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76
"......"
문은 닫혀 있었다. 굳게 닫힌 문. 민형의 의도와는 달리 그것이 지영에
게는 너무 각박하게 느껴졌다. 괜스레 민형이 원망스럽고 화가 났다. 지영
은 마루에 걸터 앉아 닫혀 있는 민형의 방문을 지켜보며 누구에게도 하소
연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을 품어 안았다.
'공부라고......'
자신에게 배워도 될텐데. 특별히 담임이라고 민형을 잘 가르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민형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고...... 오히려 그쪽
이 더욱 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지영은 담임과 집에서 과외하는 것을 찬
성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여선생일지 몰랐어. 그것도 저렇게 젊은.
지영은 화가 났다. 아, 화내고 싶지 않지만 화가 난다. 아 화나 화나 화
나. 민형씨가 다른 여자와 함께 앉아 있는게 화가 난다. 지영은 섭섭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 . . . . . . . . . .
"결,결혼이라고요......? 선생님 하고......? 저하고......?"
말도 안돼! 그런 이유 따위 난 전혀 알지 못했어요! 그래! 내가 알지 못
하는 이상 그런 일은 없는 것이다! 맞아! 혹시 아버지가 큰 빛이라도 져서
날 저 가문에 팔아 넘겼나!? 무,물론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 - 충분
히 그럴 수 있다니......- 하지만 싫다! 내가 싫으면 싫은거다! 민형은 잔
뜩 긴장하여 적의가 가득한 표정으로 담임을 쏘아 보았다. 그러자 미라가
민형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겠다는 듯이 상 위에 턱을 괜채 다른 한손을 까
닥까닥 흔들었다.
"긴장하지마 얘. 내 얘길 뭔가 착각했구나? 결혼할 수 도 있다는 이야기
지 반드시 해야 한다는게 아니야."
"......?"
결혼할 수 도 있다는? 그럼 안할 수 도 있다는? 근데 누구에 의사에 따
라서요?
"왜 내가 너랑 결혼해야 되니? 나 역시 노 굿이야. 무엇보다 나는 나이
많은 남자 쪽이 좋단 말이야."
"무,물론 저도 나이 적은 여자쪽이 좋아요!! 어떻게 아줌마랑!"
반사적. 이것은 그야 말로 반사적이었다! 방어수단이다! 그 순간 방문이
활짝 열렸다.
"크헉!?"
그리고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상위에 손을 집으며 크게 신음했다. 갑자
기 짚은 상이 민형의 손에 압력에 의해 다리가 부러지고 민형은 희번덕 거
리는 눈으로 부들부들 떨며 방문을 열고 들어온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
아무말 없는 그녀. 그녀는 쟁반에 쥬스 두잔을 받쳐 들고 있는 지영이었
다. 그라고 지영은 아무말이 없었다.
- 드르륵
- 탁
조용히 방문이 닫히고 지영의 모습이 민형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쥬스를
들고 있었는데...... 민형은 당황해서 심장이 쿵쾅 쿵쾅 뛰었다. 들었을
까!? 쥬스를 그냥 가져간걸 보니 분명히...... 분명히......
<< 들었다!!! >>
- 쿵
세상이 새하얗다. 갑자기 양때들이 줄지어 뛰어 놀기 시작했다.
- 나이 적은 쪽이 좋아요
- 나이 적은 쪽이 좋아요
-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크하하하하하하하~ 민형은 완전히 초 죽음이 되어 울고만 싶었다. 아니
야! 난 사실 연상의 여자쪽이 좋단 말이야! 이건 사실이야! 작가도 그렇단
말이야!
"......"
자포자기가 되어 실실 거리는 민형.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미라
가 착찹한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흐응...... 역시 그랬나......'
미라가 시원섭섭한 기분으로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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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나이 많은 여자는 싫어요!! >>
외치는 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형이 손가락으로 지영 자신을 가리키
며 윽박지르고 있었다.
<< 아줌마 주제에! 저 처럼 젊은 사람과 사귀려고 했어요!? 뻔뻔 스럽기
는 양로원이나 가봐요 아줌마!! >>
"아니야!"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민형씨가 그럴 리가 없어! 민형씨가 그럴
리가 없어!
<< 잘 생각해봐. 민형씨가 결혼할 나이가 되었을 때 넌 벌써 서른이야
서른. >>
<< 바꿔 말하면 넌 아줌마라 이거야. 더 이상 젊지 않다고. >>
지혜의 목소리. 그녀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흑흑!!"
지영은 울면서 골목을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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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말이야."
사색이 되어 허물어져 있는 민형. 그를 향해 미라가 물었고 민형이 고개
를 돌렸다. 원망,원망,원망, 억지로 눈물을 참는 민형의 모습이 미라를
억지로 웃게 만들었다. 짜식...... 되게 미안해지네.
"저 아가씨가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빨리 아가서 풀어줘야 하지 않
겠니......?"
"오,오해라뇨. 무슨 오해요?"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민형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미라는 모든 것을 눈치챘다는 듯이 갸름하게 웃었
다.
"저 저 누나랑 친하지 않니?"
"예......"
"사귀는 사이 아니니?"
"!!!!"
역시 의연이다 의연! 같은패가 분명해! 의미 심장하게 웃는 담임의 표정
을 보며 민형이 놀람반+속시원함 반으로 눈을 부라렸다. 알고 있었죠! 알
고 있었으면서 놀린거죠! 민형인 원망가득한 눈으로 미라를 바라보자 그
녀가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왜그래? 난 몰랐어. 지금 안 것 뿐이야. 아니니?"
"왜 아니겠어요! 맞아요! 저 여잔 내 여자예요! 그러니까 난 누구하고도
결혼 안해요!"
"아, 그래 그래 미안하다. 그런 줄은 몰랐네. 어쨋든 빨리 아가봐. 너
보다 나이 먹은 아가씨께서 쇼크 먹었겠다."
"씨이......!! 그럼 선생님 내일 뵈요!!"
원망을 마구 내뱉으며 민형이 얼른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신발을 신고
바깥으로 튀어 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인사할 생각을 하다니 미라는 민형
의 순수함에 풋 하고 웃음이 튀어 나왔다.
'자식 능력 좋네...... 연상의 여인을 다 꼬시고.'
미라가 어깨를 뛰어나가는 민형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안경태를 살짝 들
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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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르르릉
- 따르르릉
민형의 집을 나서려는 미라의 등뒤에서 갑자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
기 시작했다. 민형의 방에서 울리는 전화벨. 미라는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여보세요......?"
<< 아, 죄송합니다. 잘못...... >>
"아니 여보세요? 여기 정민형씨 댁인데요?"
<< 어? 아 그래요......? 아 죄송 착각했네요. >>
수화기 안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 확실히 민형보다는 연상의 것이
었다. 목소리사 민형을 찾았다.
<< 저 민형씨는 없나요......? >>
"아, 잠시 나갔습니다. 실례지만 무슨 일로......?"
<< 언제쯤 들어오죠? >>
냉랑한 목소리. 미라는 왠지 꽁해져서 조금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
다.
"한참 걸릴거 같은데요."
<< 그래요? 이상하네...... 아 전 지혜라고 하는데요. 혹시 민형씨가 돌
아오면 이쪽으로 전화 좀 하라고 전해 주실래요. 전화번호는 알고 있으니
까요. >>
지혜? 이런 여자도 사귀고 있는거야? 이녀석 알고보니 바람둥이 아니
야? 미라는 갑자기 얄미운 기분이 들어 머리속으로 민형을 떠올렸다. 자식
보기보다 플레이 보이 기질이 다분하군. 미라는 전화를 받은 자신도 여자
라는 것을 망각하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예 그렇게 전해 드리죠."
미라는 이렇게 대답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석...... 사귀는 여자가 있
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