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회사가 망한 것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역병신인 내가 입사했기 때문에...
카야 : 그러니까...힘 좀 내라고!
오사무 : 차갓!? 에, 우왓!?
뺨에 닿는 차가운 캔의 감촉에 놀란 건 아주 잠깐...
카야 : 응? 오사무 군.
당신은 내키는데로 여기 있어도 되니까 말야?
그러니까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
오사무 : 여, 여, 여유 같은 걸 어떻게 가져요, 이 자세에서!
목을 감싸는, 이제 막 씻은 팔의 온기.
감은 머리에서 나는 샴프의 향기.
피부에서 전해지는, 비누의 향기.
결정타는...
등뒤를 짓누르는, 상상을 불허하는, 부드러움.
카야 : 나도 제법 즐거우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뭣하면 정식으로 아파트 나와서 여기서 같이 살래?
오사무 : 말이 안 통하는!?
3일동안, 같은 방에서 살았지만,
지금까지에 비해서 가장 접근한 순간.
카야 : 난 괜찮아.
일자리를 잃었으니까, 앞으로 둘 다 돈에 시달릴 것 같으니,
공동 생활로 경비 절감하는 것도 괜찮지 않아?
오사무 : 제가 괜찮지 않아요!
카야 : ...나랑 같이 있으면, 답답해?
오사무 : 물론이에요!
카야 : 그렇게 옥죄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적어도, 집주인 씨랑 비교해서.
오사무 : 특정한 개인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일반론이에요!
뒷부분의 중얼거림이 엄청 신경쓰였지만,
얘기가 다른데로 흘러가기에 무시.
오사무 : 예, 예를 들어, 여기에 아주 매력적인 여성이 있다고 해요,
그리고 그녀는, 어떤 한심한 남자를 동정심으로 거둬,
방으로 들여보내줬어요. 여기까지 이해되죠?
카야 : 왠지 묘하게 시츄에이션이 한정된 일반론이네.
오사무 :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매력를 알지 못하는지,
상대를 남자라고 인식하지 않는 건지, 자신의 집 안에서,
지금까지처럼 꽤 무방비인 상태로 행동하고 있어요.
카야 : 그럼 유혹하는 거 아냐?
오사무 : .........그런건가요?
카야 : 어디까지 일반론이지만 말야.
오사무 : ...그럼 일반론으로 돌아가겠는데요, 그런 이유로,
그녀의 매력에 흔들거리면서도 계속 참았던 남자도,
언젠가는 그 한계를 넘어버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카야 : 그 남자는...왜, 참고 있어?
오사무 : 그건...그건 말이죠...
ㅇ, 은인한테, 그런 나쁜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기분 탓인지,
조금 전보다도, 몸이 닿는 부분이 늘어난 것 같다.
카야 : 그건, 일반론?
오사무 : 보편적인 얘기예요.
기분 탓인지,
카야씨의 팔에 힘이 더 들어가는 것 같다.
숨결이 내 귀를 간지럽힌다.
뺨이 내 목덜미에 닿는다.
카야 : 그럼 질문 하나 하겠는데 말야...
오사무 : ㅁ, 뭔가요?
카야 : 그 매력적인 여성이 바라는 게,
남자가 나쁜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 하면?
오사무 : ...그건 일반론인가요?
카야 : 개인적인 걸지도 모르겠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들은 적이 없으니.
오사무 : 읏!
내 목덜미에, 아주 희미하게 느껴진 입술의 감촉.
두리뭉실한 감정이, 전신을 감싸는 듯한 감각.
카야 : 뭐...오사무 군의 마음도 있으니까,
별로 무리는 안 하겠지만.
무리를 하고 있는 건 이쪽이라는 걸 자각해주세요...
왜 이 사람은,
나를 끝없이 타락시키려는 듯이,
주도 면밀한 덫을 계속해서 준비하는 걸까.
국제적인 음모를 의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신에게 아무 득이 되지 않는 것 투성이 아닌가.
카야 : 그래...
적어도 생일까지는 여기 있으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면?
한살 더 먹으면, 생각도 정리 될거야.
오사무 : 생일...
카야 : 앞으로 3일...이라는 건, 5월 31일이지.
오사무 : 예...
카야 : 별자리는 쌍둥이 자리. 탄생석은 에메랄드인가...
맞다, 파티 하자.
[86400S]의 시즌5 전편 감상이라든가.
오사무 : 탄생석...
카야 : 그리고, 선물로 슬랙스(slacks) 사줄게.
...변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머, 당신도 5월 31일 생이야?
이를 어째, 이런 우연이]
오사무 : .........
지금은 전당포에 진열되었을지도 모르는,
에메랄드 반지.
그건, 나와 그녀의 운명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지...
호노카 씨...
[진짜! 최악의 우연!]
오사무 : ...어라?
카야 : 오사무, 군?
아사미 : 나갔어...?
미토코 : ...(후륵) --- 차 마시는 소리
아사미 : 그, 그게 무슨 소리야 히노사카 양?
오사무...아, 아니, 요시무라 씨, 어떻게 된 거야?
미토코 : 그런 기둥서방을 어떻게 부르던 별로 상관없어요.
그리고 나갔다고 하기보단, 내가 내쫓았죠.
아사미 : ㄷ, 대체 무슨일이 있었어?
너, 요전에는 그렇게나 그 사람을 감싸.........기둥서방?
미토코 : 선생님!
아사미 : 엇!?
ㄴ, 네.
미토코 : 죄송합니다!
저, 두 사람이 헤어진 건, 선생님 때문이라고 멋대로 착각해서,
그런 심한 말을 해서.
아사미 : 에? 에, 에?
미토코 : 역시 난 어린애야...
조금 달콤한 말을 들으면 금방 속아 넘어가서.
선생님은 줄곧 나를 걱정해서 여러 말을 해주셨는데.
아사미 : ㅇ, 으음, 히노사카 양.
그렇게 말해주는 건 기쁘지만,
가능하면 일단 무슨 얘기인지 말해줄 수 없으려나~라는.
미토코 : 미토코라고 부르셔도 되요...
지금까지 쌀쌀맞게 굴어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아사미 : 알았어. 그럼 얘기해줄래?
...미토코짱?
미토코 : ㄴ, 네, 선생님.........
좀 들어보세요!
그 자식이 말이죠!
아사미 : 그 ,그러니까,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
미토코 : ...그렇게 된 거예요!
아사미 : .........
미토코 : ...선생님?
아사미 : .........
미토코 : 선생님? 선생님!
아사미 : 에? 아, 아아, 미안해......
잠시 현기증이.
미토코 : 일어서지도 않았는데?
아사미 : 그, 그런, 설마...
그 요시무라 ㅆ...오사무에게, 그런 배짱이 있으리라고는...
미토코 : 아뇨, 배짱은 없었어요.
전~혀! 없었어요.
여자가 하나부터 열까지 돌봐주는 분위기.
아사미 : 그, 그래...
미토코 : 게다가, 아주 예쁜 사람으로.
나보다 훨씬 어른이라서,
하지만 선생님보다 훨씬 젊어서.
아사미 : 저, 젊...
미토코 : 저, 어른을 믿지 못하게 됐어요...
아사미 : 미토코짱...
미토코 : 내 장래를 걱정한다든가,
보호자가 되어 주겠다든가, 그런 그럴싸한 말을 해놓고,
결국에는 자신을 가장 우선시하다니...
아사미 : 오사무가...
미토코 : 예쁜 언니가 가까이 한 것 만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귀찮은 아이의 일따윈 깨끗이 잊고,
끝없는 질펀한 육욕에 빠져들어서.
아사미 : 얼마전부터 생각했는데 말야...
너, 역시 생활 환경이 안 좋아.
미토코 : 별로, 이전에도 사람을 맹목적으로 믿었던 건 아냐.
단지 그 사람이 배신한 게 쇼크였어.
아사미 : 에...
미토코 : 보이질 않았는 걸.
이렇게 간단히, 무책임하게, 순식간에,
나를 내팽겨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는 걸.
아사미 : 그렇게 믿었어?
오사무를.
미토코 : 처음에는, [다른 어른과는 좀 다르네]정도 였어요.
아사미 : 응...
미토코 : 하지만, 같이 지내고, 조금씩 알게 돼서.
누구한테나 상냥하고, 항상 열심이고, 항상 타인을 우선시해.
미토코 :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다 안게 아니었어요.
다 안것처럼 느낀 것, 뿐이었어요.
아사미 : 미토코짱...
미토코 : 나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야]라고 잘난체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나봐...
아사미 : ...그래도 괜찮아 미토코짱.
그걸 알게된 것 만으로, 선생님은 기쁘단다.
미토코 : 에...
아사미 : 그게 당연한 거야.
넌 아직 학생이니까,
뭐든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미토코 : 선생님...
아사미 : 이럴 때를 위해 학교가 있어.
이럴 때를 위해 나 같은 교사가 있어.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
미토코 : 선생니임...
아사미 : 용서못해.
아이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상처주다니.
그것도, 내 귀여운 제자를.
미토코 : 저, 눈이 떠졌어요, 선생님!
지금까지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아사미 : 으으응(아니야), 나야말로 정말 미안해.
그 자식이 전 남편이었다는 이유로,
조금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것 같아.
미토코 : 그랬, 나요?
아사미 : 응, 왜냐하면 말이지,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결혼 전부터 분명 우유부단한 남자였다고.
미토코 : 아, 역시나?
아사미 : 사귀기 시작했을 때는 말이지, 이런일이 있었다고...
.........
미토코 : 그, 그런 심한짓을!?
아사미 : 그때는, 내가 일방적으로 반해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선택해준 걸로 넘어갔지만 말야...
미토코 : 그런...그치만 최악이잖아.
나 같았으면 그런짓을 당하면 바로 (사랑이)식어버렸을 거예요.
아사미 : 젊었던 게지...
지금의 미토코짱처럼, 세상을 잘 몰랐던 거야.
미토코 : 다행이다...
나, 조금만 더 있었으면 속아넘어갔었을 거야.
정말 위험했네.
아사미 :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렇게 대단한 녀석도 아니니.
역시 헤어지길 잘 했나.
미토코 : 응응, 완벽한 정답.
그 자식, 어른인 주제에 엄청난 편식쟁이니.
아사미 : 누구한테나 잘 해주는 건,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증거지.
미토코 : 뭐든 열심히 하는 것도,
항상 보답받지 못하니까 그렇게 착각할 뿐이지.
아사미 : 타인 우선이라는 건...사실은 겉모습만 번지르르.
미토코 : 여자한테 한심해 보이고.
아사미 : 생활 능력 없고.
미토코 : 키만 컸지, 완전 속빈 강정!
아사미 : 맨날 등굽히고 다녀서, 정말 꼴보기 싫어!
미토코 : .........
아사미 : .........
아사미&미토코 :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
분타로 : ...이렇게 되었다고 일이.
키헤 : 소주인의 짐이 복도에 쌓여있길래 무슨일인가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나.
분타로 : 줸장~, 최근 내 예상이 계속 빗나가네.
왜 리스토라한테만 계속해서 여자가 붙지?
나 같은 건 요 3달 동안 한 명도 차지 않았는데~
키헤 : 핫짱은 잡은 물고기한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게 문제라고.
분타로 : 그치만 먹이값이 없는 걸.
빈곤 극단을 우습게 보면 곤란해~
키헤 : 이제 좀 같은 극단 여자 건드리는 거 그만하라고.
언젠가 칼맞아도 난 모른다?
분타로 : 걱정마, 최근 대본은 그걸 고려해
의미불명한 사회 풍자물로 하고 있으니까. 배역은 죄다 남자.
키헤 : 극단원들도 자기들이 하는 연극의 장르가,
이런 이유로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졸도할 거야...
분타로 : 그건 그렇다고 하고 말이야...
어때 두 사람?
키헤 : 소주인하고 어린 주인 말야?
분타로 : 왠지 말야, 이런 생각이 드는데 말야,
점점 다투는 이유가 남녀 문제랑 관련되어 가는 것 같지 않아?
키헤 : 부녀 싸움이라고 보기에는 미묘함이 있지요, 분명히.
분타로 : 몇 살 차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리스토라, 나랑 쿠마짱보다 위라고?
키헤 : 어린 주인은 너무 진지해서 부모에게 응석부리는 방법을 모르고.
반대로 소주인은 너무 칠칠치 못해서 응석을 받아줄 방법을 몰라.
분타로 : 그럼, 리스토라가 잘못이네.
키헤 : 소주인이 잘못이지.
분타로 : 근데 말야...여길 나가게 돼도 유쾌하지 않다고나 할까,
지금, 그 녀석을 모델로 책을 쓰고 있는데,
뒷내용이 떠오르지 않으면 곤란하다고나 할까.
키헤 : 내쫓을지 아닐지는 어린 주인이 정할 일이잖아?
방에 가서 직접 담판하고 오라고.
내 사랑하는 사람을 쫓아내지 마세요, 라는 건 어때?
분타로 : 경멸당하는 것도 두렵지만,
(미토코가 분타로에게)진짜로 대항심을 불태우게 되는 게 제일 무섭다는.
키헤 : 뭐야 한심하게.
어쩔 수 없군, 여기선 내가 앞장을 설까.
분타로 : 아니, 그게 말야...
지금 또 골치아픈 손님이.
미토코 : 전학...?
히메오 : 그래, 난센(南泉) 학교.
슈우센의 제휴 학교로...즉, 이사중 한 명이 우리 아버지.
미토코 : 거긴 분명...히메오 언니가 나온 학교가?
히메오 : 그래. 좋은 곳이야.
여학교지만, 별로 부잣집 애들이 다니는 학교 같지 않으니 안심해.
미토코 : 자, 잠깐만?
왜 갑자기 그런...
히메오 : 갑자기라니?
유학가기 전부터 몇 번 얘기했었는데?
미토코 : 그건...그치만, 난센이라면...
히메오 : 응, 나고야.
미토코 : .........
히메오 : 좋은 곳이야.
식사는 맛있고, 싸고, 양많고,
가끔 이상한 메뉴가 나오는 게 또 재밌어.
미토코 : 마지막 건...
히메오 : 제조업이 발전돼 있고,
프로 야구팀도 축구팀도 있어.
지역 매스콤의 편들기는 기분 좋을 정도야.
미토코 : 그, 그치만 나고야라니...
히메오 : 그냥 해본 말이 아냐.
...약간의, 정보를 얻었어.
미토코 : 정보...라니?
.........
미토코 : 마마...가?
히메오 : 한달전인 4월 29일 오후 10시.
마지막 히카리(열차인듯)에, 어떤 남자랑 둘이서 탔다는 것 같아.
미토코 : 그, 그것만으론, 어디서 내렸는지는.
히메오 : 나고야행 승차권을 갖고 있었다고.
미토코 : .........
히메오 :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미토코 : 마마가...나고야에?
히메오 : 사람 찾는 것도,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효율이 나쁘네.
여기까지 조사하는데 꼬박 한달이 걸리다니.
미토코 : 히메오 언니...어째서?
히메오 : 그래서 이제는, 실제로 호노카씨를 알고 있는 사람이,
직접 찾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 예를 들면 토코짱이나, 나 같은.
미토코 :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야.
왜 이렇게까지 열심이야?
...그냥 옆집에 살 뿐인, 나 같은 걸 위해서.
히메오 : 그것도 예전부터 항상 말해온 것 같은데?
미토코 : 에?
히메오 : 토코짱을 소중히 생각하니까.
그것만으론, 부족하나?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 토코짱이, 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를
소중히 여기는 건 알아.
여기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도 알어.
미토코 : 으, 응.
히메오 : 하지만 말야...기다리는 것보다도,
스스로 나서는 편이 좋을 때도 있어.
적어도 나는 그래.
미토코 : 그건...그럴지도 모르지만.
히메오 : 거기서는, 우리집에서 통학하면 돼.
물론 나도 같이 살 생각.
그러니까 전혀 어려워할 것 없어.
미토코 : 그, 그런...안돼.
그렇게까지 대접받을 이유가 없어.
히메오 : 이렇게 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우리집은 남는 방도, 관리인도 필요 이상으로 많어.
따라서, 이유가 없어도 그렇게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