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야 : 에...어디가?
오사무 : 으음, 그건...
일단은 제 집으로.
조금은, 거짓.
여길 나가야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아직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 돌아갈 용기는, 없다.
카야 : 아직 기분 안좋잖아?
숙취가 나을 때까지 좀 쉬는 게?
오사무 : 아뇨, 이 이상 폐를 끼칠수는...
카야 : 폐라고 생각 안해.
그리고, 와이셔츠 아직 안 말랐으니.
오사무 : 탈수했으면 괜찮아요.
외투도 있으니까요.
조금 추울수도 있겠지만,
오늘 날씨라면 걷는 동안에 다 마르겠지.
카야 : ...정말로, 갈 거야?
오사무 : 에...?
카야 : 내가 있어달라고 해도,
오사무 군은 안 들을 거지.
오사무 : 카야...씨?
카야 : 꼭 가야겠다고 하면...
나, 오사무 군에게 꼭 해야할 말이 있어...
오사무 : 그, 그건...
카야씨의 눈은 그렁그렁해,
마치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감정의 표출.
그래서, 나는...
.........
오사무 :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카야 : 미안해~, 진짜 미안해.
엉덩이 부근에, 선명하게 큰 구멍이 뚫린 바지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분타로 : 그런가...또 일자리를 잃었구나 리스토라.
저번엔 뒤집어 써서 그만두고, 이번엔 도산...
두번 연속으로 리스토라 이외의 이유란 것도, 리스토라답네.
요시노리 : 그렇게 나오면, 애당초 네가
왜 그런 별명을 붙였는가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떠오르게 된다고.
키헤 : 운이 없네, 소주인도.
측은해서 볼 수가 없어.
요시노리 : 그것보다, 지금 눈앞에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 있는데...
미토코 : .........으, 으으, 흐흑...
분타로 : .........
요시노리 : .........
키헤 : .........
미토코 : 어, 어떡하지, 어떡하지...
무사해야 돼, 무사해야 돼, 리스토라 씨...
키헤 : 자자, 그렇게 침울해하지 말라고 어린 주인.
소주인도 어엿한 어른이라고.
배고파지면 돌아오겠지.
요시노리 : 음, 그 행동을 가리켜 어른이라고 하는가?
미토코 : 정말로 돌아올까?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쌀은 못 먹는데, 제대로 된 걸 먹고 있을까?
유통기한 있는 편의점 도시락은 쌀로 된 게 거의 다 잖아?
분타로 : ...조금만 더 믿어줘도 좋지 않을까하는 기분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미토코 : 학교에서 때린 것도 아직 사과하지 못 했는데...
결혼했던 것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얘기해주지 못 했는데...
분타로 : (작은 소리로)...요전에 싸웠던 원인이 그런 거였나?
요시노리 : (작은 소리로)그렇다면 미토코짱의 포지션이 엄청난 사태에...
키헤 : 괜한 추측하지 말자고...
분명 어린 주인도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테니까.
미토코 :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
히메오 : ...진짜야 사사키?
사사키 : 네. 요시무라 오사무의 근무지인 호우에이 상회 말입니다만,
5월 22일에 2차 부도를 내, 사실상 도산했습니다.
히메오 : 그 남자, 전에 다니던 회사도...
사사키 : 이전 근무했던 건 카마타 상사입니다만,
거긴 자발적 퇴직으로 돼 있습니다.
히메오 : 그랬지...
분명, 부정 회계가 발각돼 해고당할 상황이었던 것을,
회사의 온정으로 퇴직 처리 해줬다든가.
사사키 : 사실은 그 문제에 대해선, 꽤 불명료한 부분이 많아,
사실 관계의 확인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조직 전체에 의한 정보 은닉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하는.
히메오 : 그래?
뭐, 어찌됐든 이번 도산과는 관계없을 것 같지만.
사사키 : 당사자인 요시무라 씨 말입니다만, 5월 23일에 출근한 이후,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는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히메오 : 당연히, 그 행방은 파악하고 있지?
사사키 : 네, 실은...
.........
히메오 : ...그거 진짜야?
사사키 : 틀림없습니다.
평소 이용하는 흥신소로부터의 믿을만한 정보입니다.
히메오 : ...역시 그 정도였던 거네.
그 아이가 그렇게나 믿기에,
얼마나 대단한 남자인가 했더니...
사사키 : 어떡하실 건지요?
이대로 상황을 지켜보시겠습니까?
아니면 그에게 더 손을...
히메오 : 아냐, 이번에는 취향을 바꿔보지.
사사키 : 그렇다고 하시면?
히메오 : 그 아이에게 현실을 보여주는 거야.
구세주는 하나만 필요하다고.
.........
카야 : 음~, 와봐와봐.
오사무 : .........네
카야 : 좋아...보우즈 가져간다.
이걸로 츠키미도 더해서...아, 6문이다.
그쪽, 분명 남은 게 5문이었지?
(무슨 게임 도중인듯)
오사무 : .........그렇죠.
카야 : 이걸로 통산 성적 9승 0패...되게 못하네 오사무 군?
오사무 : 승부라는 것 자체에 약하기에...
카야 : 그 이전에 말야, 이쪽 상황을 전혀 보질 않으니.
이러면 승부가 안 되잖아.
오사무 : 그, 그렇죠, 하하...
[그쪽을 볼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라고 절규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는 나였다.
카야 : 그럼 10판째 갈까.
10연패하면 역시 페널티가 있으니까 그리 알어?
오사무 : ...이미 상당한 페널티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카야 : 왜? 괜찮아 보인다니까.
...다리털이 좀 보이는 것 정도잖아.
오사무 : 하하...
무릎부터 아래와, 배가 삐져 나오는 스웨트...
물론 내 것이 아니다.
회사의 소멸에 의해, 의식주의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 나에게 있어,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
...아니, 다른 2개의 문제에 대해서도,
알게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카야 씨에게 기대고 있는 현상황은,
절대 좋아 보이지 않지만.
오사무 : 애당초 이걸 카야씨가 입었다면...
카야 : 그러면 오사무 군이 입을 게 없어지니까.
팬티 한장으론 창피하잖아?
오사무 : 그쪽도 거의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카야씨의, 여전히 입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와이셔츠 차림은,
어떻게 보더라도 여러 군데가 튀어 나온다.
카야 : 아니, 실은 그거, 살 때는 좋았는데,
사이즈가 좀 작아서 한 번도 안 입었어.
오사무 : 카야 씨조차 그런 옷을,
이런 내가 입는 것도 좀 그렇다고 보는데요?
카야 : 걱정마, 입고 있으면 조만간 늘어날거라고.
오사무 : 조만간이라니...
그렇게 오래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카야 : 아, 그러고 보니 오사무 군, 토스트 괜찮아?
거기다 계란 반숙에 샐러드에...
오사무 : 쌀만 아니면 대부분은...어,
왜 그런 걸 묻지요?
카야 : 아니, 내일 아침밥 평상시대로 해도 될까해서.
오사무 : 아침밥...
뭔가 방금, 은근슬쩍...아니, 그만두자.
이 사람이 은근슬쩍 흘리는 말을 일일이 신경쓰면 버틸 수 없다.
...그렇게 사고 정지를 한 탓에,
지금의 상황에 휩쓸리는 듯한 기분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카야 : 자 그럼, 돌린다~
오사무 : 네...
그렇다고는 하나,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애당초 나한테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아무리 카야씨가 바지를 태워먹었다고 해서,
여기에 눌러앉을 수는 없다.
설령, 카야 씨한테는 미안하지만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사오게...할 돈이 없다.
대신할 옷을 빌려 일단 아파트까지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근데 빌려준 것이 이 스웨트인 이유로.
그렇다면 차라리, 이 구멍 뚫린 바지를 입고,
웃도리로 감추면서...라는 건 카야 씨한테 금지당했다.
.........사면초가.
카야 : 자, 또 내가 선이네.
페널티 당첨.
오사무 : 살살.
카야 : 그렇게 패배하는 걸 전제하고 있으니까,
결국 지는 거라고?
오사무 : 어차피 못 이길 테니까요.
적어도, 카야씨가 아래에 뭔가 입지 않는 한.
카야 : 뭐, 나야 상관없지만.
그럼 지게 되면 목욕탕에서 등 닦아줘?
오사무 : 농담은 그만두세요!
카야 : 농담농담. 정말로, 오사무 군은 놀려먹기 재밌네~
오사무 : 그러니까 카야 씨, 조금은 제 수명을 생각하셔요...
카야 : 그럼, 정정. 지게 되면 목욕 다 한다음 마사지 부탁해.
최근 누구 때문에 혹사를 당해서 말야,
여러 군데가 뭉쳐서...
오사무 : .........그건 농담이 아니라는 말씀?
.........
(딩-동-댕-동)
린코 : 야, 토코, 토코야.
미토코 : .........
린코 : 야, 부르면 대답 좀 하라고.
그렇지 않아도 잠시 한눈팔면 시계에서 사라지니까,
평상시처럼 시끄럽게 떠들어 네 존재를 어필하라고.
미토코 : .........
(마츠루가 미토코의 눈을 건드림)
마츠루 : ...살아있는 것 같긴 한데.
미토코 : ...눈 뜰 테니까 그만해.
린코 : 왜 그래, 오늘 기운없어 보이네~
기르던 고양이라도 도망쳤냐?
미토코 : ...굳이 말하자면 기린이려나.
린코 : 기린...?
마츠루 : ...토코짱네 집, 단층이었지?
어떻게 집에 들어갔어?
미토코 : 아~...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난처하다고.
린코 : 기린...
미토코 : 그건 이제 됐어.
그래, 무슨 용건?
린코 : 뭐야. 용건이 없으면 말걸면 안돼?
마츠루 : 실제로 용건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날카롭게 구는 거 그만둬~.
있잖아, 이번 목요일 같이 공부하지 않을래?
토코짱네 집에서.
미토코 : 공부...?
린코 : 금요일, 영어 단어 시험 있다고 사카키가 그랬잖아. 그러니까 벼락치기로.
멤버는, 토코랑 나랑 마츠루랑.........(작은 소리로)주동자.
미토코 : ...됐어.
단어 테스트 같은 건 성적이랑 관계없으니.
마츠루 : 그런 건 공부 잘하는 애들이나 하는 말이야~
린코 : 맞어.
너 혼자만 살 생각?
우리가 봐주지 못하면 분명히 추가 시험이라고 얘.
마츠루 : 남한테 책임을 다 뒤집어 씌우는 것도 그만둬~
린코 : 그럼 뭐라고 하면 돼?
미안하지만 난 단어 시험 같은 건 여유라고?
마츠루 : 아아아~ 안돼, 그거 말하면 안돼!
린코 : 애당초, 갑자기 공부라는 건 무리라고.
역시 지금은 솔직하게 얘기하자.
토코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을 테니.
마츠루 : 그런~, 이제와서 그렇게 대폭으로 방침을 변경하면,
린코짱의 엄청 어설픈 구실이 완전 헛수고가 된다고~
린코 : ...왠지 방금, 네 계획에 동참하는 게
엄청나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미토코 : .........하아
마츠루 : .........
린코 : .........
미토코 : 아, 왜? 미안, 못 들었어.
린코 : ...우리들의 우정도 이제 끝이구나라는 얘기였어.
(딩동댕동~)
교내방송 : 3학년 D반의 히노사카 미토코 양.
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바로 교무실까지 오세요. 다시 말씀드립니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