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7
"어휴, 이 자식이 왜이러지 이거!"
철썩 소리와 함께 교무실 앞에 선 민형의 고개가 젖혀졌다. 김원규 학생
주임의 앞에 선 민형이 분한듯한 얼굴로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 조금전 수
학 선생을 때린 사건 때문에 수학 선생은 울고 학생들 사이에서 한동안 난
리가 났었다. 민형은 곧바로 교무실로 끌려와 많은 선생님들의 질책과 함
께 학생주임의 체벌을 받고 있었다. 그것은 말은 체벌이었지만 감정적인
폭행이었다. 김원규 학생주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이죽거리
며 민형을 쳐다보았다.
"학생이 선생님을 때리다니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어쩌다 세상에 이런
놈이 나왔지 이거? 너희 부모님이 널 그렇게 가르치데?"
"!"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민형은 울컥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이 자식...
... 이 자식을 한방 먹여 버렸으면...... 하지만 선생을 때린건 잘못한 일
이다. 아까와 같은 감정적인 실수를 두 번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민형은
이렇게 자기 감정을 추스르며 꾹 참고 있었다.
"뭘봐? 뭘 쳐다보냐? 너 같은 놈이 있으니까 이 세상의 쓰레기가 많아지
는 거야!! 넌 퇴학이야 퇴학! 무사할 것 같아?! 퇴학이라구!"
"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김원규 학생주임의 앞에서 민형은 점점 울화가
치밀었다.
"제기랄! 왜 소리치고 난리야! 퇴학이라면 누가 겁먹을 줄 알아!!"
"이, 이놈이?"
민형이 큰 소리로 외치자 얼떨떨한 김원규 학생 주임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 다른 선생님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민형
쪽을 돌아보았다.
"돈받고 학생을 가르치는 주제에 뭔 잔말이 그렇게 많아! 선생은 학생을
때리는데 왜 학생은 안돼!? 잘못 한 사람이 맞는건 당연하지! 우리는 잘못
하지 않아도 얻어맞고 있어! 우리가 없으면 선생님은 다들 실업자라구!
뭐가 잘나서 권위를 내세워 내세우길!!"
"이, 이 자식이 미쳤나!
교무실 안이 웅성대기 시작하고 삐죽삐죽 핏발이 서는 김원규 선생의 모
습이 민형의 눈앞에 비추었다. 민형은 이제 아무것도 무서운 것이 없었
다. 욱-하면 끝내버리는 것이 민형의 성격이었다. 이건 상당히 문제 있는
성격인 것이다.
"너 닥치지 못해!?"
"반말하지 마쇼! 우리가 앤줄 아쇼!? 선진국에서는 고등학생한테 반말
하는건 대통령도 못하는 일이야! 선생이 뭔데 학생한테 반말해!? 내가 당
신 애새끼야!?"
"다, 당신?"
"그래! 돈 받아 처먹으면서 애들 괴롭히는데 스트레스 해소하는 위선
자!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하면서 오로지 시험지 찍는것만 잘해서 교사가
된거 아냐!? 그것 뿐이야!? 돈 얼마 처 먹였어! 돈 없으면 이 짓도 못하
지? 그래서 그렇게 죽어라고 학생들한테 뜯어내는 거 아냐!? 안그래!?"
"정민형!! 조용히 해!!"
참다 못한 김원규 선생이 민형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순간 딱- 소리와
함께 김원규 선생의 주먹이 민형의 눈앞에서 정지했다.
"이게 뭐하는 짓이죠 김원규 선생?"
"이,이거 못놔!!"
민형의 손에 붙잡힌 김원규 선생의 주먹이 꼼짝달싹 못한 채 부르르 떨
렸다. 그 순간 민형의 눈이 번쩍였다.
"사회에 나가면 이건 정당방위야 알아-----------!!!"
퍼억- 큰소리와 함께 김원규 선생이 교실 바닥에 나뒹굴었다. 잠시후 거
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김원규 선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교무실 안에 모든
선생님들이 벌떡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순간 민형이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와 함께 깜짝 놀란 여선
생들과 몇몇의 선생들이 주춤주춤 반사적으로 자리에 앉았다. 민형은 그것
을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흥, 권위 앞에 호소하는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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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학!?"
민형의 어머니는 대낮에 집으로 돌아온 자신의 귀여운 아들을 앞에 놓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두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아니 퇴학이라니!? 어떤
짓을 했길레 고등학교를 짤리고 돌아온 거란 말이여 이 자식아!
"야 정민형!! 사건 진실여부를 똑바로 대!! 퇴학이라니 말이 돼 임마!
도대체 뭔짓을 했어!! 다른 학교 패싸움에 끼어들었어!? 아니면 친구가
건방지다고 팼어!? 아니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따식아---!!"
헉헉거리며 흥분한 얼굴로 다그치는 희연의 앞에서 민형은 무겁게 한
마디 내뱉었다.
"선생님을 때렸어요."
그 순간 희연의 입도 다 물어졌다.
"두명이요."
"정민형......"
희연의 얼굴이 울상이 되고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은 그녀가 가슴을 움
켜쥐고 헉헉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민형이 급히 희연을 부축하려 했
다. 희연은 심장이 조금 안 좋았다.
"엄마 괜찮아요!?"
"괜찮을 리가 있냐 이 웬수 같은 자식아!!!"
희연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은 민형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반대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우뚝 선 희연은 헉헉 숨을 몰아쉬며 두눈을 부라렸다.
"그렇게 공부 못하던 니 아빠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갔는데!
넌 도대체 왜그래 임마!! 도대체 잘난 아빠 닮은게 싸움질 하는거 밖에 없
냐!? 잘난 나 닮아서 얼굴만 잘나면 그만이냐!? 사람 구실을 해야 할거 아
니야 사람 구실을!! 중졸로 뭐할거야!! 호빵 구울꺼냐!? 그러다 맛 없다고
하면 사람 팰거냐!? 내 가슴을 핥은 두 번째 남자가 왜 이모양이 된거야
어엉-------------!!!!"
"난 잘못하지 않았어요!!!"
순간 철썩철썩 두 번 소리가 나고 민형의 코에서 피가 튀었다.
"네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어엉-----------------!?"
"잘못...... 했어요......"
민형은 얻어맞은 얼굴을 한손으로 감싼 채 쥐죽은 듯이 이렇게 대답했
다.
.............................................. . . . . . . .
"퇴학이라......"
저녁에 집에 돌아온 아버지 정성욱은 결코 반갑지 않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착찹한 표정으로 한손을 턱에 가져 갔다. 옆에 앉아 있던 민형의 엄
마 희연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그쳤다.
"어떡해요! 선생을 두명이나 때렸데요! 그레서 퇴학이래요! 방법이 없을
까 여보?"
"글쎄 없을걸......"
"여보!!"
태연한 성욱의 대답에 열받은 희연이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 그러나 지
금 상황에서는 성욱 역시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듣다 못한 민형이 자리에
서 벌떡 일어났다.
"됐어요! 두분 그만 고민하세요!! 다 내가 알아서 할거라구요!! 에
이!!"
"야!! 정민형 어디가!! 돌아와!!"
현관 쪽으로 뛰어나가려는 민형을 향해 희연이 외치자 민형이 큰소리로
되받아 쳤다.
"바람 쐬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