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71
민형의 얼굴이 너무도 진지하고 기합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지영은 무
언가 꺼름직한 기분이 없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섬주섬 윗 도리에 걸친
얇은 상의를 벗었다. 치마를 벗어 이불속으로 밀어 넣고 아직 이불속에서
하반신을 빼내지 않은채로 지영이 쑥쓰러운 듯이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속옷 까지 다 벗으라고 했잖아요."
"여,옆방에 오빠랑 지혜도 와 있는데......"
"글세, 벗으라면 벗어요!"
영 탐탁치 않은 지영이 말을 조금 끌기 무섭게 민형이 상기된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쳤고 지영은 금방 울상이 되어 겁먹은 표정으로 주섬주섬 브레
지어를 푸르고 팬티를 끌어 내렸다. 잠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일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채라 아직도 어리벙벙한게 현실이
현실 같지 않은 터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민형이 옷을 벗으라고 덤벼대
니 지영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지영이 옷을 모두 벗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자 민형은 갑자기 자리에 털석 앉아 이불속으로 손을 쑥 집어 넣었다.
깜짝 놀란 지영의 눈이 커다래지고 민형은 그대로 지영의 가슴에 손을 얹
은채 그녀의 두눈을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민형이 이불을 확- 걷
어내자 깜짝 놀란 지영이 두손으로 몸을 가리며 다리를 오므렸고 그런 지
영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민형이 진지한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왜,왜 그래요 민형씨! 나 싫어요."
너무 강압적으로 나오면 여자는 겁이 나는 법이다. 게다가 민혀은 평소에
강제로 알몸을 보려하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지영은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
때 오히려 긴장한 표정의 민형이 심각하게 한마디를 건넸다.
"선생님...... 아무일 없죠?"
"네......?"
"어디...... 어디 멍들거나 그런곳은 없겠죠? 가슴도 괜찮은 것 같고.
....."
민형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영의 가슴을 가슴을 더듬었기 때문에 지영이
오금을 저리며 꺅-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요 간지럽게! 하지만 쓴웃음 짓
는 지영에 비해 민형의 태도는 너무나 심각했다. 한찬동안 지영의 알몸을
이곳저것 살펴보던 민형이 자기 자신도 허무하다는 듯이 휴우- 크게 한숨
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 뜨렸다.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 이제 옷 입으세요."
"......"
잠깐이지만 끔찍한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민형
이 허탈한 듯이 중얼거렸고 지영은 얼른 속옷부터 챙겨 입으며 떫떠름한
표정으로 민형에게 물었다.
"나......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것 때문에 그래요......?"
"......"
민형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대충 감을 잡은 지영이 이렇게 말했고 민형이
살짝 웃으며 대꾸했다.
"잤으면서 어떻게 알아요."
"다,다 알 수 있어요! 내 몸이니까!"
잠시 발끈하며 얼굴을 붉히는 지영을 빤히 바라보며 민형이 빙그레 웃었
고 지영이 얼굴이 붉어진채 두손을 무릎 아래로 가만히 모으고 쑥쓰럽게
민형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민형의 한팔이 지영의 머리를 붙잡
아 자신의 가슴안으로 슥 끌어 당겼다. 그 팔은 힘있게 지영의 작은 몸을
자신의 안으로 감아 버렸고 지영은 잠자코 숨을 죽였다.
"어쨋든 다행이예요."
얼마나 다행인가. 태연한 척 했지만 가장 겁이 났던 것은 민형.
"다신 이런 일 없어요. 다시는."
누구보다 지영이 걱정되었던 것은 바로 민형 자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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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들 분위기 잡고 있겠네."
지영의 방안에서 흘끔 민형의 방쪽을 쳐다보며 지혜가 어깨를 으쓱해 보
였고 지훈은 바닥에 누워 여성지를 집어든채 조금 허심탄회한 말투로 한마
디 했다.
"좋을때다."
"좋을 때? 언제부터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됐어 지훈씨?"
"뭐가."
의외라는 얼굴로 묻는 지혜에게 고개를 돌리며 지훈이 한쪽 눈썹을 꿈틀
해 보였고 지혜가 태연한 지훈의 태도가 신기한 듯이 지훈에게 바짝 다가
앉으며 되물었다.
"지금 쟤내들 한방에서 C까지 갔을지 몰라. 어쩌면 S에 M까지 갔을지도
모르지. 근데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지?"
"S는 뭐고 M은 뭐냐?"
왠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듯이 뭇는 지훈에게 지혜가 씩- 웃으며 대답했
다.
"세디스트랑 메져키스트"
"뭐같은 애들이 꼭 멀쩡한 애들도 다 지 같은줄 알아요."
"......"
지훈이 한심하다는 듯이 당연스러운 얼굴로 한마디 하자 지혜가 부글부
글 끓는 얼굴로 지훈을 한참동안 노려보았고 지훈은 얼른 여성지로 눈을
돌려 버렸다. 잠시후 지혜가 영 꺼림직한 얼굴로 지훈에게 다시 물었다.
"괜찮아?"
"뭐가 또?"
"쟤 둘 말이야."
"쟤 둘이야 지 둘이 알아서 하겠지 뭘 어쩌란 말이냐?"
태연하게 대답하는 지훈, 지혜는 아무래도 신기한 지훈의 태도를 보았는
지 지훈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끈질기게 말을 걸었다. 지훈이 지영을 끔찍
히 아낀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지혜. 그런 지훈이 갑자기 개방적인
태도로 나와 버리니 신기하기도 했고 조금 놀랍기도 했던 것이다. 해탈한
듯이 여성지에서 눈을 때지 않는 지훈을 잠시동안 바라보고 있던 지혜가
태연하게 한마디 했다.
"민형씬 피임도 안한다더라."
한순간 지훈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지만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없었
다.
"지영인 민형씨가 하자는 대로 다 하는 것 같던데."
역시 지훈은 약간 뜨끔한 동요가 있었으나 주의할만한 움직임은 일지 않
았다. 마지막으로 지혜가 한마디를 덧붙혔다.
"미혼모 되는거 아니야? 요즘엔 청소년들의 임신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더구만."
"지영이가 청소년이냐!?"
참다못한 지훈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고 지혜는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
게 한마디 했다.
"그럼 처녀가 미혼모 되는게 상관없단 말이야?"
"지들 새끼니까 지들이 알아서 키우겠지 왜 니가 그것가지 걱정하냐! 너
아까부터 자꾸 재수없는 소리만 골라서 해대는데 콱 맞는다!"
"......"
참다 못해 흥분하는 지훈. 그런 지훈을 빤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혜가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런 지혜의 한마디 한마디는 무
거웠다.
"지영인 모르지만......"
지영인 이미 성인. 자신의 일을 판단할 수 있는 나이.
"하지만 민형씨는 아직 청소년이야. 아직 세상을 18년 밖에 살지 않았
어. 여자도 많이 사귀어보지 못했을테고...... 자신이 지영과 어떤 연애를
하고 있는지 모를지도 몰라."
"......"
지혜의 한마디에 지훈이 입을 다문채 긴장한 표정으로 지혜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지혜가 말을 계속했다.
"이 연애가 피니쉬에 있을 때 지영은 결혼을 해야돼. 그럴 나이가 되
고. 하지만 민형씨는 뭐지? 앞으로 5년이 지난다고 해도 민형씨는 20대 초
반이야. 알아? 20대 초반. 한창 신나게 인생을 즐길때란 말이야."
지혜가 집어내는 것은 감상적인 문제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 그
것은 지훈도 마음속으로 항시 걱정하고 있던 문제들 이었다. 다만 지훈은
그것을 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불안이 현실로 다가 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영이가 결혼을 원할 때 민형씨가 응해줄 수 있을까? 연애의 끝이 결
혼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해? 깨지면 슬픈 것은 여자 뿐이야."
"말하고 싶은게 뭐야."
착찹한 얼굴로 한마디 하는 지훈. 지훈은 더 이상 지혜의 말을 듣고 싶
지 않아 말을 끊은 것이다. 지혜도 그런 지훈의 의도를 익히 알고 있었기
에 탁자위에 담배를 하나 집어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 들였다가 내뿜으며 지혜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어쨋든 지영일 위해서라도 민형씨가 잘 되게 도와줘야 하겠지."
지금은 그것이 최선의 방법일 뿐이었다. 담배 연기를 내뿜는 지혜의 표
정역시 지훈과 마찬가지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