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무 : 에...?
아니, 잠깐만...?
하지만 난 이렇게 미토코짱한테 쫓겨난 상태로...
츠요시 : ...아무래도 당신은 얕볼 상대가 아닌 것 같군.
코우노 선생님도 그렇고, 히노사카도 그렇고,
당신한테는 모성 본능의 신이 붙어 있다는 걸 인정 안할 수 없군.
오사무 : 뭐야, 그 미묘한 신은?
그런 신보다도, 정식으로 존재하는 신이 좋은데, 나는.
츠요시 : 나처럼, 자신의 힘만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남자에게 있어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적이야.
오사무 : 그, 그건...미안하다.
아무래도 나는 그한테서도 미움받는 것 같다.
그것도, 내가 칠칠치 못해서 미토코짱에게 피해를 주는 이유로.
...미토코짱에게 미움받는 이유랑 같은가.
츠요시 : 하지만, 포기한 건 아니니까 말야!
언젠가 반드시, 구체적으로는 올해 안으로,
히노사카를 내게로...아
츠요시 : 안돼, 오늘은 이쯤 해둘 테니까 말야.
기억해둬, 오제키 츠요시라는 이름을 말야~
(다다다다)
오사무 : 아, 잠깐...
어떤 기척에 갑자기 반응한 베제 오제키 군은,
갑자기 돌아서더니, 엄청난 스피드로 공원을 빠져 나갔다.
...확실히, 포워드에 어울리는 준족이군.
그건 그렇고, 뭐가 그를 그렇게 달리게...
(끼익~~~)
미토코 :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아...
하나의 의문이 풀리고,
그리고 또 다시 몇 개인가의 의문이 생긴다.
미토코 : 다행이다. 아직 있네.
오사무 : 미토코짱...어째서?
미토코 : 야스나가 군이 여기 있다고 했어.
[푹 자고 있으니까, 잠시 내버려둬도 괜찮아]라고.
오사무 :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녀는 어째서, 나를 찾아온 걸까.
두번 다시 용서하지 않는 거 아니었나.
미토코 : 가자.
오사무 : 애...
왜 친구들과의 생일 파티를 취소했는지...
미토코 : 앞에 타고 가.
리스토라씨가 더 무거우니까.
라고 하면서, 미토코짱은 뒷자리에 앉는다.
오사무 : 하지만...
미토코 : 왜 그래?
오사무 : 이 자전거, 새들(안장)이 너무 낮아서...
미토코 : 서서 밟아~!
.........
(철컥)
오사무 : 아...
미토코 : 왜 그래?
들어와.
오사무 : 하, 하지만, 나는...
미토코 : .........
오사무 : 미토코짱의 방에 들어올만한,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미토코 : ...(부들부들)
오사무 : 왜냐하면 나는...
보호자 실격이 문제가 아니라,
너를 그렇게나 화나게 만들어서...
미토코 : 문앞에서 우물쭈물거리지마~, 짜증나~!
(퍽!)
오사무 : 우앗!?
미토코 : 자, 거기 앉어!
그리고 얌전히 있어!
오사무 : 미, 미, 미토코짱...
미토코 : 어디어디...?
오, 익는다익는다. 딱이야♪
나를 강제로 앉히더니, 더는 볼일 없다는 듯,
오븐 토스터를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미토코짱.
그 순간, 향긋하게 풍기는, 화이트 소스 냄새.
정말, 엄청나게 맛있어보이는 냄새.
미토코 : 좋아, 다 됐다.
테이블 좀 치워줘~
오사무 : 아, 네...
바로 3일전에, 다른 장소에서 체험했던 것과 같은 상황.
여자가 요리를 만들어, 나한테 주는.
미토코 : 식기전에, 어서 먹어~
오사무 : .........
눈앞에는, 화이트 소스를 듬뿍 뿌린,
가지 그라탕.
미토코 : 먹으라고?
오사무 : 저, 저기...
눌러붙은 치즈와 뜨거운 온기가,
원치 않더라도 식욕을 돋운다.
미토코 : 먹으라고!
오사무 : 으!
자, 잘 먹겠습니다!
미토코 : 음.
그런, 나 같은 인간이 누려서는 안 될것 같은
행복한 시간이 다시 찾아오리라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질 않아서.
오사무 : .........음
그래도 배고픔과 기타 여러 가지 감정은,
내 손에 있는 포크를 공중에 멈춰있게 하지는 않아.
미토코 : .........
그라탕 접시에 꽂혀,
마카로니랑 가지랑 치즈랑 화이트 소스를 거쳐,
내 입으로 이동한다.
오사무 : .........아
미토코 : 어, 어때?
맛이 별로라면 뱉어도...
오사무 : ...맛있어.
미토코 : .........정말?
화이트 소스가 묻은 마카로니가,
입안에 화상을 입힐 기세로 유린하고.
그렇다고 해서, 가지가 식혀주지도 않고,
오히려 열이 담겨 있어, 이것 역시 폭력적으로 뜨겁다.
치즈의 맛도, 소스의 맛도, 처음엔 뜨거움에 묻혀서,
냄새로 느낄 수밖에 없어서.
오사무 : 응...맛있어.
예상한대로 엄청 맛있어.
그래도 삼켰을 때,
목안에,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뚜렷하게 그 맛까지 각인된다.
정말로 맛있다...
아무 특별할 것 없는 그라탕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본적인 맛이 담겨있다.
미토코 : ㅇ...아아아자~~~~!!!
그리고 그런 나의, 생각하고 있는 것의 10프로도 표출하지 못한
평범한 감상을, 미토코짱은 무슨 이유에선지,
이상할 정도로 기뻐한다.
오사무 : 그, 그렇게 좋아할거까지야.
오히려 감사할 건 난데.
미토코 : 에? 아, 아아, 미안미안.
자, 많이 먹어.
오사무 : ? 으, 응...
그런 소리 하지 않아도 이미 포크는 움직이고 있다.
때때로 입안을 식혀주는 의미로, 샐러드를 먹고,
그라탕을 다시 한입, 한입 가져간다.
.........
미토코 : ...있잖아.
오사무 : ㅇ, 어.
대화가 없는, 단지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이 몇 분 지속되고,
그리고 잠시후에, 미토코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미토코 : 선물 고마워.
...소중하게 쓸게.
오사무 : 그런 볼품없는 걸 줘서 미안.
여자한테 뭘 선물해야 할지 떠오르질 않아서.
미토코 : 으으응(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거, 해외 유명 브랜드지.
왠지 엄청 쓰기 편한 것 같아. 아주 좋아.
오사무 : 실은 말야...실은 그 만년필,
아버지한테 처음으로 받은 거랑 같은 제품이야.
미토코 : 아버지, 한테...
오사무 : 응. 만년필은 평생가는 거니까,
처음부터 좋은 걸 쓰라면서 말야.
미토코 : 아 그래...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가족의 단란함을 모르는 내가,
단 하나 할 수 있는 [가족 자랑 얘기]
단순히 돈에 쪼들리지 않았던 것뿐인지도 모른다.
귀찮아서, 점원에게 대충 추천받은,
약간 비싼 제품을, 아무 생각없이 사온 것뿐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당시의 나는, 꽤 기뻐했고,
지금도 이렇게 [내 부모님은 좋으신 분이셨다]라고,
반론할 재료로써 사용한다.
오사무 : 뭐, 결국, 내가 대학다닐 때, 이혼했지만 말야.
아버지, 여기저기에 여자를 두고 있던 거 같아서.
미토코 : 혈통이네.
오사무 : 뭣...!?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미토코 : 어라? 반론 안해, 엑스표?
오사무 : 그, 그건......으음;;
게다가 반격 불능의.
미토코 : 그 여자...카야 씨라고 했나?
엄~청 예쁜 사람이더라?
오사무 : .........
긍정도 부정도 분노를 불러 일으킬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
요 며칠로 습득한 것.
미토코 : 하긴, 엑스표도 남자고, 그런 가문인 걸.
그렇게 예쁜 사람이 다가온다면, 어질어질하겠지?
오사무 : 그야 물론...아앗 아냐!?
이런 시간차 공격에 쉽게 걸려들줄은,
아무래도 아직 마스타했다고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미토코 : 뭐, 기둥서방의 껄떡거림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말야.
마마에, 코우노 선생님에, 이번엔 그 언니...
그러고 보니 히메오 언니한테도 흥미진진해하던 것 같던데?
오사무 : 리스토라라고 불러주세요...
이 이상 새로운 호칭을 습득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손을 써야 한다.
왠지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급하게 손절매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쁘지만.
미토코 : 그래서, 실제로 누가 제일 좋아?
나한테만 살짝 얘기해줘?
오사무 : ...얘기해도 화 안낼 거야?
미토코 : 그건 그때 내 기분에 따라서.
오사무 : 얘기 못합니다. 절대로.
미토코 : 아~, 치사해~. 그렇게 어린애처럼 도망치다니~.
이제 1년 카운트가 시작됐으면서~
오사무 : 그 얘긴 하지마.
미토코 : 내년은 30th 애니버서리니까 화려하게 해야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걸.
오사무 : 제발 부탁이니 그만하세요...
.........
미토코 : 저기,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왜?
그라탕도 많이 식어,
지금은 열이 아닌, 소스의 절묘한 맛에 감탄할 시간대.
미토코 : 미안해, 나,
리스토라 씨한테 프레셔를 줬나봐.
오사무 : 에...
미토코 : 영감님이 그랬어.
리스토라씨가 돌아오지 않는 건, 나 때문이라고.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괴롭기 때문이라고.
오사무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영감님은...정말 못 말린다니까.
미토코짱, 그런 소리...으
[...첫월급이지 리스토라 씨.
저기, 벌써 명세표 같은거 받았어?]
[정말?
저기저기, 돌아오면 보여줘.
절대 안 웃을테니까 말야...아하하.]
[약속이야?]
오사무 : 그런 게...아냐.
미토코 : 으으응(아니),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니, 나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기쁠지도.
오사무 : 미토코, 짱?
미토코 : 그러니까 이제 이 얘기는 그만.
서로가 다 용서했다는 걸로 하자?
오사무 : 괜찮아...?
미토코 : 하지만, 기대는, 접지 않을거야.
앞으로도 프레셔 줄거야.
오사무 : 아...
미토코 : 다시, 다른 회사, 찾아보자?
이번엔 좀더 큰 회사에, 월급이 좋고,
야근 안하고, 휴일 많은 곳이였으면 좋겠다.
오사무 : 그 네가지는 좀처럼 다 갖춰져 있기 힘든데.
간신히 앞에 2개가 해당됐던 것이,
내 첫직장이었는데.
미토코 : 리스토라씨가 대성공해서, 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를,
고층 맨션으로 다시 지어준다든가.
오사무 : 아하하...
즐겁고, 기쁘고, 가슴 아프고, 한심해서,
사실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미토코 : 아, 하지만 고층 맨션으로 바뀌면, 마마가 집을 못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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