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87)

오사무 : 바닥을 닦아야...

흘린 맥주를 그냥 놔두면 냄새가 날 테니.

미토코 : ㅇ, 음, 으음...

         그, 오사무 군...이 아니지. 리스토라...도 아니고,

         맞다, 요시무라다...가, 여기있다고 들었는데요.

카야 : (작은 소리로)이건 좀 아니지 않아 오사무 군...?

미토코 : ...뭐라고 하셨나요?

카야 : 있어. 몸은 건강해.

       뭐, 마음이 병들어 있는 건 분명하지만.

미토코 : 거, 건강한가요!?         

         의식불명이라든가, 반죽음이라든가, 가족분들에게 연락을, 이라든가,

         그런 불길한 일은 없는 거죠?

카야 : 정말 재수없는 소리네...걱정마, 팔팔해.

미토코 : 그, 그런가요...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카야 : 안심했어?

미토코 : ㅇ, 예, 그건.

카야 : 그래, 그거 잘 됐네. 그럼 안녕히.

미토코 : 에? 아, 아뇨, 그치만...

카야 : 이제 어두워지니, 슬슬 집에 가야지?

미토코 :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카야 : 아, 근데 혼자서 돌아갈 수 있으려나?

       뭣하면 역까지 바래다주까?

       아니면 택시 잡아줘?

미토코 : ㄴ, 나는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주인이에요!

         리스토라씨의 집주인이에요!

         어린애 취급은 실례예요!

카야 : 어른은 그렇게 과민반응하지 않는데 말이지.

미토코 : ~으!!!

오사무 : .........

오사무 : 좋아...완벽해.

젖은 행주로 맥주를 뿜은 주변을 다 닦은 후,

그냥 하는김에 바닥 전체 청소를 하기로 했다.

오사무 : 덥다...

한번 다 닦은 시점에서 약간 땀이 베인다.

분명 이걸로 맥주가 더욱 맛있게 느껴지겠지.

어제도 카야씨는 ???를 뿌렸지만,

그래도 젖은 행주는 꽤 더러워졌다.

식사 도중에 갑자기 청소를 하거나 해서,

카야씨가 돌아오면 황당해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미 3일이나 신세를 지고 있는 몸에다,

그동안 거의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았으니.

일반적으로 볼때 구제불능의 틀려먹은 남자일 테니...

그래, 이건 최소한의 보은.

떠나가는 새는 머물러 있던 곳을 더럽히지 않는다고도 할까,

라고 하면서도 언제 떠날거냐는 소리가 나오는.

그러니까, 그, 즉.

말하자면...

오사무 : 어, 어떡하지, 어떡하지...

알고 있어요, 알고는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현실 도피라는 건...

미토코 : 저, 정말로 리스토라 씨 안에 있나요?

         왠지 수상해.

카야 : 있다니까...

미토코 : 그렇담 왜 나오지 않는 건가요?

         아, 혹시 여러 가지 쇼킹한 일이 겹쳐져서 망연자실해,

         자신이 누구랑 같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라든가...

카야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미토코 : 그야, 내가.........

         집주인이 만나러 왔는데.

카야 : 하아...아직도 모르는 건가.

미토코 : 무, 뭘...?

카야 : 음 말이지, 왜 오사무 군이 여기있는지를 알려주지.

       그는 말야...돌아갈 곳이 없어.

미토코 : .........어째서?

카야 : 그야, 집주인이 신경을 잘 써줘서 그런 거 아냐?

       쓸데없는 부분까지, 말야.

미토코 : 의미를...모르겠어.

카야 :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말해 버리는 애는 모를수도.

미토코 : ㄸ, 또 어린애 취급 했어!

카야 :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하려던 건데.

미토코 : [애]라고 했잖아!

(쾅)

오사무 : 잠깐 정지!

카야 : 아...

미토코 : 리스토...!?

용기를 내어, 문이 놓인 현관입구까지 다가가,

귀를 대고 있기를 수십초.

마침내 두 사람의 대화가,

난관에 부딪친 시점에서,

마침내 내 다리가, 앞으로 나아갔다.

..왜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는 상태지만.

(그만하세요 카야 씨) ===

(미토코짱 진정해)

오사무 : 그, 그만하세요 카야 씨!

카야 : 오사무 군...

오사무 : (작은 소리로) 사, 상대는, 그.........니까요,

         그렇게 도발하는 듯한 말투는...

미토코 : ...잠깐, 방금 작은 소리로 뭐라 그랬어?

오사무 : 에엣!?

등뒤로 막은 순간,

뒤에서 나이프가 꽂혔다.

미토코 : 이건 어디까지나 내 직감인데,

         날 능욕하는 성분이 들어가 있지 않았나?

오사무 ?: 아, 아니에요!

          단순한 배려예요!

어쨌든 세상은 선의만으로 성립되어 있는 건 아니다.

미토코 : 애당초 리스토라 씨, 이건 대체...!?

오사무 : ? 왜 그래 미토코짱?

미토코 : 아...아...아아...

미토코짱의 상태가 이상하다.

방금전까지의 분노한 표정이 사라지고,

창백한 안색으로 날 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오사무 : 미토코짱?

         저기, 괜찮아?

그, 너무나도 이상한 반응에,

황급히 나는, 미토코짱에게로 달려간다.

미토코 : 가, 가...

오사무 : 피...?

딱히 아픈데도 없지만,

혹시, 어딘가에서 피가...?

미토코 : 가까이 오지마아아아~!

(짝!)

카야 : 앗차~

미토코 : 그...

오사무 : 그...?

미토코 : 그 복장은 뭐야~!

오사무 : 에? 아.............아아아아아아악~!?

미토코짱의 시선을 따라,

내 몸을 흟어보니...

카야 씨에게 빌린,

무릎과 두 팔과 배가 나온, 핑크색의 스웨트.

결정타로 여자용 샌들...

오사무 : 이, 이, 이건.........이건!?

카야 : 난 모름~

아까부터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수군거리고 있어서,

게다가 그게 시끄럽게 들릴 정도로

대량으로 발생되고 있던 이유가 이건가!

미토코 : 가까이 오지마 변태.

         집 안에 있다고 해서 그 차림은 창피하지도 않아?

         아니, 꽤나 편하게 지내시는 군요~!

오사무 : 자, 잠깐만 기다려 미토코짱.

         한번만 내 얘기를!

미토코 : 뭐야 기둥서방.

오사무 : 우와악!?

[엑스표]보다도,

더욱 카스트가 낮은 호칭을 부여받고 말았다...

미토코 : 별로 화 안 났으니까~.

         하긴, 기둥서방도 남자인 걸~

         이 사람, 예쁘고 어른스러운 언니인 걸~

오사무 : 자, 잠깐, 미토코짱...

         나만이라면 뭐라고 해도 좋지만,

         그 호칭은 아무리 그래도 카야 씨한테 실례야...

카야 : 맞어맞어. 그렇게 불리는 건,

       우선 기둥서방의 의무를 다 하고나서였으면 하는데.

미토코 : 읏!?

오사무 : 죄송합니다, 실례라는 건 알고 있지만,

         잠시 미토코짱과 둘이서 얘기하게 해주시겠어요?

카야 : 잘 해봐~

대단하다...

이런 상황에 침착할 수 있다니.

미토코 : 그러니까, 그렇게 쭈뼛거리지 않아도 된다고.

         감정적으로 되어, 나가라는 소리 같은 거 안 한다고,

         전에도 그랬지?

오사무 : ㅇ, 응...

그런가, 방금의 따귀는 감정적인 것이 아니었구나.

미토코 : 그러니까 말야, 냉정하게, 침착하게, 심사숙고한 다음에 하는 말이라고?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서 나가.

오사무 : 에.........?

[그런 소리 안 한다]는 것은 [나가] 부분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되어] 부분을 부정했다는 뜻?

문법이란 정말 어렵다...

미토코 : 짐은 오늘 중으로 방 밖으로 빼 놓을 테니까.

         이번주 중으로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다다다다)

오사무 : 자, 잠깐 기다려.

         미토코짱...미토코짱!

내 부름에도 불구하고,

미토코짱은 계단을 내려갔다.

내 발은 그곳에 멈춰, 절망감에 빠진채,

그녀를 뒤쫓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이 모습을 하고 거리로 나갈 수는...

미토코 : 아~, 맞다맞다.

         3일 이르지만,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일 없을 테니 미리 말해둘게.

오사무 : ㅁ, 뭐를?

미토코 : 생일 축하해!

오사무 : 에...?

미토코 : 진짜! 최악의 우연!

.........

미토코 : 끄응, 읏.........아, 무거워!

미토코 : 진짜~!

         왜 이렇게 피곤한 것만 있는 거야~!

미토코 : 이...

         리스토라 주제에, 엑스표 주제에, 기둥서방 주제에...

(철컥)

분타로 : 아, 리스토라 살아 있었, 주인 언니?

         엇, 뭐해?

미토코 : 아, 야스나가 군, 마침 잘 됐다.

         이 장 옮기는 거 도와줄래?

분타로 : ...강제 집행?

미토코 : 그래!

         불만있어?

분타로 : ...이게 농담이 아니라고 하면,

         엄청 화난 것처럼 보이는데.

         리스토라랑 무슨 일 있었어?

.........

......

...

카야 : 후우~, 개운하다.

       오사무 군, 이제 써.

오사무 : ..........

카야 : ...일단 목욕하면서 기분 전환 좀 하면?

오사무 : ...죄송합니다.

방 한가운데에 이런 큰 물체가

무릎을 감싼채 암흑의 기운을 내뿜고 있으면,

정말 짜증날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카야씨는, 그런 성가실 뿐인 큰 쓰레기에게도,

변함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해준다.

내가 끼친 피해는,

정말 엄청난 레벨인데도.

카야 : 아~, 나한테도 책임이 있으니까.

       미안해. 나도 모르게 장난을 쳐서.

오사무 : 아뇨, 카야씨는 아무 잘못 없어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카야 : 하긴, 전부 오사무 군 잘못이지만.

오사무 : ...그건 그렇지만요,

         조금 더 완곡한 표현으로 하시는 게.

카야 : 당신의 책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큰 인식 차이가 있지만 말야.

오사무 : 에...?

카야 : 뭐, 그걸 말하는 건 좀 그런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 때문에, 그렇지만 나를 탓해도 소용없기에,

더이상은 아무말 않겠다는 것 같다.

고마운듯 하면서도, 개운치 않은.

카야 : 그게...[남을 잘 돌봐주는 집주인]인가.

       처음 봤을 땐 깜짝 놀랐어.

오사무 : 저는...거짓말은 안 했어요.

하긴, 그런 소개 방법으로는,

만나게 되면 분명 놀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카야 : 조금 신경질적이지만,

       왠지~ 진지하고 당차고 노력파처럼 보이는 괜찮은 애네.

       ...이제와서 이런 입에 발린 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오사무 : 하하...

정말로 별 마음에도 없는 소리인것 같다.

카야 : 자, 힘내라고.

       머리 좀 식히면 금방 다시 화해할 수 있다고.

오사무 : 그렇게 간단히 될순 없어요...

아무리 그녀가 용서해준다고 해도,

내가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또 별개의 문제.

진지하고 당차고 노력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더욱,

그 아이를 몇 번이고 화나게 하고, 실망시키고, 슬프게 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분노, 실망, 슬픔으로 돌아오는 이유로.

그리고 지금의 나는...

미토코짱을 지킬 힘을 손에 넣었었지만,

다시 잃고 말았다.

카야 :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으니까 말야,

       조금만 더 여기 있으면 될 거야.

오사무 : 더이상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현재, 기둥서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폐를 끼치고 있는데.

카야 : 폐가 아닌 걸 폐라고 부르는 건 실례.

오사무 : 죄송합니다...

카야 : 사과가 아니라 태클을 걸어줬음 했는데.

오사무 : 죄송합니다...

카야 : ...하아

...그러고 보니, 그 소동을 봤던 맨션 사람들은,

카야 씨에게, 괜한 의심을 품지는 않았을까.

지금까지는 집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기에,

이웃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지만,

결국 그것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렇게 보면,

최고의 역병신은 나일지도 모른다.

미토코짱이 슬퍼하는 것도,

카야씨가 계속 피곤한 상황에 놓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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