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무 : 고정자산세...라고요?
키헤 : 그래그래, 봄의 계어(季語).
1년에 한번 오는 지주(地主)의 우울.
(계어란...일본의 시 등에 들어가는 계절감을 나타내기 위한 말...이라네요)
오사무 : ㅎ, 허나, 실례입니다만,
이 건물에 그 정도의 자산 가치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데요.
분타로 : 왜 이랫~리스토라짱~. 그야 당근이지.
지은지 30년 이상, 화장실 공용, 욕실없는 1층 건물에
마이너스 감정 이외의 평가가 있을 거라 생각해?
오사무 : 그럼..?
요시노리 : 당신 여기 오는 도중,
주변 경관 봤어?
오사무 : 주변이라...아뇨, 별로.
역에서 가까운데도 조용하고, 높은 빌딩도 없고,
길도 깨끗하고, 그림에 그려진 듯한 고급 주택가구나라고...아
히가시하기모리역에서 도보로 10분.
역앞의 시끄러움이, 천천히 걷는 동안에
재밌게 느껴질 정도로 사라져 간 주택가.
그리고, 그 조용한 주택가에 세워져 있는 건축물은,
그 어떤것도 이 아파트를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키헤 : 이 주변의 토지 평가액은 매년 토끼뜀이라서 말이야.
당연히 그건,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세액에 반영되고 있어서.
확실히 건물은 아주 낡았지만,
1층 아파트기에, 땅 자체는 꽤 넓은 평수다.
잘 생각해보면, 이 토지만으로 꽤 높은 가치의 자산이...?
오사무 :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나요?
분타로 : 따라서 집주인...주인 언니의 어머니가
일하러 다녀야 했다는 거지.
요시노리 : ...왠지 본말전도의 결과가 돼 버렸지만.
오사무 : 그렇군...
모녀 둘의 생활비에 더해,
매년 상승하는 고정자산세에 그 외의 막대한 비용.
호노카씨가 일하러 다니는 건 필연으로...
그렇지만 그 결단이 새로운 만남과, 그리고 비극을 낳아.
키헤 : 사실은 아직 엄마한테 어리광부릴 나이인데...이봐, 응?
불쌍하다고 생각 안하나? 냉혈한이야, 소주인은?
그렇다 하더라도...
오사무 : 만약, 여러분이 매달 꼬박꼬박 집세를 냈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분타로 : .........내일은 비 오려나?
벚꽃이 다 떨어지니 안 왔으면 좋겠는데.
요시노리 : 에? 더 얹는다고? 이 상황에서?
(아사다 테츠야의 "마작방랑기"의 패러디라는군요...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키헤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희들은...
오사무 : 아
키헤 : 응? 왜 그러나 소주인?
오사무 : 올라갔습니다.........국사무쌍삼십면마치(마작;; 아마도 대박난듯)
분타로 : .........
요시노리 : .........
키헤 : .........
오사무 : 히노사카 룰에선 이거 어떻게 되나요?
일반적 오야의 야쿠만? 아니면 더블 야쿠만인가요?
분타로 : .........
요시노리 : ..........
키헤 : .........
운없음이 극단에 이르면,
이런 결과도 나오나보다.
.........
그후, 친목회(?)를 끝내고 4호실에 돌아오니,
정말로 이불이 깔아져 있었다.
그녀...히노사카 미토코라는 아이는
뭐랄까, 정말로 성격이 좋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자신을 화내게만 만들었던 나를 위해,
일부러 자신이 덮던 이불을 제공해 준 것이 틀림없어 보이기에.
어떻게 아냐면...
오사무 : 에취!
발을 뻗으니 무릎 밑으로는 다 나와 버리니.
.........
오사무 : 너무 잤다.
바닥에 누운 게 새벽 전으로,
몸을 말고 자느라 괴로워하는 와중에 날이 새고,
게다가 여러 가지 일이 머리속에 떠올라.
다음 순간 정신을 차리니,
이미 태양은 지금 위치로 기울어져 있었다.
오사무 : 후아아아아아~, 아아~
아직 멍한 머리를 붕붕 흔들면서,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한 히가시하기모리의 거리를 걷는다.
눈 뜬 시간이 이모양이니,
오늘, 그 아파트...라기 보다 칸막이 집을 나오는 건 무리 같다.
집주인이 또 기분나빠 하겠지만,
아니, 정말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큰 피해를 끼칠 것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렇게 사회에서 낙오된 이유로.
오사무 : 그건 그렇고...
이렇게 조용한 거리를 둘러보니,
어제 모두가 말한 의미를 새삼 깨닫는다.
이 주변의 집들은 한결같이
제법 큰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보다 더 큰 부지에,
제법 큰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보다 더 크게 지어진 집이어서.
주차장 안에는, 고급 외제차가 2, 3대는 기본으로,
게다가 그 주차장이나 현관에는,
당연한 듯이 방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저 싼 아파트 임대 수입만으로 이 주변의 토지를 사용하는 건,
유료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도 비효율적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아니, 애당초, 이 주변은
세금을 내는데 고생할 사람들이 사는 곳은...
오사무 : 어라?
공원 입구에 멈춰선다.
저녁빛에 물든, 묘하게 새들(saddle)이 낮은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저건 분명,
어제 어딘가에서 봤던 기억이...
.........
미토코 : 스으...스으...
오사무 : .........
미토코 : 음...으으..스으으으으...
자전거 바구니에는, 신문사의 봉지.
그 안에 남아있는 신문은, 겨우 2, 3부.
분명, 엄청난 피곤과 싸우면서,
모든 집에 배달하고 신문사로 돌아가는 도중,
일을 끝마친 안도감에 졸음이 쏟아진 거겠지.
만난지 하루밖에 안 되었지만,
이 추측은 아마 틀림없을거라는 확신이 있다.
미토코 : 스으...으음, 으~
오사무 : ........
그건 그렇고...
처음 만났을 때,
가까이서 그 얼굴을 봤을 때도 잠깐 느겼던 거지만.
미토코 : 흐으...으음...
눈 언저리가 조금 틀리지만, 얼굴의 윤곽이나, 작은 크기,
입가나 코끝이라든가, 전체적인 조형.
내가 마음을 뺏긴, 그 사람의 얼굴은,
완전 이 안에 다 들어있구나라고.
..뭐, 그건 즉,
이 아이도 크게 되면, 그 사람처럼
나 같은 방황하는 사람을 대량 생산하겠구나라는 소리로.
미토코 : 으..으음?
어라...?
오사무 : 아...
어느샌가 그 얼굴에 닿는 석양을 막아버린 탓인지,
조금 몸을 떤 후,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오사무 : 고생했어.
미토코 : 자, 120엔.
오사무 : 됐어, 그 정도는.
미토코 : 돈도 없으면서.
오사무 : 그건 그렇지만...이 정도는 괜찮아.
이 정도가 한계지만, 말이지.
미토코 : 음.........그럼, 고마워.
잘 먹을게.
오사무 : 그러고 보니...
미토코 : 응?
오사무 : ...아니, 아무것도 아냐.
잘 먹겠습니다.
호노카씨와 처음 만났을 때도,
캔커피, 였지.
이제는 몇 년전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그건 불과 3개월 전 겨울의 일이었구나.
그때는 쇼트 캔에 담긴 무설탕 블랙이었다.
미토코 : 꿀꺽......후우
하지만 지금은, 롱 캔에 담긴 밀크 커피.
그때는 그 뜨거움과 쓴맛이 몸에 스며들었지만,
지금은 이 따스함과 달콤함이 온 몸에 스며든다.
오사무 : 있잖아.
미토코 : 학교한테는 허가 받았어.
예리한 아이군...
오사무 : 봄방학부터?
미토코 : 으으응(아니), 이건 오래전부터 해왔어.
오사무 : 이건, 이라니?
미토코 : 지난주버터, 역앞에 있는 도시락 가게도 시작했어.
예전에 마마가 일했던 곳.
오사무 : .........
지난주...
그건 "피치못할 사정"으로,
새로운 아르바이트가 필요해졌기 때문에.
미토코 : 별로 시급이 높지 않아서 금방 그만뒀지만 말야.
하지만 난, 저녁에, 일하는 마마를 데리러 가는 거 꽤 좋아했어.
오사무 : .........
미토코 : 반찬 남은 거 같은 것도 종종 받아오고 말야.
마지막으로 조금 장난스러운 풍의 웃음,
그녀는 이런 조금은 아픈 얘기를, 그만하려는 듯 매듭지었다.
미토코 : 어젠 잘 잤어?
이불 작지 않았어?
오사무 : 응, 쾌적했어.
사이즈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
오사무 : 뭐랄까, 좋은 향기가 났어.
미토코 : 조, 좋은 향기라니...
오사무 : 에? 아, 아아! 햇님의 향기!
분명 밖에다 널었던 거구나해서!
그러고 보니...
그건 틀림없이, 이 아이가 항상 사용했을...
호노카 씨 것을 내줄 마음은 들지 않았겠지.
특히 나 같은 이상한 놈한테는.
분명, 그 나이대의 여자애에겐,
아주 떨떠름한 선택이었겠지.
미토코 : .........
그 증거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으니.
오사무 : 그, 그러고 보니, 다들 집세 잘 냈어?
미토코 : 결국 [조금만 더 기다려줘]라고...
그것도 셋이서 동시에.
오사무 : 그, 그래...
그렇다는 건, 오늘밤도 마작 대회인가...
그렇지만 나 같은 놈한테 뜯어 내려고 해도 말이지...
오사무 : .........
미토코 : ? 왜 그래?
오사무 : 아, 아니, 아무것도...
어느샌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왼손을 꺼내,
눈앞에 휘릭휘릭 흔들어본다.
미토코 : 그래...
오사무 : 으, 응...
문득 대화가 끊어지자,
지금까지의 캐치볼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진다.
원래가 조용한 주택가에, 게다가 해질무렵.
벚꽃도 없는 작은 공원에, 우리들 이외의 인영은, 아무도 없다.
미토코 : ...(스읍)
오사무 : .........
이대로 둘이서 아파트까지 돌아가,
내일이 되면 신세진 감사의 말을 하고,
역에서 전철 타고.
이미 지금까지 살던 곳은 정리했으니,
일단, 사실은 가고 싶지 않지만 집에 돌아가,
조금 쉬면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그것이,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나날에
할 일로 어울리겠지.
.........
오사무 : 저기 말야 미토코 짱...
아니, 미토코 양...
아니, 그, 집주인......씨
미토코 : ...하아
오사무 : ㅇ, 왜?
미토코 : 말 꺼낸 건 그쪽이잖아?
왜 그렇게 깊이 한숨을 쉬는지 묻고 싶었지만...
뭐, 됐다.
오사무 : 있잖아, 좀 주제넘은 것 같지만...
미토코 : 주제넘은 소리야.
오사무 : ...아직 아무말도 안 했는데.
미토코 : 그럼, 그쪽 말 들은 다음 같은 말 할게.
오사무 : .........세금, 못 낼지도 모른다고?
사람들한테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