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똑같은 타이밍에
돈을 넣으려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친 것 같다.
평소 모금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건 기적적인 타이밍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으음...내 500엔은...
모금 소녀 : 우와아아아앗!?
크, 큰일이다, 다들 주워주세요!
오사무 : 아, 괜찮아요.
여기 찾았으니까요.
모금 소녀 : 아앗, 날아간다!
죄송합니다, 다들 도와주세요!
오사무 : 그러니까 그렇게까지.........에?
내 500엔 동전을 줍고 고개를 든 순간...
역앞이, 엄청나게 쉬르한(초현실적인) 광경으로 뒤덮인다.
오사무 : 뭐야...이건?
눈앞에서 춤추는, 수십장의 지폐.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봐도,
최근의 나는 별로 본적이 없는 지폐.
오사무 : 마...만엔짜리!?
모금 소녀 : 앗, 언니, 기다리세요!
여러분 좀 진정하세요~!
모금 활동을 하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통행인도 갑자기 공중에 날리는 만엔짜리 지폐의 강림에,
너도나도 뛰어든다.
역앞은 겨우 10초도 안돼서,
엄청난 패닉에 빠져들었다.
모금 소녀 : 언니, 거기 언니~!
누, 누가 경찰 좀 불러주세요~!
오사무 : 저건...
그런 와중에, 모금을 하던 아이가 가리킨 방향에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뒷모습이 달려가는 것이 보여.
.........
??? : 하, 하아, 하아...미션 실패.
빨리 여길 떠나자 사사키!
??? : 네, 아가......아.
??? : ㅇ, 왜 그래 사사...아
오사무 : .........
히메오 : .........
사사키 : .........
그 소동속, 떠나가는 뒷모습이 왠지 낯익어,
따라가 보니...
정체를 알게 되자,
이게 또 엄청나게 당황스럽다는.
오사무 : 아, 안녕하세요, 우연이네요...
히메오 : .........
그렇다고 하나, 따라온 이상,
말을 안 걸수는 없어서.
사사키 : 아, 그, 그러네요.
이야, 오늘도 날씨 좋네.
오사무 : 정말로...
올해는 장마가 짧으려나요?
사사키 : 아, 그런 것 같네요.
하지만 장기 예보에 따르면, 여름에는 태풍이 많을 것 같다던가.
오사무 : 아, 그런가요.
그럼, 가뭄 걱정은 안해도 되는 건가?
사사키 : 하지만 태풍이 지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겠죠.
오사무 : 아, 그것도 그러네요.
한쪽이 좋으면 다른쪽이 안 좋은...
사사키 : 어차피, 우리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으니까요.
아무튼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거죠.
오사무 : 그것도 그러네요, 아하하...
사사키 : 아하하하핫.
히메오 : 뭘 날씨 얘기로 그렇게 떠들고들 있어?
오사무 : 사와시마씨가 아무말도 안 하길래...
사사키 : 아가씨가 반응이 없으시길래...
히메오 : 뭐야! 전부 내 탓이라고 하는 거야!?
오사무 : .........
사사키 : .........
나와 사사키씨는 [그치만 사실인 걸?] [그렇죠?]라는
아이 콘택트를(선그라스 너머로) 했지만,
일단 비밀로 해뒀다.
히메오 : 그래서, 무슨 일이야?
나도 바쁘니 짧게 부탁해.
오사무 : 아뇨, 실은 말이죠...
히메오 : 잘못 안거야..
오사무 : ...아직 얘기 안 시작했는데요.
히메오 : ...그래서, 뭐야?
오사무 : 방금 역앞에서 이걸 주웠기에 전해주려고.
히메오 : 잘못 안거야.
...그럴 줄 알았다.
오사무 : 죄송합니다, 다 주울 수가 없어서.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건, 2장의 만엔 지폐.
눈앞을 날아다니기에 우연히 잡을 수 있었던,
종이눈의 일부.
히메오 : 난 모른다고 했지?
오사무 : 그건, 이미 기부했기 때문인가요?
히메오 : .........
오사무 : 역시, 당신이었군요.
모금함에 돈을 넣으려고 했을 때,
부딪친 상대의 옷이 살짝 눈에 들어왔었다.
그때의 이미지가, 내 기억을 환기시켰기에,
그녀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로.
오사무 : 왜 도망가죠?
아무 잘못도 안 했잖아요?
잘못은 커녕, 엄청난 선행이다.
역앞에서 날아다니던 지폐다발은, 어름 잡아도 100장 이상.
그걸 전부 모금함에 넣다니,
어떤 의미로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 정상이라면 은행에 넣지.
오사무 : 뭐, 패닉에 빠져서 급히 도망쳤지만...
다시 한번 가보는 게.
히메오 : 시끄러워.
도대체 언제까지 이상한 착각을 할 생각이야?
오사무 : 착각, 인가요?
그럴 리는 없는데...
분명, 작은 소리였지만,
[아앗!]이라는 그녀의 비명도 들었으니.
히메오 : 착각도 엄청난.
아주 천문학적으로 말이지.
오사무 : 흑이냐 백이냐의 착각에서 양의 많음은 별로 관계없는 듯한...
히메오 : 되게 쪼잔하게 말많네 당신!
오사무 : 죄송합니다...
방금 그거, 미토코짱한테 혼나는 기분이었다...
히메오 : 애당초, 당신 우리집안에 대해서 알고 있지?
그렇다면 내가 이런 자선 사업에 전혀 흥미가 없을 거라는 것도.
오사무 : 으음~...
최근, 왠지 이 사람에 대한 의혹이 심해지고 있다.
정말로 사와시마의 딸인가?
아니, 그건 진짜겠지만,
정말로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와시마]의 사람인 걸까?
미토코짱에 대한 친절은,
어떻게 봐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호의로 보이고,
사사키씨도, 때때로 꽤 괜찮은 사람이고.
그리고 저 눈빛...
잠시 방심하면, 금새 냉정함이 사라져,
온화한 표정이 되고 마니.
이상하다, 어떻게 봐도 이상하다...
히메오 : 대체 말야, 당신이야말로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오사무 : 네? 저요?
히메오 : 겨우 4~5년 사이에,
그 카마타 상사에서 대체 무슨짓을 한 거야 당신은?
오사무 : 그, 그건...
그 부정 사건의 일...
거기까지 조사했던 건가. 역시 사와시마.
오사무 : 그, 그때는, 제가 할 수밖에 없었어요...
...왜 내 이력 같은 쓸데없는 걸 조사했는지는
지금 생각 않기로 하고.
히메오 : 그렇다고 해도...
그 규모의 프로젝트를 당신 혼자서 했다니...
오사무 : 혼자서 할 수밖에 없었어요.
다른 누구도 희생시킬 수는 없었어요.
대단하군...
대체 어디까지 조사한 걸까?
오사무 : 그리고, 제가 한 거는, 단순한 뒷정리였으니까요.
뭐랄까, 책임지는 역할이라고나 할까요.
히메오 : ...그렇게 생각해?
오사무 : 생각하고 뭐고, 사실이니까요.
히메오 : .........뭐야 이 바보?
오사무 : ㅎ, 확실히 바보지만요...
그걸로 조금이라도 전 직장에 공헌을 했으니까요.
그러니 상관없습니다.
히메오 : .........
오사무 : 저기...죄송한데요.
이 돈, 사와시마 씨 게 아니지요?
히메오 : 에? ㅇ, 어...그래.
오사무 : 모금하는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히메오 : 그래.
내가 불러 세웠지만,
오늘은 먼저 철수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아픈곳을 찔렸다.
오래된 상처는 서서히 아파오는구나.
그리고, 다음 면접 시간이 다가온다.
분명, 전철로 두 정거장이니...
히메오 : ...미치하마 상사?
오사무 : 에? 아, 이거 말인가요...
내 옆구리에 낀 서류 봉투에 적힌 로고를,
무슨 이유에선지 사와시마씨는 뚫어져라 바라본다.
히메오 : 거기...지원해?
오사무 : 그런 건 당신하고 아무...
죄송합니다, 잠시 감정적으로 됐습니다.
네, 지원했어요. 이제 면접이라서.
히메오 : 그만두는 게 좋을 걸?
오사무 : 그런...
되는지 안 되는지는,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거 아닌가요...
히메오 : .........
오사무 : 아, 죄송합니다, 또...
실례하겠습니다.
(다다다)
왠지 오늘은 감정이 자주 흐트러지네...
처음에는, 그 사와시마 씨랑,
훈훈한 대화가 가능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는데...
정신차려야,
.........
사사키 : 아가씨, 괜찮을까요?
미치하마 상사라면, 분명.
히메오 : .........
사사키 : 아가씨?
.........
(똑똑)
오사무 : 누구신가요?
영감님?
??? : 아, 아~, 그래 맞아.
잠시 실례 좀 하겠네 소주인?
오사무 : ...쿠마자키 씨?
??? : ㅇ, 오우, 잘 있었나 리스토라. 들어간다?
오사무 : ......야스나가 군?
??? : ㅇ, 오우 리스토라...앗 아니다, 전에거랑 똑같잖아.
으음~, 으음~...
오사무 : .........하아.
들어오세요, 카야 씨.
(드르륵)
카야 : 알고 있었으면 빨리 들여보내 달라고.
이 모습으로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수치 플레이가 취향이야?
오사무 : 그러니까 저는 그 차림으로 있으라는 말은 한번도...
카야 : 좋으면서.
눈은 반짝거리면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니 알 수 있다고.
오사무 : 거짓말하지 마세...
죄송합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옆에 들리게 하고 싶지 않으니.
오늘은 쿠마자키씨의 방에서 마시는 것 같으니,
아마 괜찮을 것 같지만.
카야 : 카나페 만들어왔어.
그리고 얼음하고 스카치하고 와인하고 맥주.
이 방에 냉장고 없지?
오사무 : 그런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고 있는 건,
미토코짱외에는 당신 뿐이에요.
쿠마자키 씨 방은,
PC관계 제품만으로 차단기가 아슬아슬한 상태인 것 같지만.
카야 : 그럼, 건배할까?
오사무 군, 와인이랑 맥주, 어떤거로 할래?
오사무 : 아아아~ 책상다리 하지 마세요...
앞으로 구부리지 마세요...
카야 :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질 않네.
선을 넘을 때까진 계속 이러려나?
그렇게 노골적으로 도발하지 마세요...
.........
(띠링~)
카야 : 그래, 어땠어 오늘은?
오사무 : 아뇨...하나는 틀렸어요.
다른 하나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여기도 아마.
면접때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 전에 봤던 회사의 충격이 컸던 건가.
카야 : 그래...
카야씨는, 언제나처럼 결과만을 확인하고는,
더이상 흥미가 없다는 듯이 자기패를 들여다본다.
오사무 : 그것 뿐인가요?
카야 : 으으응(아니), 똥광 뽑았어.
비사광 리치.
오사무 : 그런 의미가 아니라 말이죠...
자세히 물어와도 좌절할 뿐이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으면 나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고나 할까.
애당초 묻고 싶은 게 없었다면,
뭐하러 밤중에 남자방에 왔는지, 이 사람은.
...물론, 어떤 선택지를 철저하게 배제한 상황에서의 얘기지만.
카야 : 오사무 군에 대해선 별로 걱정 안 하니까.
그냥 흥미가 있는 것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