앞둔 공격수는 교체를 잘 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선수들이 기회를 양보해주는 식으로 밀어주기도 한다. 데이빗은 사인을 보내며 자리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위치?'

제라드와 카윗은 데이빗이 보내는 사인을 확인했다. 자신이 오른쪽 사이드로 이동하겠다는 신호, 제라드와 카윗은 조금 의아한 기색이었다. 스위칭은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면서 진행해야 효과적이다. 그래야 마크하던 수비수들의 시선이 분산되고 혼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리버풀의 포백 라인이 공을 돌리고 있는 지공 상황에서 단순히 자리를 바꾸는 식의 스위칭은 큰 의미가 없었다. 굳이 지금 스위칭을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그에 맞춰 연동해 주는 제라드와 카윗이다.

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

이미 동료가 먼저 사인을 내고 움직였다. 완전히 꼴통같은 행동만 아니라면 그에 맞춰 움직여 줘야 했다. 그에 대한 복기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만약 신호를 무시하고 자리를 지킨다면 오히려 팀의 포메이션이 망가져 버리고 만다. 누가 먼저 움직여도 그에 맞춰 팀이 움직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엇차, 오른쪽 사이드는 오랜만이네."

만족스럽게 자리가 교체되었다. 대부분의 경기를 왼쪽 사이드, 아니면 중앙에서 뛰었기에 같은 그라운드라도 조금 느낌이 달랐다. 이제 막 교체 투입되어 들어온 느낌? 데이빗은 씩 웃으며 디르크 카윗을 마크하던 수비를 바라 보았다. 지칠 줄 모르고 날뛰던 카윗을 마크하느라 호흡이 거칠어 보였다. 아마 카윗과 완벽히 다른 스타일의 자신을 마크하려면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데이빗은 상대 수비를 등지며 패스를 요구했다.

'일부러 등을 졌다고? 왜...? 아하!'

포백 라인이 안전하게 돌리던 공을 건네 받은 조단 핸더슨은 의아한 기색이었지만 곧 그의 의도를 눈치챘다. 상식적으로 저 위치에서 포스트 플레이를 하려고 드는 건 말이 안되었다. 그렇다면 선택지가 좁혀졌다. 몇 경기를 같이 뛰며 핸더슨은 데이빗이라고 하는 공격수의 장점과 플레이 스타일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땅볼로, 강하게.'

데이빗의 몸 중심이 아닌, 왼발을 보고 강한 땅볼 패스를 보내는 조단 핸더슨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이스 패스!'

아직 호흡을 맞춰본 지 얼마 안된 선수라 자신이 원하는 패스를 제공해 줄 것인지 의문이긴 했다. 그랬다면 조금 더 수고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겠지만 다행히 센스가 괜찮은 조단 핸더슨은 자신의 의도를 눈치챈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자신의 '왼발' 쪽에 맞춰서 땅볼로 깔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데이빗은 만족했고 이제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알았다.

데이빗은 왼발을 뻗었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상반된 두 동작, 그를 마크하던 수비는 1차적으로 혼란이 왔다. 그리고 공을 킵할 것처럼 뻗었던 왼발이 공을 그대로 흘려 버린다. 그 타이밍에는 이미 데이빗의 몸은 오른쪽으로의 반전을 마쳤고 왼발로 흘린 공은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굴러가기 시작했다. 마치 빈 공간으로 찌른 스루패스와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공격수와 수비수간의 순수한 주력 싸움이었다.

"빌어먹을!"

제레미 모엘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참으며 달렸다. 전반 내내 고릴라 같은 녀석에게 시달리느라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후반에도 사람 같지 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금발의 고릴라는 자신이 잠깐이라도 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거기에 팀은 2골을 내준 상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맛이 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왼쪽 사이드에 있던 요주의 인물이 자신의 쪽으로 왔다. 무슨 짓을 하려고 여기로 기어 왔나 싶더니만 갑자기 공을 흘리고 뛰쳐나가 버리는 모습에 욕이 절로 나왔다.

'차라리 발재간이라도 부렸으면 파울로 끊어 버리는 건데!'

자신들의 홈 경기인 만큼 파울에 상당히 관대한 경기였다. 그래서 저 빌어먹을 놈이 자신을 두고 기술을 뽐내려 든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발을 걸어 그라운드에 자빠지게 만들 작정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유니폼을 잡아 당길 상황도, 발을 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공은 이미 저 앞으로 굴러갔고 상황은 간단해졌다. 더 빨리 도착하는 사람이 저 공의 주인이 된다. 다리가 풀리기 시작한 그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역시 자신은 데이빗이 공을 낚아채는 뒷모습 밖에 볼 수 없었다.

'우리 팀의 18번(카윗)을 마크하고 나서 날 따라올 수 있을리 없지.'

데이빗은 자신보다 한 발 이상 떨어져 나가버린 상대 수비를 확인하고 혀를 찼다. 자신의 생각보다 상태가 더 안좋아 보였다. 그래도 자신의 생각보다 더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나쁜 일은 아니었다.

사이드 라인을 쭉쭉 타고 달린다. 마음 같아서는 중앙 쪽으로 치고 들어가며 좀 더 혼동을 주고 싶었다. 중앙으로 대각선 돌파를 시도한다면 열이면 열, 모두 슈팅을 경계할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상대 중앙 수비가 자신을 사이드로 몰아 내기 위해 커버가 붙었고 데이빗은 그를 달고 달릴 수 밖에 없었다.

'한 명 이끌어 냈으니 충분해.'

박스 내 수비를 책임져야 할 중앙 수비 2명 중 1명이 자신에게 붙었으니 확률이 높아졌다. 이제는 자신이 정확한 킥만 구사하면 된다. 데이빗은 달리던 탄력을 죽이지 않고 그대로 크로스를 시도했다.

마치 클래식 윙어처럼 깔끔하고 날카로운 러닝 크로스였다. 데이빗은 공에 발이 닿는 순간 완벽하게 자신이 의도한 대로 킥이 이루어졌음을 직감했다. 인프런트에 강하게 걸린 공은 날카로운 궤적으로 데이빗이 머릿속에 그렸던 궤적을 그대로 쫓아갔다. 루이스 수아레즈와 상대 수비수가 머리에 맞추기 위해 점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하지만 이 공은 그들을 위한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간 공은 완벽한 프리 상태로 떠오른 금발의 남자에게 정확히 도달했다.

'자식, 시키지도 않은 기특한 짓도 하고 말이야.'

카윗은 가끔, 아니 종종 팀 동료들에게 무식하단 소리를 듣곤 했다. 하지만 그는 눈치가 없진 않았는데 그는 데이빗이 일부러 자신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었음을 눈치챘다. 굳이 사이드 라인 돌파를 택했을 때 말이다. 저 재간 좋은 녀석이 진지하게 본인의 골을 노리려 했다면 분명 중앙으로 치고 왔을 것이 분명했다. 상대 수비의 마크? 그가 마크가 없는 경우는 열에 아홉은 스스로 제쳐냈을 때다. 한 명 정도의 수비수는 그에게 큰 부담을 주지 못한다.

'해트트릭이나 노려볼 것이지.'

속으로 궁시렁거려보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해트트릭보다 자신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마음 씀씀이가 더 고마웠다.

'이걸 못 넣으면 사람이 아니지. 쪽 팔려서 얼굴 들고 경기장을 나가지도 못 할거야.'

마크도 없이 혼자 뛰어 오르는 상황, 이걸 못 넣으면 해외 토픽감이라 생각하며 카윗은 날아 오는 공에 머리를 맞췄다. 그리고 역시나 그물을 출렁이는 공을 보고 카윗은 기분 좋게 손가락으로 검은 머리의 동료를 가리키며 달려갔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카윗 스페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선수였어여

-해트트릭 해봤으니 양보한다는 데이빗

-건방진...

-수아레즈: 나는??

-오늘 제 방 대청소를 했더니 피곤해 죽겠네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규모

-이사가는게 더 편했을 지도...

-방이 넓어지는 기적

-방이 좁으면 청소를 하세요

-너만 그래...

-그럼 즐감하세요. 추천, 선작, 코멘, 쿠폰 모두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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