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13 (13/94)

PART-13

그가 나타났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되뇌었던 소년. 5센티 두께의

나무문을 박살내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살기어린 얼굴의 소년. 그는 바

로 정민형이었다. 자신의 제자 정민형. 고교 3학년 나이 18세. 이강실업

계 고교 3학년. 그밖에 사항은 자세히 모른다. 지영은 오늘 오후 그의 친

구에게 결례를 범했고 그때문에 그의 얼굴을 볼수 없어 자기도 모르게 도

망쳐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찾아왔다. 바로 자신의 앞에......

그렇게 미안했는데...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견딜수 없었는데... 그러나 

너무나 반가웠다. 

"민형씨......"

갑자기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았다. 민형의 등장과 함께

조금이나마 희망과 안도감을 찾은 순간 가슴이 붇받쳐 오르고 견딜수 없

게 되어버린 지영이 눈물을 터트리고 만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공포감은

가시지 않았다. 지금 자신의 앞에는 3명의 학생이 서있다. 모두 민형과 비

슷한 덩치. 아니 두명은 민형보다 훨씬 크고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민형까지 당하고 말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혀듯 지영의 머리속을 스쳤다.

"선생님!"

민형은 황급히 울고 있는 지영에게 가기 위해 3명의 건달들을 무시하며

그들을 가로질러 나아갔다. 그순간 민형위 뒤통수가 번쩍 튀겼다.

"꺄악!!"

지영은 두손으로 입을 막고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서 두터운 각목을 든

금발머리의 소년이 그대로 각목으로 민형의 뒤통수를 후려 갈겼던 것이

다. 앞으로 꼬꾸라지는 민형을 향해 그는 검은 모자를 뒤로 돌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건방진게... 어디서 원맨쇼야."

"민형씨!! 민형씨----!!"

지영은 놀라고 당황하여 어쩔줄 모르면서 민형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다.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민형씨가 죽는다. 민형

씨가 죽을것 같아.

"그만둬요! 그 사람은 내 제자예요!"

"시끄러! 얌전히 있어!"

지영이 사정하듯 외쳤으나 금발의 소년은 냉소를 띄어보이며 지영을 무

시했다. 거기다 지영은 커다란 다른 녀석에게 두팔을 붙잡혀 꼼짝도 할수

없었다.

"제자면 제자답게 공부나 할일이지 어딜 어른들 하는일에 끼어들어. 안

그래?"

"하핫"

검은 모자를 쓴 불량배의 리더와 다른 한명이 낄낄 거리며 민형을 비웃었

다. 그때였다.

"으아아아아아아! 이 자식들!! 날 건드렸겠다------------!!!!"

"뭐야!?"

그 순간 쓰러진줄 알았던 민형이 엄청난 기합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민형의 주먹이 엄청난 속도로 금발머리를 한 리더의 얼

굴을 날려버렸다.

"끄아악!!"

그순간 다른 두명과 유지영은 그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몇초간 움직임을

정지했다. 어마어마한 위력... 민형에게 얻어맞은 금발머리 리더는 그대로

공중으로 붕떠서 창고 바깥으로 나가 떨어 Ф던 것이다. 그리고 민형이 피

가 흐르는 머리를 왼손으로 집어보이며 다른 한녀석을 향해 매서운 눈매

를 번쩍였다.

"이, 이 짜식이!!"

다급해진 다른 한명이 그대로 민형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민형은

그 주먹에 그대로 머리를 들이 박았다.

"악!!"

주먹이 깨지는 소리가 울리고 놈이 한손으로 주먹을 움켜쥐며 지명을 질

렀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또다시 민형의 펀치가 놈의 복부를 강타했다.

"우웩!!!"

엄청난 파워에 얻어맞은 놈이 배를 움켜 잡고 배속에 있는 것을 모조리

토해내었다. 지영은 너무 놀란 나머지 민형이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

지도 실감하지 못한체 얼이 나간 표정으로 덜덜덜 떨고 있었다. 그때 두

녀석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린 민형이 지영을 붙잡고 있는 덩치큰 녀석에

게 다가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놔."

민형이 명령했으나 놈은 주춤거리며  ㉫불리 지영의 팔을 놓지 못했다.

"놔! 이 개새끼야!!"

엄청난 주먹. 한순간 지영의 머리가 휭 하고 바람에 날렸다. 그리고...

지영의 팔을 붙잡고 있는 덩치큰 녀석이 벽에 부딪치며 나가 떨어져 정

신을 잃었다. 무시무시한 파워... 지영은 민형이 약간 세다는 것을 알

고는 있었지만 이정도로 강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정민형은 순신간에 건달 3명을 해치우고 바닥에 침을 뱉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민형이 순식간에 걱정스런 표정으로 돌아와 주저 앉아 있는 지영의 어

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지영은 잠시동안 멍해있던 얼굴로 민형을 바라

보다가 천천히 눈동자를 민형의 눈에 고정시켰다. 민형의 피가 흐르는

얼굴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이 자신을 향해 비추어지고 있었다.

"민형씨......"

지영은 그제서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민형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무

서웠다. 너무도 무서워서 꼼짝도 할수 없었다. 지영은 그대로 민형의 옷

깃을 있는 힘을 다해 꽉 쥐었다.

"선생님 이제 다 끝났어요. 놀라셨죠? 이놈들 다 경찰서에 넘겨버릴께

요."

민형이 지영을 향해 멋적은 듯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민형은 자신이 지

영을 구해준것 보다 조금전 지영이 자신에게서 도망치듯 떠나가 버린것이

더 신경 쓰였던 것이다.

"민형씨!"

그순간 지영이 민형에 가슴에 확 안기며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의 긴장이 모두 풀리고 자신이 민형에 품에 안겨 있다는 안도감에 온몸이

저릴 정도로 떨리고 저렸다.

"엉엉엉"

"서,선생님 진정하세요."

지영이 마구 소리를 내어 울음을 터트리자 민형은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며 지영의 등을 다독가렸다.

"고,고마워요 민형씨. 고마워요."

지영은 정신없이 울며 민형에 셔츠에 얼굴을 세게 묻었다. 민형의 셔츠가

온통 눈물로 범벅이 되고 축축하게 젖어 올랐으나 민형은 멋적은 듯이 한

숨을 쉬며 유지영 선생님을 가볍게 다독거려 주었다.

"선생님 이제 다 끝났어요."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몸은 따듯하고 생각보다 작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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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은 지영이 완전히 진정할때 까지 같이 있어 주었다. 근처 파출소에

정신을 잃은 3명을 넘기고 지영과 민형은 잠시 진술조사를 받은후 경찰

서에서 나왔다. 바깥은 이미 11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다. 지영이 거리를

혼자 걷는것을 무서워 했기 때문에 민형은 지영을 집까지 바래다 주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그녀는 민형의 옷깃을 잡고 겁먹은 강아지 처럼 졸

졸 따라 다녔다. 그녀가 너무 큰 충격을 받은것 같아 민형은 심히 안쓰러

웠으나 자신이 어찌해줄 도리는 없었다. 기껏해야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주는 수밖에는......

"선생님. 다음역이 홍제예요"

민형이 아직도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지영을 제촉하여 홍제역에서 내렸

다. 그녀는 옷이 모두  쓺기고 여기저기 지저분해져 있었기 때문에 경찰서

에서 가운을 하나 주었다. 가운을 걸치고 초최한 표정으로 민형의 뒤를 

따르는 그녀의 얼굴을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저, 여기서 그만 돌아갈까요."

그녀의 집이 가까워지자 민형은 자리에 멈추어서 지영에게 물었다. 왠지

집에까지 따라가게 되면 실례가 될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영은 민

형의 옷깃을 꽉 붙잡은체 놓지 않고 고개를 흔들었다.

"우, 우리집... 아직 멀어요."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같은 표정으로 민형에게 입을 열었

다. 민형은 그런 지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그,그럼 가죠! 제가 바래다 드릴께요"

민형이 기운내서 앞장서자 지영은 또다시 그런 민형을 졸졸 따라 갔다.

"이쪽으로 갈까요?"

지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길 맞아요?"

지영은 여전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부터 게속해서 높은 도로

를 걸어 올라왔다. 슬슬 가로등도 사라지고 근처에는 헐어버린 판자촌이

나 기울어지는 저택등이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민형은 왠지 기분이 이

상해져 지영에게 물었다.

"아직 더 올라가나요?"

민형이 제촉하듯 묻자 지영은 조용히 대답했다.

"저 위인데요."

지영이 손가락으로 전신주 앞에 있는 조그마한 가옥을 가리켰다. 그녀는

전신주에 다다르자 민형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 파란문이 우리 집이예요. 고마워요 민형씨 바래다 줘서."

"아... 예"

민형은 이렇게 말하며 눈앞에 놓여 있는 조그마한 가옥을 바라 보았다.

기껏해야 금방이라도 허물어질것 같은 낡은 집이었다.

"나 여기서 세 살아요. 오빠하고"

"아,네... 네!?"

민형은 건성으로 대답하다가 깜짝놀로 큰소리로 물었다. 민형은 얼른 손

으로 입을 막으며 붉어진 얼굴을 가다듬었다. 유지영 선생님이 이런곳에

서 살고 있었다니 의외였다. 게다가 오빠하고라니...

"다,단둘이 사신다는 말인가요?"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때부터 이곳에서 살았어요. 저기... 지금 돌아갈 

건가요?"

지영이 발그래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물었다. 한순간 민형

에 얼굴로 피가 한꺼번에 치솟았다.

"아! 네! 아, 아니요! 그게!? 그럴생각이긴 한데? 아,아니 아니!!저!"

지영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민형이 헐레벌떡 횡설수설을 시작했다. 지

영은 멋적은 듯이 민형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이... 좀 좁은데. 2개예요. 벌써 12시가 넘어서 차가 다 끊겼을텐데

자고 가세요."

"아,아뇨!자고갈수있는게아니라!그러니까그것이!그래도되요!?"

여전히 횡성수설 어쩔줄 모르는 민형을 향해 지영이 풋 하고 가볍게 웃으

며 한손으로 입을 가렸나.

"집이 경기도잖아요. 내일은 일요일이니까요."

"네."

민형은 그대로 웃으며 '네' 라고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피가 머리위로 

쏠리고 엄청나게 어지러웠으나 꿈참으며 억지로 웃어보였다. 여기서 잔다

고? 유지영 선생님 댁에서......? 민형은 이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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