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he Answer-45화 (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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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에 흠집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한 두 구단주의 정성 덕분일까, 큰 잡음 없이 일을 처리하는데 성공한 듯한 리버풀이었다. 일처리 과정을 지켜본 조나단은 '저정도로 구단 운영에 열정을 보였으면 구단 재정상태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 이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그로서는 자신의 부서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강경하게 나가기도 애매한 처지였다.

문제의 발단이 된 호프먼은 권고 사직을 받아 들여 일신상의 이유로 퇴직하는 것으로 처리 되었고 관련 에이전트와 선수의 경우 은밀히 접촉하여 다음 이적시장에서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렇게 불안요소가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문제를 덮는데 성공했다. 조나단은 호프먼이 남긴 리포트를 전면적으로 파기하고 새로운 스카우트에게 리포트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4월의 마지막 주, 4월의 리저브 팀 스카우팅 리포트가 베니테즈에게 전달되었고 베니테즈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탁-

스카우트가 가져온 리포트를 읽던 베니테즈가 조금은 거칠게 서류를 책상에 던졌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나보군요.]

명백히 비꼬는 어조, 그도 그럴 것이 데이빗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는 이전까지 받아왔던 리포트와 내용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점이라고는 이름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팀을 이끄는 감독이었기에 구단 내부에서 최근 쉬쉬하며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팀 운영(그보다는 재정관리)에 정신이 없던 그로서는 일의 전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구단주의 입단속이 컸다) 갑자기 완전히 뒤바뀐 스카우팅 리포트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 봅시다. 내가 그전까지 받았던 리포트는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당신도 알겠지만 한 달만에 이 친구가 이렇게 바뀐다는 건 말이 안돼요. 두 리포트가 사실이라면 난 당장 이 친구를 병원으로 보낼겁니다. 도핑 테스트를 받아야 할게 분명하니까요.]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래서야 내가 앞으로 당신들이 가져오는 리포트를 제대로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친구는 나도 알고 있었어요. 다만 실적에 비해 평가가 좋지 못했기에 아직 올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군요?]

감독의 의혹과 분노를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스카우트로서는 억울했다. 솔직히 말해 똥은 전임자가 싸질러 놨는데 욕은 왜 자신이 먹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눈앞에서 감독이 길길이 날뛰고 있는데 거기에 대놓고 '나는 잘못 없어요. 전임자와 얘기해보세요' 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후...내가 팀의 감독이 맞나 싶습니다. 선수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구단의 재정관리에나 몰두하고 있으니 말이죠. 요즘 들어는 내가 감독인지 은행원인지 헷갈립니다.]

화를 내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는지 맥빠진 어조로 중얼거리는 베니테즈, 그런 감독을 보며 엉거주첨 서 있던 스카우트는 조심스레 인사를 남기고 감독실을 빠져 나왔다.

[정말이지 거지같은 일이야...]

요즘들어 부쩍 힘이 빠지는 베니테즈 감독이다. 08-09시즌, 아쉽게 2위를 차지한 뒤 야심차게 09-10시즌을 준비하려 했다. 사비 알론소의 공백을 가레스 배리를 영입하며 메우려 했고 매년 40경기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는 바람에 점점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였던 캐러거의 대체자를 영입하려 했다. 하지만 구단 재정을 시원하게 말아먹은 구단주로 인해 제대로 된 영입은 하지 못했고 그 이후 자신의 업무는 선수단을 관리하고 전술을 고민하는 것이 아닌 구단의 재정상태 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적 자금과 주급 상한선을 놓고 매번 구단과 싸워야 했으니 이번 시즌의 몰락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제 그만 둬야할 때가 온지도 모르겠군...]

이곳 생활에 점점 지쳐가고 환멸을 느껴가는 자신을 발견한 베니테즈는 힘없이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온 것인지 생각할 수록 머리가 아팠다.

데이빗은 오랜만에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에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큰 부상을 당한 경우도 없엇기에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 출장(혹은 교체 투입)하고 있었기에 오늘도 벤치에서 시작하지만 후반에는 분명 그라운드로 투입이 될 거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안에서 평소와 달리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도 듣지 못했고 후반도 어느새 1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자 낙심한 표정으로 오늘은 출전하지 못하겠구나 하고 포기했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다 결국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데이빗을 보며 맥마흔 감독은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뭐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대충 다 저런 모습을 보이긴 하지.'

경기에서 빠졌는데 쉰다고 희희낙락하는 선수는 최소한 프로 선수중에는 없었다. 적어도 자신이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그랬다. 그정도의 기초적인 투쟁심과 욕심이 없는 선수라면 프로 선수 실격이다.

'1년도 안되었나, 시간 참 빠르구먼.'

지난 여름, 팀에 합류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자신의 짧지 않은 지도자 커리어를 돌이켜 보아도 이만한 재능은 처음 만났다. 이제 슬슬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다시 한번 불타오르게 만든 재능, 지도자 생활의 말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만한 만남이라고 느꼈기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기대대로 그는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했고 1년도 되지 않아 어느새 프리미어리그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삑삑삐익-

맥마흔 감독의 상념을 끊어 내듯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2:1의 한점차 승리, 맥마흔은 일어서서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데이빗을 바라 보았다. 이제 올라가면 아마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리저브로 내려올 일은 없는 친구라 생각했다. 그동안 숱한 선수를 지켜본 맥마흔 감독이 느끼는 데이빗에 대한 감상이었다.

[다들 멋진 경기였다. 하지만 후반전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점한 장면은 다들 알고 있겠지? 일차적으로 미드필더들의 패스가 너무 안일해서 상대에게 역습 찬스를 내줬고 수비수들은 공을 빨리 뺏으려는 의욕만 앞섰어. 작은 실수 하나로 경기가 뒤바뀔수 있는 것이 축구다. 앞으로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 다들 수고 많았다. 오늘은 푹 쉬고 내일 훈련 시간에 늦지 말도록.]

라커로 돌아와 간단한 경기 평을 마치자 선수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벤치에만 앉아 있었기에 별로 씻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데이빗은 먼저 귀가하기 위해 짐을 챙겨 귀가하려 했다.

[데이빗은 잠깐 남아주겠나? 아, 다른 친구들은 가도 좋아. 파체코 자네는 빨리 가서 씻으라고. 땀 냄새가 진동을 하는 구만.]

무슨 일인가 하고 가까이 온 파체코를 밀어 내며 농담을 던지는 맥마흔 감독, 파체코는 입을 삐죽이다 옷을 챙겨 샤워실로 향했다.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라커룸 안에는 데이빗과 맥마흔 감독만이 남았다.

[오늘 경기에 뛰지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 하지?]

짖궂은 표정으로 물어오는 맥마흔 감독, 딱히 숨길만한 일도 아니었기에 데이빗은 고개를 끄덕인다. 감독의 말대로 몸이 근질근질하다 못해 힘이 넘쳐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네 표정을 보니 말이야, 벤치에서 계속 안절부절하면서 '어서 빨리 날 그라운드로 내보내줘!' 라고 하고 있더군. 보면서 웃음을 참느라 혼낫네.]

놀리듯이 말하는 맥마흔 감독의 모습에 데이빗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지금 일부러 약올리려고 남으라고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이런, 놀리는 건 그만둬야겠군 그래. 자네는 내일부터 여기에 나올 필요가 없네.]

그만 놀린다고 말해 놓고 곱게 말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요?' 라고 되묻는 데이빗의 표정을 즐기는 것이 영락없는 심술궂은 노인의 모습이었다. 좀 더 이 상황을 즐기고 싶은 생각도 든 맥마흔이었으나 신사답게 이쯤에서 확실히 이야기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일부터는 미스터 베니테즈에게 가보면 될거야. 축하하네 데이빗. 퍼스트 팀에서 자네를 올려 보내라고 연락이 왔어.]

[...?!!!]

눈이 휘둥그래진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데이빗이다. 쐐기를 박듯 맥마흔 감독의 말이 이어진다.

[이번 시즌은 사실 거의 끝나서 말이야, 올라가도 몇경기 뛰지는 못할테지만 그래도 시즌 마지막에 팬들에게 자네의 존재감을 각인 시킨다면 꽤 괜찮은 데뷔가 될테지.]

[......]

맥마흔의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계속 입만 뻐끔거리며 말을 못하고 있는 데이빗이다. 맥마흔 감독은 웃으며 그런 데이빗의 어깨를 툭하고 쳤다.

[이제 자네는 프리미어리그의 선수란 말이야. 앞으로는 자네를 TV에서만 봤으면 좋겠군. 올해 올라갔다 내려온 친구들처럼 나를 또 보러오지 않기를 바라네.]

그러면서 악수를 청하는 맥마흔 감독, 데이빗은 정신이 들었는지 주섬주섬 손을 내밀어 감독의 손을 맞잡았다.

[자네는 정말 훌륭한 선수야. 내 지도자 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원석이었지. 앞으로도 나의 자랑거리가 되어주게.]

온화한 시선으로 데이빗을 바라보는 맥마흔 감독, 진심으로 그의 미래가 유망하길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데이빗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런 데이빗을 따뜻하게 한번 안아준 맥마흔은 먼저 라커룸을 빠져 나갔다. 감독이 나간 뒤에도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데이빗은 자신의 뺨을 한대 짝 하고 때려보았다.

[...꿈이 아니구나. 꿈이 아니었어! 꿈이 아니었다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과 기쁨, 희열이 밀려왔다.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싶기도 했고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괜히 옆에 있는 의자를 걷어 차고 싶기도 했고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침착하라고 데이빗, 이건 현실이야. 오 그래 꿈이 아니라고 멍청한 자식아. 이제 꿈에서나 보던 안필드에서 내가 뛸수 있는거라고. 세상에 이럴수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데이빗은 라커룸 밖으로 뛰어 나갔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치밀어 오르는 열기를 토해내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 작품 후기 ============================

어제도 1위했네요ㄷㄷ 엄마 나 1등먹었어. 뭔가 무서워 여기 이상해.

간단한 설문 올렸어요. 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고 독자 분들이 어느 클럽의 팬이신지 알고 싶어서 올려봤으니 시간 되시면 참여 부탁드립니다

추천 댓글 쿠폰 감사드립니다. 그럼 저는 내일 또 한편을 들고 나타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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