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58 (54/94)

 PART-58

  민형은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게 학교에 도착했다. 보통때보다 일찍 일

어나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나 유지영 선생님과 이런저런 수다를 떠느

라고 등교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집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우우우...... 정

말 신혼의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내친김에 확 결혼해 버릴까 보다! 민형

은 지영이 자신에 가까운 곳에 있다는 존재감 만으로도 온몸에 세포가 북

받쳐 오르는 극도의 쾌감을 느꼈다. 연애 안해본 사람은 결코 모를 거다 

쿠시시......

  "어?"

  교실에 들어오니 옆 자리에 기현이 앉아 있었다. 저 녀석 오늘은 먼저 

와 있었네? 얼굴에 반창코를 붙히고 자리에 앉아 있는 기현은 언뜻 봐도 

아직 민형에게 맞은 자리가 가라앉지 안은 채였다. 기현이 어딘가에서 얻

어 맞고 와서 그런지 기현 주위에 아이들은 비상 경계령이 내린 것처럼 조

용했다. 민형도 모르는 채 하고 슬쩍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래 봤자 

기현의 바로 옆 자리지만. 

  "크흠......"

  민형이 와서 앉자 기현이 고개를 돌리며 손을 입가에 가져간채 헛기침을

했다. 짜식, 쫄아가지고...... 민형은 무시하고 책가방을 책상옆에 건 후 

교과서들을 꺼내 책상안에 집어 넣었다. 이제 이 반은 조금 조용해 지겠

지. 기현의 행패가 알게 모르게 잦아들면 반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

각하면서 민형은 기현의 버릇을 고쳐준 것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했

다.

  "얘, 민형아."

  "어 반장. 무슨 일이니?"

  그때 민형에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온 의연이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민

형의 이름을 불렀고 민형이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의연의 

얼굴은 결코 반가운 얼굴이 아니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민형의 옷깃을 

잡아 잠깐 일어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민형은 머리위로 물음표를 떠올리며

의연을 따라 교실 밖 복도로 나갔다.

  "너 어제 무슨 일 있었니?"

  "엉?"

  복도로 나가자 마자 다짜고짜 이렇게 묻는 의연에게 민형에 영문을 모르

겠다는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어제라면 네가 우리집에 놀러와서

유지영 선생님이 삐진 일 정도밖에 없었는데 왜? 그거에 대해서 묻는거

야? ...... 물론 그럴리는 없겠지...... 

  "무슨 일이라니? 무슨일?"

  궁금해진 민형이 어깨를 으쓱하며 묻자 의연이 손을 포개어 입을 가린채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유택천이가...... 널 찾는다고......"

  "뭐!?"

  소근거리는 의연의 말과 함께 민형의 눈이 커다랗게 뜨여졌다. 유택천이

라면 이 학교 보스라는 녀석 아니야!? 그 녀석이 나를 찾는다면 한가지 이

유밖에 없다. 기현이 자식 사내 자식이 입이 방정맞군!! 민형은 낌세를 채

고 긴장이 되었으나 의연의 앞이라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얼른 표정을 

바꾸었다.

  "그 녀석...... 아니 그 애가 왜 나를 찾는다니......?"

  주눅, 주눅, 최대한 주눅이 든 표정으로...... 이러다 배우 되겠네. 민

형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쳤다.

  "내가 아니......?  그러니까 너한테 묻는거 아니야?"

  여전히 손을 입가에 가져간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의연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그쳤다. 하지만 민형은 그런 의연에게 아무런 해답도 해줄 수 없었

다. 대신 민형은 슬쩍 너스레를 떨었다.

  "혹시 전학생이라서 신고식 같은걸 하려는게 아닐까......?"

  "유택천이가 일일이 전학오는 학생마다 신고식을 하려고? 너 네가 뭐라

도 된줄 아니?"

  "농담이었어......"

  제길, 이러나 저러나 나라는 놈은 둘러대기에도 서툰 녀석이라니까. 민

형은 더 이상 의연과 이야기를 계속하다간 모든일이 들통 날거 같아서 서

둘러 교실쪽으로 몸을 돌렸다. 

  "야, 정민형. 말 아직 안 끝났는데 어딜 가는거야?"

  "별일 있겠어? 설마 나같은 녀석을 어쩌려고, 너도 너무 걱정하지마."

  "그,그래도......"

  민형이 괜찮을 거라는 듯 씨익 웃으며 말하자 의연이 여전히 걱정스럽다

는 듯이 눈가에 주름을 잡았다. 민형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의연이 고마워

서 그녀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튀겼다.

  "너무 신경 쓰지마라. 주름 생기겠다."

  "뭐~? 어디!? 어디!?"

  의연이 화들짝 놀라 두손으로 얼굴을 매만졌고 민형은 그때를 틈타 슬쩍

교실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저라나......

  '이거 일이 복잡하게 얽히는거 아냐......'

  민형은 새삼스럽게 걱정이 늘어나는 자신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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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영문과 수석졸업. 고교 전문강사 자격증1급. 일본어 강사 자격

증1급 번역사 자격증 1급......"

  학원 원장은 지영에 앞에 놓인 자격증과 이력서를 정신나간 사람처럼 한

참동안 훑어 보았다. 잠시후 원장이 기죽은 표정으로 지영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약간 수 돕은 듯이 웃고 있는 예쁘장한 지영의 얼굴이 원장에 눈에

들어왔다.

  "이,이 정도면 저희쪽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어머, 그럼 된건가요? 저는 대전에 내려온지 얼마 안되서 어서 일자리

를 구해야 하는 형편이거든요."

  원장이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고 지영이 다행이라는 얼

굴로 웃어 보였다. 원장은 다시한번 이력서를 섞어 보며 조그마하 목소리

로 속삭였다.

  "이 정도의 이력서라면 굳이 우리 학원이 아니라 좀 더 좋은 대기업 쪽

이라도......"

  "예?"

  "아,아니 무조건 합격입니다! 유지영...... 씨라고 하셨죠?"

  좋은 강사를 놓치면 안된다는 듯이 원장이 얼른 대답했고 지영은 다행이

라는 얼굴로 양손을 맞잡았다. 이력서를 얼른 추스려 지영에 앞에 놓으며 

학원 원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가 구하는 분은 일어 강사가 아닌 고3 수험 대비반인데 괜

찮으시겠어요......?"

  "고3 아이들은 예전에도 가르쳐 본 경험이 있어요. 과외도 해 보았고

요."

  지영이 다소곳이 대답했고 원장은 그런 지영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으

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보수는 한달에 130만원 드리죠. 연수기간은 없는 걸로 하고."

  "어머, 정말 그렇게 해도 될까요?"

  "이 정도의 경력이시면 연수 같은거 없는게 당연하죠."

  "정말 고맙습니다."

  지영의 실력을 인전하는 학원 원장에 시원스러움에 지영이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어쨋든 하루만에 손쉽게 원하는 일자리를 손에 넣어서 지

영은 매우 다행스러웠다.

  '민형씨한테 빨리 알려 줘야지.'

  이제 파트 타임만 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지영은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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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형 이라는 녀석 왔나?"

  조례가 끝나고 1교시 대비를 위한 쉬는 시간. 갑자기 교실 앞문을 열고 

우르르 들어온 몇 명의 학생들이 다짜고짜 큰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쳤기

에 민형은 깜짝 놀랐다. 반사적으로 옆자리에 기현을 돌아보자 기현은 어

색한 표정으로 민형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의연은 2번째로 찾아온 유택천의 패거리를 보고 이거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되어간다는 것을 직감했다. 민형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택천이 전

학생에게 이런식으로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의연에 판단이었

다. 의연이 일단 얼버무리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제,제가 정민형인데요......"

  '저 바보!?'

  뒤쪽에서 우물쭈물한 목소리로 일어나는 민형을 본 의연이 일어나려다

말고 눈에 불을켰다. 스스로 나 잡아 잡숴 하고 목을 내밀다니!! 의연은

속이 타 들어 갔다. 그때 자리에서 일어난 민형을 본 서한영이 픽 하고 콧

소리를 내며 민형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민형에 옆자리에 앉아 있

는 기현을 향해 재미없다는 듯이 한마디 내뱉었다.

  "뭐야? 이 녀석이야? 아무리 몸이 안좋아도 이렇게 귀엽게 생긴 녀석한

테 당하면 네 체면이 서겠냐. 안그래 기현아?"

  "......"

  한영이 이죽거리며 민형과 기현을 번갈아 보았으나 기현은 민형에게 직

접당한 당사자 인지라  ㉫불리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다만 친구 한영

과 택천을 민형이 이길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중간에서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야, 전학생. 네가 편찮은 내 친구를 손 봐줬다며? 맞아?"

  "그,그게......"

  씩- 웃으며 묻는 한영에게 민형은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순

간 한영의 눈이 빛났고 퍽- 소리와 함께 민형이 책상위에 나가 떨어졌다.

여자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울리고 의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전학생이 그럼 돼? 안되지?"

  한영이 빙긋이 웃으며 쓰러져 입을 훔치는 민형을 향해 이렇게 입을 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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