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71화 (7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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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그랬구나.]

카페에 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데이빗과 에리카, 주로 이야기 하는 쪽은 데이빗이었고 에리카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나참, 차를 살 사람은 나인데 주변에서 더 난리더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는 데이빗, 얼마전 라커룸에서 주변 동료들에게 차에 관한 조언을 부탁했을때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에 놀랐더랬다.

'차? 오 데이빗! 드디어 차를 한 대 뽑는거야? 축하해!

별 생각없이 옆에 있던 제이미 캐러거에게 차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그는 눈을 휘둥그래 뜨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였고 데이빗은 손사래를 치며 면허도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 감사해요 제이미 씨. 근데 저 아직 면허도 없어서 일단 면허부터...'

'어이~이봐들. 좀 와보라고! 우리 귀여운 데이빗이 드디어 자기 차를 뽑는다고 하잖아! 와서 차에 대해 좀 알려주라고!'

하지만 그는 전혀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면허를...'

그 이후로 몰려든 동료들이 이 차 저 차 할것없이 추천해주는데 난감해 죽는줄 알았다. 심지어 제라드와(안그럴 것 같이 생겨서!) 카윗은 롤스로이스가 더 낫네, 페라리가 멋지네 하고 말다툼까지 할 정도였다.

'차라면 역시 롤스로이스지. 디자인에서부터 기품이 느껴지는 모델이 많아. 괜찮다면 내가 좋은 곳을 추천해 줄수도 있어.'

'이봐 데이빗, 남자라면 멋진 스포츠 카를 몰아봐야 하지 않겠어? 페라리 시리즈는 날렵하고 우아하지! 너에게 잘 맞을 거야.'

라고 시작했던 것이,

'이봐 스티브! 물론 롤스로이스는 멋진 시리즈야. 하지만 데이빗 같이 젊은 친구가 타기에는 너무 스타일이 올드하다고!'

'뭐라고? 내 취향이 올드하다는 이야기야?'

이런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결국 자신의 차에 대한 얘기 대신 으르렁 거리는 제라드와 카윗을 말리는 자리가 되어버렸고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추천해 준 모델에 대해 알아보고는 왜 사람들이 고액 연봉을 그렇게 바라는 지 조금은 알것 같기도 했다.

[남자들은 다 어린애라니까. 가끔 너와 얘기하면서 리버풀 선수들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어.]

[아, 그건 나도 동감.]

쿡쿡거리며 맞장구 치는 데이빗의 모습에 에리카가 어이없다는 듯 '너도 리버풀의 선수란 말야! 자각을 좀 하라고!' 라고 쏘아붙였다.

고비가 될 것 같았던 첼시 원정을 승리로 이끈 리버풀은 이어진 27라운드에서 위건을 홈으로 불러들여 1:0 으로 승리를 거두며 연승을 계속 이어 나갔다. 비록 한 골차의 승부였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완승에 가까웠다. 점유율도 월등했고 유효 슈팅 등 공격 전반에 걸친 지표에서 상대를 압도했던 것이었다. 다만 상대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과 몇 차례의 골대 불운으로 다득점에는 실패했을 뿐이었다. 이날 결승골을 기록하며 연속 경기 득점 행진을 이어간 데이빗 대신 경기 MOM으로 뽑힌 이가 위건의 골키퍼 크리스 커클랜드였으니 그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2월의 마지막 경기, 리그 28라운드 웨스트 햄 원정에서 리버풀은 3골 씩을 주고 받는 난타전 끝에 무승부를 거두며 연승 행진을 5에서 마감했다. 데이빗은 이 경기에서 오랜만에 벤치에서 출발하였으나 2:3으로 뒤진 후반 32분에 교체 투입되어 팀을 패전에서 구하는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6경기 연속 득점 기록, 그리고 그가 출장한 경기에서 리버풀은 지지 않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점점 강해지는 의미있는 기록이었다.

달글리시가 부임한 이후 리버풀은 6경기에서 5승 1무라는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승점 16점을 추가, 단숨에 리그 7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오는 3월, 그 첫경기로 영원한 숙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게 되었다.

리버풀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특별한 상대였다. 맨유에게도 그건 마찬가지였겠지만 역사적으로도 두 도시간의 사이는 그리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었고 축구에 있어서는 전쟁을 방불케할 만큼의 치열함이 있었다.

-다른 팀에 지는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맨유에게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리버풀 팬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고 이는 맨유를 지지하는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번 시즌 디펜딩 챔피언 첼시가 삐그덕 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3위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꾸준히 승점을 확보하며 1위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턱 밑까지 추격해온 맨체스터 시티 마저 지난 27라운드에서 루니의 멋진 오버헤드 킥 결승 골에 힘입어 떼어 놓는데 성공했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이 현재 리그에서 기록한 우승 횟수는 18회로 동률이었다. 만약 이번 시즌 맨유가 우승을 거두게 된다면 19회로 최다 우승에서 한발 앞서나가게 되는 모양이 될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 맨유의 압도적인 행보를 지켜보며 배가 아팠던 리버풀 팬들은 그런 상황을 절대 보고 싶지 않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맨유 전에서 승리를 거두어 그들이 우승하는 데 훼방을 놓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어차피 리버풀은 현실적으로 우승권을 노리기에는 너무 늦었기 때문에)

3월 5일의 안필드는 평소보다도 더한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광기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한 에너지가 홈구장을 가득 메운 콥들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경기 시작 한참 전부터 경기장에는 그들의 자랑스러운 응원가 You'll never walk alone이 울려퍼졌고 경기장 곳곳에서 리버풀 선수들을 응원하거나 맨유를 자극하는 걸개들이 펼쳐졌다. 그리고 양 팀 선발 라인업이 공개가 되고 경기 시작 시간이 가까워져 올수록 함성소리는 더욱 더 커지기 시작했다.

-리버풀 베스트11

-----------------수아레즈-----------------

--데이빗----------------------------카윗--

-----------------제라드--------------------

-----루카스----------------메이렐레스------

---아우렐리우----------------------존슨----

-----------캐러거----------스크르텔--------

-----------------레이나--------------------

-맨유 베스트 11

----------------베르바토프----------------

-----------------루니---------------------

---긱스------캐릭------스콜스------나니---

--에브라--------------------------하파엘--

-----------스몰링--------브라운-----------

-----------------반 데 사르---------------

[정말 시끄럽구먼.]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중얼거리는 노년의 신사, 겉 모습만 보아서는 인자한 동네 할아버지 같은 모습,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함을 20년 넘게 이끌며 숱한 성공을 거둔, 지금에 이르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 자체가 되어버린 명장 알렉스 퍼거슨 경이었다. 99/00 시즌 잉글랜드 클럽 최초로 리그, FA컵, 챔피언스 리그 제패라는 트레블을 달성하며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때 그들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 밀고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호통을 치고 아무리 유명한 스타선수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내치는 카리스마로도 유명했다.

[여기는 안필드니까요.]

곁에선 코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고 퍼거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와도 참 시끄러운 동네라고 생각하며 껌을 씹는 속도를 조금 빨리 했다.

[요즘 그 미스터 달글리시가 맡은 이후 제법 잘나간다지.]

마치 처음 들었다는 태도, 하지만 코치는 이미 리버풀의 모든 것에 대해 감독이 파악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아는 척 모르는 척 능구렁이 같은 모습이 저 여우같은 노인네의 특징이었다.

[그렇습니다. 그가 감독을 맡은 이후 6경기에서 5승 1무를 거두었으니 엄청난 상승세죠. 오늘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코치의 말에 그런가-하고 중얼거리는 퍼거슨 감독, 그의 시선은 센터 서클에서 수아레즈와 함께 킥오프 휘슬을 기다리는 흑발의 청년에게 꽂혀 있었다.

[케니는 운이 좋아.]

뜬금없이 중얼거리는 퍼거슨의 모습에 코치가 '네?' 하며 되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퍼거슨은 이번 리버풀 전을 준비하며 자신의 골치를 가장 아프게 한 젊은 선수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현재 6경기 연속으로 골을 기록하고 있었지. 거기에 첼시 전에서 보인 경기 조율 능력도 상당히 위협적이었어. 공격에 있어서는 어느 포지션에 놓더라도 제 몫을 할 녀석같군. 아깝구먼. 우리 팀에 있었다면 웨인과 함께 좀 더 폭넓은 운영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탐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저만한 잠재력과 실력을 가진 20세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최대의 라이벌 팀의 선수였고 그 말인 즉슨 영입할 가능성도 한없이 낮다는 것이었다. 리버풀의 감독, 구단주, 단장이 모두 머리에 총을 맞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자신 또한 예전에 가브리엘 에인세의 리버풀 이적을 결사반대하며 결국 레알 마드리드로 보냈던 전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언론 플레이를 통해 좀 흔들어 보려고 했지만...글쎄, 어떠려나.'

얼마전 인터뷰를 통해 '그는 아직 약점이 많고 우리 수비진이라면 그를 문제없이 막아낼 수 있을 것' 이라는 말을 한 자신이었다. 또한 '오히려 우리의 디미타르와 웨인이 그들을 곤란하게 만들 것이고 우리는 안필드에서 승점 3점을 얻어갈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예전부터 언론 플레이를 상당히 즐기고 이를 통해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자신이었기에 이번에도 거리낌이 없었다.

당연히 이 인터뷰는 리버풀 팬들을 크게 자극했고 리버풀의 사령탑 케니 달글리시도 인터뷰를 통해 맞불을 놓으며 설전을 시작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별 감흥이 없었다.(자신의 인터뷰에 무반응을 보인 것이 오히려 달글리시 감독을 자극했다는 후문이었다)

서포터나 감독을 자극할 의도보다는 현재 리버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 데이빗 장이라는 20세의 루키를 흔들고자 하는 의도였고 퍼거슨은 자신의 의도가 효과가 있었는 지 없었는 지 확인하는 듯 데이빗을 꾸준히 관찰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응? 저쪽 벤치에 뭐라도 있는 거야?]

수아레즈의 질문에 데이빗이 시선을 거두며 씩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다만 늙고 교활한 여우의 시선을 느꼈을 뿐이죠.]

데이빗의 말에 감을 잡았다는 듯 수아레즈가 너털 웃음을 흘렸다. 퍼거슨 감독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데이빗을 걸고 넘어진 사실은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 말도 얄밉게 하는 영감이야. 그렇지 않아?]

[그러게요. 솔직히 내가 그 대상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솔직히 저 퍼거슨 감독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 내심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근 리그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이는 선수라면 자신이 빠지지 않았고 점점 발전해가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퍼거슨의 말이었으니 기분이 좋지 못했던 것이다.

'저 영감의 고질적인 수법 중 하나야. 신경쓸거 없어. 저 노인네가 저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널 이미 경계하고 있다는 거야.'

그런 자신의 마음을 귀신 같이 알아채고 조언 해준 경험 많은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지금보다 더 흥분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어야 했을 것이다.

[근데 저 영감님 성질 머리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더라. 우리나라 대표팀에 디에고가 말해줬는데 그 헤어 드라이 트리트먼트인가 하는거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라고. 진짜 머리가 휘날리는 것 같대.]

영감이 기운도 좋지-하고 덧붙이는 수아레즈의 모습에 데이빗은 쿡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맨유에 머리 숱이 없는 선수가 많은 이유가 있었네요.]

몇몇 맨유 선수들을 훝어보며 중얼거린 데이빗이었고(그 시선을 받은 몇몇 선수는 갑자기 불쾌함을 느껴야 했다) 수아레즈는 푸핫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저 치들 오늘 하프 타임때 헤어 세팅을 다시 하도록 해주면 재밌을 것 같네요. 나중에는 가발 전문 업체에서 스폰이 들어올 지도 모르겠는데요.]

============================ 작품 후기 ============================

사족 1.

에이전트 자격에 대한 부분은 다른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이나 지식백과, 그리고 기타 자료를 찾아봐도 변호사, 회계사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은 정말 찾을수가 없네요. 제 생각에 스포츠 에이전트의 자격으로 변호사와 회계사라는 정말 어려운 자격을 두개나 걸어 놓는 다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산점을 준다는 수준이라면 납득하겠습니다만...만약 정말 그런 규정이 있다면 그 출전을 정확히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도저히 찾아봐도 그런 규정을 찾을 수가 없네요. 제가 찾은 피파 에이전트의 요건은(에이전시 설립이 아니었습니다) 피파가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하고 보증금을 납부하면 된다 정도였거든요.

사족 2.

얼마 전 코멘트에서 제 글에서 판타지스타하고 자이언트 킬링이 연상된다는 봤는데요. 그게 뭔가 싶어서 찾아보니 만화책이더군요. 자이언트 킬링을 구해서 몇권 봤는데 이거 재밌네요.ㅋㅋㅋ판타지스타도 자이언트 킬링만큼 재밌나요?

사족 3.

제 엉덩이에 추천을 던진다고 연참 안나옵니다.ㅠ

사족 4.

2시 반에 리버풀 VS 아스톤 빌라전이 있네요! 오늘도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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