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23/23)

[일/번/SM] SADISTIC PARK 

Epilogue. 하나의 종착, 또 하나의 시작.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이사장도 잘 있게나.」

검은색의 슈트를 깔끔하게 차리입은 첸과 비교적 편하게 옷을 입은 히가시 회장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한다.

「회장님께서는.. 여기에 왔다 가실때는 휠씬 젊어지시는 듯 합니다.」

「하하하핫~~ 고맙구만.. 다음에 또 오도록 하지.」

첸은 회장의 옆에 좀비처럼 서 있는 유우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아사다 과장은 안색이 좋지 않군요.」

「과장님은 여기에 처음 오셨을때부터 몸이 좀 안 좋으신 것 같았습니다..」

사카이가 재빠르게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

「그건 참 안됐군요.. 다음 번에 오실때는 충분히 즐기실 수 있길 바랍니다.」

첸의 옆에서 그를 보좌하듯 서 있던 콘도우가 말했다.

「그.....」

유우시는 무거운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뭔가를 말하려 한다.

「왜 그러십니까..??」

첸의 뒤에는 미스즈가... 콘도우의 뒤에는 히로미가... 각각 주인을 모시는 개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알몸위에 거의 투명에 가까운 롱 원피스 한장씩을 걸치고 있을 뿐이다.

그 얉은 천 너머에 유두의 색깔, 형태 뿐만 아니라, 음모가 어떻게 자라있는지까지 또렷하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우시는 그 히로미에게 시선을 향했다.

하지만 콘도우의 발 뒤꿈치만을 바라보고 있는 히로미의 긴 속눈썹은 유우시를 향해서는 결코 열리지 않는다.

미스즈와 히로미... 두 사람은 이미 유우시와는 다른 세상에서 사는 존재가 된 것이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또 봅시다.」

재회를 기약하며, 히가시 회장과 유우시 일행은 섬을 떠나는 배 위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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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느긋하게 흔들리는 배 위에서.. 유우시는 조용히 사카이를 불렀다.

딱히 SADISTIC PARK 를 납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또 다시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마음 속에 몇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피어오른 것이다.

「사카이 상..」

「네?」

「2개... 정도....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괜찮습니까..??」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제가 아는 범위에서 뭐든 답해드리죠.」

사카이의 대답을 들은 유우시가 혼란스러워 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회장님께서는... 저와 유리코가 결혼하기 전부터, SADISTIC PARK 를 알고 계셨던 겁니까..??」

「예, 대규모의 스폰서이시거든요.. 이런 업무상의 출장은 제외하더라도, 매년 여름휴가때마다 다녀가셨죠.」

사카이는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혹시 「암퇘지 출렁이」가... 저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계셨던 겁니까..??」

그 질문에 사카이는 살짝 표정을 굳히며 입을 다물었다.

다만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배 간판의 난간에 기대어 서 있던 히가시 회장의 눈치를 살핀다.

회가시 회장은 조금 전부터 사카이와 유우시를 바라보고 있었던 듯 하다.

사카이와 눈이 마주친 회장은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을 보고 사카이도 다시 유우시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린뒤.. 히가시 회장을 따라하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그것만으로.. 유우시의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히로미를 그 지옥으로 팔아넘긴 것은 다름아닌 히가시 회장이다.

회장은 처음부터 유우시를 자신의 사위로 삼기 위해, 히로미를 SADISTIC PARK 로 넘긴 것이다.

그후 히로미의 음란한 사진과 노예 계약서의 사본을 유우시의 자취방 우편함에 넣어두고...

폐인이 되어 다시 출근한 그에게 뻔뻔스럽게 자신의 딸 유리코를 소개시켜 준 것일테지.

「회, 회장...님....」

유우시의 목소리는 절규와 같은 노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감정을 가슴 속으로 이미 삭혀버린 듯이.. 허무하게 허공에서 흩어지는 것같은 중얼거림이다.

그런 유우시의 어깨를 다독이며 사카이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모든 것은 운명입니다.. 회장님의 아가씨가 당신을 사랑하게 된 순간에 정해진 「운명」인 것이죠...」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듯한 충격을 느끼며.. 유우시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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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번에도 출장이야?」

「으응.. 그렇지, 뭐..」

높은 지대의 고급 주택지의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산뜻한 단독주택...

이곳은, 장래를 촉망되는 토요상사의 비서과장 아사다 유우시와 그 아내 유리코의 스위트 홈이다.

토요상사의 히가시 회장이 자신의 사위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사택」인 것이다.

유우시의 어깨에 슈트 자켓을 걸쳐주면서, 동화같은 흰 에이프런 드레스를 차려입은 유리코가 물었다.

「또 아버지의 수행 비서 노릇을 해야 하는 거야..??」

「응.. 이번에는 좀 길어질 거 같애.」

「아, 정말... 이번에 아버지한테 분명히 말해야겠어!!! 우리 자기를 너무 여기저기 끌고다니지 말라고....」

입을 삐쭉 내밀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랑스러운 아내...

「어쩔 수 없잖아.. 이것도 일이니까.」

「그렇긴 하지만.... 자기야, 빨리 아버지의 일을 배우고, 빨리 더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해!!! 알겠지..??」

「그래, 알겠어..」

그런 아내를 향해, 유우시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 빵빵~

클락션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의 집 현관문 앞에는 이미 시동이 켜진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유우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왼쪽 운전석의 문이 열리며,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가 나온다.

「안녕하세요. 과장님..」

「아아, 사카이 군.. 일찍 나왔네?」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사카이에게, 유우시는 살짝 손을 들어 답했다.

그런 유우시에게 찰싹 달라붙으며, 유리코는 조용히 귓속말을 전한다.

「나, 저 사람 싫어.. 왠지 눈초리가 뱀같고, 야쿠자 같애.」

「에이~ 그런 말 하지마.. 사카이 군은 버젓한 우리 토요상사의 사원이라구... 장인어른께서 마닐라 지사에 가실때에는 언제나 그 수행을 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이야..」

「그렇지만.....」

유우시의 말에, 유리코는 다시 입을 삐쭉이며 토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야~ 역시 신혼은 좋군요~~ 애정이 넘치는 귓속말 속닥속닥~ 하하하하~~~!!!!!!」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어쨌든 출발하지.」

놀리는 듯한 사카이의 말에, 유우시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트렁크 가방을 끌고 현관문을 나선다.

「아아, 자기야!! 잠깐만...!!!!」

유우시를 부르며 달려온 유리코는 그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어젯밤의 그거... 조금 자극적이었어. 출장에서 돌아오면... 또 하자.」

「아아.. 응.」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은 유우시는 조수석의 문을 열고 천천히 차에 탑승했다.

그 뒤를 이어, 사카이가 유리코를 향해 가볍게 목례한 뒤 운전석에 올라 탄다.

「잘 다녀와~!!!! 사랑해, 자기~♡」

「응, 나도 사랑해...」

사카이의 조작을 받아 차는 천천히 출발한다.

유리코는 현관 문 앞에 그대로 서서, 어린아이처럼 크게 손을 흔들었다.

「아아~ 가버렸네..」

그녀의 시야에서 차의 모습이 사라지게 되고나서야,

유리코는 들고 있던 오른손을 내려 현관문 안으로 다시 들어선다.

「.........」

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뻗은 오른팔... 유리코는 아무 말도 없이 왼손을 움직여, 오른팔의 옷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곳에는 마치 그 몸이 밧줄에 묶여있었던 것 같은, 붉은 자국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 자국을 어루만지면서, 유리코는 어젯밤 남편 유우시와의 일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우후후후.. .」

상류층 집안의 사모님다운 청초한 드레스. 봄의 여신같이 아름답게 뻗은 팔과 다리, 천사같은 얼굴...

하지만, 거기에는 어떤 성벽(性癖)에 눈을 떠버린 「창녀」와 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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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의 일정은..??」

검은색 롤스로이스의 조수석에 앉은 유우시는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으로 사카이에게 물었다.

「지금부터 세이죠 지사를 시찰한 뒤, 10시쯤에 나리타 공항 비행기를 탈 예정입니다.」

「그럼... 「섬」에 도착하는 건 밤쯤이겠군...」

「네..」

유우시는 자신의 서류가방 안에서 두꺼운 다이어리를 꺼내,

그 페이지를 파라락- 넘겨가며 얼음장과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내년에는 PARK 의 규모를 확대해, 「미레니아 관광 사업」을 축으로 한 극비 프로젝트가 진행될 거야.. 미레니아 섬을 모델로 해서, 앞으로

SADISTIC PARK 가 

2~3개는 더 필요하게 될테지... 토요상사에서 카리브해와 지중해가 맞닿는 부근에 위치한 무인도를 구입한 것도, 분명 그런 이유

때문일테고.......」

「미국과 유럽의 시장에는 아직 토요상사가 진출해야 할 블루오션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회장은 이 프로젝트의 지휘를 나에게 맡길테지. 나를 자꾸 「섬」에 데려가는 것도 그 이유일거야.... 이 프로젝트의 지휘만 맡으면.. 일단

비상근이긴 하지만, 미레니아 

관광사업단의 부이사 대우을 받게 될테고.. 드디어 나도 토요상사의 간부직에 올라가는 거야.」

「섣불리 움직이진 마십쇼.. 히가시 회장은 늙은 구렁이니까요. 자칫하면 그 구렁이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어요...」

「아아.. 물론이지...」

유우시는 다이어리를 덮고, 그것을 다시 서류 가방 안에 넣는다.

그리고는 조수석의 의자에 몸을 파묻듯... 천천히 등과 머리를 기대며 창 밖을 바라본다.

사카이는 힐끔 눈을 돌려 그런 유우시를 바라보고는 다시 전방을 주시하며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과장님.. 한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뭐지?」

유우시는 여전히 차 창밖에 시선을 향한채로 대답했다.

「히가시 회장을 쳐내고, 과장님께서 토요상사를 차지하신 후에는.... 과장님의 아내분도 암컷 노예로 만드실 생각입니까..??」

「.............」

유우시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카이가 질문을 던진 후로 5번째로 신호등 앞에 정차할 무렵이 되어서야..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사카이 군.. 자네, 「섬」에서 돌아오는 배에서 그런 얘기를 했지..?? 모든 것은 운명이라고..... 그래,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모든 것은 운명이지... 「그 여자」가 

암퇘지가 되어 버린 것도, 유리코가 언젠가 그 암퇘지에 버금가는 암컷이 되리라는 것도... 결국 모든 게 다 운명의 장난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소짓는 유우시의 입가는 흉악해 보일만큼 비틀어져 있었다.

「제가 쓸데없이 참견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 죄 없는 아내분에게까지 자비가 없으시다니... 무서운 「복수」군요..」

「그러니까 운명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건 유리코가 히가시 회장의 딸로 태어나는 순간에 정해진 운명이야... 다만 부부의 정을 생각해서,

유리코는 지금부터 미리 매저키스트로 

개발시켜 둘 생각이네. 분명 나중에 「진짜 암컷」이 된 후에도, 별 어려움없이 그 생활에 적응할 수 있겠지.... 히가시 회장은 나의 큰

자비심에 감사해야 할거야..」

「하하하하... 과장님이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군요. 절대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아요...」

사카이의 마른 웃음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유우시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그 얼굴을 무표정으로 바꾸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열심히 일해야지.. 당분간은 「섬」에 자주 들락거리게 될거야. 이번 출장도 꽤 길어질테고....」

유우시의 말에, 사카이가 능글맞게 미소지었다.

「분명 「미레니아 관광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게 되면.. 저도 꽤 바빠지겠군요.」

「그렇겠지.. 잘 부탁하네, 사카이 군. 수고 좀 해주게..」

「아뇨, 과장님의 출세에 힘이 될 수 있다면... 뭐든 맡겨주십쇼..!!!!」

힘주어 말하는 사카이의 대답을 듣고 유우시는 피식 웃어버렸다.

유우시도 알고 있다.. 사카이는 유우시 자신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히가시와 유우시 중에 어느 편으로 붙는 것이 더 이득이 될지 계산을 하고 있는 중일테지..

하지만 상관 없다.

사카이가 단순한 이득을 위해서 유우시 자신을 이용하려 든다면,

유우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사카이를 마음껏 이용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 유우시의 시선은 차 창밖으로 보이는 수평면에 고정되어 있다.

마치 저 바다너머의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옛 연인을 그리워하듯,

유우시는 텅 비어버린 공허한 시선으로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完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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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재미를 위해 조금씩 원작에 손을 댔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며, 

이 소설은 그 이름도 유명한 Bonda Eiji 님의 소설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매번 하고 있습니다만, 이번 편의 결말 부분에는 특별히 좀 더 손을 댔습니다.

SADISTIC PARK 는 본다 에이지 씨의 처녀작이고...

그 탓에 문장이나 전개도 어설픈 부분이 꽤 많습니다. 결말도 상당히 맥빠지는 허무한 마무리죠..

제가 추측하기에는.. 본다 에이지 씨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막 쓰다보니,

결국 수습해서 결말짓기에는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스토리가 되어 버린 듯 합니다.

말하자면 판은 크게 벌여놨는데 수습이 안되는 상황이랄까...?? ㅋㅋㅋ

그래도 결말은 지어야겠고.. 그러다보니 그냥 서둘러서 끝내버린 듯 하네요...

그래서 "제 2의 창작"이라 불리우는 번역작업을 한 제가 직접..!!!!

원작의 설정이나 스토리를 크게 망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결말을 좀 쌈빡하게 꾸며봤습니다.

다만 「원작을 뜯어고친 것」이 아니라, 「원작에 살을 붙였을 뿐」이라는 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어쨌든 드디어 SADISTIC PARK 가 끝났군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ㅋㅋ

다음에 여러분들에게 선보일 소설은..

SADISTIC PARK 처럼 다른 분이 번역하시다가 중단되어버린 MC장르의 일본 소설입니다.

빠른 시일내로 돌아오겠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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