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87)

오사무 : ㄴ, 네, 신경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미토코 : 거봐, 그 [죄송합니다] 하지마!

         지금 중요한 건, 사죄보다 감사잖아?

오사무 : 아, 그런가.........

         고마워, 미토코짱.

미토코 : 그, 그래...그렇게.

분타로 : 어째서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는 조합인거냐...

요시노리 : ...아니 오히려, 미토코짱이 연상으로 보여.

미토코 : 아, 안돼. 그건 재활용이니까 이쪽.

오사무 : 아...미안

저녁 10시를 넘겼기에,

경사스러운 내 환영회는 종료.

영감 일행은 부부---거리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어찌됐든 미토코짱은 내일도 새벽 3시에 일어나야 되기에,

지금도 한밤중으로 분류된다.

뭐, 그 사람들과는 어차피 언제라도 기회는 있으니.

아니, 3일도 못가서 부를테니 문제 없지.

미토코 : 좋아...그럼 이쪽이 월요일, 이쪽은 화요일.

         절대 까먹지말고 오전 9시 전에 내다 놔야 돼? 

         너무 빨리 내놓으면 까마귀가 붙으니까 조심해.

오사무 : 네, 알겠습니다.

모두가 떠난 후의, [병사들의 꿈의 흔적]의 전후 처리를,

척척, 엄청난 손놀림으로 하는 미토코짱.

조금전까지, 빈캔과 페트병, 종이컵과 종이 접시로

가득했던 내 방이, 순식간에 평상시의,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바뀌어 간다.

...뭐, 어떤 의미론 쓸쓸하지만.

미토코 : 뭐...하지만 다음주부터 쓰레기 내놓는 건 문제 없을지도.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날테니.

오사무 : 그렇, 지요.

미토코 : .........

오사무 : ...왜 그래?

미토코 : 드디어, 재취업했네.

         축하해,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에? 아, 어.........고마워.

미토코 : 잘 됐네...

         지금까지의 노력을 보아온 하느님도 있었네.

오사무 : 미토코짱...

모두 다 같이 있을 때는 설교 삼매경이었지만,

이렇게 단 둘이 있을 때는, 부드럽게 말한다.

미토코 :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도록, 조금은 요령있게 하라고?

         회사를 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조금 정도라면

         자기 중심적으로 행동해도 아무 탈 없을테니까 말야?

오사무 : .........

별로 오래가지 않는 게 단점이지만.

미토코 : 이거 봐, 또 말없이 고개 숙인다.

         그런 건 손님한테 나쁜 인상을 주니까 말야?

         정말로 괜찮을까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저, 저기 말야...괜찮을지 아닐지는 제쳐 두고,

         그러니까 그, 리스토라라는 건, 이제...

미토코 : 아, 그런가...

모두들 새로 취직한 나를 축하해 줬지만,

그 누구도 [리스토라]라는 호칭을 고치려하지는 않았다.

뭐, 영감님만은 처음부터 [소주인]이라고 하니까 괜찮지만...

아니, 그것도 우스운 얘기로 치면 일하지 않는 틀려먹은 아들의 대명사이기에,

전혀 좋지 않은 거지만.

미토코 : 하지만 이제와서 요시무라 씨라고 부르는 것도...

오사무 : 조금 더 어떻게 안 될까?

         으음, 예를 들면...회사원 씨라든가, 샐러리맨 씨라든가.

미토코 : ...그런 극히 평범한 호칭으로 불려도 좋아?

오사무 : 리스토라보다는 좋습니다.

미토코 : .........

오사무 : .........

미토코 : 풋.

오사무 : 아하...

미토코 : 아하, 아하하, 그야 그렇네~

         잘 몰랐지만, 리스토라 씨라는 말은

         엄청 실례되는 말이네~

오사무 : 아하하하하, 뭐 그렇지.

         하지만 잘 몰랐다는 말은 거짓말이지?

미토코 : 그러면 말야, 조금 더 비틀어서,

         짝사랑 씨라든가, 착각 군이라든가...

오사무 : 용서해줘, 좀 봐줘, 부탁이니까요, 제발.

미토코 : 아하하...미안해, 너무 심했다.

         으음...그치만,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으려나.

         요 한 달동안, 리스토라 씨라는 호칭이 익숙해져서.

오사무 : 응, 뭐, 천천히 해도 좋으니까 말야...

         뭔가 좋은 호칭으로 바꿔줘?

미토코 : 응, 생각해볼게.      

         그럼, 잘자.

(철컥)

오사무 : 잘자.

여전히, 조금 위에서,

그리고, 조금 부드럽게.

열심히 일하는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진심을 담아 따뜻하게 대해준다.

자신과 상대의 경우를 냉정하게 비교해보면,

걱정을 끼치는 건 어느쪽에게나 있어 모순이라는 건,

누구나가 알고 있지만.

오사무 : 후우...

약간, 치즈 냄새가 남은 방.

하지만 이 냄새도, 잠시후면 문틈의 바람이 정성스럽게 씻어줄 거다.

그런 작고 오래된 방 안에서...

그래도 나는, 요 1년 동안에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충실감에,

천천히 몸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다음주부터 첫 걸음이...

나의, 리벤지 매치가 시작된다.

오늘은 그 환송회.모두의 축복과 술과 식사가, 앞으로의 에너지로...

오사무 : 아...!?

야스나가 군에게 부탁받아 대신 낸 피자값과 술값.

아무한테도 받지 않았다...

.........

오사무 : 좋아...

이불을 개고, 옷을 갈아입고,

짐을 정리하고, 이제 곧 아침 일곱시.

오사무 : 좀 이른가...뭐, 됐어.

(철컥)

지금부터 호우에이 상회까지는, 도보와 전철로 30분.

업무는 9시부터니까, 8시 넘어서 나가도 여유가 있다.

하지만, 뭐, 오늘은 첫 출근이니,

다른 사람보다 빨리 나가서 인사하는 건,

절대 손해보는 일은 아니겠지.

(철컥)

오사무 :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 대고 작은 소리로 인사.

이곳 집주인의 꼼꼼함에 전염돼,

나도 이런 인사를 빼먹지 않는 게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뭐, 이 습관은,

사회인으로서는 아주 좋은 태도인 건 틀림없기에.

최악의 착각으로 시작한 이 일상이지만,

나의, 회사 생활에 부적합했던 생활 태도를 고친다는 점에서는,

이상적인 환경일지도...

아니, 단언할 정도로 자신은 없지만.

(드르륵)

오사무 : 자 그럼...!

가슴을 피고, 위를 향하고, 걸어가자.

오늘이, 새로 태어난 요시무라 오사무의 첫 날이다!

(끼이익~)

오사무 : 엇!?

...그때, 문에서 첫 걸음을 떼려는 순간,

내 앞길을 막는, 시끄러운 브레이크음.

미토코 : 너무 빨라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엇, 미토코짱!?

미토코 :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나해서 서둘러 오길 잘했다...하, 하아...

라고, 숨이 끊어질듯 얘기하면서,

무릎에 손을 짚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오사무 : 혹시...내 첫 출근 마중하러?

그런 별거 아닌 일을 위해서,

이 언덕길을 전속력으로...?

미토코 : 하아, 하아, 하아...ㄱ, 거봐, 역시...

오사무 : 에? ㅁ, 뭐가?

미토코 : 넥타이 매는 거 얼마만?

         ...으으응(아니), 보아하니, 쭈욱 이렇게 해온건가?

오사무 : 에? 아...

이마에 땀이 맺힌 미토코짱이,

내 목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는다.

미토코 : 다시 매...

오사무 : 미, 미토코짱...

정확히는, 거기에 달려 있는

연지색의 넥타이를 향해.

미토코 : 음...읏, 차...

         아~, 이거 꼬였잖아.

오사무 : 미, 미안...

뭐,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잘 매는 편은 아니다.

넥타이 맨 모습을 거울로 봤을 때도,

엄청나게 좌우 비대칭으로, 쓴웃음이 날 정도다.

미토코 : 음~...

하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고...

이 시추에이션은, 뭐랄까, 그...

엄청 부끄럽다고 할까,

엄청 낯간지럽다고 할까...

미토코 : .........

오사무 : ? 미토코짱?

왠지 얼굴이 좀 붉은 것 같은데?

그리고 숨소리가 진정되기는 커녕, 더더욱 거칠어지는...?

오사무 : ㄷ, 대체, 왜...

미토코 : 아, 정말, 팔 아파!

오사무 : 우앗!?

미토코 : 왜 이렇게 목이 기린처럼 높은 거야!

         리스토라 씨, 당신 건방져!

오사무 : 죄, 죄송합니다!

엄청나게 팔을 뻗은 상태에서의 정밀 작업은,

전력질주 후의 그녀의 피로와 분노를 더욱 자극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오사무 : 기린은, 목이 높이 있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길다고 하는 게 특징인...

미토코 : 시끄러워!

.........

오사무 : 또...사고쳤다.

미토코짱의 분노의 따귀는,

내 뺨에 히트하기 5센티 앞에서 간신히 멈췄다.

분노의 이유가, 조금 어린애 같다는 이유가 떠올랐나 보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분을 삭이지 못해,

격한 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닫는 결과를 낳았다.

참고로, 그 때문에 현관문의 경첩이 하나 부서져,

이번에는 울듯한 얼굴을 하며 공구통을 가지러 가는 사태로.

그래서 내가 [도와줄까?] 같은, 첫 출근 직전의 자신을 망각하고

말을 꺼낸 것이, 그녀를 더욱더 분노케해...

오사무 : 첫월급이 나오면, 우선 가장 먼저 미토코짱한테 식사 대접하자.

어디가 좋을까...?

[샹제리아]가 좋으려나, [세이커즈]가 좋으려나...

아니, 좀 더 호화롭게, [이탈리안-셀로리] 같은...

[카베노 싯쿠이]나 [칸나바로]는, 지금 내 수입으로는...

(세이제리아, 셰이키즈, 이탈리안-토마토, 카베노 카베, 갈로네로 등의 패러디)

(부르르르르릉..........끼익)

오사무 : 엇!?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모퉁이를 도는 순간,

내 앞길을 막는, 조용하고 중량감 넘치는 브레이크 소리.

아가씨 : 요시무라 오사무...맞지?

오사무 : 헤...?

내 앞에 멈춰선 것은,

지금까지 나의 세계와는 관계없던,

하얀 고급 리무진.

아가씨 : 미안하지만, 같이 좀 가줘야겠어.

         목적지까지는 잘 바래다 줄 테니까.

사사키 : 자, 요시무라님, 이쪽으로.

오사무 : 헤......?

그렇지만, 그 차는...

나 같은 거보다도, 이 고급 주택가에 잘 어울려,

적은 숫자의 주변 통행인들에게도, 별 위화감을 주진 않았다.

오사무 : .........

아가씨 : .........

하얀 리무진은, 아주 작은 엔진 소리를 내더니,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이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주보는 형식의 시트에, 내 앞에 앉아있는 것은,

그다지 화려한 느낌은 주지 않지만, 소재의 고급감은 숨길 수 없는

블라우스와 바지를 입고 있는, 어떻게 봐도 부자집 아가씨처럼 보이는 여성.

오사무 : 저기...

아가씨 : 뭐?

오사무 : ...누구신지요?

[오늘, 처음보는 사람 차에 탔습니다] 같은 소리를 한다면,

미토코짱한테 세 시간은 잔소리 들을 것 같은...

아가씨 : 나는...이런 사람.

오사무 : 아, 이렇게 정중하게...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아직 명함이 없어서.

오른손의 중지와 검지 사이에 껴있는 명함을,

두손으로 공손하게 받아들고, 재빨리 내용을 확인한다.

오사무 : 으음.........사와시마 히메오 씨?

         사와시마...?

그 이름, 어딘가서 들은 듯한...?

그것도 최근에........아!

오사무 : 사, 사와시마라면...혹시...!

히메오 : 알겠어?

         응, 나는...

오사무 : 이웃이셨나요...반갑습니다.

히메오 : 그런 시시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냐.

오사무 : 에에? 하지만, 이름의 주소도 히가시하기모리 3가 23번지라고...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왼쪽.

우리 아파트를 압도하는 듯이 서있는 대저택.

분명 그 명패에는 [사와시마]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들어온지 한달,

저택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는 걸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사사키 : 사와시마 부동산은 알고 계시죠?

         아가씨의 아버님은, 현재 그곳의 회장님이십니다.

오사무 : 사, 사와시마 부동산이라...에엣?!

         그러면...

사와시마 부동산이라고 하면,

현재 린츄나 카와카미와 어깨를 나란이 하는, 부동산 업계의 거목.

(린츄 부동산은 "이 푸른 하늘에 약속을--"에 나왔던 회사죠, 츠구미 기숙사를 없애려했던.

 카와카미 그룹은 "Ripple"에 나오는 블루쉴의 모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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