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87)

오사무 : 에...?

히메오 : 뭐, 자잘한 건 신경쓰지 말고,

         추석에는 집에라도 돌아가서,

         조상님들 묘에 절이라도 하고 오면?

오사무 : 아뇨, 저기 잠깐만요.

         미치하마 상사는, 분명...

히메오 : 가을이 되면, 당분간은 그럴 여유도 없어질 테니까.

         ...뭐 할게 있으면 지금 해.

오사무 : 에......?

히메오 : 자 그럼, 이제 나가봐야.

         사사키, 요시무라 씨 돌아가신다.

사사키 : 넷.

         그럼 요시무라 님. 오늘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사무 : .........

사사키 : 요시무라 님, 이 이상은...

오사무 : ...감사했습니다.

         가능한 일은 해보겠습니다.

히메오 : ...그래

마치 선문답 같은 대화였지만,

확신할 수 있었던 게 하나.

그녀는...틀림없이, 못 말릴 수준으로 착한 사람이라는 것.

.........

(드르르륵)

미토코 : 아.

카야 : 여.

미토코 : 카야씨도 여기(목욕탕) 다니는구나.

카야 : 그야 뭐, 이 주변에는 여기밖에 없으니.

미토코 : 주택가에, 목욕탕없는 집은 거의 없으니까.

         ...미안해, 목욕탕없는 가난한 집이라서.

카야 : 뭐, 눌러 앉아있는 건 나니까.

       그리고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미토코 : 그렇게 말해주면...고마워.

(첨벙...쏴아~)

카야 : ...흐음

미토코 : ㅁ, 뭐야?

카야 : 최근 애들은 발육이 좋다고들 하잖아.

미토코 : 그, 그래?

카야 : 역시 [개인차]라는 건 고금동서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토코 : .........

(첨벙~!!)

.........

카야 : .........

미토코 : .........

카야 : 저기.

미토코 : 왜?

카야 : 에돗코?

(에돗코는 에도의 사람이라는 말로, 토쿄로 명칭이 바뀌기 전에 에도라고 불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여기선, 고집스럽고 성질 급한 성격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미토코 : 못 참겠으면 먼저 나가시죠~.

         같이 하잔 소리 안 했으니까.

카야 : ...화풀이?

미토코 : 그런 정도로 화내거나 하지 않는다고.

         인내의 한계에도 개인차라는 게 있으니까요~

카야 : ...한계가 엄청 낮은데, 항상.

미토코 : 뭐라고 했어?

카야 : 오사무 군이 최근 같이 놀아주지 않아서 외로워?

       라고 물었는데.

미토코 : 일이 바쁜 걸, 어쩔 수 없잖아.

카야 : 아, 역시 외롭구나.

미토코 : ...그 판정 방법 좀 작작 할래?

         그렇게 따지면 요코하마 사람들은 모두 성질쟁이가 돼 버린다고?

(일본에 대해 잘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대사군요;;)

카야 : 나는 외로워.

       엄청 외롭다고~

미토코 : .........넘어오질 않으니까~

카야 : 이렇게 매일 반짝반짝 갈고 닦고 있는데 말야,

       그 자식은 꿈쩍도 안하고 쿨쿨 잠만 자.

미토코 : 매일 돌아오는 시간이 새벽 2시라고?

         그냥 자게 놔둬.

카야 : 재미없는 걸~

미토코 : 심심하면 카야씨도 일 찾아면 되잖아.

         여기에 오기까진 계속 일하고 있었으니까.

카야 : 지금은 일보다도 딱 맞는 게 있으니까.

       아직 맞춰보진 않았지만...웁!?

(촤악~)

카야 : 아, 아뜨, 아뜨거!

       뭐하는 거야, 집주인 씨?

미토코 : 아무리 여자끼리 알몸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저속하게 말하지마.

카야 : 물대포라니, 추억의 공격을...

미토코 : 이쪽은 아직 현역이니까요~

카야 : 그러고 보니, 방금 얘기로 알게됐는데 말야.

미토코 : 뭐가?

카야 : 어떻게 오사무 군이 2시에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어?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집주인씨가 말야.

미토코 : .........

카야 :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몸 망치니까 그만해.

       사적인 얘기를 하자면...그런 여성스러운 행동은,

       태도를 확실히 하고 나서 했으면 하는데~

미토코 : 집주인 입장에서는,

         세입자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둘 의무가...우웁!?

(촤악~)

카야 : 원칙론~

미토코 : 아, 아뜨거, 뜨거워~~~!

카야 : 집주인씨는 치사하네.

       아이의 탈과 여자의 탈, 번갈아가면서 쓰다니 말야.

미토코 : ㅇ, 여, 여자?

         ㄴ, 내가!?

카야 : 내가 "파파~"라고 하면서 떼쓰면 재수없지만 말야,

       집주인 씨라면, 자신도 모르게 안고 싶어질 정도로 사랑스러우니~

미토코 : 안 해, 안 해!

         그건 완전 원조 교제잖아!

카야 : [교제]는 어떨지 모르지만,

       [원조]는...오사무 군, 열심이라고?

미토코 : 으...

카야 : 그는 지금, 소중한 딸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네 진학 문제말고는 안중에 없어.

미토코 : .........

카야 : 기쁘지?

미토코 : 그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하라고는...안 했는 걸.

카야 : 입이 헤 벌어졌어.

미토코 : 아냐!

카야 : 괜찮아.

       집주인씨는 오사무 군에게 응석부려도 말야.

       그게 나이에 어울리는 관계이니.

미토코 : 그러니까 사람 말을 좀...

카야 : 그 대신으로라도 괜찮으니까 말야...

       오사무 군한테 앵기는 역은,

       나한테 양보해줄 수 없으려나?

미토코 : ~~~으!

(부글부글부글...)

카야 : 어라? 현기증 나?

미토코 : 제발 그만해 좀...

         나를 자기랑 같은 레벨에 두고 다투려고 하지마.

카야 : 아, 그럼 양보해줄래?

       약한쪽의 오사무 군은, 내 걸로 해도 돼?

미토코 : 내가 이러고 저러고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토라씨의 마음에 달린 문제잖아, 그런 건.

카야 : 괜찮아, 괜찮아, 그건 또 다른 문제니.

       그래서, 이 마음의 문제로써 말이야...양보해줄래?

미토코 : 당체 카야씨는 말야, 너무 좀 무방비야.

         여성으로서 조금 더 절도를 갖추라고...

         있잖아, 우리집은 남자 세입자가 많아서 여러 가지로 말야.

카야 : 그래서, 양보해줄래?

미토코 : .........

여자 손님 : 어머 토코짱, 안녕.

            오늘은 늦게까지 있네.

미토코 : 아하하, 좀 오래 앉아 있어서요~

카야 : .........

미토코 : .........

카야 : 그래서?

미토코 : 끈질기네.

         이제 그 얘기는 그만.

카야 : 욕심쟁이.

미토코 : 시끄러웟.

카야 : .........

미토코 : .........

여자 손님 :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읏차...

카야 : 아...

미토코 : 아, 아줌마...지금은...

(첨벙~!) --- 아마 다리를 건듯;;

여자 손님 : 아, 아뜨뜨뜨뜨뜨뜨~!?

.........

오사무 : 과장님, 말씀드릴 게.

과장 : 적당히 하게 오사무 군...

       그것보다 내가 지시한 전표 처리는 어떻게...

오사무 : 말씀하신 219건은 전부 끝냈습니다.

         남은 게 있으면 더 할까요?

과장 : ...다음주 분까지?

오사무 : 불비(不備)에 의한 수정이 23건.

         납기 변경이 18건. 이것들도 전부 처리 완료했습니다.

         서식 미스는 수순서(手順書) 이용으로 많이 줄었습니다.

과장 : .........

오사무 : 10분만이라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없으십니까?

과장 : 시노야마 부장님은 안된다고 하셨지?

오사무 : 네.

과장 : 그렇다면 내가 이제와서...

오사무 : 히라키 과장님의 체크를 받지 않은 보고는,

         보지 않으시겠다고.

과장 : 으...

오사무 : 부장님의 말씀은 지당합니다.

         따라서 과장님, 리뷰 부탁드리겠습니다.

과장 : 으으...

나 자신도 때때로 신기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특정 시기에 한해서,

갑자기 강하게 밀어붙이거나, 끈질지게 물고 늘어지거나 하는 자신에 대해서.

.........

오사무 : ...이렇게 된 겁니다.

과장 : 가당치도 않은 말 하지말게.

       방금 얘기는 나만 알고 있겠네.

오사무 : 그럼, 과장님은 모르셨다는?

과장 : 알고 있을 리가 없잖은가.

       애당초 우리 회사에게 그러한 사실은 없네.

       그런, 그런 말도 안되는...

오사무 : 아니요, 틀림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부동산부(部)는 미쯔마루 부동산의 분식 회계에 가담하고 있습니다.

과장 : ㅇ, 이봐, 그만둬!

그래, 계기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교육 기간중에 아무 생각없이 조사하기 시작한 미치하마 상사의 결산 상황.

매달의 매출은 견실해서,

틀림없이 이익이 쌓여갔는데도,

막상 결산기가 되면, 적자까지는 아니라도 해도, 아주 소규모의 흑자.

게다가 기복이 없다.

국내 경제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매년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

명백하게, 매출차가 있는 전년도와 비교해서도.

처음에는 과소 신고에 따른 탈세를 의심했지만,

정답은 예상밖의 부분에 숨어 있었다.

이 회사는 부동산부의 적자를,

전부서가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흑자액이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부의 주요 거래처...

매출이라는 이름의 적자 중 90%를 차지하고 있는 건,

미쯔마루 부동산이라는 준대기업 규모의 부동산 회사.

사와시마 부동산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규모지만,

최근에는 여러 입찰에서 경합하고 있는,

사와시마에게 있어선 약간 성가진 존재.

그녀가 이런 중소 기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지만,

아버지 라이벌 회사의 관련 기업이라면, 조금은 납득이 간다.

그리고...

오사무 : 미와 전무...

         미쯔마루 부동산에서 파견나오신 분이죠.

과장 : 괜한 소리 하지 말라니까!

오사무 : ...죄송합니다.

경리부 담당 중역인 미와 전무와,

부동산부 담당 중역인 테라카와 상무.

이 두 개의 자리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대대로,

미쯔마루 부동산에서 온 낙하산 인사들의 차지였다.

그런 중요한 포스트를 역임한다는 것은,

그건 등기상은 아니라고 해도, 내정적으로는 자회사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게다가 연결 결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아주 교활...아니아니, 미묘한 위치이기도 해서.

과장 : 이런 허위 정보를 공적으로 유포할 생각인가?

       자네는...우리 회사를 말아먹을 작정인가?

오사무 : 그런...정반대예요. 계속 남아서 일하고 싶습니다.

         힘들게 구한 직장이니까요.

과장 : 그러면 농담이라도 이런 악질 중상모략은 그만두게!

오사무 : 확실히 악질입니다만, 어떻게 생각해도 이게 정답입니다.

과장 : 나는, 이 회사에 모든 걸 바쳤어...

       경리판에서 25년간 일해온,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평범한 인간이야.

오사무 : 25년이나 계속 일하셨다는 건 대단한 일입니다.

과장 : 자네처럼 아무데서나 일할 수 있는 인간과는 달라...

오사무 : .........네?

방금, 은근슬쩍 잔혹한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하지만 왠지, 이 분위기에서는

내가 움츠러들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꾹 참았다.

과장 : 지켜야 할 아내와 아이가 있어...

       자식은 내년에 대학에 들어간다고.

오사무 : 저한테도.........지켜야 할 사람은, 있습니다.

과장 : 그럼 괜한 소리는 하지 말게...

       이대로 여기서 평온 무사하게 보내는 걸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

오사무 : 저도 가능하면 그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과장 : 젊구만, 자네는.

       아직 이상을 버리지 않았군.

       나한테도 그런 시절이...

오사무 : 그 말씀이 아닙니다...

         아마 몇 달 안으로, 미쯔마루에게 감사의 손길이 뻗칠겁니다.

과장 : 뭐...!?

[가을이 되면...]

그래, 가을이 되면, 당분간은 한가해질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자칫 잘못해, 그 여파가 미치게 되면,

이번엔 반대로, 당분간 한가해질지도 모른다.

과장 : 어, 어디서 그런 소문을?

오사무 : 그건...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꽤 신뢰할 수 있는 소스입니다.

뭐니해도, 아마 거기에 앞장설 사람의 친족.

과장 : 그런 말도 안되는...

       상층부조차 모르고 있다고, 그런 얘기는?

오사무 : 하지만 가능성은 높습니다.

         그리고 아마, 이미 이쪽이 알아차려도 문제 없을 정도로,

         단서를 잡고 있을 겁니다.

과장 : ㅁ, 무, 뭐...

그렇게까지의 확증이 없다면,

아무리 사람좋은 그녀라고 해도, 나한테 이런 얘기를 흘릴 리가 없다.

때문에 알게 되었다.

그건 가능성의 얘기가 아니라,

단순한 미래에 일어날 사실이라는 것을.

오사무 : 시간이 없습니다...

즉, 미치하마 상사는...

이대로 놔두면 사와시마 부동산에게 짓밟힌다.

그것도, 미쯔마루 부동산을 부수기 위한 단순한 계기로써.

과장 : 그런...어떡해야 되지.

히라키 과장님은 그 거칠고 두꺼운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태도가, 나의, 아직 추측에 지나지 않는 지적을,

전신으로 긍정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겠지.

오사무 : 같이 생각하시지요.

         앞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과장 : 생각하라고...

오사무 : 줄곧 여기서 지내오셨던 과장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과장 : 요시무라 군...

그래, 생각해야만 한다.

잘려나간 꼬리는, 가만 내버려두면 언젠가 그 활동을 멈춘다.

그렇게 되기 전에, 꼬리만이라도 살리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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