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무 : 자, 여기 선물로 후라이보우 닭날개.
전 야마짱보다 이게 더 좋다는.
(후라이보우, 세카이노야마짱.
두군데 모두 나고야에서 닭날개 요리로 유명한 체인점이라는군요)
히메오 : 다 식었잖아!
난 바로 튀긴 거 아니면 안 먹어!
오사무 : 그럼, 다시 데울까요...아,
전기가 안 들어오지.
히메오 : 왜 그런 식으로 화제를 돌리는 거야...
오사무 : 그야...당신이 따라와주니까.
과거, 그녀가 날 싫어했을 때도,
이러는 거, 꽤 좋아했었는데.
무슨 짓을 하든 밉지 않았던 건,
우리들의 동향 의식도 조금은 관계있을지도 모르겠다.
히메오 : 왜...왜 이렇게 된 거야...
흐으, 으, 으...흐에에엥...
오사무 : 히메오 씨...울지마요.
훌쩍훌쩍 울면서 쓰러지는 히메오씨의 머리를 만진다.
히메오 : 으...만지지마
그러자 그녀는 내 손을 뿌리치는 타이밍을,
잠깐 주저한다.
따라서 내 손은, 잠깐 동안 그녀와 나를 맺어주었다.
그 아련한 향기를 가져다주었다.
히메오 : 저기 말야, 오사무 씨...오사무 씨~
우리, 우리들...이제, 끝났어...으아아아앙
하지만 그렇게 약간의 틈을 보여준 그녀는,
말만은 나를 거절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나 미련 가득한 말투로
이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다.
오사무 : 난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해요.
앞으로도 히메오씨랑 함께 있고 싶어요.
히메오 : ㅇ...에엣!?
그렇기 때문에, 일 이외의 경우임에도,
나에게 있을 수 없는 말솜씨가 가능해진다.
히메오 : 그, 그런, 그런...
ㅁ, 무슨 소리야 오사무 씨,
그러는 건 무리잖아.
...뭐니해도, 겨우 이 정도의 대사에
목소리도 얼굴도 우스울 정도로 당황해 하면서도
발끈하니까.
오사무 : 헤어진 다음에는 어떡하려고요?
어느 한쪽이 미토코짱한테 돌아갈 건가요?
그런다고 미토코짱이 용납해줄 것 같아요?
히메오 : 그, 그건...
오사무 :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요...
그렇게 되면 미토코짱이 과연
자신을 탓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만약 우리들이 [미토코짱을 위해서]헤어진다면,
그 아이는 두번 다시 우리들에게 웃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 슬픈 미래가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히메오 : 그, 그치만, 토코짱은, 오사무씨를...
오사무 : 저도 미토코짱을 사랑해요.
언제까지고 함께 있고 싶어요.
히메오 : 으...
오사무 : 하지만 히메오씨를 이런 표정짓게 만드는 것도 싫어요.
...아니, 이 정도로 울지 말아요.
히메오 : 으...으으, 흐으으으으~!
이 사람...
정신연령은 미토코짱보다 훨씬 낮으니까 말이지.
뭐, 그래서 이렇게 가만히 둘 수 없는 거지만.
오사무 : 자, 히메오 씨...이쪽으로 와요.
히메오 : 흐에에에에엥~, 오, 오사무 씨, 오사무 씨...
나, 나...이제, 어떡하지...
방금전까지 날 거절했던 히메오씨는,
내가 살짝 팔을 벌리자마자,
힘차게 내 품으로 뛰어 들어왔다.
오사무 : 걱정마, 걱정마요...
아직 우리들은 끝나지 않았어요.
싸움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에요.
히메오 : 으, 으으, 흐윽...으, 으...
ㅆ, 싸우다니...무슨 소리야?
오사무 : 적이 있어요...
우리 세 사람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이 말이에요.
히메오 : 에, 에...?
그거, 요전번의...니시카와라는 남자?
오사무 : 아니요, 그는 졸개의 졸개의 졸개에 지나지 않아요.
그 위의 위의 위에 있는...진짜 적 말이에요.
히메오 : 그, 그렇게나 강한 상대, 야...?
오사무 : 예, 엄청나게 강한 상대예요.
그리고, 아주 가까이에 있는 적이에요.
히메오 : ...?
오사무 : 카고시마 준이치로는 살아 있어요.
그리고 이번 사건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도 그예요.
히메오 : 카고시마...준이치로?
일주일 동안,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간신히 꼬리를 잡았다.
쉽사리 100만을 내주고,
게다가 차용 증서를 만들려고조차 하지 않는 사람 좋은 이웃.
그리고 히가시하기모리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그런 이름의 인물은 모른다고들 했던, 의문의 남자.
히메오 : 에, 에?
하지만 토코짱, 그런 사람 모른다고...
오사무 : 그럼...휴대폰 줘 보세요.
그 사람한테 연락해볼게요.
히메오 : 당신 휴대폰은?
오사무 : 으음...배터리가 나가서.
라는 건 물론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오사무 : 으음.........오, 있다.
히메오 : 에?
난 카고시마 준이치로씨의 전화 번호를 모른다.
알고 있는 건, 극히 제한된 인물 뿐.
극히 제한된 인물의, 주소록 뿐.
??? : 히메오냐?
어쩐 일이냐, 이런 시간에?
히메오 : 으!?
에? 에? 에엣!?
오사무 : 처음 뵙겠습니다, 카고시마 준이치로 씨...아니, 사와시마 준페이 씨.
따님의 비서인 요시무라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그래, 예를 들면 친딸이라든가.
준페이 : 그래, 네가 요시무라냐...
오사무 : 따님...아니, 사와시마 이사에게는
항상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대단하군...
전파를 타는 것 정도로는,
이 사람의 목소리 힘이 전혀 줄어든 것 같지 않다.
나도 강하게 나가려 했으나,
겨우 두 세마디 나누는 도중에 내 위치를 깨닫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벌벌 떨 것 같은 기분이 된다.
히메오 : 오, 오사무 씨...이거, 어떻게 된 일이야?
하지만 떨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금 내 품안에는,
이런 나를 믿고, 의지하고, 안겨오는,
소중한 연인...그래, 연인이 있다.
오사무 : 괜찮아요, 걱정마요.
나한테 맡겨요.
불안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그녀에게 내 떨림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 앞에 있는 진실이 그녀를 깊이 상처줄거라면,
보듬어줘야만 한다.
히메오 :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카고시마 준이치로가 아버지야?
오사무 : 카고시마 준이치로라는 건, 사와시마 준페이의...
당신 아버님의 펜네임이었어요.
히메오 : ...펜네임?
하지만 진실을 알려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그녀가 아버지를 적대하도록 해야만 하니까.
준페이 : 잘도 알아냈군.
오늘날까지 딱 세번 밖에 쓰지 않은 이름인데.
오사무 : 예전에 경제지 인터뷰에서,
[소설가를 꿈꾸고 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준페이 : 그랬었나?
오사무 : 그걸 생각해냈을 때, 딱 떠올랐습니다...
[카고시마 준이치로]에 당신의 본명이
두 글자나 들어가 있는 것을.
[시마]와 [준].
자신의 펜네임에
본명을 일부만 넣는 작가는 흔하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까지 관계 깊은 인물이
두 글자나 부합되었다면 당연히 의심이 들겠지.
오사무 : 이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딱 한 건이 발견되어...
그 이후로는 전화와 발품과 국회 도서관을 이용해
마침내 찾아낸, 30년도 더 된 한 문예지.
카고시마 준이치로는 심사위원 장려상을 탔다.
전후 부흥기에 부동산으로 거부가 됐으나
겨우 몇 년만에 모든 것을 잃는 남자의 인생 이야기였다.
만약, 그때 그가 대상을 탔더라면,
현재 부동산 업계의 판도는 어떻게 되었을까...
준페이 : 호오? 나도 검색해본 적은 있으나,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었는데.
오사무 : 절대 거짓말이 아닙니다.
수퍼 하카(해커)인 제 친구가 고생해서 찾아냈습니다.
히메오 : 오사무 씨, 발음이 좀 틀린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쿠마자키씨가 그렇게 자칭했으니...
(해커의 일본식 발음은 [핫카]로, [하카]는 무덤을 의미합니다)
준페이 : 과연 훌륭한 감과 안목과 끈기다.
사사키가 칭찬할만 해.
오사무 : ...사사키씨가 사라진 것도,
당신의 명령이지요?
히메오 : 에...?
그때 사사키씨의 전화는,
감시의 눈을 피한, 필사적인 경고였겠지.
오사무 : 그렇게 해서, 히메오씨에게서 카드와 현금을 뺏고,
게다가 계좌까지 동결시켰죠.
...자신이 하는 일에 간섭하지 못 하도록.
히메오 : 아, 아버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전기가 끊긴 것은, 예금 자체를 동결시켰기 때문에.
현재 히메오씨는, 이곳에서는 알몸과 다름 없다.
오사무 : 어째서인가요...
전 당신이 하시는 일은 알겠지만,
무슨 생각이신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준페이 : 호오...대단한 명탐정 나리께서도 모르시겠다?
오사무 : 이 집은, 당신도 몇 년간 지냈던
추억의 장소 아닌가요?
준페이 : 그래서...?
오사무 : ...어째서 방치해두신 겁니까?
그 차용 증서와 함께.
히메오 : 에...?
준페이 : 호오...거기까지 알아냈는가.
.........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해 조사한,
조우사이 건설의 히가시하기모리 맨션 건축 계획.
지상 10층에. 총방수 36.
분양 가격은 5000만부터, 최상층은 2억을 넘는다.
부지 면적을 생각하면, 예전에 히메오씨가 지적한대로,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토지만으로는 절대 건설할 수 없다.
하지만 거기에...
이 사와시마 별장의 공간이 더해지면...
오사무 : 몇년 전, 당신은 분명히
순수한 선의로 호노카씨에게 돈을 빌려주셨죠?
그게 아니라면 그런 허술한 차용 증서로
선뜻 100만을 빌려줄 리가 없다.
근본적으로, 떼어 먹혀도 뭐라고 할 말이 없는,
본명의 기재조차 되지 않은 서류다.
오사무 : 막 태어난 미토코짱을
많이 귀여워해주셨지요?
그건, 그 사진의 억지 미소로 봐도 알 수 있다.
틀림없이, 히가시하기모리에...
아니, 이 집과 옆 아파트에
애착이 있을 터다.
오사무 : 어째서인가요...
자신의 추억을, 스스로 지울 생각이십니까?
준페이 : 비지니스니까 말이지.
오사무 : 헛...!?
난, 사와시마 준페이라는 인물에 대해,
지금까지 오해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준페이 : 고급 주택가인 히가시하기모리에는,
대규모 도시 개발 같은 건 무리다.
...라는 소리를 하는 놈들도 있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신속, 대규모, 그리고 냉철하게 일을 추진한다.
준페이 :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땅은 금싸라기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전부 해결한다].
쓸 때도 뽑아낼 때도 전혀 사정을 두지 않는다.
준페이 : 사실 [하기만 하면 돈이 된다]라는 건 누구나가 다 알고 있지.
다만 돈을 벌기 위해선 마을 통째로 살 필요가 있어.
다른 녀석들은 그럴 돈이 없다, 단지 그 차이다.
라는 건,
사와시마 그룹의 급격한 부상에 반감과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의,
중상모략에 가까운 비평이라고 생각했다.
준페이 : 이번 맨션 건설은 그걸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아.
언젠가 히가시하기모리도 10년 안에 사와시마가 전부 바꾸고 말겠어.
...그의, 외동딸의 됨됨이를 알고 있기에.
준페이 : 알아 들었나, 요시무라?
너도 사와시마 그룹의 일원이라면
그 정도의 계산은 할 수 있도록.
냉철한 척을 하고, 사람 좋고, 약간 어리숙하고, 너무나 귀여운,
사와시마 히메오라는 사람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준페이 : 딸에게 빌붙어 지위를 얻으려는 천한 근성은 버려.
난 그런 걸 제일 싫어한다. 실력으로 기어 올라와.
하지만, 혹시...
지금까지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오해였던 건가?
준페이 : 따라서 히메오한테 전해.
그 집은 올해 안으로 업자들이 해체할 테니까.
그때까지 집으로 돌아오라고.
히메오 : 으!?
아, 아버지!
잠시 멍해있던 히메오씨는
그제야 정신을 차려, 내 손에서 휴대폰을 뺏고,
수화기 너머의 아버지한테 소리를 지른다.
준페이 : 히메오?
거기에...요시무라 옆에 있었냐?
반대편의 준페이씨도, 갑작스런 히메오씨의 난입에
지금까지 이상으로 불쾌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히메오 : ㅇ...왜 이런 짓을?
왜 아버지가 토코짱을 괴롭혀요?
저렇게 착한 애를...
준페이 : 줄곧 그 남자랑 같이 있었냐?
히메오 : 대답하세요!
이건 너무해요!
준페이 : 묻고 있는 건 나다.
히메오 : 아버지!
준페이 : ...됐다.
아까 말 들었지?
이번달 안으로 돌아와.
히메오 : 무슨...무슨 말이에요?
못 가는 게 당연하잖아요.
준페이 : 대학이라면 이쪽에 편입하면 돼.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해주지.
히메오 : 지금 저는 미치하마 상사 사람이에요!
아버지가 그렇게 하라고 하셨잖아요!?
준페이 : 조금은 공부가 됐겠지?
봉사 정신만으로는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냐?
그것만 알게 됐으면 더이상 거기 있을 필요 없다.
히메오 : 에...
준페이 : 유학중에 있던 일은 다 보고 받았다.
아무 쓸모도 없는 볼런티어에나 정신이 팔려.
조금은 머리를 식혔냐?
히메오 : ........
준페이 : 조만간 연락하겠다.
그때까지 주변 정리해둬.
.........거기 있는 남자도 포함해서 말이지.
준페이 : .........
준페이 : 바보 같은 녀석이...
히메오 : 아...
마지막에는 반격도 허용치 않고...
아니, 반격할 기력도 빼앗겨.
히메오 : 아, 아...
내 팔에 매달려,
온몸의 힘을 잃은 히메오씨가,
휴대폰을 떨어뜨린다.
오사무 : 히메오 씨...
꼬옥 안아도,
내 품안에서 몸을 꼬거나,
반대로 기대오지도 않는다.
히메오 : 아버지가...
오사무 : 에?
히메오 : 내 아버지가, 토코짱을 괴롭혔어...
사와시마 집안이, 저 아이를, 곤경에 빠트렸어...
오사무 : ...히메오씨랑은 관계없어요.
히메오 : 토코짱을 지키겠다고...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어느 집안의 누가 그런거야...바보 아냐?
오사무 : 히메오씨는...바보가 아니에요.
히메오 : 나...대체 뭐야?
토코짱에게서 소중한 사람을 빼앗고,
이번에는 토코짱에게서 추억의 장소를 빼앗아...
오사무 : 히메오씨는...잘못 없어요.
히메오 : 역시 이제 다 끝났어...
토코짱, 용서해줄 리가 없어.
나, 나...돌이킬 수 없는 짓을...
오사무 : 이 세상에 돌이킬 수 없는 일 같은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걱정마요, 우린 아직 싸울 수 있어요.
히메오 : 오사무 씨...
오사무씨오사무씨오사무씨...
오사무 : 자자...
정말 한시도 가만 둘 수 없는 사람이네요, 당신은.
히메오 : 흐, 흐에...으으으..흐으으으윽~...
히메오씨가 자신의 집을...
자신을 탓하는 울음 소리가, 내 가슴에 스며든다.
하지만 난, 이걸 패배라 생각하지 않는다.
상처입은 그녀를 치유하고,
다시 일으키는 것에서부터
우리들의 싸움은 시작되는 것이니까.
히메오 : 으에에에에엥...흐에에에에
오사무 : 피곤하면 자도 돼요.
오늘밤에는 계속 곁에 있을 테니까요.
히메오 : 흐에에에에,
으아아아아아앙...
사와시마 준페이 씨...
내 보스의 아버지이자,
보스의 보스의 보스.
눈위의 정상에 군림하는, 위대한 폭군.
하지만 난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어.
히메오씨와 미토코짱을 상처준 당신을...
내 소중한 사람을 둘이나 울린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어.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길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하지만 그게 언제나의 나의 싸움.
오직 지지않기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해보일 테니까.
오사무 : 그러니까...울지마요.
왜냐하면 당신은, 내가 아는 한,
그 사와시마 준페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조커니까.
히메오 : 흑, 흑, 흑...으으...
푸으으으윽~! (코푸는 소리)
오사무 : ...왜 당신은 맨날,
내 와이셔츠를 휴지 취급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