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4/87)

.........

(휘이이이잉~~~)

미토코 : 히메오 언니...도?

히메오 : 도?

미토코 : 에? 아, 아무것도 아냐.

         그래서 지금 어디?

히메오 : 관서 공항. 나리타에선 오늘은 착륙할 수 없대.

         답답하네. 그쪽은 날씨가 좋아서 방심했었어.

미토코 : 그쪽이라는 건...로스앤젤레스지?

         그쪽 날씨가 참고가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데.

히메오 : 아~, 그렇게 말하기야.

         이번에는 신기한 롤케익을 샀는데~

         그냥 지금 혼자 먹어버릴까~

미토코 : 아~ 미안미안!

         그래서, 어떡해 오늘은?

히메오 : 음~, 신간센도 멈췄으니.

         여기서 하루 잘 수밖에 없으려나.

미토코 : 그렇, 구나...

히메오 : 모처럼 토코짱한테 해줄 얘기가 잔뜩 있는데~.

         아~, 진짜 운이 없네~

미토코 : .........

히메오 : ...?

         토코짱?

미토코 : .........

히메오 : 토코짱?

         무슨일 있어?

미토코 : 에? 아, 아아, 아무것도 아냐1

         그래, 태풍인 걸, 어쩔 수 없지...

히메오 : 그쪽, 괜찮아?

미토코 : ㅇ, 응응, 괜찮아!

         그렇게 태풍 심하지 않은데다

         여기는 코스에서 벗어난 것 같으니~

히메오 : 뉴스에서 봤을 땐 직격인 것 같던데...

미토코 : 개인차가 있으니까 그런 건!

히메오 : 태풍이...그런 거였나?

미토코 : 그리고 다들 있으니까!

         영감님도, 쿠마자키씨도, 야스나가군도...

         그리고.........카야 씨랑 리스토라씨도...있어.

히메오 : 그렇지, 뭐, 그 남자가 있으니까 괜찮으려나.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미토코 : 에?

히메오 : 아무것도 아냐. 그래도 조심해.

         무슨일이 생기면 어른한테 다 맡기라고?

미토코 : 나도 어른이라고.

히메오 : 응, 믿고 있어, 토코짱.

미토코 : .........고마워.

히메오 : 그럼 이만 끊을게.

         돌아가는 게 늦어져서 미안해.

미토코 :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그럼, 이만...

(철컥)

.........

미토코 : ......................뭡니까 이거?

.........

오사무 : 그런 이유로, 대책안 1입니다만,

         이쪽의 대상 범위는 부동산부 중심으로, 게다가 효과도 커서,

         할만하면서 비교적 지장이 적다고 판단됩니다.

과장 : 음...

자료도 앞으로 3페이지 뿐.

드디어 탈 미쯔마루를 위한 제안.

오사무 : 하지만, 타사와의 업무 규모를 확대하게 되면,

         반드시 담당 중역 이상의 결제가 필요하게 됩니다.

         테라카와 상무보다도 더 위 말입니다.

최초의 안은, 부동산부의 업무 개선.

오사무 : 하지만 그것만 클리어할 수 있으면 나머지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업무 내용적으로도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대외적으로도 조용하게 개선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방법이 너무 단순.

미쯔마루 부동산 이외와의 거래액을 높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미쯔마루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소리.

오사무 : 이어서 대책안 2입니다만...

         이건 사내 인사에 손을 댈 필요가 있습니다.

         최소한 인사권을 가진 경영진의 승인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과장 : 각 부의 인원 재배치밖에...

오사무 : 예를 들면 현재, 부동산부는 3과, 45명의 부원이 있습니다만,

         매출 넘버2인 자동차부를 보면,

         1과, 10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장 : 흑자액만 보면, 그쪽이 훨씬 좋은데 말이지.

오사무 : ...그렇죠.

         소수 정예를 말 그대로 실현하고 있는 부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동산부는 미쯔마루에게 이익 공여를 하고 있기에,

이익이 적은 건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지만.

오사무 : 그 이외의 영업 각부를 둘러봐도, 거의 10명 안팎으로,

         명백하게 부동산부가 비대합니다.

         ...다른 부가 터무니없이 인원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2안은, 부동산 그 자체에 대한 의존 체질에서 탈피.

지금까지 덤취급 받았던 다른 품목의 거래를

충실하게 만듬으로써, 부동산 거래의 감소...

나아가서는 미쯔마루의 영향력을 낮춘다는 내용.

과장 :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부동산에 강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미지 다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오사무 :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게 부동산 이외의 수지 현황을 그래프화시킨 겁니다.

과장 : 이렇게 보면...

       아주 견실하지 않은가, 우리 회사도.

준비해둔 보충 자료의 그래프를 보면서,

과장님은 살짝 자랑스러운 듯 끄덕였다.

오사무 : 솔직히 다른곳에 눌려있을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수년전부터 충분히 독립 채산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과장 : 설립 경위가 경위이다보니,

       여러 가지 제한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군...

오사무 : ...좋은 회사입니다.

         가능하면 뼈를 묻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부흥한 이유에 관계없이,

모여든 인재는 우수하고, 착실하게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매년의 수지가

무슨 이유에선지 엇비슷한 현 상황에서,

그래도 의욕을 잃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오사무 : 이어서 대책안 3...

         이건 2안을 더욱 발전시킨 겁니다.

과장 : 부동산부의 해체...

2안이, 부동산을 포함한 각 부의 평준화였던 것에 비해,

이쪽은 부동산을 배제한 각 부의 평준화.

단순하게 말하면,

부동산부의 45명 전원을 다른 영업계 5부에 재배치한다.

각 부서의 규모는 거의 배가 되고,

지금까지 이상으로 활기차게 돌아갈...지도 모른다.

오사무 : 이렇게까지 하면,

         미쯔마루 부동산의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집니다.

         부동산을 다루지 않게 되니까요.

과장 : 미쯔마루는 가만 안 있겠지만 말야.

오사무 : 그럴 때쯤에는, 이미 지금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기업이 아니게 될 겁니다.

과장 : .........

역시 방금의 표현은,

과장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오사무 : 1안에서부터 순서대로, 개선, 개혁, 혁명이라는 느낌이네요.

         가능하면 천천히 진행해씅면 합니다만...

과장 : 하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인가.

오사무 : 그 말씀대로입니다. 

         결과를 빠르게 내는 순서는 반대입니다.

승부는 가을.

처음부터 그런 리미트가 정해져 있다.

따라서 지금은 본래 필요했던 개선이 아니라,

개혁, 아니, 혁명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오사무 : 마지막으로 대책안 4입니다만...

         솔직히 여기부터는 실제 발표 때 설명해야 할지 말지 고민됩니다.

과장 : 어째서지?

오사무 : 너무 자극이 강한 제안이라서...

필요한 건 톱의 결정 뿐.

닥쳐오는 그날도 별문제가 아닐, 일발 역전의 방법.

그렇지만 그건, 어떤 의미로, 이 회사의 창립 이념을

근본부터 뒤엎는, 악마의 거래.

아마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미치하마 상사는 살아 남을 것이다.

지금 이상으로 실적이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그렇지만 그때, 살아남은 미치하마 상사는,

과연 미치하마 상사의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할 수 있을지...

과장 : 요시무라 군...

오사무 : 역시 그만두겠습니다.

         이 페이지는 없애고, 마지막으로 정리를...

과장 : 요시무라 군.

오사무 : 에? 아, 네?

과장 : 보여주게.

       그리고 나서 같이 생각해보자고.

오사무 : 에...?

과장 : 자네한테만 책임지게하는 짓은 안 한다고.

오사무 : 아뇨, 하지만 과장님에게는...

사모님과, 대학에 들어갈 아드님이...

과장 : 애당초, 각 부의 조정을 얻어내게 위해서

       나를 끌어들인 거잖아?

       이제와서 숨길 건 없다고 보는데?

오사무 : .........히라키 과장님.

과장 : 자, 계속하게.

       하지만 프레젠트치고는 설명이 너무 길어.

       10분으로 마칠 수 있도록, 표현에 대해 연구하지 않으면.

오사무 : ㅈ, 죄송합니다.

과장 : 요시무라 군은 자료는 좋은데 발표는 아직 문제가 있어.

       조금 더 큰 소리로, 정확한 발음으로, 요점만을 집어서.

       ...그리고, 때때로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도 감점 대상이야.

오사무 : 아...아하, 아하하...

내 목소리는...그렇게 갈라지는 걸까...?

과장 : 왜 그래? 좀 피곤한가?

       뭐, 무리도 아니지, 계속 철야했을 테니.

       조금 쉬는 게 어떤가?

오사무 : 아니요, 하지만.........죄송합니다, 1분만.

지금의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기에,

여전히 빗방울이 격하게 튀기고 있는 유리창으로 밖을 바라본다.

바람은 아까보다도 더 격해져,

창문 아래의 가로수는 점점 기울어지는.

과장 : 그런데 뭐랄까, 회사의 위기에다 이렇게 태풍까지.

       나이값도 못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구만.

오사무 : 아하하...

과장 : 지금 나 자신의 인생은 물론,

       이 회사 전 사원의 인생을 쥐고 있으니까 말이지.

오사무 : 전혀 원치 않았지만요...

과장 : 나도 그렇다고.

       정년까지 앞으로 15년.

       아무일도 없이 평온하기만을 바랐는데.

오사무 : 아...

과장 : 처음에 말야, 인사 과장한테서 자네를 소개받았을 때의 첫인상은,

       [아, 이 녀석은 나처럼 무사안일 주의자가 틀림없다.

        이 녀석이라면 잘 지낼 수 있겠다]였는데 말야.

오사무 : .........

과장 : 그런데 설마...

       입사하자마자 일주일만에 부장한테 덤비리라고는.

       그때만 내 수명이 2년은 줄었을 거야.

오사무 : .........과장님.

과장 : 이제와서 그때 일을 사과해도 늦었다고?

       이렇게까지 끌어들여놓고.

오사무 : 피난 훈련이란 거,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과장 : 무슨 소린가 뜬금없이?

오사무 : 거 있지 않습니까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책상 아래로 대피해 주세요]

         라는 방송이 나오는 거 말입니다. 방재(防災)의 날 같은 때에.

과장 : 그거야 뭐...일년에 한번은 하니까 말이지.

       그런데 그게 왜?

오사무 : ...관동 지방에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과장 :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지금은 지진이 아니라 태풍이...

오사무 : ...책상 아래로 대피하십시오, 빨리!

         절대 소리내지 말고!

과장 : ㅇ, 요시무라 군...?

창밖, 비스듬이 기울어져 흔들리는 가로수..

그리고 태풍속, 택시에서 내려,

빌딩으로 달려오는 시노야마 부장.

.........

......

...

오사무 : 하하...하하하...

8월 15일 수요일, 오후 10시.

미치하마 상사를 나와 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양손에 든 가방의 엄청난 무게에...

아니, 그거랑은 전혀 관계없이.

마른 웃음 소리와, 빗물이 흘러 내린다.

가방안에는 상비약 세트와,

씻은 도시락통, 뜯지 않은 선물, 거기다가,

혹시 지금이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스웨터.

오사무 : 으...으으...

수트와 가방에 스며드는 비가,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내 온몸에 더더욱 무게를 가해,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더욱 느리게 만든다.

오사무 : 그동안...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지금은 이미 불이 꺼진, 미치하마 상사가 있는 빌딩 창문을 돌아본다.

부장 : 결정적이군...

부장 : 운이 없었구만 요시무라 군...

       조금만 더 있었으면 나를 함정에 빠트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부장 : 대체 뭔가 이 자료는?

       자네는 무슨 목적으로 우리 회사에 들어왔지?

부장 : 시치미 뗄 작정인가?

       그럼, 좀 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까?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런 짓을 하는 거지?

부장 : 침묵인가?

       아마 카마타에서도 이런 짓을 해,

       회사에서 쫓겨난 거지?

부장 : 뭐 됐네.

       어차피 자네 얼굴을 볼 일은 이제 없을 테니까.

부장 : 기억해두게...요시무라 오사무 군.

       내일부터 이 업계의 블랙 리스트에

       자네의 이름이 또렷하게 새겨질 거야.

부장 : 두번 다시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할 수 없다는 소리지.

이 태풍을 우습게 봤다...

나리타는 전편 휴항으로,

예정됐던 부장의 해외 출장도 중지.

때문에 그냥 한번 회사에 들르려 [우연히] 돌아온 것 뿐.

3일 철야를 한 머리는, 그런 간단한 포인트를 놓칠 정도로,

피폐해져 있었던 것 같다.

오사무 :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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