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100 (94/94)

 PART-100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압---------------------------!!!!!!!!!!"

  쨍한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기지개를 펴는 민형. 오늘은 여름방학이 시

작된지 몇일 지나지 않은 수요일. 있는 힘껏 기지개를 편 후 방을 나선 민

형의 앞에는 주방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지영의 모습이 보였다.

민형이 주방안 식탁 앞에 앉으며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배고파."

  "잘잤어요 민형씨?"

  앞치마를 두르고 활짝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지영. 민형은 그런 지영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서 헤벌쭉 웃었다. 방학도 해서 시간

도 많고, 괜히 이리저리 들뜨는 분위기의 아침. 민형은 문득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지영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영씨 학원은 휴가가 언제예요?"

  "휴가요? 토요일부터 일주일간 방학인데 왜요?"

  오호라! 학원은 1주일 씩이나 방학을 하는군! 민형은 옳커니 이때다 하

는 심정으로 기세 좋게 외쳤다.

   

  "그럼 우리 어디 놀러갈까요!? 100회 특집으로 원작자가 바다에 보내준

다는데요!!!!"

  "어머나 정말요? 다시 봐야겠네 그 사람."

  바다 이야기가 나오자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기뻐하는 지영. 그녀가

끓이고 있던 찌개를 뒤로하고 냉큼 식탁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으며 말했

다.

  "바캉스 가는거예요? 해수욕장으로 가는거죠?"

  "예, 지영씨 휴가만 시작되면 바로 떠나면 어때요?"

  민형도 싱글벙글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얼굴로 대답했고 지영이 꿈만같

다는 얼굴로 두손을 꼭 잡고 감격한 듯 말했다.

  "좋아라~ 나 해수욕장 가보는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예?"

  바다에 한번도 못 가봤다고? 헉...... 아무리 가난해도 그렇지. 민형이

썰렁하고 측은한 표정으로 지영을 가만히 쳐다보자 지영이 쓴 웃음 지으며

대꾸했다.

  "무,물론 수학 여행때 바다에 가본적은 없지만 수영할 수는 없잖아요. 

바다에서 수영하는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너무 각박한 청년기를 보냈네요 지영씨."

  "뭐,바다에 안간거 가지고 각박한 청년기 라고 까지 할 수 있을라나..

.... 하하......"

  안됐다는 듯이 한마디 하는 민형에게 지영이 쑥쓰럽게 웃었고 민형은 아

무래도 좋다는 얼굴로 바캉스 계획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번에

첫 해수욕장행이라면 더욱더 뜻 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테고 무엇보다

수영장에 선생님처럼 쫙 빠진 여자랑 걷는다는건 남자의 훈장이니까!!!!

아아 사는 보람이 느껴진다! 

  "근데 나 수영복 없는데......"

  "어, 그러고 보니 나도 없네."

  결국 두 사람은 수영복을 사러 가기로 합의했다.

....................................... . . .  .  .  .  .  .  .

  버스를 타고 3정거장 정도의 가까운 시내로 나온 민형과 지영. 거리

는 벌써 물씬한 여름 냄세가 나고 있었다. 길가던 남자들이 짧은 상위

를 입은 지영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을 봐서라도 여름은 확연하게 다

가와 있었다. 우, 이런 우월감. 남자의 보람!!!!

  "시장으로 갈까요?"

  "에, 민형씨도 참. 시장으로 갈꺼면 동네도 있는데 왜 여기까지 나왔

겠어요."

  "그럼요?"

  그럼 마땅히 수영복을 살만한데가 어디지? 그러고 보니 민형은 수영복

이나 옷같은걸 사본적이 없어서 이런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었다. 어억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참 불행한 현실을 살았구나. 옷도 맨날 아빠,엄

마꺼 물려입고!(엄마껀 왜 물려 입었냐?) 해수욕도 애인이랑 가는건 이번

이 처음이잖아! 민형은 스스로의 과거의 동정했다. 불쌍한 녀석.

  "이럴땐 조금 비싸도 백화점으로 가는게 좋아요. 수영복은 싸구려를 사

면 해수욕장 가서 고민되거든요."

  "좋아요!"

  오오 역시 이럴 때 경륜이 들어나는 지영씨. 민형은 싱글벙글 웃으며 지

영의 손을 잡고 엄마를 따라 가는 어린애 처럼 종종 걸음으로 백화점에 

들어갔다. 

  "어머, 참 사이좋은 오누이네."

  "저건 시스터 콤플렉스라고 그러는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쿡쿡 거리며 비웃었지만 민형은 들리지도 않았다.

........................................... . .  .  .  .  .  .  .  .

  - 쿠궁!

  "아니......!?"

  "너......?"

  수영복 코너에 들어가자 마자 대치하고만 두 사람. 운명이라면 운명일

까? 코너로 들어서자 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백화점 판매점원이

아닌 사복차림의 의연이었다. 의연이 수영복이 진열된 코너 앞에서 이것

저것 구경하며 서 있었던 것이다. 사복 차림에 머리를 푸른 의연은 학교

에서와는 다르게 훨씬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머, 정민형! 왠일이야 너를 이런곳에서 다 만나다니?"

  "나 역시 매우 두려운 순간이다......."

  매우 반가와 하는 의연에 앞에서 후줄근 하게 식은 땀을 흘리는 민형.

그도 그럴것이 등뒤에 서 있는 지영의 존재가 의연에 앞에서 너무나 껄끄

러웠던 것이다. 얘는 정말 어디가도 눈에 띈다니까...... 의연이 지영을

알아보고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언니~"

  "어머, 의연학생. 잘 있었어요."

  "네, 덕분에~"

  뭐 대수롭지 않게 인사를 나누는 두사람. 민형은 이런 페이스로 이곳

을 빨리 빠져나가야 겠다는 생각에 지영에게 눈치를 주었다. 지영도 민

형의 낌세를 알아채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의연이 웃으며 물었

다.

  "누나랑 해수욕장 가려고~?"

  "응~"

  쿠와아아악!!!!!! 대답해 버렸잖아!!!! 저렇게 노련한 질문을 해오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대답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민형은 등뒤에서 후줄

근하게 땀을 흘리며 민형을 쏘아 보는 지영의 시선을 느끼며 손가락 다

섯개를 몽땅 입에 물었다. 어,어쩌지 어쩌지!? 의연이한테 한번 걸리면

빠져 나오기 힘든데!! 그때 어쩔줄 모르는 민형의 등을 탁탁 때리며 의

연이 웃었다.

  "어머, 너도 참~ 그 나이에 누님이랑 둘이서 해수욕장이라니~ 너 정말

누나랑 사이가 좋구나~"

  "아, 으응...... 응."

  대충 넘어가자...... 그래, 우리는 사이 좋은 오누이...... 오누이. 그

때 억지로 웃고 있는 민형의 귀에 대고 의연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건

냈다.

  "아니면 혹시 위험한 관계 아니야......?"

  "!!!!"

  커어억!!!! 나, 얘랑 이야기 하기 싫다! 너무 무서워! 민형이 난생처음

두렵다고 생각한 여자. 바로 서의연. 대전에 이 여자가 있기 때문에 민형

은 벌써 계속되는 수모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모처럼 100회 특집으로 바

다에 가는데 벌써부터 꼬일 것 같은 예감. 민형은 가슴이 마구 쿵쾅쿵쾅

띄었다. 의연이 웃으며 민형의 손을 잡아 끌었다.

  "너도 수영복 사러왔지? 같이 고르자. 마침 봐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아, 나 이거 입어 봐야지. 잠깐만 기다려."

  붉은 원피스 수영복을 하나 들고 쪼르르 칸막이 안으로 사라지는 의연.

민형은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는 얼굴로 지영을 돌아보았다. 지

영은 묵묵히 수영복을 고르고 있었다. 화났다 화났어. 난 다 알지. 민형

은 갑차기 추워졌다.

  "야,봐봐. 어때 어울려?"

  "엉?"

  그때 칸만이 안에서 나오며 민형의 앞에 수영복 차림을 내보이는 의

연. 한순간 민형은 사타구니에서 강렬한 자극을 느끼며 얼굴이 빨개졌

다. 귀,귀엽다! 강렬한 원색이 의연의 고교생 답지 않은 몸매에 착 달

라 붙어 잘록한 굴곡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머리를 

풀러 한층 성숙해 보이는 모습. 민형은 얼떨결에 한마디 했다.

  "열나 이상해."

  "뭐야!? 너 말 다했냐!"

  우오오! 나의 이성은 그래도 제자리를 찾고 있구나. 화내는 의연의 앞

에서 태연한 표정으로 비웃음을 띄우는 민형. 그때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민형이 진열장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민형은

옷걸이에 걸린 비키니 수영복을 가리켰다.

  "너한테는 저게 어울린다구."

  우와아아앗!!!! 내가 지금 뭔소리 하는겨!? 정말 진심을 말해 버리면

어떡해! 나의 이성은 정말 최저라니까!! 한순간 등뒤에서 강렬한 자극을 

느끼며 민형이 뻘뻘 식은땀을 흘렸다. 의연이 빨개진 얼굴로 민형이 가리

킨 비키니를 들고 말했다.

  "이게 어울린다구......? 비키니 잖아."

  조금 쑥쓰러운 얼굴로 민형을 쳐다보는 의연. 민형은 울고 싶은 심정으

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내뱉은 말이니 주어 담을 수도 없고. 우우 죽고

싶다 이거.

  "알았어 그럼 한번 입어 볼게~"

  활짝 웃으며 비키니 수영복을 들고 칸만이 안으로 들어가는 의연. 아이

구, 이래 가지고는 코디해 준 꼴이 되잖아. 그때 민형의 등뒤에서 누군가

의 손가락이 콕콕 등을 두드렸고 민형이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순

간 민형은 얼어 버렸다.

  "저, 나도 봐줄래요 민형씨......"

  크어어어...... 한 여름인데도 쌩쌩 한기를 내뿜는 유지영 선생님! 그

녀가 방금 의연이 가지고 들어간 비키니 수영복과 똑같은 것을 들고 웃

으며 서 있었다. 아아...... 여름이여! 푸하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