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87)

오사무 : .........배구를

교내구기대회에서.

사장 : 아, 역시!

       그렇게 키가 크시니까요. 아주 크게 활약하셨겠군요.

오사무 : ㅎ, 하하...

네트앞에서 손을 쭉 피고 서있는 것만으로,

나름대로 활약을 했었지...

사장 : 뭐, 그러면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폐사를 지원한 이유는?

오사무 : ㅇ, 으음, 그건 말이죠...아

미토코 : 등을 쭉 피고! 얼굴은 상대를 똑바로 봐!

         평소처럼 중얼중얼거리면 인상이 나쁘니까 말야.

         그리고, 삑사리도 나지 않게 주의하도록.

오사무 : ...(스으~, 하아~)

사장 : 요시무라 씨?

오사무 : 제가 전에 근무하던 회사를 그만둔 것은, 커다란 조직 안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장 : 호오?

오사무 :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님의 얼굴을 보면서 일하고 싶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저 개인을 필요로하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가서...

좋아...끊김없이 입이 잘 움직인다.

오늘은...잘 될지도 모르겠다.

이도저도, 한나절에 걸친 면접 시뮬레이션의 성과다.

만약 합격한다면, 그녀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해야겠군.

.........

사회인 생활이 오년을 넘은 내가, 까마득한 연하이자 학생인 여자애한테

취직 활동의 요령을 배우는 것도 좀 그렇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딩-동-댕-동...)

미토코 : 그러면 코우노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코우노선생 : 아, 잠깐 히노사카 양, 기다려!

미토코 : 헤?

코우노선생 : 미안.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미토코 : 오늘은 청소 당번 아닌데요?

코우노선생 : 아주 잠깐만, 응? 안돼?

미토코 : (혼잣말로)화장지 특판이...

코우노선생 : 히노사카 양, 항상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돌아가버리니까.

             좀처럼 얘기할 기회가 없어서.

미토코 : (혼잣말로)아~, 린코도 마츠루도 집에 가버린다~.

         한 사람당 하나인데~

코우노선생 : 응? 부탁이야 히노사카 양.

미토코 : .........뭐예요?

코우노선생 : 으, 으음...그럼, 빨리 끝낼테니까.

             지난주 받은, 네 진로희망조사서 말인데.

미토코 : .........아~

코우노선생 : ...그런 결론을 내는 건, 좀 이르지 않을까?

             아직 1년이나 남았고.

미토코 : (혼잣말로)그렇게 생각하면 이렇게 빨리 안 물어봤으면 좋겠는데.

          아직 1년이나 남았으니.

코우노선생 : 에?

미토코 : 아뇨, 집안 사정도 있어서요,

         조금이라도 빨리 사회로 진출하지 않으면...

코우노선생 : 히노사카 양은 성적도 좋으니.

             이대로 계속 노력하면, 사립이든 공립이든,

             웬만한 데는 식은죽 먹기일텐데.

미토코 : 그러니까, 지금 우리집에 그런 여유는...

코우노선생 : 그야, 사회를 경험하는 것도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어.

             하지만 말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미토코 :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 얘기했는데,

         사람 얘기를 잘 안 듣네.

코우노선생 : 에?

미토코 : 빨리 내 일을 가져,

         마...어머니를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게 잘못된 건가요?

코우노선생 : 그러고 보니, 히노사카 양네는,

             어머니랑 둘이서 생활하고 있지.

미토코 : 네.........(작은 소리로)최근까지는.

코우노선생 : 어머니 얘기를 하자면, 보호자 간담회 프린트,

             보내주지 않은 건, 너밖에 없는데.

미토코 : 일이 바빠서 평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일하는 상황이라서!

코우노선생 : 여기로 오실 시간이 없으시다면, 내가 댁을 찾아가도 괜찮아.

             물론, 밤이라도 상관없어.

미토코 : 최근에는 집에 돌아올 시간도 없어서요!

코우노선생 : 그, 그렇게까지?

미토코 : ㄴ, 네...그러니까 지금 집에 오셔도...

코우노선생 : 그거 문제네. 히노사카 양, 밤에도 혼자니?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미안해 잘 몰라서.

             반드시 조만간에 얘기를 나눠봐야.

미토코 : 에...?

코우노선생 : 오늘은 됐어.

             조만간 어머님께 편지를 보낼테니까.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렴?

(드르륵)

미토코 : 아...

미토코 : 이런 사태만 아니라면,

         엄청 좋은 선생님인데...

검은옷의 남자 : 어서오십시오, 아가씨.

아가씨 : 인사는 됐어.

         그것보다, 조사보고서 좀 보여줘.

검은옷의 남자 : 이겁니다...

검은옷의 남자 : 히가시하기모리 3가 24번지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 경영자인

                히노사카 호노카 말입니다만, 3월 중순부터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아가씨 : 이 무슨일이야...

검은옷의 남자 : 그동안 일하던 음식점 "카토레아"의 주인말에 따르면,

                새해 무렵부터 가깝게 지내던 남성이 있어,

                그 남자가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고...

아가씨 : 그래, 그 남자의 행적은?

검은옷의 남자 : 못 알아냈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모습을 감췄습니다.

                ...게다가 이 남자의 신원이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어서.

아가씨 : .........이건

검은옷의 남자 : 히노사카 호노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면,

                이 남자와 완전히 끝났다든가, 아니면...

아가씨 : 불길한 소리 하지마, 사사키.

사사키 : 아, 죄송합니다.

아가씨 :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유학 같은거 가는 게 아니었어.

         내가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는...

사사키 : 아가씨...

아가씨 : 아니, 내 책임이야.

         최소한 누군가 감시를 붙여뒀어야 했어.

         치명적인 미스야...

사사키 : 네.

아가씨 : 뭐야? 내 잘못이라는 거야?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될 줄 알았을 리가 없잖아!?

사사키 : ㅈ, 죄송합니다.

아가씨 : 뭐, 됐어.

         그래도 아직, 그 아이는 그 집에 남아 있는 거지?

         아직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사사키 : 네.

아가씨 : 가자, 사사키...

         이번에야말로, 그 아이가 내 말을 듣게 만들겠어.

         그것 때문에 돌아온 거니까.

사사키 : 네...다녀오십시오, 아가씨.

아가씨 : ...그거, 좀 아닌 것 같지 않아?

         (사사키의 대사는 큐리오에서 여자 손님이 나갈 때, 점원들이 하는 인사말)

오사무 : 그, 그럼...?

사장 : 예, 다음주부터 출근하실 수 있을까요?

       갑작스러워서 죄송스럽지만, 우리도 인력이 부족해서.

오사무 : 죄, 죄송스럽다니요 그런...

         괜찮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일할 수 있습니다!

사장 : 하하하, 오늘은 무리지.

       이쪽 처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오사무 : ㅈ, 죄송합니다...너무 흥분해서.

사장 : 아, 그리고, 채용이라고는 해도,

       3개월 동안은 시용 기간이라는 형식이 될 텐데 괜찮을지?

       그 후에, 일정 기준을 맞추면 정식 채용한다는 조건으로.

오사무 : 네, 그건 물론.

         일하게만 해주신다면...

사장 : 기대가 커요, 요시무라 씨.

       그럼, 전 이제 나가봐야...

오사무 : 아, 죄송합니다...

         오랜 시간 계시게 해서.

사장 : 아, 전혀 상관없네.

       그럼, 다음주부터 잘 부탁할게요.

오사무 : ㄴ,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철컥)

.........

오사무 : ...흐

......

오사무 : 흐흐...

...

오사무 : 아하하하하하...

         ㄷ, 됐다, 됐다...

(철컥)

오사무 : 됐다, 됐다...

         됐다아아아아아아~!

         채용이다, 채용이다, 채용이다아아아~!

사무실여성 : 왜 이럴 때 들어왔을까...운도 없게.

오사무 : 됐다, 됐다, 됐다...

         리스토라 졸업...사회인 재개!

(덜컹)

오사무 : 아하하하하...앗하하하하하~!

.........

오사무 : ...어라? 누가 있나?

제2화, 네 이웃과 동료와 담임을 사랑하라

분타로 : 좋~아, 피자랑 포테이토랑 파스타랑 후라이드 치킨 왔어~

         영감~, 쿠마짱~, 테이블 좀 치워~

키헤 : 좋아 왔군. 자 쿠마 씨 그쪽 좀 치워줘.

요시노리 : 오~, 맛있는 냄새.

           이 고칼로리스러운 생김새가 식욕을 돋우네~

미토코 : 저기 잠깐.

         왜 이런 정크 푸드밖에 없는 거야...

분타로 : 아니 뭐 그거야,

         이게 딜리버리 피자 가게의 한계기 때문인데.

미토코 : 이렇게 몸에 나빠보이는 것만 잘도 먹네.

         역시 내가 만드는 게...

요시노리 : 아니, 하지만, 오늘은 리스토라의 리퀘스트였으니.

오사무 : 아니, 이제 그 닉네임은...

미토코 : 리스토라 씨...안된다고 이런 식사.

         이런 것만 먹으면 성장에 문제가 생기니까.

오사무 : 아...미, 미안해.

         이탈리아 음식은, 내 얼마 되지 않는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그냥...

분타로 : 성장이 문제...누가?

키헤 : 자꾸 그러지 말아.

       어린 주인의 말이 이론상 지당한 말이야.

       다만, 현실은 항상 잔혹하니까 말이지.

미토코 : 애당초, 밥 못 먹는 건 그렇다치고,

         튀김 이외의 화식(일본 음식)은 못 먹는다는 건 대체 어떻게 자라온거야? 

         정말로 일본인? 기후현이 본토 맞아?

오사무 : ㄲ, 꽤 가운데인데요.

         으음, 바다와 접한 부분은 없을 정도로...죄송합니다.

분타로 : 두 사람 다 미묘하게, 해서는 안될 말의 라인을 넘어서고 있는듯한...

요시노리 : 호오바미소 같은 건 꽤나 맛있는데.

           (기후현의 한 지방의 고유 음식, 일종의 된장음식)

키헤 : 자자 어린 주인. 그 정도로 해두지.

       오늘은 있잖아, 소주인의 경사스러운 날이니까.

미토코 : 별로...기쁘지 않다는 건 아니야.

         단지 말야, 리스토라씨를 보고 있으면 자꾸 말야.

         이렇게 해서 제대로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

오사무 : 적어도 저는 작년까지 오년 동안 일해오고 있었는데요...

분타로 : 아~ 네네!

         일단 이야기의 계속은 건배하고나서 하자고, 건배!

요시노리 : 맞어맞어, 식사는 따뜻할 때 해야지.

키헤 : 에~ 그럼 준비도 다 된 것 같으니...

       일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게 그다지 즐겁지 않고 돈벌이도 안되지요.

       샐러리맨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게 영업, 즉, 아첨꾼...

분타로 : 베개는 치워 좀, 베개는.

         (마이크로 삼고 있는듯)

요시노리 : 리스토라, 건배의 말. 10초 이내로!

오사무 : 에? ㄴ, 네!

         그, 그러면, 저기, 그......취직했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건배~!

전원 : 건배~!

종이컵과 맥주캔이,

그다지 듣기 좋지 않은 소리를 내며 맞부딪친다.

오사무 : 고마워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모금을 먹을 정도의 시간이 지난후,

4인분의 따뜻한 박수에 휩싸여, 나는...

미토코 : 그래서, 건배가 끝났으니까 얘기 계속하겠는데,

         다음주부터는 아침 7시에는 일어나야 돼?

         내가 신문 배달하고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사무 : .........

미토코 : 월급받으면 가장 먼저 알람 시계를 사야겠네.

         아...쿠마자키 씨 방에 굴러다니는 그림 그려진 걸로 하면 되나.

요시노리 : 안된다고!

           그거 음성도 나오는 걸로 비싸다니까!

분타로 : .........

키헤 : .........

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일원이 된 행복을,

천천히 음미하려 했지만...

.........

요시노리 : 호우에이(邦永) 상회...처음 듣네.

분타로 : 우측 사람도 역시.

키헤 : 맞은편 사람도 역시.

오사무 : 아니, 오늘은 다섯명이니 그 위치 관계는...

미토코 : 무슨 소리야. 신문에 딱 나와 있네!

         ...봐봐, 여기 구인란에.

요시노리 : 아~ 정말이네.

           ...상당히 조그맣게.

아니, 그걸 보고 지원한 건데.

분타로 : 사무-OA기기의 도매...?

오사무 : 문방구라든가, 책상이나 의자라든가, 그런 오피스 용품을

         주로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뭐 작은 회사예요.

키헤 : 괜찮을까?

       정말로 소주인한테 영업이 잘 맞을까?

오사무 : ㄱ, 괜찮아요...아마, 아니, 분명.

         원래 상사에서 일하던 몸이니.

했던 일은 총무나 경리였지만.

요시노리 : 뭐, 잘난체하다 욕먹을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은데.

미토코 : 잘 들어, 리스토라 씨. 다른 사람하고 얘기할 때는 상대의 눈을 제대로 볼 것.

         그리고, 사과하는 건 분명 중요하지만, 항상 사과만해도 좋지 않아.

         정말로 고개를 숙여야할 때 성의가 전해지지 않으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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