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화 (66/87)

히메오 : ...그러고 보니, 그거 벌써 입었네.

오사무 : 사이즈는 맞지만 좀 답답하네요.

         ...실제 착용감과는 전혀 관계없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히메오 : 출석자에게는 각각 방이 배정돼 있으니까,

         거기 가서 갈아입어도 되는데.

오사무 : 그런 건 먼저 말해 주세요!

아니 근데, 겨우 2시간짜리 파티에 전원에게 방이 배정됐나요.

역시 사와시마 그룹.

쓸데없는데 돈 쓰는 건 일류다.

히메오 : 그러니까, 도착할 때까지 편하게 있어도 돼.

오사무 : 아뇨, 괜찮습니다.

히메오 : 그래? 별로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오사무 : 괜찮아요...

왜냐하면, 모처럼 [제대로] 매어 줬으니까.

(지나가다 츠요시를 볾)

오사무 : ...어라?

히메오 : 왜 그래?

         뭐 잊은 거라도?

사사키 : 차 돌릴까요, 요시무라님?

오사무 : 아뇨, 괜찮습니다.

         별거 아니니.

방금 그 남자애는...분명...

미토코 : ...3시 약속 아니었나? 역에서.

츠요시 : 미안, 일어난 게 새벽 3시라서 말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데리러 왔어.

미토코 : ...바보 아냐?

.........

......

...

무섭게 생긴 신사 : 히메오짱! 많이 컸구만!

히메오 : 아오키 아저씨!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신사 : 그래, 벌써 대학생이라고?

       옛날에 만난지도 벌써 15년이 돼 가나.

히메오 : 아니요, 지금은 이 회사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신사 : 앗하하하하...히메오짱한테서 명함을 받게 되다니.

       뭐랄까, 나도 나이를 먹었구만.

히메오 : 아저씨는 줄곧 유럽이셨다고요?

신사 : 요 10년동안 5번이나 갔었지.

       작년에 겨우 돌아올 수 있었지만 말야.

히메오 : 어머, 그럼 지금은 여기에?

         그러면 다음에 찾아봬도 될까요?

신사 : 오오, 물론 대환영이고 말고!

       가족들도 좋아할거야, 꼭 찾아와.

히메오 : 예, 조만간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사무 : .........

이 사람, 경제 신문에서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

분명, 사와시마 해외 법인의 사장이었던.

...아니, 아까부터 히메오씨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죄다 경제지에 사진이 실리는 사람들 뿐.

게다가 하나같이 목소리가 크고, 캐릭터가 강한,

전신에서 자신감과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

이것이 사와시마가 요구하는 톱의 인물상인가.

...취할 것 같다.

히메오 : 자, 받어.

순간, 이야기의 틈을 봐서,

히메오씨가 자신의 글래스를,

내가 마시고 있던 잔과 교환한다.

오사무 : 이건...뭔가요?

히메오 : 로마네 뭐라던가 샤트 뭐라던가...

         아무튼 포도를 으깨서 짜증나게 알콜 발효를 시킨 거.

오사무 : 하...한잔에 얼마나 하나요...

히메오 : 그딴거 몰라.

         자, 아무도 안볼 때 마셔.

오사무 : 제가?

이런, 여차하면 한 병에 7자리 금액일지도 모르는 와인을?

히메오 : 주는 술은 감사히 받아야만 해.

         따라서 인사할 때는 빈 잔으로 가야할 필요가 있어.

과연...

안 그러면 상대방 앞에서 마셔서 비워야 한다.

치사량이 한모금 이하인 그녀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모험일지.

오사무 : [안마심 표시]를 가슴에 붙이고 다니면?

히메오 : 그런 회사 송년회 같은 짓이 가능해!

뭐 확실히, 이 드레스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겠지만.

히메오 : 다음 인사가 끝나면 다시 글래스 교환이야.

         알았어? 교환 직전에 단숨에 비워.

         안 그러면 빈 글래스가 교환되니까.

오사무 : ㄴ, 네...

확실히, 여기저기에 배치된 컴패니온(companion)이,

언제 음료가 부족하게 될지 눈을 빛내며 지켜보고 있다.

즉, 내가 이 파티에 불린 진정한 목적은,

히메오씨의 간 기능을 하라는 거였나...

히메오 : 그럼, 다음 간다.

         따라와요, 오사무 씨.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

......

...

츠요시 : ㅅ, 생각보다 재밌었다.

미토코 : 목은 다 쉬어가지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츠요시 : 아니, 설마 JFL 강등을 건 진검 승부였으리라고는.

         최근에 체크를 안 해둬서 말야...실수다.

미토코 : 뭐 어때? 넌 꽤 즐거워 보였는데.

         계속 시합에 열중했었으니.

츠요시 : 아, 그런가, 데이트였지...뭐한거야, 나.

미토코 : 아하하...

츠요시 : 망했다...아무것도 안 먹었지.

         히노사카, 야키소바 같은 거 먹을래?

         뭣하면 사오겠는데.

미토코 : 시합 다 끝났는데?

츠요시 : ...아 진짜 망했다.

미토코 : .........

츠요시 : 배고프다...

         점심 안 먹은 걸 생각하니 갑자기 고프네...

미토코 : ...저기, 오제키.

츠요시 : ㅇ, 왜?

미토코 : 너...정말 나이에 어울린다.

츠요시 : ...문제있냐.

미토코 : 그럴 리 없잖아...

         우리 나이대는, 다 이렇지.

츠요시 : 그렇다고.

         따라서 나, 히노사카랑 어울리지?

미토코 : .........

츠요시 : ...저기 말야.

미토코 : 응?

츠요시 : 아직 시간, 있어?

         그, 나, 배고픈데.

미토코 : 좋아...어디 뭐 먹으러 갈까.

.........

얼굴에 상처가 있는 노인 : 호오, 그럼 지금은 여기에?

히메오 : 소개하겠습니다. 이쪽은, 저희 회사 사장인 하마사키와 부사장인 요시토미입니다.

         사장님, 이쪽은 사와시마 부동산의 상담역을 맡고 계신 쿠라하시님으로...

사장 : 하, 하, 하...하마사키입니다.

부사장 : 요...요시토미입니다.

         아, 앞으로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사람도 본 적이 있다.

예전에 중부 지방에 본사가 있던 은행의 전(前) 행장이다...

내가 고향에 살았을 무렵에는 현역이여서,

매주 같이 지방 뉴스에 나왔다.

분명, 재벌 계열 은행과의 대형 합병 당시에 사임했던 걸로 아는데,

어느샌가 사와시마의 상담역을 하고 있었나.

노인 : 핫핫하, 쿠라하시님이라니 그만 두라고 히메오짱!

       평상시처럼 해.

히메오 : ...센쥬로 할아버지.

         저, 오늘은 미치하마측 사람이니까요.

노인 : 응, 그거야 그거.

       뭐니해도 나는, 히메오짱의 기저귀를 갈아준 적도...

히메오 : 정말!

         할아버지는 맨날 그 얘기를 꺼내서 싫어요.

노인 : 핫핫핫핫, 아 미안미안.

       그런데 정말 예뻐졌군. 저 준페이의 딸이라고는 믿기질 않아.

히메오 : 어머?

         저는 아버지의 딸인 동시에,

         어머니의 딸이기도 한데요?

노인 : 우핫핫핫핫, 맞는 말이야!

그건 그렇고...

이런 보통내기가 아닐 것 같은 사람들에 둘러싸여도,

히메오씨는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하긴, 사와시마의 외동딸이니까,

명사들이 존중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건 입장상의 어드벤테이지뿐만은 아니다.

뭐랄까, 특별함이 있다.

솔직히, 호텔의 컴패니언도 압도할 정도의.

오사무 : .........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는 이런 화려한 장소에 특화된 능력을 갖고 있다.

그건 어린 시절부터 무의식적으로 단련된 것이기도 하고,

아마도, 태어났을 때부터 가진 것이기도 해서.

최근에는 강제로 신입 사원 취급을 받아,

그녀 입장에서는 어웨이인 곳에서 고전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홈그라운드에 서면,

당장이라도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미치하마 상사의 전력이 된다는 것이 증명됐다.

분명히, 그녀에게는,

이 역할만으로도 중역으로 있을 가치가 있다.

히메오 : 재밌어?

오사무 : 그럴 리가 없잖아요.

히메오 : ...그렇겠지.

히메오씨가 가까이 다가와,

능숙한 손놀림으로 글래스를 교환한다.

참고로...나는 슬슬 취기가 오르고 있다.

오사무 : 당신은...꽤 즐거워 보이네요.

이건 빈말도 빈정거림도 아닌,

히메오씨의 모습을 보고 떠오른 생각.

히메오 : 다들 어렸을 때 돌봐주셨던 사람들 뿐이니까.

         나한테는 단순한 홈파티 같은 거야.

오사무 : 그...그런가요.

얼핏 보기에는 진짜 무서운 사람들밖에 없는데.

다들 연령대 이상의 박력을 풍기고 있는데,

실제로도 능력이 뛰어나니 더욱 무섭다.

여기에 있는 50세 이하의 남성은 나 혼자인가.

이 나이로 압도적인 최연소라는 것도 좀...

히메오 : 그리고...같은 지역 사람도 많으니.

오사무 : 저에게 있어선 시련이에요...

역시 사와시마 부동산, 본사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메오 : 이 지역에서 보면 나고야도 기후도 다 동향이야.

         ...그래, 오사무씨도 모두한테 소개해야겠다.

오사무 : 어째서!?

히메오 : 당신도 조금은 출세욕이 있겠지?

         그럼 여기있는 사람들한테 얼굴 팔아도 손해볼 건 없어.

오사무 : 그런 터프한 짓은 그만두세요!

히메오 : 재밌어졌는데...자 가자고.

         우선은 저기있는 카네코 아저씨부터.

         ...본사 전무로, 아버지의 오른팔이야.

오사무 : 싫어어어어어엇~!

패밀리 레스토랑 점원 : 여기, 치워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미토코 : 아, 네, 부탁드립니다.

츠요시 : .........

미토코 : 잘 먹었습니다.

         응, 의외로 괜찮네.

         실은 샹제리아, 처음 온건데.

츠요시 : 그, 그래, 그거 잘 됐네.

         그치만...

미토코 : 응? 왜?

츠요시 : 너...너무했어

미토코 : 뭐가?

츠요시 : 나, 여기 와서

         도리아랑 리조트를 콤비로 시키는 녀석은 처음 봤어.

미토코 : 뭐야, 남을 먹보 취급하고.

         너도 5개나 주문해 놓고서.

츠요시 : 아니, 그게 아니라 말야.

         왜 그렇게까지 쌀에 집착해?

미토코 : .........일본인이니까.

츠요시 : 비빔밥을 반찬으로 쌀밥을 먹거나 하냐?

미토코 : 오제키는, 밥 싫어?

츠요시 : 당근 엄청 좋아하지.

         일본인이니까.

미토코 : 그래...잘 맞네, 우리들.

츠요시 : .........

미토코 : 왜?

         당근 대포를 맞은 말 같은 얼굴을 하고.

츠요시 : 그런 무기가 존재하는지는 제쳐두고,

         히노사카, 너 방금 자신이 무슨말을 했는지 알아?

미토코 : 응?

츠요시 : ...기억 안나?

미토코 : 으음...무슨 얘기?

츠요시 : 너 말야...역시 오늘, 좀 이상한데?

미토코 : 긴장했는지도.

츠요시 : 진짜로!?

         뻥 아니지!

미토코 : 으음...무슨 얘기?

츠요시 : .........

미토코 : ...이건 농담.

츠요시 : 비장에 나쁘다고, 야!

미토코 : 뭐, 첫데이트라는 건 진짜니까.

         조금은 긴장되는 것 같은데?

츠요시 : 기쁘기는 하다만,

         그렇게 남얘기하는 듯한 말투도 좀.

미토코 : 지금까지, 집안일로 바빠서,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일도 거의 없었으니까.

츠요시 : 아 그런가...너희집, 힘들었었지.

미토코 : 지금은 여러 사정으로, 조금 여유가 생겼지만 말야.

         진학도...가능할 것 같고.

츠요시 : 슈우센대 부속고의 장학생 시험을 본다고?

         죽인다~, 나한테는 완전 다른 나라 얘기라고.

         ...뭐 여학교니 애당초 갈수가 없지만 말야.

미토코 : 공부도, 봐주고 있고.

츠요시 : 뭐, 그러는 나도 몇군데에선가 특기생 얘기가 오고 있지만 말야.

         정말, 야구말고 축구하길 잘 했어.

미토코 : 이렇게, 친구랑도 놀 수 있고.

츠요시 : 그래서, 나는 호쿠요우미나미로 갈까 생각중이야.

         별로 축구는 잘하지 못하지만.

         뭐, 3회전 탈락 팀의 주장이라면 그 정도 수준이지.

미토코 : 날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고.

츠요시 : 뭐, 그런 것보다도 중요한 팩터가 있으니까 말이지.

         뭐니해도, 슈우센대 캠퍼스에서 도보로 5분!

미토코 : .........감사, 하고 있어.

츠요시 : ...야, 히노사카.

미토코 : .........

츠요시 : 앞으로도 종종 같이 놀래?

         수험 공부만 하면 스트레스 쌓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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