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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개막전이다. 다들 시즌이 빨리 시작하길 기다렸을거야. 그렇지 않나?"
8월 13일, 2011-12 프리미어 리그의 개막일이다. 리버풀은 안필드에서 선덜랜드를 상대로 홈 개막전을 치르게 되었다. 3달 동안 비어 있던 안필드는 당연한 것처럼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찼고 리버풀의 승리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이번만큼 시즌 개막이 기다렸던 적이 없어요."
언제나 유쾌한 부주장 캐러거가 주먹을 팡팡 치며 의욕을 드러냈다. 과묵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달글리시 감독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나도 그랬으니까. 빨리 모두에게 우리 팀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고. 소풍가기 전날 아이처럼 설레었단 말일세."
자신의 팀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달글리시 감독의 말, 선수들은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럼 오늘 선발 명단을 발표하도록 하지. 골키퍼는 페페, 자네가 맡아주도록. 언제나처럼 선방, 그것 하나만 기억하면 되네."
"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거죠."
"믿고 있지."
씩 웃으며 엄지를 들어 올려준다.
"왼쪽 풀백은 엔리케가 나간다. 오늘이 정식으로 콥들 앞에서 인사를 하게 되는 날이군. 뉴캐슬에서 보여준 자네의 능력이라면 충분해. 자네의 능력을 보여주라고."
"물론입니다."
"센터백은 마틴과 캐라, 둘이 서도록. 상대에게 슈팅을 쉽게 주지 말도록 해. 강인하게 밀어 붙여. 저들이 우리 페널티 박스에서 숨도 못쉬게 만들란 말이야."
"저 친구들은 오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자신감 넘치는 대답.
"오른쪽 풀백은 언제나처럼 글렌이 맡아주면 되겠네. 자네에겐 크게 할 말이 없군. 알아서 잘해주니 나로서는 참 편해."
은근히 띄워주는 감독의 말에 만족스러운 듯 씩 웃는 글렌 존슨이다.
"미드필드는 캡틴, 레이바, 아담 셋이 나간다. 레이바는 포백 앞에서 상대를 저지하고 공격의 1차 기점 역할을 수행해 주도록 해. 아담은 레이바가 빼낸 공을 전방으로 연결하면서 최대한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었으면 좋겠군. 캡틴은 우리의 모든 플레이를 지휘해줘. 언제나 그랬듯 말야."
살짝 목이 마른지 물을 한모금 마시고 마지막 공격진을 발표하는 달글리시 감독이다.
"데이빗, 루이스, 마르코가 공격진을 꾸려주면 되겠네. 데이빗이 왼쪽, 루이스가 중앙, 마르코가 오른쪽이지만 활발히 스위칭하며 상대를 혼란시키라고. 양 사이드에 위치한 친구들은 사이드 라인 돌파보다는 중앙쪽으로 돌파하거나 연계하도록 해. 알겠지?"
"걱정 마시죠."
달글리시 감독이 생각하는 최선의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서게 된 리버풀이다. 이적 시장을 통해 영입한 뉴 페이스 3명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디르크 카윗 대신 마르코 로이스를 선발 출장 시키며 공격력의 극대화를 꾀한 것이 특징.
"벤치에 있는 친구들은 너무 실망하지 말도록. 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고 언제라도 여러분들의 힘은 반드시 필요할 거야. 그게 오늘이 될 지도 모르지.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도록. 알겠나?"
"물론이죠."
달글리시 감독은 만족한 듯 씩 웃으며 선수들을 둘러 보았다. 이제 나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 늘 있는 일이지만 언제나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 오늘도 우리의 승리를 바라고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워 주었다고. 이 팬들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야겠나?"
너무나 쉬운 질문,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 입을 모았다.
"승리죠. 이기는 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겁니다."
우문에 현답, 하지만 달글리시 감독의 고개가 저어지고 선수들의 눈에 살짝 의아함이 감돌았다. 달글리시 감독은 강렬한 눈빛으로 선수들을 응시하며 단호하게 외쳤다.
"맞아. 하지만 승리라고 다 같은 승리가 아니야. 나는 리버풀이 진정으로 위대한 승리자가 되길 원한다! 내가 원하는 건 더욱 더 큰 승리야. 올 시즌 난 우리 팀의 위에 단 한 순간이라도 다른 팀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어. 더 많은 골, 두 골을 넣으면 세 골을 노리고 네 골을 넣으면 다섯, 여섯번 째 골을 노려. 우리는 올 시즌 모든 면에서 완벽한 팀이 될거야! 자신 없는 친구가 있으면 지금 말하라고!"
"오오!"
완벽히 선수들의 의욕을 자극하는 달글리시 감독, 수아레즈는 크게 웃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고 데이빗은 마르코 로이스와 함께 하이 파이브를 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시간이 됐군. 가자. 오늘 우리는 리그 1위가 되고 이것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변함이 없을 거다."
"그러고보니."
경기장 입장을 기다리는 선수들, 갑자기 생각 났다는 듯 제이미 캐러거가 손바닥을 친다.
"뭐가? 무슨 일인데?"
"분명 예전에...2009년인가 그때, 우리 팀이 그 거지같은 풍선 때문에 골을 먹고 졌던 게 선덜랜드 아니었어?"
"아."
"맞아. 선덜랜드였지. 왜 그게 이제야 생각난 거지?"
별로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으나 긴 시간이 흘렀기에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그때 우리 팀 나름 괜찮았었는데, 그 경기 이후 분위기 완전 개판됐었잖아."
"심판이 미친거야. 경기장에 풍선이 돌아 다니는데 정리도 안하고 뭐한 거래."
"이봐, 내가 그때 선심한테 계속 저거 좀 치워 달라고 어필을 했었거든? 근데 사인을 못본 건지 경기가 진행됐고 바로 골을 먹어 버렸다고. 진짜 얼마나 짜증나던지."
"뭐 지난 일이니까. 오늘 이겨서 그 기억도 이제 싹 날려 버리자고."
We waited a long time!
-우리는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저 걸개가 보이십니까? 리버풀 팬들은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들의 염원이 지금 저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들은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들은 승리자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리버풀 지역 해설자는 격앙된 어조로 외쳤다. 그들도 리버풀 FC에 대한 애정이 작지 않았기에 그동안 실패로 점철된 리버풀의 시간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번 시즌이야말로 그 어느때보다도 왕좌를 차지할 적기라는 것을 알았다.
[개막전부터 최선의 전력으로 나서는 리버풀입니다. 제가 리버풀을 해설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제가 본 리버풀 중 가장 강해 보입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겠습니다만, 저도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약점으로 지목된 부분을 충분히 보완했고, 전술적인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맞서는 선덜랜드 AFC의 라인업입니다. 골키퍼에 미뇰렛, 쓰리 백에 바슬리, 웨스 브라운, 안톤 퍼디난드, 미드필더로 리차드슨, 라르손, 캐터몰, 콜백, 엘모하마디, 그리고 공격수로 세세뇽과 기안이 나섭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키어런 리차드슨과 웨스 브라운이 공수의 핵으로 꼽히는 팀입니다. 그리고 벤치 대기 명단에 사우스 코리아에서 온 동-원-지가 보이네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과 같은 나라 출신이죠.]
[박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라는 점을 빼면 완벽한 선수죠. 그러고 보니 프리미어 리그에 점점 아시아 출신의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의 축구는 날이 갈 수록 발전하고 있죠. 조만간 더욱 더 많은 아시아 출신의 선수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리버풀로서는 선덜랜드의 키어런 리차드슨과 스테판 세세뇽을 이용한 역습을 조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곳 안필드에서 승점 1점만 얻어도 성공적인 경기를 치렀다고 평할 수 있기에 수비에 중심을 둘 거라 예상할 수 있겠죠.]
똑똑
"들어 오게나."
"실례하겠습니다. 내일 개막전 준비와 관련해서...아, 경기를 보고 계셨습니까?"
"아, 자네도 보겠나?"
"아뇨,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요? 내일 우리 팀의 경기가 있는데."
"내일 상대를 경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더 이상 손댈 곳이 없을 만큼 준비했다는 것은 확실하지."
"퍼거슨 경의 말씀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남자의 말에 풍채 좋은 노인은 씩 웃으며 자신의 맞은 편 차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인상 좋아 보이는 이 노인이야말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의 작위를 받아 자신의 이름 앞에 Sir를 붙이는 유일한 감독, 세계 최고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경이었다. 머리가 벗겨진 남자는 더 이상 빼지 않고 순순히 자리에 앉았다.
"리버풀의 개막전이군요. 상대는 선덜랜드였죠?"
"그래 마이크, 내가 왜 굳이 저 우리와 사이가 더럽게 안좋은 동네 팀의 경기를 지켜보는 지 알 것 같나?"
마이크라 불린 남자, 정식 명칭은 마이클 크리스토퍼 펠란,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 코치를 맡고 있는 명장 알렉스 퍼거슨 경의 오른팔이었다. 자신이 아는 이 위대한 명장은 결코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고 의미 없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올 시즌, 우리의 20번 째 우승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보신 거겠죠."
"정확하네."
가볍게 박수를 치는 모습이 유쾌하게 보일 법도 했으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시끄러운 이웃이 최근 아주 만만치 않게 강해졌지. 그들도 우승을 노릴 충분한 전력을 갖췄어. 아마 올 시즌 만큼 치열한 우승 다툼이 벌어질 시즌은 없을거야."
같은 맨체스터 지역 팀인 시티까지 거론하며 골치가 아프다는 듯 살짝 인상을 찌푸린다.
"그렇죠. 시티는 실제로 두 팀으로 나누어도 둘 모두 유럽 대항전에 나갈 만큼의 힘이 있죠."
"그 망할 놈의 더블 스쿼드는 끔찍하지. 긴 리그에서 그들의 두께는 정말 위협적이야. 단순히 두껍기만 한게 아니라 강한 선수들이 많다는 게 더욱 끔찍하고 말야."
까다롭다며 투덜대는 퍼거슨 경, 하지만 눈은 TV 화면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하지만 내 머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팀은 그들이 아냐. 바로 저기, TV에 나오고 있는 저 팀이라고."
"오..."
퍼거슨 감독의 말을 듣기라도 한듯, 리버풀이 날카로운 공격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윙 포워드로 나선 마르코 로이스가 상대 수비의 압박을 가볍게 피해 중앙으로 돌파하기 시작했다. 균열의 시작, 아직은 크지 않은 미묘한 균열이었지만 이는 불과 수초만에 커져 선덜랜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게 되었다.
상대 수비를 끌고 움직이던 수아레즈와 마치 크로스가 되듯 움직이는 로이스, 그리고 수아레즈의 마크와 로이스에 대한 마크로 선덜랜드 수비진의 균열은 더욱 더 커져버렸고 뻔히 보이는 틈을 파고 드는 검은 머리의 선수가 있었다. 자신이 원했던 장면이 바로 이것이었다는 듯 마르코 로이스는 지체 없이 가볍게 공을 찍어 페널티 박스 안으로 투입했고 검은 머리의 선수, 데이빗 장은 가볍게 점프하며 공을 가슴으로 받아 냈다. 그리고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전에 발등으로 강하게 쏘아 냈다.
[골! 리버풀의 이번 시즌 첫 골이 전반 8분만에 터집니다! 2011-12 프리미어 리그의 첫 골이기도 합니다. 골의 주인공은 바로 데이빗 장! 역시 이 선수가 해냅니다!]
[와우! 리버풀의 새로운 삼각편대의 완벽한 하모니였어요. 정말 멋진 골이 터졌습니다.]
[데이빗 장! 손을 들어 마르코 로이스를 가리키며 달려갑니다. 멋진 패스를 보내 준 동료를 잊지 않는 군요!]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겠습니다. 먼저 1차적으로 마르코 로이스가 중앙 지역으로 돌파하는 것을 저지하지 못한 게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중앙 공격수 수아레즈의 움직임에 너무 현혹되었어요! 필연적으로 중앙에 구멍이 뚫릴 수 밖에 없고 데이빗 장이 저런 빈틈을 놓칠 공격수가 아니죠!]
[마르코 로이스의 패스 또한 완벽했습니다. 가볍게 찍어 차 뒷 공간을 파고 드는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전달했죠. 완벽한 작품입니다!]
해설자들의 흥분된 목소리가 퍼거슨 경의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퍼거슨 감독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검은 머리 친구는 지난 시즌보다 더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구만. 저 친구가 제일 문제긴 한데, 저쪽 공격진은 정말 너무하는군. 심지어 셋 다 다재다능하기 때문에 스위칭을 누구와도, 아무때나 할 수 있어 보여."
저건 반칙이야 라고 중얼거리는 게 여간 골치가 아픈게 아닌 것 같았다.
"확실히 지난 시즌에는 보기 힘들었던 득점 패턴이군요. 보통 왼쪽에서 데이빗 저 친구의 돌파가 리버풀 공격의 1옵션이었죠. 저 친구가 공간을 만들고 해결하거나 다른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다른 쪽에서 비슷한 작업을 해준다면 정말 골치 아프겠습니다."
"공격진 만큼은 프리미어 리그 최강이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야."
마이크 펠란 수석 코치의 감상에 퍼거슨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 이렇게 골머리를 썩고 있었으니 말이다.
"리버풀만 아니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입했을텐데 말이야."
딱 자신이 원하는 취향, 그대로의 선수였다. 보통 감독이 선수 영입에 전권을 갖는 일은 드물었으나 퍼거슨 경은 달랐다. 그는 구단의 재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원하는 선수를 마음대로 영입할 권한이 있었다.
"리버풀의 구단주, 단장, 감독이 모두 치매라도 걸린다면 가능하겠습니다만..."
마이크 펠란 수석 코치도 데이빗의 영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넌지시 돌려서 표현했다.
"알고 있네."
그래도 영 아쉬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지 연신 입맛을 다시는 퍼거슨 경이었다.
============================ 작품 후기 ============================
-제 후기는 정상입니다.
-약은 식후 30분 마다 세번씩 꼬박 꼬박 먹고 있죠
-거짓말입니다.
-추천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아 슬퍼요
-지구인들아 나에게 추천을 나누어 줘
-안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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