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9
"그런데 그 여자가 정말 그렇게 예쁘냐? 얼굴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다"
"으...함부로 그 여자라고 하지마. 혼내줄테다"
민형은 계속하여 히죽 거리며 자신을 놀리고 있는 성우를 노려보며 주먹
을 불끈 쥐어 보였다. 감히 유지영 선생님을 그여자 따위로 부르다니 용
서할수 없어, 그런 민형을 어이 없다는 듯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성우가
졌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너 정말 빠졌구나? 걱정된다..."
"시끄럽다 임마! 참견하지마"
혀를 차는 성우에게 이렇게 반박해 준후 민형은 토라진듯 뚜벅뚜벅 걸음
을 옮겼다. 휴일은 싫어. 토요일과 일요일은 학원을 가지 않는다. 결국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을 볼수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을 잊어 버릴
까봐 겁이난다... 하긴 잊고 싶어도 절대로 잊지 못하겠지만...
"야 민형아. 배 안고프니? 벌써 5시다. 우리 어디가서 점심이나 먹자."
문득 성우의 말에 정신을 차린 민형은 자신이 아침을 굶었다는 것을 깨
달았다. 그렇군 아침에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못해 급히 나오느라고 식
사를 거른것이다. 그러고보니 벌써 점심시간... 어디서 점심을 해결하긴
해야 겠는데.
"햄버거 먹을까?"
이렇게 묻는 민형에게 성우는 한심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프리며 그런 민
형의 어깨를 후려 갈겼다.
"넌 맨날 햄버거만 먹고사냐? 시내까지 나왔는데 또 햄버거야? 그러지 말
고 오늘은 어디가서 칼질이라도..."
"돈 많다 너."
"하하 미팅에는 돈이 필수다."
한순간 아무 생각없이 성우를 바라보고 있던 민형의 두눈이 번쩍 뜨였다.
이자식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미팅이라고!?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그럼 오늘 나를 불러낸 이유
가..."
민형은 성우의 멱살을 붙잡고 설마 하는 표정으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팅...이냐?"
"하..하..응."
성우가 멋적은 듯이 민형의 두팔에 목깃을 잡힌체 고개를 끄덕 거렸고 민
형은 그대로 성우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성우가 엄살을 떨며 나죽어라
외쳐대는 사이에 민형은 정신없이 마음속을 정리했다.
'미..미팅이라니. 성우저놈. 항상 사람을 황당하게 만드는데는 소질있는
놈이라지만...도대체...'
"왜 말을 안한거야! 응!? 속은 기분이잖아!"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 큰소리로 외치는 민형에게 성우가 진정하라는
듯이 민형의 어깨를 붙잡으며 자못 진지한듯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형님의 깊은 뜻을 모르겠냐? 환상의 여인에게 빠져 괴로워 하는 친구에
게 보다 현실적인 여자를 소개 시켜 주려는 것 뿐이야. 내가 사실대로 나
왔으면 네가 나오지 않을게 분명하니까 할수 없었어."
"크윽, 너 이자식 잘도..."
민형은 약이 오른 나머지 휙 하고 성우에게서 등을 돌렸다.
"난 가겠어!"
"어? 잠깐!"
순간 뒤돌아 서는 민형을 붙잡으며 성우가 외쳤다.
"이봐! 이미 두명의 여자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네가 그냥 가면
그 아이들에게 결례를 범하는 거야 알아?"
"그건 네 사정이지! 난 간다고 말한적 없어!"
"어쨋건 그 애들은 너와 나를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으..으윽..."
부당한 요구였지만 민형은 여자에 대해서라면 대책 불능. 제멋대로인 성
우 녀석의 계략이었지만 여자 아이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다니 할말이 없
었다. 확 집에 돌아가 버리고 싶었지만...
"속인건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왕 여기 까지 왔잖아 .. 안그래?"
"으으... 너 계속 이렇게만 해라."
"하하 미안~"
애써 내숭 떨며 웃어 보이는 성우에게 민형은 약이 오르고 분하기는 했지
만 어쩔수 없었다. 여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바람 맞힐수는 없는
것이다. 대충 얼굴만 대면시키고 빠져 나오는 편이 좋겠다.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부터는 가만 놔두지 않을거야..."
"하핫! 너라면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했어!"
유쾌한듯이 자신의 어깨를 두두리는 성우를 못마땅한 듯이 쳐다보며 민형
은 인상을 찌푸렸다.
'미팅이라고... 제길...'
민형은 속으로는 성우를 원망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성
우를 따라 약속 장소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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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지영은 종소리를 울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두사람에 커플에게 꾸벅 고개
를 숙이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이곳은 학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 약간의 술과 음식을 함께 취급하는 혼합성이 짙은 가게
다. 지영은 학원에 강의가 없는 오후에 시간을 이용하여 이곳에서 서빙
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지금처럼 안내인의 역할을
부여 받기도 하지만 본래 지영이 이곳에 취직해서 얻은 직책은 가장 서
빙이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지영은 흘러내린 머리를 어깨위로 넘겨 올렸다.
슬쩍 시계를 쳐다보니 9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퇴근 시간은 10시반
아직 1시간이 조금 넘게 남아 있었다. 그때 입구문이 벌컥 열리고 땋은
머리를 한 귀여운 얼굴의 아가씨가 황급히 숨을 몰아쉬며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어머 미안해 지영아! 지배인한테 전화했는데... 정말 미안해!"
그녀는 빨개진 얼굴로 두소을 모은체 지영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지영은 그런 그녀에게 괜찮다는 듯이 쓴웃음을 지어보이며 두손을 흔들
었다.
"아니야, 뭐 다 같은 일인데 어때... 그럼 교대하자."
"정말 고마워. 너 때문에 살았다."
원래 지영의 일을 서빙이었지만 늦은 친구 대신 안내를 맡고 있었던 것
이다. 이제 친구가 돌아왔으니 지영은 서빙으로 돌아가야 했다. 주방쪽
으로 들어가며 앞치마를 푸르는 지영의 귓가에 항상 들어왔던 익숙한
친구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서오세요~저쪽으로 앉으세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영은 속으로 살짝 웃음 지었다. 참 붙임성 있
게 잘 해나간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녀가 늦은 1시간 동안 긴장되어 굳
은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 무안하기도 했지만 처
음해본 일이라 어쩔수 없었다. 자신도 꽤 밝은 성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에...
"어서오세요~ 4분이시죠? 저쪽으로 앉으세요?"
문득 고개를 돌린 지영의 눈에 안내를 받으며 식당안으로 들어오는 4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순간 지영은 눈쌀을 찌푸렸다.
'아직 학생이잖아... 늦은시간에 이런곳에...'
약간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요즘 신세대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 지영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유지영씨 가서 주문 받아요"
"아..네!"
지영은 잠시 망각하고 있던 자신의 일을 자각하고 황급히 메뉴판을 들고
종종 걸음으로 4명의 학생들이 앉아 이는 테이블로 향했다. 남자 둘 여
자둘 각자 사이좋게 짝을 맞추어 앉아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이 잘 보이
지는 않았지만 그다지 좋아 보이는 풍경은 아니었다. 지영은 얌전하게
메뉴판 두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주문을 기다렸다.
'윽...뭐야 이거?'
메뉴판을 집어든 민형은 기가 죽어 침을 꿀꺽 삼켰다.
'정식이... 25000원 이라니... 이건...'
엄청나게 비싼 음식값에 민형을 질린 얼굴로 혀를 찼다. 그때 민형의 정
면에 앉아 있던 성우가 천연덕 스럽게 이렇게 입을 열었다.
"아 이집은 티본을 잘해. 그걸로 하지?"
티본... 티본 이라...성우의 말을 들은 민형은 황급히 메뉴판을 뒤적 거렸
다.
'아! 여기있군 티본 스테이크 사... 삼만 오천원!"
그리고 너무나 민형은 너무나 기가막혀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학생의 신
분으로 이런데 올수가 있는거야 성우 임마!
"어머... 그거 맛있겠다. 나 그걸로 할래."
"나도~"
사정도 모르고 잘도 골라제끼는 자신고 성우의 파트너를 곁눈으로 바라
보며 민형은 혀를 찼다. 쯧쯧 골빈 기집애들... 돈까스나 시켜!
"그럼 티본으로... 4분...웰던으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미디엄.."
주문을 받고 메뉴판을 접으며 지영이 이렇게 물었을때 민형은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 난 웰던으로..."
라고 입을 열며 서빙 아가씨에게 고개를 든 민형은 한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놀란 것은 지영도 마찬가지였다.
'서... 선생님...?'
'민형씨...?'
한순간 성우들은 알수 없는 지영과 민형만의 어색한 시선이 맞 부딪치
고 두사람은 긴장한체 자리에 굳어 버린체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