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26/87)

미토코 : 읏!

         미안, 다녀올게!

마츠루 : 앗...토코짱 기다려!

         아직 얘기가...

린코 : 야, 사람이 하는 말 좀 들어~!

       그리고 끝까지 들어~!

       그리고 복도에서 뛰지마~!

마츠루 : ...이미 가버렸어.

린코 : 뭐야 진짜 저 [여심과 건성]의 태도는~!

마츠루 : 그거, 뒷부분만 얘기해도 충분한 것 같은데...

린코 : 바보. 너 아무것도 눈치 못 챘냐, 마츠루?

       토코가 오늘 왜 저렇게 안절부절 못 하는지...

츠요시 : ㅇ, 야, 히노사카 어떻게 됐어?

         약속 잘 잡았냐?

린코 : 그 빨간 모자 소녀는 말야,

       자길 덮쳐오는 늑대 같은 거 보다,

       달아난 기린한테 정신이 팔려 있다고?

츠요시 : ...동물원에 가기로 한 작전이었나?

.........

미토코 : 속옷 갈아입을 거 2, 3개, 그리고 위아래 옷이랑...

         약...은 집에 있는 걸 가져가면 되고.

         그리고 돈.........은 어떡하지.

미토코 : 그리고, 맞다, 보험증...같은 거 갖고 있으려나?

         ...일단 찾아보자.

미토코 : 그런데...

미토코 : 짐, 별로 없네.

(철컥)

분타로 : 어라? 리스토라 돌아왔...어? 주인 언니?

미토코 : 아, 야스나가 군, 마침 잘 왔어.

         리스토라 씨, 귀중품 같은 건 어디 숨기는지 알아?

분타로 : ...가압류?

미토코 : 농담하지마!

         진짜 화낸다!

분타로 : ...이런 농담을 받아넘기지 못한다면,

         상당히 다급한 상황 같은데.

         리스토라한테 무슨 일 있어?

미토코 : 다, 당연 큰일이지!

         회사가 쓰러졌는데, 리스토라씨도 쓰러졌대!

요시노리 : ...그렇게까지 회사랑 운명을 같이하고 앉아있나.

키헤 : 그런 엄청난 한심함이 소주인답지 않은가.

미토코 : 그래서 지금, 동료의 집에 머물고 있다고.

         리스토라 씨, 계속해서 괴로워하고 있어서, 혼자서 일어서는 것도 못해서,

         요 2,3일 동안 물밖에 먹지 않았다고...

분타로 : ...지금의 경제 상태면,

         설령 건강하다고 해도 물밖에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요시노리 : 설탕의 비축은 필수잖아.

           패밀리 레스토랑의 스틱 슈거는 갖고 오기도 쉬워서 좋다고.

미토코 : 그래서 말야, 지금 상태를 보러 갈건데,

         혹시 입원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리스토라씨의 보험증을 찾고 있는데...

키헤 : 그런 거였군...

       그래서 귀중품 장소를 알려달라고 했나.

요시노리 : [농익은 유부녀 시리즈]라면 장롱 밑에.

분타로 : [매혹의 여교사 사전]이라면 책장 왼쪽 위에서 3번째에.

미토코 : .........

키헤 : 으음...이럴 경우,

       [뭐, 소주인도 남자니까]라고 감싸줘야 하나?

       아니면 [농담의 소재가 저질이야]라고 따져야 하나?

미토코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같이 찾아봐!

미토코 : 찾았다!

분타로 : ...헛, 겨우 30초만에!?

요시노리 : 통장이랑 인감도 발견.

           ...이제 남은 의문은 잔고가 보이질 않는다는 것 뿐인가.

키헤 : 무방비에도 정도가 있지.

       ...조심해야 될 게 아무것도 없는 것도 포함해서 말야.

미토코 : 이름, 요시무라 오사무.

         생년월일, 소화 5X년...정말로 이제 곧 30이구나.

분타로 : 그거 알아?

         나, 평성 태생.

(소화, 평성 등은 연호입니다)

요시노리 : 없으니까, 평성 태생 같은 건 여기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평성1년이 1989년입니다 ㅋㅋ)

미토코 : 아...

키헤 : 왜 그래, 어린 주인.

       성별에 뭔가 이상한 점이라도 있어?

미토코 : 이런 일도, 있긴 있구나...아핫

분타로 : ...주인 언니?

미토코 : 아! 이럴 때가 아냐, 서두르지 않으면 날 저물어!

         그럼 좀 늦을 테니까, 정리 부탁해!

요시노리 : 아, 그건 그렇고 미토코짱.

           리스토라가 있는 곳, 누구한테 들었어?

           본인이 의식불명이라며?

미토코 : 우리 세입자중 누군가가 학교에 연락해줬어!

         아, 미안해 빨리 가봐야해서, 그럼!

(철컥...쾅!)

요시노리 : 우리 세입자.........누구?

분타로 : 나?(분타로 목소리) 나?(요시노리 목소리) 나 말인가요?(키헤 목소리)

키헤 : 에~ 예로부터 동자 귀신이 있는 집은

       3대까지 번창한다는 소문이 있어서 말이죠.........

       오, 미안하네! 여, 왔군 쿠마 씨. 자 들어오시게.

(아무래도 무슨 만담의 패러디인것 같군요;;

 분타로의 흉내에 무슨 헛것을 들었다는 의미인듯;;)

(치이익.........)

카야 : 오사무 군, 미안한데 접시 좀 놔줄래?

오사무 : ㄴ, 네.

         ...저기, 죄송합니다.

카야 : 왜 사과를 해?

       부탁하는 건 난데.

오사무 : 또 식사 대접받아서.

카야 : 나 먹는데 같이하는 거니까 괜찮아.

       메뉴가 좀 편향되는 게 약간 그렇지만 말야.

오사무 : ...죄송합니다.

이걸로 7끼째.

아마 내 기호에 맞춘 것일 양식 메뉴의 연속은,

카야씨의 레파토리에 적지않게 부담을 주고 있는 듯했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카야 : 그러고 보니 말야, 아까 비디오 가게에 가니까,

       [스트레이트 플래시] 시즌3가 전부 있길래 다 빌려왔어.

       이따가 같이 보자.

오사무 : 이따가라니...

         그거 전부 보려면 24시간 이상 걸릴텐데요?

카야 : 뭐 어때. 어차피 둘 다 한가하니.

오사무 : 그런 가슴아픈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참고로 말하자면, 이대로 있으면 4박째...

아니 그것보다, 애당초 젊은 여성의 방에 나 같은 남자가

며칠이고 묵게 된다면, 괜한 오해를 사게 된다.

...뭐, 방에 틀어 박혀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았기에,

들킬 확률은 낮지만.

오사무 : 저, 저기, 카야 씨!

카야 : 응?

그렇지만, 그런 두리뭉실한 변명에 매달려,

어영부영 얹혀 살 수는 없다.

이제 부딪쳐야만 한다.

현실과, 세상과.........그 아이와.

오사무 : 저, 이제 슬슬 가보려고 하는데요!

카야 : 네네, 알았어 알았다고.

       아, 타바스코 좀 꺼내줘.

오사무 : 아뇨, 그러니까 말이죠...

카야 : ~♪

오사무 : 지금은 노래를 부를 상황이 아니라 말이죠...

참고로 말하면...

슬슬 내 신경도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직장을 잃고, 돈도 바닥나고, 집에 돌아갈 용기도 없이,

다시 일어설 기력도 내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쓸데없이 보내고 있는 초조감.

나보다 연하인, 연인도 아닌 여성에게, 식사부터 잠까지,

엄청난 폐를 끼치고 있다는 죄악감.

카야 : ~♪

오사무 : 진정해라...오사무.

그리고...유일하게 억압되어 있는,

인간의 삼대욕구 중 가장 자연스러운 것.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본, 풀어진 모습.

목욕하고 바로 나온, 불그스름한 피부.

이대로는,

언제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태가 일어날지, 나도 알 수 없다...

아니 근데, 요리하는데도 팬티가 보이니!

오사무 : 카야 씨, 제말 좀 들으세요!

         역시 이런 상태는...

카야 : 좋아, 다 됐다.

       테이블 좀 치워줘~

오사무 : 아, 네...

난 틀려먹은 인간이다...

??? : 301호실, 아마기.

      여기다.

.........

??? : 어라, 근데 이 냄새는...

.........

??? : ...나폴리탕?

.........

(딩동~딩동~)

카야 : 뭐야, 이런 시간에.

       신문보라고 왔나.

카야 : 네?

카야 : 에? 아, 네, 네...

       그런데요...

카야 : 네에, 그러신가요.

       예, 알겠습니다, 조금 기다려주세요.

카야 : 미안, 먼저 먹어.

       손님왔네.

오사무 : 그럴 수는 없다고요...엇!

         우와우와우와!

카야씨는, 인터폰을 내려놓는가싶더니,

재빨리 와이셔츠를 벗고, 팬티 한장만 입은 상태로 변신했다.

오사무 : 그러니까 여기서 벗지 말라고...으으...

아주 잠깐의 순간에, 내 망막에 핑크빛 선단이 각인돼,

일시 정지된 식욕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서려고 한다.

아니 뭐,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하얀 바탕에 핑크빛이 비쳐졌지만.

카야 : 옷 갈아입어야 되는 걸, 어쩔 수 없어.

       아~, 스커트 어디다 뒀지.

오사무 : 침대 위에 던져놨길래,

         저깄는 옷장에 넣어뒀어요.

카야 : 아~, 미안미안. 아하하.

       3일만에 입네 이거.

내 옷에는 다림질까지 해줬으면서,

자신의 것에 대해선 꽤 대충대충이군, 이 사람...

뭐, 그 덕분에 태워먹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카야 : 아~, 그래서 말야, 조금 길어질지도 모르니까,

       사양말고 먼저 먹어.

오사무 : 기다릴게요.

혼자먹는 식사는, 어렸을 적에 질리도록 했으니까.

카야 : 그래? 미안해.

       그럼 맥주라도 먼저 먹어.

오사무 : 그럼, 딱 한잔만, 먼저.

너무 고집부리는 것도 그렇기에,

옷을 다 갈아입은 카야 씨에게 유리잔을 받고,

스모크 치즈를 입에 털어넣는다.

카야 : 그러고 보니 말야, 오사무 군.

오사무 : 뭔가요?

카야 : 당신이 사는 아파트가, 분명, 으음...

       테라스하우스...뭐랬지?

오사무 :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 인데요...

그 이름 입밖에 내니, 아직까지 찌릿하고 뭔가가 깊이 박힌다.

카야 : 그래, 역시 그런가...

지키지 못했던 약속.

눈앞에 놓인 현실.

오사무 : ...왜 그러나요?

한심한 한 남자의,

한심함을 깨닫지 못한 자만심.

카야 : 집주인 씨 왔어.

기대만 잔뜩하게 만들어 놓고,

단지 실망을 크게 만들었을 뿐인, 큰소리만 쳤던 나는...

오사무 : 꿀꺽, 꿀꺽, 꿀꺽

단지, 고통을 배가시켜주는 차가운 맥주를,

단숨에 목 안으로 넘기고, 현실 도피를 할 수밖에 없어서.

오사무 : .........푸우우우우우우우~~~!?

헉, 누가 오셨다구요!?

미토코 : .........

카야 : .........

미토코 : 다, 다, 다...

카야 : 당신이.........집주인?

미토코 : 리스토라씨의...동료...?

카야 : 리스토라...?

       아, 오사무 군?

미토코 : 오사무, 군?

카야 : .........

미토코 : .........

오사무 : 아아아아아아!

         왜? 어째서!?

어떻게 미토코짱이 날 만나러 왔지?

어떻게 미토코짱이 여기 있는 걸 알았지?

그리고...왜 카야씨가 상대하고 있지!?

오사무 : 어, 어떡하지, 어떡하지...

혼란스러워하는 뇌는, 그래도 필사적으로,

지금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을, 간신히 생각해낸다.

그렇다.

우선, 우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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