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6
학원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김정연씨의 도장은 꽤 커다란 규모
에 깨끗한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샤워실과 핼스기기 게다가 동네 구석
구석에 많이도 자리 잡고 있는 태권도 학원 따위와는 차원이 틀린 높은 학
원비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니..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김정연씨의 아버
지의 도장이지만..
"한국 태권도 연맹에 정식으로 등록된 곳입니다. 한국에서도 지금으로서
는 3곳 뿐이지요.."
잘났다..내세우고 싶어서 근질근질 한 모양인데..선생님에게 잘보이려고
하는 건 민형에게는 왠지 불쾌한 심정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어서오세요. 유지영 선생님 이시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자리
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좋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인사를 걸어오는 김정연 씨의 아버지 김권한 사범은 아들과는 다르
게 꽤 과묵한 표정의 믿음이 가는 타잎이었다. 유지영 선생님은 그런 김사
범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대신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선생님.."
"하하 감사는요..정연이 녀석이 하도 선생님 얘기를 많이 하길래 어떤 분
이신지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뵈고 나니 녀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것도 같군요."
순간 긴정연씨의 얼굴이 빨개지고 유지영 선생님도 얼굴을 붉혔다.
제길..
"정말 크군요..이런 도장은 본적이 없어요"
민형은 그들의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리기 위해 이렇게 말을 거내며 유지영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같은 학원생인 정민형입니다. 안녕하세요"
애써 예의 바른척하며 고개를 숙이는 민형에게 김사범은 빙긋이 웃어 주었
다.
"잘 부탁해요 이런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재미없지는 않을테니..
하하"
호탕하게 웃는 김사범을 바라보던 민형은 자기도 모르게 유쾌한 기분이 들
어 가만히 미소지었다.
"민형씨도 태권도를 했어요 김 선생님. 전 태권도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멋진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윽..아뿔사..이런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을 지켜주는 유지영 선생님을 바라
보며 민형은 한순간 식은 땀을 흘렸다.역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길것
같았다니까..아니나 다를까 유지영 선생님의 말을 들은 김 사범님의 시선
이 민형을 향했다.
"그래..? 태권도를 했다고..? 얼마나 했지요?"
"아..그저 어렸을때 조금...대단한 실력은 못됩니다."
그때 쩔쩔매며 쓴웃음 짓는 민형을 막아서며 유지영 선생님이 쑥 앞으로
나서 김사범에게 입을 열었다.
"불량배를 눈깜짝 할사이에 때려 눕힐 정도로 민형씨는 강하다구요."
"아..실전응용 까지?"
감탄하며 맞장구 치는 김사범을 바라보며 민형은 어쩔줄 몰랐다. 뭐가 태
권도냐..도장 근처에는 가본적도 없단 말이다..민형은 점점 곤란해 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김정연이 민형의 앞으
로 뚜벅뚜벅 걸어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며 말을 건넸다.
"민형씨 태권도를 했을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공인 2단입니다. 사실 그
다지 잘하는 편은 되지 못하지만 언젠가 겨루기라도 한판 나누어 보도록
하지요."
"아..네 하지만 전 그 정도의 실력은..."
사양하는 민형에게 유지영 선생님이 무슨 소리냐듯 듯이 다그쳐 물었다.
"아아~겸손 겸손! 민형씨 너무 빼지 말아요. 나는 잘 모르지만 태권도는
건전한 스포츠 라고 들었어요 그렇지요 김 선생님?"
그녀의 물음에 김사범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태권도가 어떤건지 보고 싶어요. 저번에는 당황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
다구요. 민형씨 당신의 태권도를 나에게 보여 주실수 있으세요? 마침 이
곳은 도장이니까요"
"오오..그거 좋은 생각이군. 시범 경기로 대련을 실시하는 것은 나쁘지 않
은 생각이군요. 실전도를 보여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 민형군?"
아아..젠장. 역시 이런거였어. 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민형은 당황하여 안
절부절 못하고 그런 민형의 표정을 차분히 관찰하고 있던 김정연이 앞으로
나서며 민형에에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부족한 제가 상대가 되어 드려도 좋을지요. 가벼운 대련 정도로
생각하시고 폼만 잡아주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찡긋 윙크를 하는 김정연을 바라보며 민형은 속으
로 터무니 없는 김정연의 의도에 반박했다.
'이거 걸려버렸어.....'
민형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기대감의 부푼 유지영 선생과 김 사범의 앞
에서 차가운 미소를 흘리는 김정연의 모습이 있었다.
'본때를 보여주지....'
결코 폼만으로 끝내지 않으려는 김정연의 두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 . . . . . . . .
어느새 도장에 모인 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꺼리 라도 만난듯 저마다 손
에음식 과 음료수를 들고 둘러 서기 시작했고 그 중앙에는 도복으로 갈아
입은 민형과 김정연이 마주 서있었다. 김사범은 둘의 심판을 보기위해 그
들의 사이를 막아서며 손님들에게 외쳤다.
"개업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린것은 없지만 함께해 주신 여러
분께 감사드리며 김정연 부사범과 게스트로 초대된 정민형군의 태권도 시
범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김사범의 설명이 끝나자 마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부원들은 정
숙한 자세로 주위에 삥 둘러 앉았다.
"민형씨 잘해요~!"
유지영 선생님의 응원이 들려왔고 민형은 머리속이 텅 빈것처럼 묵묵히 자
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폼 이라니..태권도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국민
학교 체육 시간에 배웠던 태극 1장도 잊어버린지 오래인데..하물며 부사범
이라는 저 얄미운 김정연놈에게 상대할 실력이 될지 막막했다.
"자 그럼 준비 되셨으면 갑니다."
"예...예?!"
한순간 고개를 든 민형의 눈앞에서 김정연의 날카로운 올려차기가 날아들
었다.
'..이..이걸!?'
기습 ...비겁한놈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런일 따위 민형이 몸
담고 있는 주먹세계에서는 허다한일, 민형은 재빨리 고개를 숙인체 김정
연에게 파고들어 그의 사타구니를 가격하려고 했다.
"......!!"
그러나 민형은 무방비 상태로 얻어맏고 말았다.
"크윽!"
복부를 가격당한 민형이 비명과 함께 자리에 쓰러지고 사람들의 놀란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제길...'
평소때 같았으며 벌서 상대방은 자리에 무릅을 꿇고 뒹굴고 있을텐데..
민형은 김정연의 공격을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의 폼은 태
권도의 폼이 아닌 그저 불량배의 싸움자세였던 것이다. 그런식으로 싸우다
가는 들통이 나고 말것이다. 유지영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들
키는 것은 민형에게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던 것이다.
"아..좀 심했군요. 괜찮습니까?"
얄미운 김정연 자식...잘도 힘껏 후려 쳐겠다.
"아아..네 아직은.."
민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구경석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왠지 걱정스러운 듯
한 얼굴..민형은 안타까웠으나 어쩔수가 없었다.
"자 그럼 다시 갑니다"
"음..."
그리고 재빠른 김정연의 찌르기 민형은 엉성한 폼을세우면 간신히 그것을
막아 내었다. 순간 뒤따르는 김정연의 뒤돌쳐 차기
"으윽!?"
두손에 온힘을 가하여 막아내기는 했지만 충격이 대단했다. 비틀거리는 민
형을 바라보며 김정연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알겠어. 민형씨는 태권도를 해본적이 없지요. 그건 태권도의 자세가
아니야.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무식한 전법에다 맷집.."
'윽..저놈 눈치챘나..'
한순간 민형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너같은 놈에게 유지영 선생님이 관심을 같다니 믿을수가 없군."
뭐..뭐야 이자식!! 어따대고 반말이야! 한순간 태도가 돌변한 김정연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민형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민형을
비웃으며 김정연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애초에 네놈이 마음에 안들었어. 나이도 어린주제에 선생님과 어울려 다
니다니 주제 파악을 하시지..게다가 태권도라고? 넌 노란띠도 못딸거
다!"
"이놈...이!!"
한순간 발끈한 민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사람
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김사범은 그런 두사람을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었
다.
"민형씨....."
순간 유지영 선생님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당황한 민형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또한 짐짓 당혹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뒷골목 불량배 따위는 태권도를 상대할 자격이 없어!"
"김정연..너!"
민형이 큰소리로 분노한듯 외치고 유지영 선생님은 한순간 한손을 입으로
가져간체 믿을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불량배...? 민형씨가..?"
사람들이 갑자기 험학해진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민망한듯 웅성거리는
가운데서 흥분한 민형과 의기양양한 긴정연의 언성높은 외침이 들려왔다.
"그래요 유지영 선생님. 이강 실업 고등학교! 정민형! 주위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더구만! 이강의 보스 정민형군이라고 말이야! 잘도 그런 몸
으로 유지영 선생님을 노리고 있었다니 뻔뻔스럽군..!"
"난 유지영 선생님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이 비겁한 자식!!"
민형은 홧김에 이렇게 외치고 말았다.
"아...."
한순간 자신이 한 소리를 실감한 민형은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발기된 얼굴에 커다래진 두눈을 둥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지영 선생님의 얼굴이 있었다.
"선생님...."
그리고 민형은 모든것이 끝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그런 표정의 선
생님을 바라보며 그나마 미확실 했던 그녀의 심정과 자신의 심정을 가늠
할수가 있었다.
"난......"
그리고 민형은 힘없이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래..그녀가 자기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은 자기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자신이 심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제길......'
그리고 알수없는 원통함과 분노가 가슴속에서 부터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
다. 참을수 없는 원통함....이것을...
"김정연!! 너의 태권도를 깨부셔 주마!!"
이것이 민형이 외칠수 있는 유일한 발언 이었다.
"좋아 와라...어린녀석..."
그리고 두사람의 자존심을 건 대련이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