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7화 (37/87)

오사무 : 흥미라뇨...무슨 흥미요?

카야 : 오사무 군을 발견할 운좋은 회사는 어딜까나, 라는.

오사무 : .........

이전부터 엄청나게 의문스럽게 생각했던 일이 있다.

카야 : 이번에야말로 상대방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보고 하라고?

       아무대나 무작정 달려들면 안돼?

이 사람은 지금까지 나에게 잘해준 사람 중에서도,

가장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카야 : 오사무 군이 자신을 너무 낮춘다고.

       좀 더 자신을 평가해줄 곳을 잘 찾아보라고?

그녀와 만난지 두달.

나로서는 한심한 모습밖에는 보인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신뢰를 받고 있는 걸까.

오사무 : 그러는 와중에 어느덧 보니 이제 곧 30이에요...

카야 : 아직 젊다고.

       내가 당분간 먹여 살릴 테니까 초조해하지마.

       아, 빨리 해.

오사무 : 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말이죠...

         근데 카야 씨야말로...

카야 : 응? 나?

오사무 : 그...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인가요?

카야 : 음~, 지금은 저축해뒀던 돈을 쓰고 있으니,

       이사하라고 해도 당분간은 좀 무리려나.

오사무 : 그거 말이에요.

         새로운 직장, 안 찾으시나요?

카야 : 오사무 군이 취직하면, 거기 들어갈까하고.

오사무 : ...농담이시죠?

카야 : ...반 정도는?

오사무 : 아뇨, 저한테 물어봤자...

         근데 진짜 그런 이유로?

카야 : 아니 뭐,

       돈이 바닥나면 진지하게 생각하겠지만 말야.

       실은 모아둔 돈이 꽤 있어서 말야.

ㅂ, 부럽다...

저는 사실, 빌린 돈, 꽤 있는데요.

카야 : 그리고 뭐, 지금은 신참자라,

       아파트 사람들하고도 친목을 도모하고 싶으니.

오사무 : 이상한 일에 말려들지 않았지요?

         이상한 거 마시지 않았지요?

         이상한 짓 당하지 않았지요?

카야 : 걱정 말라고.

       다들 내가 오사무 군의 여자라고 알고 있는 걸.

       그래서 다들 잘 대해주고 있어.

오사무 : .........

왜 이상하게 그런 것에만 이해력이 좋을까, 이 양반들은.

카야 : 뭐, 애당초 오사무 군한테조차 아무짓도 안 당했지만.

       ...오, 나왔다, 오광~

오사무 : 에에에에에에!?

어느샌가 된통 뒤집어 썼다는.

카야 : 자, 그럼 10판째.

       또 10연패하면 페널티니까 말야?

오사무 : 아직 그 룰이 남아 있었나요...

         뭐 상관없지만요. 지금도 어깨가 뭉쳤나요?

카야 : 그런 약한 페널티는 질렸어.

오사무 : 등닦아 달라고요?

         여기 목욕탕 없다구요?

         이미 대중 목욕탕도 문닫았을 시간이고, 애동초 거긴 남녀 따로에요.

(탁!)

카야 : 그래서 말야...

       슬슬 결론을 들어볼까 하는.

오사무 : .........

큰일났다...

취했다...

(웅성웅성) --- 다른 세입자들 술마시는 소리

카야 : 자, 정신차려.

       쭉 들이켜.

오사무 : 카야 씨...

카야씨는 자기 잔을 쭈욱 들이키더니,

또 다시 거기에 위스키를 남실남실 따르고,

내앞에 놓는다.

내가 그렇게 술이 세지 못한 걸 알고,

하지만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선 말할 수 없는 것을 강요한다.

카야 : 몇 개인가 선택지가 있어.

       일단 얘기해볼게.

그리고 분명...

내가 술기운으로 하는 행동조차

받아줄 생각이겠지.

카야 : 1. 좋아하니까 안는다.

       2. 싫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안는다.

       3. 불쌍하니까 안는다.

오사무 : 어떤 걸 골라도 하는 행동은 똑같잖아요.

이거 보라고...

카야 : 나로는...안 서?

오사무 : 그 부분을 보면서 묻지 말아주세요.

얇은 재질의 파자마로는,

격하게 융기하기 시작하는 그 부분을 숨기는 건 무리로.

카야 : 나 말야...꽤 화났다고?

       알고 있어?

오사무 : ...엄청나게 실례되는 짓을 했다는 건 자각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결과는 알고 있다.

카야씨는, 나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

그것도 친애의 정보다, 좀 더 깊은.

카야 : 응, 좋아.

       그래, 뒷감당할 생각은 있어?

오사무 : 카야 씨...

몇 번이고 말하지만, 원인은 전혀 모른다.

카야 : 별로 말야, 2번이나 3번도 상관없다고?

       서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도 괜찮다고 봐.

오사무 : 그건 안돼요.

카야 : 그런 것에만 분명한 태도를 보이네.

그렇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된 결론을 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늦었다고 비난을 받더라도.

오사무 : 카야 씨...

카야 : .........

오사무 : 저기 말이죠, 저는 말이죠...

카야 : 아, 잠깐만!

       한잔만 더!

오사무 : .........

설마했지만...

긴장했다 이 사람.

겨우 나 같은 놈이 내리는 결론에.

...압박감이 밀려온다.

카야 : 좋아, 준비됐어.

       자, 오사무 군, 해.

유혹하는 듯한 목소리 내지 마세요...

오사무 : 그럼, 다시.

카야 : 으, 응...

오사무 : 저는 말이죠...카야씨를 말이죠...

카야 : .........윽

(지금은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쾅!)

카야 : 그게 무슨 결론이야!?

오사무 : 아이고 죄송합니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좀 그렇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대답은 없어서 말이죠...

카야 : 오사무 군 정말 우유부단에 주체성없이 비실거려서

       그 나이 먹은 남성으로서 좀 아니라고 봐~?

오사무 : 그렇다구요, 그런 남자라구요!

         그래서 말인데 카야씨는 왜 내가 좋다는 건가요?

카야 : ...그래서?

       왜 여유가 없는데?

오사무 : ...자기도 말을 딴데로 돌리면서.

카야 : 쓸데없이 말꼬리 잡는 것도,

       그 나이 먹은 남성으로서 좀...

오사무 : 지금의 저는, 미토코짱의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요!

카야 : .........

오사무 : ...이상

카야 : ...오래 전부터 수비 범위내?

(쾅!)

오사무 : 그녀의 장래를 말하는 거예요!

역시 예상하고 있던 반응에는 금방 받아칠 수 있군, 나도.

오사무 : 지금 중요한 건 진학이에요.

         미토코짱, 가정 사정도 있고 해서,

         별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요.

카야 : 그야 뭐...그렇겠지.

       그 아이, 진지한데다가 엄청 고집스러운 걸.

       오사무 군에게 금전적 부담 주고싶지 않겠지.

오사무 : 그게 문제라고요...

         이제 겨우 조금씩 믿어주게 됐지만,

         돈문제에 있어서만은 고집스럽게...

카야 : 오사무 군이 취직하지 않는 한 말이지.

오사무 : 하지만 말이죠, 이제 슬슬 지망 학교 같은 걸 정하지 않으면,

         다른 애들보다 늦어지게 된다구요.

         가능하면 방학 특강도 나가게 하고 싶은데.

카야 : 그 아이, 그런 거 하지 않아도 공부 잘 하잖아?

오사무 : 지금까지는 다른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공부했으니까요.

         다들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하는 이 시기,

         어디까지 성적을 유지시킬 수 있을지...

카야 : 재능을 인정하진 않는구나? 집주인씨의.

오사무 : 기억력은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열의도 있어요.

         ...남은 건 순발력 문젠데요.

연습 문제, 기본 문제는 거의 완벽하게 소화한다.

그리고 응용 문제의 정답율이...반 정도.

카야 : 테이오나 야츠하시를 노리는 것도 아니잖아?

       조금 더 느긋하게 해도 좋지 않을까?

오사무 : 하지만,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아요.

         지금의 노력이 반드시 수년 후에 도움이 될 거예요.

카야 : 야츠하시 들어가도 말야,

       직장에서 짤리는 건 순식간이라고?

오사무 : 아악!?

결국...

중간까지 꽤 위험한 분위기였던 우리들의 술자리는,

중간부터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교육 문제로 발전해...

카야씨가 비틀거리며 자기 방으로 돌아간 후,

난 엄청난 기세로 화장실을 아침까지 독점했다.

(딸랑~)

점원 : 어서오세요 선배님!

오사무 : ...........네?

점원 : 아, 죄, 죄송합니다, 또 착각했습니다!

       어서오세요. 혼자 오셨습니까?

오사무 : 아, 아뇨, 약속한 사람이...아, 저기 있네요.

         감사합니다.

오사무 : 미안, 오래 기다렸어?

아사미 : 으으응(아니), 방금 왔어.

         빈말도 예의상 한 말도 아닌 사실.

오사무 : ...여전하구나, 역시.

아사미 : 겨우 2년으로 그렇게 바뀔 수 있나.

         앉지 그래?

오사무 : ㅇ, 아, 미안.

아사미 : ...겨우 2년으로 바뀔 리가 없지.

         그런 걸로 사과하지마.

오사무 : .........

정말로 하나도 안 변했네...

아사미 : 그래, 무슨 일이야?

         갑자기 학교에 전화를 다 걸고, 깜짝 놀랐어.

오사무 : 그전에 주문 좀 하자.

         땡볕에 걸으니까 목이 바짝 마르네.

         으음, 어디, 그럼, 아이스 카푸치...

점원 : 아이스 카푸치노 두 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사무 : .........

아사미 : .........

내 주문까지 예상하다니, 그럴 것까지는...

아사미 : 뭐야?

오사무 : 아니...

아사미 : 필요없으면 둘 다 내가 마신다?

         땡볕에 걸으니까 목이 바짝 말라서.

오사무 : ...잘 먹겠습니다.

아사미 : 그렇게 이상한 표정 짓지 않아도 되잖아.

         이거 오사무 영향을 받아 즐겨 마시니까.

오사무 : 그랬, 었나...

뭘까...

이, 따스함과 싸늘함이 공존하는,

불안정한 차분함은.

이제 두번 다시 얼굴 마주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한 사람과,

이렇게 단 둘이서 차를 마신다...

너무 좋다...라고 해야하나?

아사미 : 그래,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얼굴을

         일부러 불러낸 건,

         코우노 아사미 개인한테 볼일이 있는 게 아니지?

오사무 : ㅇ, 응...

이건 또...

보기좋게 선수를 뺏겼군.

별로 나는,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 관두자.

오사무 : 미토코짱에 관한 일로 상담할 게 있습니다만...[코우노 선생님]

아사미 : .........

오사무 : ...왜 그래?

아사미 : 좀, 딱딱하다.

오사무 : 어떡하면 되는 거야 난...

아사미 : 아~, 미안해.

         음, 대화 분위기는 예전처럼 그냥. 용건은 현재형으로.

오사무 : 뭐 그리 복잡하냐.

정말로 복잡하다.

너무 난해하다.

뭐, 우리들의 재회 자체가 일레귤러한 면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거지만.

아사미 : 그래, 미토코짱이 왜?

         변함없이 수업 태도도 진지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야.

         ...잔소리가 좀 많긴 하지만.

오사무 : 그 아이 진학 문제 말인데...

         대체 어디를 노릴 수 있으려나?

아사미 : 진학 결정했구나? 그 아이.

오사무 : 난 결정했어.

         그 아이는...아직 결정 못했어.

아사미 : 그건...또 혼나는 거 아냐?

         먼저 나섰다가.

오사무 :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제 수험을 할 건지만이라도 결정해둬야.

         여름 방학이 승부잖아?

아사미 : 그건 그렇지만...왜 그래?

오사무 : 뭐가?

아사미 : 그 아이가 진학에 고민하는 사정,

         오사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

오사무 : 응...뭐 그렇지.

[리스토라 씨, 취직까진 쉽잖아.

 그래, 첫월급을 받게 되면 약속할 수 있을지도]

주로...아니, 거의 다를 차지하는 이유로써...

그녀와, 그리고 나의, 경제적 사정.

아사미 : 나도 좀 조사해봤어.

         그 아이가 수업료 면제인 장학생으로 입학할만한 곳.

오사무 : 아, 그런 방법도 있었나...

아사미 : [그 방법도]라니...

         오사무는 일반적인 수험을 생각했던 거야?

오사무 : 뭐, 그렇긴 하지만...

         하지만 분명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그쪽이 미토코짱이 노력할 이유도 생기니.

과연, 역시 교사.

부모도 아닌, 단순한 보호자에게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사미 : 근데, 왠지 묘하게 자신이 있는 것 같은데.

         그녀를 설득할 수 있는 거리라도 찾아냈어?

오사무 : .........

아사미 : 오사무?

오사무 : .........풋

아사미 : ???

오사무 : 아하하...아하하하하...어, 찾아냈어.

         이번에야말로 분명 괜찮을 거야.

그래,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분명...

호우에이상회 사장 : 이야, 오랜만이네 카야짱.

카야 : .........안녕하세요.

사장 : 잘 지냈어? 정말로 걱정했다고?

       퇴직금 받으러도 안오고, 재취업 얘기도 하러 안오고.

       어느샌가 맨션에서도 나가고...

카야 : 삼촌도 힘들어 보이는데

       민폐끼치는 것도 좀 그래서.

       맨션은...있잖아요, 수입이 없어져서 집세내는 게 힘들어져서.

사장 : 그랬, 구나.

       나 때문에 힘든일을 겪게 해서 미안하다.

카야 : (작은 소리로)...남자따라 왔다는 말은 못하지.

사장 : 에?

카야 :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 : 아니, 카야짱이야말로,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카야 : 하지만 삼촌, 회사도 없어져서.

사장 : 그런 것보다도, 카야짱을 이런 낡아빠진 아파트에서

       지내게 하는 게 더 가슴 아프다고.

카야 : 낡아빠지다니...뭐, 사실이지만.

사장 : 히가시하기모리라고 해서 좀 더 괜찮은 아파트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오래된 단층집이라고는.

카야 : 단층집이라니...뭐, 사실이지만.

사장 : 욕실도 없고, 화장실도 공동,

       도대체 몇 년 된거야 여기?

카야 : 뭐...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요.

사장 : 안된다고, 카야짱 같은 젊고 예쁜 아이가,

       이런 안좋은 곳에 살면.

       나한테 좀 더 의지해도...

(철컥)

미토코 : 지은지 30년, 화장실 공동, 욕실없는 단층집이라서 죄송하네요~

         집이 이래서 변변찮은 다과도 없지만 차 드시죠~

사장 : 이분은?

카야 : 집주인.

미토코 :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히노사카입니다.

         캬야 씨한테는 항상 불편을 끼치고 있습니다.

         ...누가 여기 오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요.

사장 : 아, 뭐 이런걸 다. 잘 먹을게요.

       집안일을 돕다니 대단하네. 수고한다. 지금 일학년이니?

미토코 : 그냥 돕는 게 아니라 제 일이니까 걱정마시길.

         일학년이 아니라 삼학년이라서 죄송하네요.

카야 : (작은 소리로)놀리는 게 아니라 진지한 거야 이 사람.

        좀 봐줘.

미토코 : .........

사장 : 그래서 말인데, 카야짱.

       다시 얘기로 돌아가서, 재취업 문제 말인데.

카야 : 그러니까 그건 제가 찾아볼 테니까요.

       회계 사무소 얘기는 거절하는 걸로...

사장 : 아, 그게 아니야.

       다시 한번 내 회사로 돌아와주지 않겠냐?

미토코 : 에엣?!

카야 : 무슨 말씀이세요...?

       호우에이 상회는 도산하지?

사장 : 어, 분명 그랬지.

       그래서 이번에 새로 시작할 회사로, 라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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