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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swer-41화 (4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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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더비(Red Derby), 노스 웨스트 더비(North West Derby) 등으로 불리며 잉글랜드, 아니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라이벌 전 답게 비록 리저브 팀간의 경기였지만 양 팀의 대결은 초반부터 치열하게 펼쳐졌다. 리버풀 선수들은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게 맨유를 상대했고 맨유 선수들은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빨리 걷어 내!]

[뒤쪽 조심해! 뒤에서 들어간다!]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You'll never walk alone으로 인해 선수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경기장을 뛰어 다녀야 했다.

삐익-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녔다면 심판은 휘슬을 부느라 바빴다. 더비라는 요소, 흔치 않은 많은 관중 앞에서의 경기 등의 원인으로 선수들이 흥분한 상태로 경기를 뛰었기에 자연스럽게 거친 양상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괜찮나?]

거친 태클을 당해 넘어진 데이빗을 일으켜 주며 제라드가 부상 여부를 물었다. 데이빗은 살짝 찡그린 표정으로 발을 몇번 풀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살짝 걸리긴 했는데 큰 문제는 없어요.]

[조심해. 방금 너한테 태클한 녀석 꽤 거친 태클로 유명한 놈이거든. 특히 속도에서 뒤쳐질 경우에는 태클로 저지하려는 경향이 강해. 염두에 두고 플레이 하도록 해.]

고개를 돌려 방금 자신에게 태클을 가한 상대를 찾았다. 이미 뒤로 물러서서 주변 동료들과 열심히 뭐라 뭐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180대 중반으로 보이는 신장에 단단해 보이는 몸,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가 인상적인 선수, 웨스 브라운이었다.

[명심하죠 캡틴.]

알아둘만한 정보였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방으로 올라갔다. 제라드는 프리킥 위치에 놓은 공을 슬쩍 보고 전방을 주시했다. 직접 차기에는 먼거리였고 한번 거쳐가는 플레이를 하기에는 각도가 좋지 못했다. 그래서 미련 없이 사이드 쪽에 벌려선 윙어에게 공을 밀어주고 자신도 전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패스해!]

오른쪽 사이드 라인을 타고 공격을 진행하던 동료가 상대 수비에 막혀 고립될 위기에 처하자 제라드는 빠르게 커버하는 움직임과 함께 패스를 요구했다. 다행히 자신의 콜을 놓치지 않고 패스를 해주려는 모습이었고 그대로 공을 킵한채 돌아서려고 할때 자신의 옆에서 누군가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는 황급히 피하려 했다.

[큭!]

삐익-

다시 한번 울려퍼지는 휘슬, 쓰러진 제라드의 주변으로 리버풀 선수들이 부리나케 뛰어 왔다. 전방에서 공간을 찾아 움직이던 데이빗도 마찬가지였다.

[이 미친 자식아. 뭐하는 짓거리야?!]

[뭐야? 공만 건드렸는데 자빠지는걸 어쩌라는 거야?]

[공만 건드려? 이자식이 미쳤나. 약을 너무 많이해서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야?!]

리버풀 선수들은 극도로 화가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한 제라드였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거친 태클로 다리를 걸어 버리니 눈이 돌아가지 않고 배기겠는가. 이는 경기장을 메운 콥들의 분노도 불러왔다.

우우우우우우

너 이 개자식아 죽고 싶냐

심판 저런 정신나간 새끼는 퇴장 시켜버려

죽여버려 가만 안둔다 빌어먹을 자식

온갖 야유와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데이빗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쓰러진 제라드를 살폈다. 찡그린 얼굴로 여전히 쓰러져 있는 모습이 충격이 작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캡틴, 괜찮아요? 일어설 수 있겠어요?]

[...괜찮아.]

데이빗의 손을 잡고 일어서는 제라드, 발목을 돌려보고 땅에 툭툭 튕겨보며 몸 상태를 점검해보는 모습이다. 그리고 괜찮다고 판단한 것인지 벤치를 향해 문제없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 사이에 심판은 위험한 태클을 날린 수비수에게 옐로 카드를 주며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 앉히고 있었다. 보복성 태클이나 또다시 과도한 거친 플레이가 나올시 바로 카드를 주겠다는 경고와 함께 말이다.

[직접 노릴수 있는 위치인데, 아직 발목에 충격이 남아 있어서 내가 차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겠어. 평소에 누가 프리킥을 전담하지?]

제라드의 질문에 다들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기 시작한다. 마음 같아서야 자신이 차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다.

[전담으로 차는 친구는 지금 빠져 있어요. 그 외에는 다들 비슷비슷하게 찼던 것 같네요.]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하자 제라드는 입맛을 다시며 골문을 노려보았다. 각도가 조금 아쉬웠지만 직접 노리기 너무도 좋은 위치였기에 대충 기회를 넘기기에는 아까웠다. 마음 같아서야 직접 때리고 싶지만 아직 발을 차인 충격이 남아 있었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데이빗.]

[네?]

[네가 차봐라. 그렇게 부담가질 것 없어. 편하게 차면 된다. 아까 말했지. 공격수는 골을 만드는 것이 임무라고. 프리킥도 마찬가지야.]

그러면서 자신이 찰 것처럼 옆에서 혼란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긴 저쪽에서는 공 옆에 제라드가 서있으면 열에 아홉은 제라드가 프리킥을 찰 거라 예상할테니 어느 정도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제라드나 데이빗이나 오른발이 주력발이라는 점이었다.

[어떻게 찰거야?]

제라드의 말에 잠시 골대까지의 거리와 각도, 골키퍼와 수비벽의 위치를 살펴본 데이빗은 조그맣게 벽을 넘겨서 차는게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래. 그럼 내가 좀 뒤에서 달려오는 시늉을 할게. 강하게 때리는 것처럼.]

그 말이면 충분했다. 데이빗도 제라드의 의도를 알아 차렸기에 자신은 도움닫기 거리를 최소화하며 마치 '옆으로 밀어줄거야. 니들 우리 캡틴 슈팅 알지?' 라고 이야기 하는 듯한 움직임을 가져갔다.

삐익-

플레이 개시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울리고 데이빗은 제라드 쪽을 보며 가볍게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킥을 할때는 목표하는 위치를 정확히 보고 차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미리 어디로 찰 것인지 정해 놨기에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상대를 좀 더 속이는데 주력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데이빗의 움직임에 맞춰 제라드가 슬슬 시동을 걸며 약간 뒤에서부터 뛰어 오기 시작했고 수비진과 골키퍼의 시선은 제라드로 쏠릴 수 밖에 없었다.

뻐엉-

끝까지 시선을 제라드에게 향한채로 공을 찬 데이빗, 도움닫기 거리도 거의 없었고 시선이 분산된 상태였기에 완벽한 킥이라고는 사실 보기 어려웠다. 날카로운 회전이 걸린 것도, 강한 힘과 속도가 실린 킥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속도에 적당한 회전이 걸린, 어떻게 보면 미스킥.

하지만 제라드의 강한 슈팅을 예상하고 있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와 골키퍼였기에 완벽히 허를 찌르는 데 성공했다.

철썩-

마치 상대를 놀리듯, 여유로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부드럽게 그물에 감겼다. 역동작에 걸려 몸이 굳어버린 상태로 골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맨체스터의 골키퍼와 수비수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관중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제라드가 거친 태클을 당해 쓰러지자 불같이 분노했던 그들은 그들의 캡틴이 만들어 낸 이번 찬스를 반드시 골로 연결시키기 원했다. 상대를 엿먹이는 데는 골만한 것이 없기에 리버풀을 지지하는 홈팬들의 기쁨은 매우 컸다.

캡틴에 대한 거친 플레이에 열받아 있었던 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기에 다들 데이빗의 골을 평소보다도 더 기뻐했다. 골을 넣고 기쁨에 겨워 달려가던 데이빗을 덮쳐 넘어뜨리고 모두들 그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제라드는 한발 뒤에서 마음껏 기뻐하는 동료들을 보며 웃고 있었다.

'센스는 훌륭하다. 하지만 코스나 힘이 좀 약하군. 리저브 경기였고 허를 찔렀으니 성공했지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아직 힘들겠어.'

제라드도 당연히 기뻤으나 그보다는 냉정히 지금 시점에서의 데이빗의 킥을 분석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데이빗의 재능에 눈이 갔기에 지금 레벨에서 통용되는 수준으로 머무르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뭐, 프리킥이야 천천히 준비해도 되는거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때쯤 데이빗을 깔아 뭉개며 탑을 쌓았던 선수들이 하나 둘 내려오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곧 이어 드러나는 데이빗의 모습, 여러 선수들에게 깔렸기에 좀 흐트러진 모양새였으나 얼굴 한가득 웃음을 달고 있는 것이 본인도 정말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멋진 슛이었다.]

데이빗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칭찬하는 제라드, 데이빗은 더 환한 웃음을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캡틴의 페인팅 동작이 좋았어요. 덕분에 저쪽에서 제가 찰 거라고 아무도 예상을 못했죠. 사실 차고 나서 좀 아차 싶었는데.]

[너도 연기를 아주 잘했어. 괜찮은 퍼포먼스였다.]

직접 프리킥은 사실 전담 키커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바가 크다. 방해받지 않고 킥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상대 수비벽과 골키퍼를 키커 혼자서 제압해야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 전술에 가까운 직접 프리킥에서도 동료와의 호흡으로 성공률을 올릴 수 있었다. 좀 전의 데이빗과 제라드가 수행해 낸 퍼포먼스도 그런 전술의 일종으로 볼 수 있었다.

네임밸류가 높은, 훌륭한 킥을 가지고 있는 제라드가 오히려 미끼 역할을 수행하며 상대 수비의 이목을 끌었고 상대적으로 마크가 덜한 데이빗이 보조 역할을 하는 것 처럼 보이다가 직접 슈팅을 가져가는 움직임, 기실 골을 넣은 것은 데이빗이었으되 제라드의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상대 수비의 이목을 완벽히 끄는데는 실패했을 것이다.

'본인도 지금 킥이 아쉽다는 사실은 알고 있군. 굳이 얘기해주지 않아도 되겠어.'

결과가 좋다고 evrythig is alright을 외쳐버리면 곤란했기에 데이빗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 제라드였다. 예전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비록 클럽간의 사이가 굉장히 나빠 개인적인 친분이 깊지는 않았던 베컴이 생각이 났다.

'벡스도 그랬지.'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완벽한 킥, 경이적인 성공률이라 칭찬했지만 본인은 자신의 킥이 맘에 들지 않으면 결과가 좋다고 해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었다. 언론과 팬의 주목을 받는 슈퍼스타였지만 뒤에서는 더 나은 수준을 추구하는 노력가였던 것이다.

[저 친구 프리킥으로도 골을 넣는 군요!]

벤치에서도 신이 났다. 이번 시즌 숱한 골을 넣고 있는 데이빗이었지만 프리킥 능력에 있어서는 미흡하다는 평이 많았기에 다른 이들이 프리킥을 주로 도맡아 찼기 때문이다.

[멋진 골이야! 하지만 스티비의 움직임에 수비진의 시선이 뺏긴게 컷어. 킥의 완성도로 보자면 사실 한참 모자라는 골이야. 다만 창의적인 움직임과 수비의 허를 찌르는 퍼포먼스가 좋았다고 할 수 있겠지.]

맥마흔 감독은 그렇게 평가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킥의 정확도와 파워도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부분이 있지만 연습으로 충분히 끌어 올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랬기에 오히려 미흡한 능력을 커버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다른 부분을 써먹어 만들어 낸 이번 골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저 친구 앞으로 팀 훈련 끝나고 프리킥 연습도 좀 시켜 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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