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15 (15/94)

PART-15

- tuoooo

- tuoooo

긴장된 순간속에서 수화기속의 신호음은 규칙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민

형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에서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무어라고 핑계

를 대는 것이 좋을까...... 신호가 가는 그 순간에도 적당한 핑계 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 딸깍

한순간 민형의 집쪽에서 수화기를 받았고 민형은 철렁 거리는 가슴으로 정

신을 집중했다.

<< 네~ 여보세요 >>

수화기 안에서 익숙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엄마?"

민형은 애써 긴장을 추스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여보세요? >>

"엄마 저예요"

<< 여보세요? 여보세요!? >>

갑자기 전화기 속의 어머니가 계속해서 여보세요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민형은 깜짝 놀라 외쳤다. 목소리가 잘 안들리나?

"엄마 저 민형이예요!?"

<< 호호호 놀라셨죠. 지금 정씨 부부는 외출 중입니다. 메모를 남기실 분

은 삑 소리가 난후 하실 말씀을 녹음해 주세요. >>

"......"

민형은 질린 표정으로 잠시동안 수화기를 든체로 잠자코 있었다. 이런 엄

청난 맨트를...... 그때 수화기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민형을 찾았

다.

<< 아참 나의 아들 민형아. 우리는 오후 2시부터 온천으로 떠난다. 내일 

저녁이나 돌아올 예정이니까 집 잘지키고 너무 바깥으로 싸돌아 다니지

말아라. 이거 들으면 지우렴 삑---------! >>

삑 소리와 함께 수화기 속에 목소리는 끊기고 민형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한동안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온천을 떠나셨다고...... 두분이서만....

.. 민형은 속으로 약이 오르기도 했지만 하도 갑작스런 상황이라 화도 나

지 않았다.

"민형씨 문좀 열어 주세요."

"앗! 네네!"

그때 바깥에서 상을 든 유지영 선생님이 민형의 이름을 불렀고 민형은 황

급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재빨리 방문을 열었다. 유지영 선생님이 작은 상

위에 라면과 몇가지 찬거리를 올려 놓은 상을 민형의 앞에 내려 놓았다.

"방금 전화 하는것 같던데."

"아 예. 지금 막 끊었어요."

민형이 애써 웃으며 입을 열었다. 

"부모님이 걱정하시지 않아요? 뭣하면 내가 얘기해 줄수도 있는데......"

"아, 아니에요 선생님. 우리집은 개방적이라 상관없어요. "

"그래요? 그럼 다행이네요"

지영은 살짝 웃으며 민형에 앞에 발을 모은체로 비스듬히 앉았다. 수저통

에서 젓가락을 꺼내 민형에게 건네준 지영이 민형을 향해 싱긋 웃으며 입

을 열었다.

"자 어서 드세요. 라면 불어요."

"아, 네 네!"

민형은 이렇게 대답하며 젓가락으로 크게 라면을 집어 자신의 그릇에 옮겨

닮았다. 민형은 라면을 먹으며 방금 일어났던 상황을 천천히 정리했다.

'불행중 다행이라더니...... 좋은 타이밍으로 온천에 가셨지 뭐람. 이거라

면 변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생각해보니 전화를 해서 뭐라고 얘기할 변명 거리가 없는 것이다. 남자도 

아닌 여 선생님의 집에서 자고 간다고 어떻게 부모님에게 말씀 드린단 말

인가. 필히 엄마가 노발대발 할것이 분명하다. 민형은 이렇게 생각하며 속

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형씨 왜 한숨을 쉬어요?"

"아, 아니예요. 그보다 김치가 참 맛있군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민형에게 지영이 묻자 민형은 화들짝 고개를 들어 

웃어 보이며 이렇게 대답했다. 민형이 김치 맛을 칭찬하자 지영은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 함박 웃음을 띄우며 신이난 듯 입을 열었다.

"맛있어요? 내가 담궜어요. 좀 짠것 같았는데."

"안짜요 안짜. 아주 맛있어요."

사실 민형은 음식을 좀 짜게 먹는 편인데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식

성은 한식보다 외식에 가까워서 빵이나 토스트를 좋아하고 야채보다 고기

를 즐겼다. 김치가 맛있다고 한것은 어디까지나 반찬이 김치 뿐이었기 때

문에 인사로 한말인데 지영이 매우 기뻐하자 민형은 속이 찔끔하여 잠자코

웃으며 젓가락으로 라면을 휘저었다.

"아참! 물,물"

갑자기 깜빡 생각이 났는지 지영이 라면을 담은 그릇과 젓가락을 든체 방

문을 열고 나가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왔다.

"아차 컵!"

컵을 잊고 들어온 지영은 또 다시 주방으로 되 돌아가 싱크대 위에 컵을 

두개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왠지 상당히 들뜬듯 했다.

"나는 식탁에 물을 가져다 놓는 것을 자꾸 잊어 먹어요. 칠칠치 못하죠?"

지영이 민형의 물잔에 물을 따라주며 쑥쓰러운듯 웃으며 말하자 민형은 

억지로 웃으며 멋적은듯 얼굴을 붉혔다.

"뭐 그런걸 가지고...... 그럴수도 있지요."

"와 민형씨는 정말 자상해요."

지영이 활짝 웃으며 입을 열자 민형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쑥쓰러운듯 머리

를 긁적였다. 뭐 친절하다는 말은 그다지 들어보지 못했는데...... 유지영

선생님에겐 누구가 친절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학원에 다니는 동안

만나온 그녀의 성격은 꽤 낙천적인것 같았다.

"선생님은 항상 웃고 계셔서 보기가 좋아요."

한순간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지영이 두눈을

깜빡이며 민형을 바라 보았고 민형은 속으로 뜨끔한 마음을 두근 거렸다.

무언가 부끄러운 대사를 해버리고 만건가. 민형의 등뒤에 식은땀이 후줄근

하게 맺혔다.

"그래요? 고마워요."

그러나 지영은 그런 민형의 앞에서 빙긋이 웃어 보였고 민형은 또다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시 굳어 있었던 얼굴을 풀어 보였다. 긴

장이 풀리자 이야기도 술술 풀릴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성격이 낙천적인가 봐요"

"네,네"

"그래서 항상 예뻐보이나?"

"어머 정말?."

"조,조금 부끄러운 대사였던것......"

"후후 민형씨는 금세 얼굴이 빨개져요. 원래 민형씨는 무서운 사람인데."

몇 마디의 말이 오고 갔고 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

을 때까지 화제를 이끌어 나갔다. 민형은 처음 이곳에 왔을때에 불안감은 

어느덧 사라지고 지금은 눈앞에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이야기 하는 것에 

상당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대학은 어디 나오셨어요?"

"S대예요."

그순간 민형의 얼굴이 굳었다. S대라고? 민형은 쓴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

럽게 되물었다.

"아, 사,상명여대?"

"아뇨."

"그럼 세운대?"

"하하하 그런 대학이 있었나요?"

지영이 민형의 유머가 재미있다는 듯이 하하 웃었고 민형은 그런 유지영

선생님의 웃는 모습을 쳐다보며 억지로 웃고 있었다. 

"서울대예요 서울대. 서울대 영문학과."

"서,서울대요?"

서울대, 서울대라니! 민형은 한순간 얼이 빠져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럼 유지영 선생님의 말로만 듣던 서울대생? 제길, 서울대 여자들은 하나

같이 매주들 뿐이라더니 예쁜 여자도 있네. 민형은 그녀가 서울대를 나왔

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그런데 어떻게 일어를 가리키세요. 영문학과 라시면......"

"전공이지만 어쩌다 보니 일어를 가르치게 됐어요. 일어에도 흥미가 있었

고 소개 받을때 일어 강사로 소개 받았거든요."

"아......"

뭐 일어를 가르치던 영어를 가르치던 그것은 중요한것이 아니지만. 어쨋

든 민형은 조금 기가 죽은 기분이었다.

"일어는 어디서 배우셨어요?"

"고등학교 다닐때 제2외국어 였어요."

"아, 그것뿐."

대단하다. 제2외국어로 강사실력 까지 갖추려면 얼마나 수재 였을까?

"물론 대학때 따로 공부했어요 독학으로. 학교에서 가르쳐 준건 별로 회

화에 도움이 안되잖아요."

"아,그렇지요."

웃으며 대답은 했지만 민형은 확실히 기가 죽어 있었다. 자신은 석달에 

30만원씩 돈을 내고 일어를 배우는데 눈앞의 유지영 선생님은 공짜로 학

교에서...... 그것도 독학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것

이다. 확실히 사람은 많이 알고 봐야돼...... 라고 생각하며 민형은 공부

안하고 게으름 피던 자신의 존재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민형씨 공부는 잘돼요? 내 수업이 어때요."

"아, 물론 좋지요......"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 민형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예습 복습

을 안해 내용이 헤깔리는 것은 영어나 일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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