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11/87)

도심의 초고층 빌딩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돔구장이라든가 축구장, 테마파크 등의

여러 가지 분야에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본 굴지의 기업.

그리고...

오사무 : 나고야 분이신가요...

히메오 : 당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본사는 아이치현 나고야시.

오사무 : 아니, 전 기후 출신이라서.

         출신지도 이웃이네요.

히메오 : 하아...

오사무 : 왜 그러시죠?

사와시마씨는, 무슨 이유에선지 기다란 속눈썹을 내리 깔더니,

크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사온 인사라든가,

이쪽의 한밤중의 소음에 대한 불만이라든가,

그런 생활에 관련된 얘기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일부러 사와시마 부동산의 영애가,

단순한 옆집 가난한 칸막이 세입자를 자신의 차에?

히메오 : 아무래도 탁 터놓고 얘기하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할 것 같네.

오사무 : 죄송합니다.

         예전부터 말의 속뜻이라든가, 분위기 같은 걸 잘 파악하지 못해서...

그래서, 항상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가,

미토코짱의 분노를 사고 있는데.

히메오 : 알겠습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이 현재 살고 있는,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 말입니다만.

오사무 : 에?

         제가 사는 아파트가 무슨...?

히메오 : ...나가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요, 일주일 이내로.

오사무 : .........네?

그리고, 폭탄은 의외로 간단하게 투하되었다.

(드르르륵)

미토코 : 으...크으...읏.

         하아, 겨우 고쳤다.

미토코 :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아 증말, 빨리 안가면 지각이다.

         이게 다 리스토라 때문이야~!

미토코 : ...아, 안되지, 낮춰 불렀다.

         리스토라 씨 미안.

         그럼, 다녀오겠습~...?

히메오 : 후훗...여전하네, 토코짱.

미토코 : 아...

히메오 : 사와시마 택시를 이용하시는 건 어떠신지요?

         지금이라면 시노미야 학교까지라면 무료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만~?

미토코 : 히메오 언니~!

오사무 : 안녕하세요...

2번째로 보는, 잡거 빌딩 2층의 풍경은,

이전보다도 조금 더 살풍경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은 7시 45분.

둘러보기에는, 아직 아무도 출근 안 한것 같다.

오사무 : 하아...

...그런데도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는 건 문제였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런 것보다도 더 큰 걱정거리가 생기고 말았다.

오사무 : 사와시마 부동산...

히메오 : 물론, 이쪽의 일방적인 제안이기에,

         이전에 동반되는 모든 비용...이사비라든가 이사갈 곳의 사례금, 보증금 같은 것 말이에요.

         그것들은 일체 이쪽에서 부담하겠어요.

히메오 : 그래...

         그것만으로는 메리트가 적은 것 같으니, 이렇게 하죠.

히메오 : 다른 세입자 분들. 예, 항상 거기 있는 그 세 사람 말이에요.

         그들도 같이 그곳에서 나갈 수 있도록 설득해준다면,

         한 사람당, 10만엔의 보수를 드리겠어요.

히메오 : 당신에게 있어서, 나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고,

         그 곳에 그렇게 미련을 가질 이유는 없죠?

히메오 : 목적...?

         쓸데없는데에 참견하지 말도록.

히메오 : 당신, 이제 막 재취업했다고요?

         모처럼 얻은 기회를 날리고 싶지는 않죠?

오사무 : 어떡하지...어떡하지...

사와시마 부동산의 영애가,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옆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곳 주민인 나를 회유해서,

그 아파트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과연 그녀가 내보내려하는 건,

나 혼자인 걸까?

오사무 : ..........

주택가 한가운데의 꽤 넓은 땅에 지어져 있는,

낡은 단층 아파트.

고정자산세를 내는데도 고생하는 주민들.

현재 실질적인 세대주는, 아직 학교를 다니는 소녀.

이게 의미하는 걸로 생각해낼 수 있는 건...

오사무 : 아, 안돼, 괜한 생각하지마.

그렇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지 않은가...

이런, 첫 출근인데.

평소 이상으로 기합을 넣고 일을 해야하는데.

기합이다, 기합넣고 가자, 요시무라 오사무...

오늘을 시작으로 3개월, 내 운명이...

(따르르르릉)

오사무 : 읏!?

시계를 보니, 정확히 8시.

거래처나 메이커들 중 일부는,

슬슬 일을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

오사무 : ㅇ, 으음...중얼중얼거리면 안돼.

         목소리가 갈라져도 NG.

아무리 근무 시간 전이라고 해도,

이곳에 사원이 있는데 전화를 안받는 건, 곤란하지...

오사무 : ㄴ, 넷!

         감사합니다.

         호우에이 상회입니다!

.........

......

...

오사무 : .........네?

미토코 : 거긴 어땠어요?

         분명 페퍼민트대(학교)라고 했죠? 캘리포니아에 있는.

히메오 : 꽤 시골이라고?

         차가 없으면 아무데도 못가는 분위기.

         역시 이쪽이 편리해서 좋아.

미토코 : 또 그런 소리 한다,

         여기 와서도 쭉 차로 다니잖아요.

히메오 : 아하하...들켜버렸나.

         걷는데 익숙치 않아, 기본적으로.

미토코 : 정말, 귀차니스트라니까.

         히메오 언니도 하나도 안 변했네.

히메오 : 아, 맞다. 이거, 거기서 가져온 선물.

미토코 : 아~, 감사합니다!

         이거, 열어봐도 돼?

히메오 : 어, 묻기도 전에 열고 있잖아.

미토코 : 에헤헤...어?

         우와~, 뭐야 이거~!?

         아하하하하~!

히메오 : 어때, 재밌지?

미토코 : 이, 이건...아하하.

         이거, 슈크림?

         여전히 별난 걸 좋아하네 히메오 언니는~

히메오 : 므으, 별난 거라니 그 무슨 서운한 말을.

         그쪽에서 유명한 케이크 가게의 오리지널이라고?

         유통기한이 짧아서 사자마자 바로 돌아왔는데~

미토코 : 아하하, 고마워.

         하지만 난처하네, 이제 학교가기 때문에 가져갈 수 없는데.

히메오 : 이따가 집으로 보내줄게. 걱정마.

미토코 : 아...

히메오 : 응? 왜 그래? 토코짱.

미토코 : 아~ 으음...그, 그건 고마운데요...

         그게, 지금, 마마가 집을 좀 비워서...

히메오 : ...알고 있어.

미토코 : 에...?

히메오 : 다 알고 있어.

         호노카씨의 일.

미토코 : 에? 에에...?

히메오 : 그래서, 돌아왔어.

         미국에서, 서둘러 돌아왔어.

미토코 : ㅈ, 저기, 그렇다는 건...!?

히메오 : 미안...미안해, 토코짱.

미토코 : 에, 아, 저기...히메오, 언니?

히메오 : 힘들때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땐 곧바로 도와준다고...

         나한테 기대라고 말했으면서, 못됐지?

미토코 : 그, 그렇지, 않아...

         하지만, 히메오 언니는...히메오 언니는 말야...

히메오 : 항상, 토코짱의 언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러면, 언니로써 실격이지?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토코 : 히, 히메...

         그렇지, 않아...흑

         으...흐흑...고마워, 고마워...

사사키 : .........

사무실여성 : ...?

오사무 : 예, 예, 정말 죄송합니다.

         곧바로 확인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사무실여성 : .........

오사무 : 글쎄요...30분 이내로는 연락드리겠으니.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다시 한번 성함과 전화번호를...

         네, 네, 미나기시 물산의 마에다님...번호가......네...

사무실여성 : ...(뚫어져라~)

오사무 :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철컥)

사무실여성 : ...(뚫어져라~)

오사무 : 휴우...

사무실여성 : .........

오사무 : .........

사무실여성 : .........

오사무 : 우왓!?

사무실여성 : 아, 안녕.

전화를 끊고, 여러 가지 의미로 기진맥진한 내 눈앞에,

어느샌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오사무 : 에? 아, 아...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소리질러서.

사무실여성 : 그건 상관없는데 말야...뭐하고 있어?

오사무 : 에? 아, 죄송합니다 자기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게 될...

사무실여성 : 요시무라 오사무...맞지?

오사무 : 아, 네...어떻게 제 이름을?

사무실여성 : 고용계약서, 급여지급계좌신청서, 통근수당지급신청서,

             부양수당지급신청서, 주택수당지급신청서...기타등등

오사무 : 우왓!?

사무실여성 : 자, 어서 써.

             오늘 오전중에 할 일은 이것뿐.

눈앞에 쌓인 계약, 신청서의 다발.

그런가, 그녀는...

사무실여성 : 아, 그리고...아마기 카야

내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의 지위...총무, 경리 같은 사무직이다.

오사무 : 다시 말씀드리자면, 요시무라 오사무입니다.

         중도채용이지만, 하루빨리 여러분의 힘이 되도록,

         열심히, 그...

카야 : 아~알았어 알았다고.

       일단 그것부터 써.

오사무 : ㄴ, 네...

왠지...미묘하게 의욕없어 보이는 사람이군.

사전에 서류를 다 준비해놓은 점은

일을 척척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사무 :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지금은 그런 것보다도...

오사무 : 저기, 아마기 씨.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카야 : 응?

오사무 : 실은 아침부터 말이죠...

         이상하게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어요.

카야 : 안 받아도 돼~.

       아직 시용 기간중인데, 게다가 첫 출근날이니.

오사무 : 아니, 그럴수는 없지요.

         일단은 얘기를 듣는 건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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