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오늘, 이것만은 얘기하지 않고 돌아가고 싶었다,
단 하나...아니, 꽤 많은 수의 금칙어중 하나.
오사무 : 일단, 좀 쉬려고요.
...아주, 잠깐.
지금까지의 체험으로 보아,
이것이 오랜 휴가가 될 것이라고, 사실은 예상하고 있다.
그래도 기대는, 다른 미래도를 그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미지를 그리지 못할 정도로,
마음이 약해졌기에, 듣고 싶지 않다.
카야 : ...괜찮아?
오사무 : 예...
카야 : 정말로?
혼자만 있는 방에 돌아가 견딜 수 있겠어?
오사무 : 괜찮아요.
어떻게든 잘 지낼 거예요.
...혼자인 것에 익숙해졌으니까요.
카야 : 그래...?
혼자라면 그래도 견딜 수 있다.
작년에도, 일년 가까이 그런 상태였고,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날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 내 방에서,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오늘은 월급날, 일 터였다.
영감님이나 다른 모두는, 분명 내 수입을 노리고,
밤늦게까지 먹고 마실 계획을 짜뒀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는...
어쩌면, 딱 하루만, 신문 배달을 쉬고,
불만 사항을 툴툴거릴 홍일점이 있을지도 몰라서.
오사무 : 그래서...
이 얘기는 이쯤해두지 않겠나요?
카야 : .........
이렇게나 반동이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떠들썩한 집에 돌아가는 것이 괴롭다니...
그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해서.
카야 : 오사무 군, 말야.
오사무 : 왜요?
카야 : .........
오사무 : ...뭔가요, 카야 씨.
카야 : 집, 멀었나?
이름을 불리우면, 이름으로 대답해야만 한다.
아무래도 그것이 그녀가 취했을 때의 규칙인 것 같았다.
오사무 : 히가시하기모리예요. 아파트지만 말이죠.
카야 : 걸으면, 좀 오래 걸리지.
오사무 : 못 걸어가요. 첫차타고 가야죠.
빠른 걸음으로 가도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젠 뭐 천천히 가도 상관없지만.
카야 : 오사무 군.
오사무 : 네, 카야 씨.
카야 : 진짜 땀 냄새 너무 난다.
오사무 : 일부러 이렇게 가까이 와서 냄새를 맡으니까 그렇죠.
내 목으로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킁킁거리며, 마치 애견처럼 코를 벌름거린다.
솔직히 당황스러웠지만,
취한 탓에, 몸이 잘 반응하지 않아,
그녀를 바라보기만 해.
카야 : 샤워 해, 지금 당장.
오사무 : 하지만 첫차까진 아직...
그러니까 조금 더 마시겠어요?
그리고, 설령 첫차가 다니기 시작해도,
지금은...별로 그렇게 빨리 돌아가고 싶지 않다.
마음의 준비가 가능해질 때까지...
적어도 문닫을 때까지, 여기에 있고 싶다.
카야 : 걱정마.
오사무 : 뭐를요?
말해두겠는데요, 전 이제 사우나 갈 돈도...
카야 : 사실 우리집,
여기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려.
오사무 : .................네?
솔직히 그녀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건 아니다.
하지만 취기 때문에...
뇌까지 잘 반응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카야 : 우리집으로, 와...
미토코 : 치시마 빌딩...여기다.
미토코 : 으음...2층이랬나.
...계단 되게 쫍다.
.........
미토코 : 여긴, 가.
(철컥, 철컥)
미토코 : 어라...?
(철컥, 철컥)
미토코 : ...어라?
진짜 여긴가?
(똑, 똑)
미토코 : 실례합니다~, 이봐~, 리스토라 씨~?
(똑똑똑똑똑)
미토코 :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
(똑똑똑똑똑)
청소원 : 왜 그러니 얘야?
미토코 : 아, 죄송합니다.
여기, 치시마 빌딩 맞죠?
청소원 : 응, 그런데?
미토코 : 저기, 저, 호우에이 상회라는 회사에 볼 일이 있어 왔는데요.
청소원 : 호우에이 상회...
미토코 : 여기 2층이라고 들었는데요, 문도 안 열리고...
간판도 없고, 층수를 잘못 알았나?
청소원 : .........
미토코 : 맞다, 아저씨 모르세요?
사무기기 판매 대리점인데요.
청소원 : 응...알아.
분명 여기였어.
미토코 : 아, 다행이다. 장소는 맞게 찾아왔구나.
근데 왜 열리지 않지. 여기 있을텐데.
청소원 : ..........
미토코 : 설마 벌써 돌아갔나?
그렇다는 건, 길이 엇갈렸나?
청소원 : .........아가씨.
미토코 : 네?
청소원 : 거기 쪽지를 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야.
미토코 : 쪽지...?
아, 잠깐...저기...
미토코 : 뭐야...
왜 도망을 가고 그래.
미토코 : 으음...아, 이건가.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진심으로...
.........
미토코 : 주식 회사 호우에이 상회는 평성 1X년 5월 22일 오후 3시...
.........
미토코 : .........에?
.........
미토코 : 어, 어라, 어랏...?
.........
미토코 : 저...저기, 잠깐...?
이거, 이건, 그...으...
미토코 : 이, 이런....
미토코 : 말도 안돼...
미토코 : 리...리스토라 씨?
미토코 : 리스토라씨가...리스토라씨가...
.........
미토코 : 리스토라씨가 리스토라 당했다~!?
제4화 : 관계 회복의 뜨거운 그라탕
.........
오사무 : 으, 으음...?
오사무 : ...으, 아?
눈을 뜬 순간에 들어오는 건,
눈부신 빛과, 뿌옇게 보이는 시계.
머리와 눈과 위와 귀가, 빙빙 도는 듯한 감각.
오사무 : 으, 으으...
아, 어라, 여긴...?
그중에서도, 비교적 데미지가 적은 눈을 비비고 보니,
그곳은 낯선 흰색과 청결함.
항상 눈을 뜨는, 낡은 바닥과 칙칙한 벽이 있는 좁은 방과는 다른,
프롤링된 바닥과, 새하얀 벽과, 무엇보다 엄청나게 환한 창.
오사무 : .........여긴, 대체.........아
카야 : 사실 우리집,
여기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려.
오사무 : .........
으음, 진정해.
마음속으로는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지만, 진정하는 거다.
어젯밤 나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니, 그렇지 않다.
수화기 너머의 밝고 순수한, 나를 철썩같이 믿는 목소리에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회사 소멸 기념 낙담회]에 돌입해...
카야 : 그런 이유로...
갈까, 오사무 군.
오사무 : 아아아아아아악!?
(벌떡)
그런 이유로...라니,
뭐가 [그런 이유]라는 거야!?
오사무 : 우욱...?
그러면서 황급히 일어선 순간,
세계가 흔들거리고, 뒤집어지고, 어두워지는 사태로.
오사무 : 으, 우웁, 우욱?
또 솟구쳐 오르는 불쾌감.
머리와 눈과 위와 귀가, 빙빙 도는 듯한 감각.
주로...위?
오사무 : .........우우우우웩!
...그렇게 불쾌감을 인식한 순간,
맹렬한 기세로 식도를 타고 오르는 시큼함.
오사무 : 으, 우, 우우우우우욱~!
큰일이다, 이거 진짜 큰일...
위액의 신맛과 담즙의 쓴맛도 그랬지만,
여기가 어딘지 안 이상,
이 바닥에 그것들을 흩뿌릴 수도 없는 이유로.
오사무 : ㅎ, 화, 화...우욱
화장실!
(드르르륵)
카야 : 어라? 일어났어, 오사무 군?
오사무 : ~~~~~으읍!!!
목욕탕의 선객...
게다가 뭔가 아주 불길한 개폐음을 들은 듯한.
그건, 목욕탕과 방을 잇는 문 이외의,
다른 하나의 유리문 소리와 아주 흡사해...
게다가 그 문의 용도로써 보통 생각할 수 있는 건...
카야 : ㅇ, 왜 그래?
무슨일 있어?
(철컥)
오사무 : 우으우와우~!?
아무 확인도 않고, 갑자기 문을 열고 있네요 이 사람...
오사무 : ㅎ, 히, 흐아...우웁
ㄱ, 게, 게다가...우웁.
카야 : 뭐야? 아, 이제 쏠리는구나~
이쪽이쪽, 목욕탕으로 와.
오사무 : 후흐히야...하히이히히~!!
그쪽이...아냐~!!!
카야 : 괜찮아?
위속에 있는 거 한번 쫙 빼는 게 좋다고?
아니, 그 차림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오지 말아 주세요...
(쓰으, 콰르륵...) ---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
오사무 : 하아, 하아, 하아아...
카야 : 자, 여기 물~
오사무 : ㄱ, 가, 감사합니......으엣!?
ㅈ, 좀 숨겨요!
카야 : ...이렇게?
그러면서 카야씨는, 손에 든 컵을 등뒤로 숨겨 버린다.
오사무 : ...그냥 주세요.
카야 : 응, 자 여기.
아닌데...그게 아닌데.
전혀 의미를 모르고 있다, 이 사람.
...아니, 혹시 알면서도,
일부러 놀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오사무 : 꿀꺽, 꿀꺽...후우
카야 : ...좀 괜찮졌어?
오사무 : 예...이제야 심박수가 130으로 돌아왔어요.
카야 : ...왜 딴데 보면서 말해?
오사무 : ...전혀 감추지 않아서예요.
카야 : 응?
오사무 : 하긴...숙취에 쩔을 때까지 마신 제 잘못이에요.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카야 : 별로 신경 안써.
방도 더럽혀지지 않았으니.
오사무 : 조금은 신경써주세요...아까 그 모습을.
카야 : 아아...
카야씨는, 이제야 알아챈 듯하다.
카야 : 그 상황은 긴급 사태였는 걸, 어쩔 수 없어.
뭐, 사고라도 당했다고 생각하고 참아.
오사무 : 으으...
어떤 의미에서의 [참아]인 걸까...
오사무 : 아, 그리고 말이죠...지금, 그...
카야 : 이거?
실내복인데, 뭐 문제라도?
오사무 : 혼자 있을 때는 그래도 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방에는, 일단은 성인 남자가 있기 때문에.
카야 : ...피차 비슷한 차림이니, 별로 상관없잖아?
오사무 : 비슷한...?
헛, 아악!?
어쩐지 아까부터 전체적으로 시원하다 했더니...
오사무 : 왜...이런?
바지도 웃도리도 없다.
그러기는 커녕, 와이셔츠조차 입고 있지 않다.
카야씨도 입고 있는데.
...그 착용 모습에 문제가 있다는 건 제쳐두고,
지금의 나는, 위도 아래도 속옷 한장...
카야 : 뭐, 내가 벗겼지만 말이지.
오사무 : 아, 그랬었나...요오오오!?
카야 : 그대로는 다 구겨질 것 같아서...
일단 웃도리는 저기 걸어뒀어.
와이셔츠는 세탁중. 바지는 다림질 했는데...
오사무 : 으음...너무 죄송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카야 : 아~, 아니, 뭐...
그렇게 감사해하면 난처한데 말이지.
오사무 : 정말로 민폐를 끼쳤습니다.
그럼 전,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