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PART-12 (12/94)

  

PART-12

"으읍! 읍!"

지영은 누군가가 자신의 허리를 깊숙히 찍어 내리는 순간 자리에 털썩 무

릅을 꿇었다. 그 익숙한 몸놀림이 유연하게 팔을 뻗어 한손으로 입을 막고

그녀를 쓰러트렸다. 점점 빛과 네온사인에서 멀어지는 자신을 바라보며 지

영은 단발마의 두려움을 느꼈다.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나 이미 

강한 완력에 입을 틀어 막힌 후였다.

'강도?'

불현듯 공포감이 업습해 왔다. 이런 어두운 골목을 혼자 걸었다는데 깊은

절망감이 밀려왔다. 본래 지영은 이 골목길을 이용하지 않는다. 호프와 여

관이 줄비한 뒷 골목은 차도와의 거리가 짧은 지름길 이었지만 아르바이트

가 끝난후 이 길을 이용하길 꺼려하는 지영은 일부러 사거리 쪽으로 돌아가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민형을 만난채 당황하여 자기도 이곳으로 도망

와 버리고 말았다. 

'흡!'

자신의 입을 막고 있던 사나이의 손바닥이 입을 누르다 못해 두볼까지 죄

어오자 지영은 아픔속에서 그게 숨을 헐떡 거렸다. 그러나 그 호흡이 부자

연 스러워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그 순간 지영은 소스라치

게 놀라며 두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정면에서 꽉

죄어 눌렀던 것이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것이 귀여운데......"

"으읍!?"

지영은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눈으로 눈앞에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

녀의 핸드백은 녀석들중 하나에 손에 걸려 모조리 공개되었다.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낸 한녀석이 싱겁다는 듯이 이렇게 중얼 거렸다.

"쳇 2만원이 다야? 하긴 귀티나게 생긴 계집은 아니군."

"거봐라. 이런애는 가난하다고 내가 말했잖냐"

낄낄거리면서 농담을 주고 받는 그들의 목소리가 지영의 귓가를 간지럽혔

다. 소년... 모두 소년들이었다. 10대. 기껏해야 17,18세는 되보이는 고등

학생들 같았다. 하지만 그눈은 어른의 것이었다. 무섭고... 매우 날카로워

지영을 떨게 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때 지영의 가슴을 움켜잡은 검은

모자를 쓴 한녀석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지영의 눈앞에 쪼그리고 앉아 두눈

을 나란히 했다.

"누나, 나 성교육좀 시켜줘"

갑자기 말을 맞친 녀석이 지영이 미쳐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셔츠를 목

까지 확 끌어 올렸다. 깜짝놀라 지영이 비명을 지르려고 했으나 목소리가

목안에서 맴돌뿐 침만 꿀꺽 넘어갔다. 게다가 몸을 누르고 있는 한 녀석의

힘이 어찌나 강한지 잡힌 두팔이 저려올 지경이었다.

"이야... 야들야들한데......"

브레지어를 위로 치켜올린체 가슴을 어루만지며 검은 모자의 녀석이 이렇

게 입을 열었다. 또래의 패거리는 3명인것 같았다. 핸드백을 뒤지는 녀석

과 지영을 붙잡고 있는 녀석. 머리에 금발로 염색까지 하고 있었다. 모두

들  지영의 가슴을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킬킬 거렸다. 지영의 두눈에 

찡하고 눈물이 맺혔다.

"미치겠네 이 누나... 정말 섹시하다."

갑자기 검은모자를 쓴 녀석이 지영을 향해 찡긋이 윙크를 해보였다. 그와

함께 3녀석이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론 지영을 붙잡고 있는

금발머리의 소년은 지영을 붙잡은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나 울지마. 불쌍하잖아"

검은 모자를 쓴 소년이 눈물을 흘리는 지영의 볼을 토닥거리며 가엾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리고 셋은 지영을 붙잡아 끌고 근처에 창고를 향하기

시작했다. 저안에 들어가면 끝이다. 아무리 소리쳐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

는다. 지영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려 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없었다. 굉

장한 힘이다. 자신을 붙잡고 있는 금발 소년의 완력은 여자인 자신으로서

는 감당할수 없을정도로 강력했다.

"우우......."

지영은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울먹였다. 무섭고 두려웠다. 아무도 없는 이

런곳에서 불량배들에게 붙잡혔다는 것이 지독한 공포감을 안겨주었다. 그

러나 아무런 힘도 없는 자신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전혀없었

다.

- 덜컹

문이 닫히고 지영은 소년들에게 떠밀려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주위에

는 온통 지푸라기와 신문지 조각. 그리고 먹다남은 술병과 담배꽁초가 가

득했다. 군대군데 지저분해진 콘돔과 속옷들도 널려 있었다. 그순간 지영

은 덜컥 겁이났다.

"아아......"

지영은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좁은 창

고안에서 부딪치는 것이라곤 벽뿐이었다. 그때 검은 모자를 쓴 소년이 주

머니에서 조그마한 각을 꺼내보였다. 그가 행동하기 전에 다른 녀석들이 

행동하지 않는것을 보니 그가 리더인것 같았다.

"푸우--------!"

그는 주머니에서 꺼낸 각을 열어 고무로된 조그마한 물건을 하나 꺼내 입

으로 힘껏 불었다. 곧 거대하게 커진 그것이 풍선처럼 둥 떠올랐다. 불량

배의 리더는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게걸스럽게 웃었다. 콘돔이었

다.

"하하 누님 기대하세요."

말을 맞치자 마자 놈은 손톱으로 부풀어 오른 콘돔을 터트려 버렸다. 펑

소리와 함께 짓이겨진 콘돔이 그의 손가락에서 늘어졌다.

"이렇게 해줄테니까."

그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영에게 달려 들었다. 그리고 반항하는 지영의

브레지어를 부욱 하고 뜯어 내었다.

"아악!"

지영은 큰소리로 비명을 질러 도움을 요청하려 하였으나 그 거다란 울림

은 창고안을 맴돌아 오히려 자신에게 돌아올 뿐이었다. 지영의 겁먹은 얼

굴을 즐기듯이 녀석이 지영의 얼굴을 때려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강한 충

격에 얻어맞은 지영은 머리에 멍할정도로 강한 아픔을 느꼈다. 남자에게 

이렇게 세게 맞아본적은 처음이었다. 맞는것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만둬! 그만둬--------!!"

지영은 발버둥 치며 검은 모자의 소년을 자신의 위에서 때어내려고 애썼

다. 하지만 게걸스럽게 웃는 두 녀석의 얼굴과 바로 눈앞에서 흥분한체 덥

쳐드는 놈의 얼굴을 보면서 그만 바닥에 털썩 드러 돕고 말았다.  도저히

빠져 나갈수가 없었다.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더욱 강한 결박...... 지영은

절망감을 느끼며 흐느꼈다. 

- 딱

또다시 강력한 충격이 지영의 볼을 강타했다. 입가에서 피가 흘러 내리고

지영은 쿵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 머리가 울리고 강한 고

통이 엄습해 왔다. 도저히... 도저히 빠져나갈 힘이 없는 것이다.

소년의 손이 자신의 몸을 급하게 더듬어 가는 것을 느끼며 지영은 결국 온

몸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 . . . . . . . . . . . . .

"헉! 헉!"

민형은 정신없이 근처 골목을 달렸다. 분명히 유지영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알수 있다. 그녀의 비명이었다는 것을 민형은 엄습해 오는 

불안감 속에서 정신없이 골목을 내달았다.

"헉.. 헉... 응!?"

순간 민형은 골목 귀퉁이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우뚝 멈추어섰다. 기름

이 덕지덕지한 드럼통의 한 귀퉁이에 연두색의 핸드백이 버려져 있었다.

그 주위에는 흐트러진 지갑과 동전등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지갑과 

핸드백을 집어드는 민형의 몸이 떨렸다.

"이것은......?"

바로 유지영 선생님의 것이었던 것이다. 

<< 그만둬---! >>

그순간 민형은 근처에서 희미한 여성의 비명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아주 

희박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비명소리였던 것이다. 그만두라고 두번 외쳤

다. 위기에 빠져 있는 여성의 목소리.

"!!"

민형은 급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았다.

..................................................... . . . . . . .

소년은 지영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상의를 풀어 해치고 브래지어를 뜯

어낸 소년은 눈앞에 아무런 힘없는 여성이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자 마치

마치 자신의 승리인마냥 좋아하며 게걸스럽게 숨을 헐떠 꺼렸다. 소년의

손이 지영의 가슴을 짓누르고 팬티속으로까지 범위를 넓혔을때 지영은 움

찔하며 다리를 오므렸다. 

"아......"

갑자기 주루룩 눈물이 흘러 내렸다. 소리를 지른다는 것은 쓸데없이 매

를 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니 그보다 그들이 어떠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비명소리를 삼켜 버렸다.

이런 외진 곳까지 사람이 올리도 없거니와 들릴리가 만무하다. 놈들은

지영의 움찔거리는 모습을 내려다 보며 즐기고 있었다. 그때 놈의 손가락

이 그녀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었다.

"아!"

지영은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소년을 떠밀었다. 자기도 모르게 행동

한 방어 본능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자리에 엉덩방아를 찍은 검은 모자의

소년은 꽤 약이 오른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날 놀렸겠다......"

그 모습을 올려다 보며 지영은 자신이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이 트집을 잡을만한 짓을 제공한 것이다. 갑자기 녀석의 구두발이 사

정없이 지영의 미간을 강타했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반대쪽으로 나가떨

어졌다.

"아악!"

"이 계집애...... 고분고분하기에 예뻐해 주려고 했더니만......"

놈이 희롱당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두 눈썹을 실룩 거렸다. 지영

은 욱신거리는 머리를 한손으로 어루만지며 다른 한손으로는  세어진 셔

츠로 가슴을 가렸다. 그때였다. 눈앞에 검은 모자 소년이 옆에 있는 각

목을 주워 들었던 것이다. 순간 지영의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TV에서

나 보아왔던 무서운 일들이 머리속에 영화처럼 스크롤 되었다.

"두 팔을 부러뜨려 주지......"

"요,용서해 주세요 제발......"

지영은 겁먹은 얼굴로 울먹이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무서웠다. 너무도

무섭고 떨렸다. 저 애들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공포심이

업습해 왔다. 충분히 그럴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리키는

오후 크라스의 순박하고 학구적인 학원생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모두 저

불량배 들과 같은 나이일진데......

'민형씨......'

순간 지영은 민형을 떠올렸다. 고등학생이면서 유일하게 나이트 강의를 받

는 민형. 그 침착하고 다소 냉소적인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의 표정

은 지금 눈앞에 그들과는 달랐으나 그 풍겨나는 제취가 한순간 동일하게 

느껴졌다.

"어디를 먼저 부러뜨려 줄까."

"그,그만둬요...그만둬 제발...... "

뒷걸음 치는 지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며 놈이 입을 열었다. 두려워......

너무도 두려워...... 지영은 벌벌 떨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차디찬 벽. 그리고 소년으 천천히 각목을 치

켜들었다.

'민형씨.....'

가슴이 떨려온다. 지영은 두려움 속에서 민형의 이름을 외쳤다.

'살려주세요... 아아'

두려움 속에서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단한사람. 단 한사람 민

형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그녀는 두눈을 질끈 감으면서 가슴속으로 

빌었다.

<< 도와줘요 민형씨 >>

- 콰직

순간 큰소리와 함께 창고의 나무문이 푹 파였다. 놀란 세녀석과 지영의

시선이 한번에 나무문으로 모여지고 그 깨어져 나간 문이 계속해서 누군

가에 의해 안쪽으로 부서져 나가고 있었다.

- 콰직

- 콰지직!!

3녀석은 놀라고 당황한 표정으로 부서져 나가는 나무문을 바라 보았다.

두께 5센티의 나무문을 깨부시고 있다는건가?

- 콰과가가가각!!

그와함께 나무문이 통채로 박살나며 창고안으로 날아 들었다. 

"이,이건!?"

그리고 경계채세를 갖추는 불량배들의 눈앞에 그가 보였다. 하얀 입김과

함께 가로수를 받으며 서있는 그의 모습. 그것은 사신 그자체였다.

"이...... 놈들. "

천천히 입을 여는 정민형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떨리고 있었다. 하얀

임깁과 함께 입구앞에 서있는 남자. 정민형..... 지영은 너무도 놀란 표

정으로 혼자말로 이렇게 되뇌었다.

"민형...... 씨?"

그는 바로 정민형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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