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66 (60/94)

 PART-66

  "얘,얘네들 날 납치하려고 했어! 이상한 놈들이야!"

  "뭐야!?"

   지혜의 호들갑스러운 한마디와 함께 지훈의 두눈에 불똥이 튀겼다. 지

훈은 금방이라도 잡아 죽일듯한 얼굴로 휙하니 택천의 두 부하를 돌아 보

며 외쳤다.

  "너네들 뭐하는 놈들이야!?"

  "......!?"

  택천의 두 부하는 당황하여 잠시 멈칫하니 상황을 고려했다. 분명히 누

나하고 혼자 산다고 했는데 형도 있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누나의 애인? 

둘은 매우 혼란에 빠져 서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지훈이 외쳤다.

  "사람을 납치하면 무기징역인거 몰라 이 자식들!"

  "뭐,뭐야 임마!? 이게 죽고 싶나!"

  지훈이 꽤 둘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에 택천의 부하둘도 성난 듯이 지

훈에게 눈을 부라렸다. 그러나 승부는 아차하는 한 순간에 끝나고 말았

다.

  퍼벅-!

  둔탁한 소리가 몇방 울리고, 잠시후 택천의 부하 두명이 힘없이 땅바닥

에 나가 떨어졌다. 지훈이 별 그지같은 자식들 다보겠다는 듯이 가까이 

쓰러져 있는 한 녀석의 멱살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나랑 경찰서에 가자 임마!"

  "으으......!"

  권투선수인 지훈의 주먹을 정통으로 한대씩 맞은 택천의 부하들이 이

미 다리가 풀려 있었다. 그때 소란을 눈치채고 집안에 있던 지영이 바깥으

달려 나왔다. 그녀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놀란 얼굴로 외쳤다.

  "무,무슨 일이야!?"

  "어, 지영아."

  지훈이 멋적은 듯이 지영을 돌아보았고 그순간 부하둘의 눈빛이 감잡았

다는 듯이 번쩍였다. 그렇군. 바로 저 여자가 정민형이란 놈의 진짜 누나

였군! 착각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챈 부하중 한명이 몸을 비틀어 지훈

에 손에서 빠져 나왔다.

  "이놈이?"

  지훈은 다시 손을 뻗어 녀석을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재빠른 고등학생 

둘은 어느세 골목 저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뭐야 저 애들......?"

  지혜가 기분 나쁜 얼굴로 양팔로 몸을 감싸 안은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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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이상한 놈이 또 있어요! 엄청 강해요!"

  택천에게 돌아온 아까의 부하둘이 얻어 맞은 볼을 감싸 안은채 긴장한

듯이 보고했다. 택천은 영문을 모르고 그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누나 말고도 남자 한명이랑 여자 한명이 더 있는데 셋 다 알고 지내는

사이 같아요. 게다가 남자쪽이 운동을 했는지 엄청 쎄서......"

  "그런말은 못들었는데...... 기현?"

  택천이 기현을 돌아보며 턱을 끄덕 움직이자 기현도 낭패라는 얼굴로 모

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택천이 초조한 얼굴로 한손을 턱에 가져

같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역시 그놈은 이상해...... 정민형이 틀림없어.'

  자신이 보낸 한영 일당을 깨끗하게 처리한것도 그렇고...... 또 자취집

에 싸움꾼과 여자를 끌어들인 것도 그렇고 결코 평범한 학생이 자취하면서

할 행동이 아니었다. 택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

  "역시 전면전 뿐이야."

...................................................... . . . . . . 

  "택천아 너 왜그래!! 도대체 그깟 녀석 하나 때문에 얼마나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야!"

  한영은 전화기를 붙잡고 전화를 걸려고 하는 택천을 말리며 이렇게 다

그쳤다. 지금 택천은 냉정하게 사리를 판단할 능력을 잊고 있는 것 같았

다.

  "그 자식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도와달랠 수 밖에 없어......"

  "너 돌았냐?! 우리한테는 100명이 넘는 동맹이 있어! 적은 하나고! 강석

이 형까지 부를 필요는 없다고! 또 그형은 공짜로는 아무일도 해주지 않잖

아!! 게다가...... 진짜 폭력배잖아!"

  "애들한테 말해서 돈을 끌어 모아......"

  "유택천!!"

  한영이 결사적으로 말렸지만 유택천은 들은채도 하지 않았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온통 타도 정민형만이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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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오후 4시경. 지영과 지훈들은 마루에 걸터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쐐

며 TV를 보고 있었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은 제쳐 두고 시원

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수 있는건 모두 든든한 지훈이 있는 덕분이었

다.

  "계십니까?"

  그때 대문앞에서 누군가가 인기척을 냈다. 지영이 고개를 돌리자 대문에

서 있는 외판원이 보였다. 지영이 샌달을 신고 대문쪽으로 나가며 물었

다.

  "누구세요~?"

  "네, 어린이들에게 좋은 동화가 많이 있는데 좀 보시라고요."

  "저희집엔 애들 없는데요."

  지영이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젓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외판원의 두눈이

짐승처럼 번쩍이더니 그의 왼손이 재빠르게 지영의 팔을 붙잡아 뒤로 꺾었

다. 지영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다른 한손에 있는 덮덮한 종

이 뭉치가 코와 입을 덮어버렸다. 지영은 한순감 아찔한 정신을 느꼈다.

  "뭐야 넌!?"

  깜짝 놀란 지훈과 지혜가 맨발로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그순간 외판원

의 좌우에서 각목을 든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지훈이 두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 멈춰 섰다. 지영의 입에 틀어 막은 것은 수면제였다. 지영이 

기운없이 축 늘어지는 것을 보며 지훈의 두눈에 불꽃이 일었다.

  "죽이겠어!!!"

  "지훈씨!?"

  흥분한 지훈이 막무가내로 주먹을 뻗으며 달려들었고 동시에 우지끈 둔

탁한 소리를 내며 각목 하나가 지훈의 뒷통수를 강타했다. 지혜가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쓰러진 지훈의 머리를 2번 3번 계속되는 각목의 추가 타가

매겨졌다. 지훈은 그대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고 지영을 붙잡은 외판원

남자가 씨익 웃었다.

  "동생이 오면 전하라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연락을 해준다고

말이야. 경찰에 연락하려면 해...... 우린 사이렌 소리를 매우 싫어하거

든."

  "......!"

  지혜는 부들부들 떨면서 한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이것은 범

죄다. 단연코 범죄인 것이다. 그들이 지영을 데리고 사라지자 지혜는 황급

히 지훈에 앞으로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지훈은 정신을 잃고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있었다.

  "지훈씨!! 지훈씨!!"

  지혜가 울면서 지훈의 이름을 외쳤으나 쓰러진 지훈은 눈을 뜰줄 몰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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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더워...... 여름이 되니까 정말 덥네."

  민형은 셔츠 단추를 푸르며 책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

직 초여름 이었지만 오존층이 무뎌졌는지 더위가 일찍도 찾아왔다. 민형은

어서 집에 들어가 샤워하고 시원한 거 한잔 마셔야 겠다. 라는 생각으로 

걸음을 제촉했다.

  "......"

  그때 전신주 뒤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민형을 유심히 지켜보는 녀석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택천의 패거리중 한명이었다.

  "지영씨 저 학교 다녀 왔어요~"

  민형인 히죽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가 자신을 맞이할 지영의 목소리를 기

다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집안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때 드르륵

방문이 열리더니 두눈이 새빨갛게 부은 지혜가 모습을 들어냈다. 그녀는 

민형의 얼굴을 보더니 다시 눈물이 핑 하니 눈물이 고였다.

  "미,민형씨!"

  "지혜씨?"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민형이 재빨리 지혜가 있는 방으로 건너

갔다. 그곳에서 민형이 본 것은 이마에 물수건을 올리고 잠들어 있는 지훈

이였다. 지혜가 울먹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민형씨...... 나,납치범이...... 납치범이 지영일 데려갔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애...... 지훈씨도 다치고......"

  "뭐라고요!?"

  지혜의 말에 민형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한자리에 우두커니 멈춰섰다.

납치범이 선생님을 데려 갔다고!? 도대체 왜!? 아니 그것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경찰에 신고 안했어요!? 빨리 해야죠!"

  "안돼! 그럼 지영이를 죽인데!!"

  "주,죽여요!?"

  "......"

  지혜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민형은 망설일 수 없었다. 이

럴 때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면 바보 짓이다. 협박을 믿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없다.

  "역시 신고해야 해요!"

  "안돼!!"

  신고하려는 민형과 말리는 지혜 사이에 옥신각신 다툼이 벌어졌다.

  - 따르르르르릉!!

  그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지혜와 민형의 시선이 일제히 전화기로 쏠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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