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4/87)

왔다...

오늘, 이것만은 얘기하지 않고 돌아가고 싶었다,

단 하나...아니, 꽤 많은 수의 금칙어중 하나.

오사무 : 일단, 좀 쉬려고요.

         ...아주, 잠깐.

지금까지의 체험으로 보아,

이것이 오랜 휴가가 될 것이라고, 사실은 예상하고 있다.

그래도 기대는, 다른 미래도를 그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미지를 그리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약해졌기에, 듣고 싶지 않다.

카야 : ...괜찮아?

오사무 : 예...

카야 : 정말로?

       혼자만 있는 방에 돌아가 견딜 수 있겠어?

오사무 : 괜찮아요.

         어떻게든 잘 지낼 거예요.

         ...혼자인 것에 익숙해졌으니까요.

카야 : 그래...?

혼자라면 그래도 견딜 수 있다.

작년에도, 일년 가까이 그런 상태였고,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날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 내 방에서,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오늘은 월급날, 일 터였다.

영감님이나 다른 모두는, 분명 내 수입을 노리고,

밤늦게까지 먹고 마실 계획을 짜뒀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는...

어쩌면, 딱 하루만, 신문 배달을 쉬고,

불만 사항을 툴툴거릴 홍일점이 있을지도 몰라서.

오사무 : 그래서...

         이 얘기는 이쯤해두지 않겠나요?

카야 : .........

이렇게나 반동이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떠들썩한 집에 돌아가는 것이 괴롭다니...

그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해서.

카야 : 오사무 군, 말야.

오사무 : 왜요?

카야 : .........

오사무 : ...뭔가요, 카야 씨.

카야 : 집, 멀었나?

이름을 불리우면, 이름으로 대답해야만 한다.

아무래도 그것이 그녀가 취했을 때의 규칙인 것 같았다.

오사무 : 히가시하기모리예요. 아파트지만 말이죠.

카야 : 걸으면, 좀 오래 걸리지.

오사무 : 못 걸어가요. 첫차타고 가야죠.

빠른 걸음으로 가도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젠 뭐 천천히 가도 상관없지만.

카야 : 오사무 군.

오사무 : 네, 카야 씨.

카야 : 진짜 땀 냄새 너무 난다.

오사무 : 일부러 이렇게 가까이 와서 냄새를 맡으니까 그렇죠.

내 목으로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킁킁거리며, 마치 애견처럼 코를 벌름거린다.

솔직히 당황스러웠지만,

취한 탓에, 몸이 잘 반응하지 않아,

그녀를 바라보기만 해.

카야 : 샤워 해, 지금 당장.

오사무 : 하지만 첫차까진 아직...

         그러니까 조금 더 마시겠어요?

그리고, 설령 첫차가 다니기 시작해도,

지금은...별로 그렇게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마음의 준비가 가능해질 때까지...

적어도 문닫을 때까지, 여기에 있고 싶다.

카야 : 걱정마.

오사무 : 뭐를요?

         말해두겠는데요, 전 이제 사우나 갈 돈도...

카야 : 사실 우리집,

       여기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려.

오사무 : .................네?

솔직히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건 아니다.

하지만 취기 때문에...

뇌까지 잘 반응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카야 : 우리집으로, 와...

미토코 : 치시마 빌딩...여기다.

미토코 : 으음...2층이랬나.

         ...계단 되게 쫍다.

.........

미토코 : 여긴, 가.

(철컥, 철컥)

미토코 : 어라...?

(철컥, 철컥)

미토코 : ...어라?

         진짜 여긴가?

(똑, 똑)

미토코 : 실례합니다~, 이봐~, 리스토라 씨~?

(똑똑똑똑똑)

미토코 :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똑똑똑똑똑)

청소원 : 왜 그러니 얘야?

미토코 : 아, 죄송합니다.

         여기, 치시마 빌딩 맞죠?

청소원 : 응, 그런데?

미토코 : 저기, 저, 호우에이 상회라는 회사에 볼 일이 있어 왔는데요.

청소원 : 호우에이 상회...

미토코 : 여기 2층이라고 들었는데요, 문도 안 열리고...

         간판도 없고, 층수를 잘못 알았나?

청소원 : .........

미토코 : 맞다, 아저씨 모르세요?

         사무기기 판매 대리점인데요.

청소원 : 응...알아. 

         분명 여기였어.

미토코 : 아, 다행이다. 장소는 맞게 찾아왔구나.

         근데 왜 열리지 않지. 여기 있을텐데.

청소원 : ..........

미토코 : 설마 벌써 돌아갔나?

         그렇다는 건, 길이 엇갈렸나?

청소원 : .........아가씨.

미토코 : 네?

청소원 : 거기 쪽지를 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야.

미토코 : 쪽지...?

         아, 잠깐...저기...

미토코 : 뭐야...

         왜 도망을 가고 그래.

미토코 : 으음...아, 이건가.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

미토코 : 주식 회사 호우에이 상회는 평성 1X년 5월 22일 오후 3시...

.........

미토코 : .........에?

.........

미토코 : 어, 어라, 어랏...?

.........

미토코 : 저...저기, 잠깐...?

         이거, 이건, 그...으...

미토코 : 이, 이런....

미토코 : 말도 안돼...

미토코 : 리...리스토라 씨?

미토코 : 리스토라씨가...리스토라씨가...

.........

미토코 : 리스토라씨가 리스토라 당했다~!?

제4화 : 관계 회복의 뜨거운 그라탕

.........

오사무 : 으, 으음...?

오사무 : ...으, 아?

눈을 뜬 순간에 들어오는 건,

눈부신 빛과, 뿌옇게 보이는 시계.

머리와 눈과 위와 귀가, 빙빙 도는 듯한 감각.

오사무 : 으, 으으...

         아, 어라, 여긴...?

그중에서도, 비교적 데미지가 적은 눈을 비비고 보니,

그곳은 낯선 흰색과 청결함.

항상 눈을 뜨는, 낡은 바닥과 칙칙한 벽이 있는 좁은 방과는 다른,

프롤링된 바닥과, 새하얀 벽과, 무엇보다 엄청나게 환한 창.

오사무 : .........여긴, 대체.........아

카야 : 사실 우리집,

       여기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려.

오사무 : .........

으음, 진정해.

마음속으로는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지만, 진정하는 거다.

어젯밤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니, 그렇지 않다.

수화기 너머의 밝고 순수한, 나를 철썩같이 믿는 목소리에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회사 소멸 기념 낙담회]에 돌입해...

카야 : 그런 이유로...

       갈까, 오사무 군.

오사무 : 아아아아아아악!?

(벌떡)

그런 이유로...라니,

뭐가 [그런 이유]라는 거야!?

오사무 : 우욱...?

그러면서 황급히 일어선 순간,

세계가 흔들거리고, 뒤집어지고, 어두워지는 사태로.

오사무 : 으, 우웁, 우욱?

또 솟구쳐 오르는 불쾌감.

머리와 눈과 위와 귀가, 빙빙 도는 듯한 감각.

주로...위?

오사무 : .........우우우우웩!

...그렇게 불쾌감을 인식한 순간,

맹렬한 기세로 식도를 타고 오르는 시큼함.

오사무 : 으, 우, 우우우우우욱~!

큰일이다, 이거 진짜 큰일...

위액의 신맛과 담즙의 쓴맛도 그랬지만,

여기가 어딘지 안 이상,

이 바닥에 그것들을 흩뿌릴 수도 없는 이유로.

오사무 : ㅎ, 화, 화...우욱

화장실!

(드르르륵)

카야 : 어라? 일어났어, 오사무 군?

오사무 : ~~~~~으읍!!!

목욕탕의 선객...

게다가 뭔가 아주 불길한 개폐음을 들은 듯한.

그건, 목욕탕과 방을 잇는 문 이외의,

다른 하나의 유리문 소리와 아주 흡사해...

게다가 그 문의 용도로써 보통 생각할 수 있는 건...

카야 : ㅇ, 왜 그래?

       무슨일 있어?

(철컥)

오사무 : 우으우와우~!?

아무 확인도 않고, 갑자기 문을 열고 있네요 이 사람...

오사무 : ㅎ, 히, 흐아...우웁

ㄱ, 게, 게다가...우웁.

카야 : 뭐야? 아, 이제 쏠리는구나~

       이쪽이쪽, 목욕탕으로 와.

오사무 : 후흐히야...하히이히히~!!

그쪽이...아냐~!!!

카야 : 괜찮아?

       위속에 있는 거 한번 쫙 빼는 게 좋다고?

아니, 그 차림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오지 말아 주세요...

(쓰으, 콰르륵...) ---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

오사무 : 하아, 하아, 하아아...

카야 : 자, 여기 물~

오사무 : ㄱ, 가, 감사합니......으엣!?

         ㅈ, 좀 숨겨요!

카야 : ...이렇게?

그러면서 카야씨는, 손에 든 컵을 등뒤로 숨겨 버린다.

오사무 : ...그냥 주세요.

카야 : 응, 자 여기.

아닌데...그게 아닌데.

전혀 의미를 모르고 있다, 이 사람.

...아니, 혹시 알면서도,

일부러 놀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오사무 : 꿀꺽, 꿀꺽...후우

카야 : ...좀 괜찮졌어?

오사무 : 예...이제야 심박수가 130으로 돌아왔어요.

카야 : ...왜 딴데 보면서 말해?

오사무 : ...전혀 감추지 않아서예요.

카야 : 응?

오사무 : 하긴...숙취에 쩔을 때까지 마신 제 잘못이에요.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카야 : 별로 신경 안써.

       방도 더럽혀지지 않았으니.

오사무 : 조금은 신경써주세요...아까 그 모습을.

카야 : 아아...

카야씨는, 이제야 알아챈 듯하다.

카야 : 그 상황은 긴급 사태였는 걸, 어쩔 수 없어.

       뭐, 사고라도 당했다고 생각하고 참아.

오사무 : 으으...

어떤 의미에서의 [참아]인 걸까...

오사무 : 아, 그리고 말이죠...지금, 그...

카야 : 이거?

       실내복인데, 뭐 문제라도?

오사무 : 혼자 있을 때는 그래도 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방에는, 일단은 성인 남자가 있기 때문에.

카야 : ...피차 비슷한 차림이니, 별로 상관없잖아?

오사무 : 비슷한...?

         헛, 아악!?

어쩐지 아까부터 전체적으로 시원하다 했더니...

오사무 : 왜...이런?

바지도 웃도리도 없다.

그러기는 커녕, 와이셔츠조차 입고 있지 않다.

카야씨도 입고 있는데.

...그 착용 모습에 문제가 있다는 건 제쳐두고,

지금의 나는, 위도 아래도 속옷 한장...

카야 : 뭐, 내가 벗겼지만 말이지.

오사무 : 아, 그랬었나...요오오오!?

카야 : 그대로는 다 구겨질 것 같아서...

       일단 웃도리는 저기 걸어뒀어.

       와이셔츠는 세탁중. 바지는 다림질 했는데...

오사무 : 으음...너무 죄송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카야 : 아~, 아니, 뭐...

       그렇게 감사해하면 난처한데 말이지.

오사무 : 정말로 민폐를 끼쳤습니다.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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