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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별은 보지 않고, 별이라는 글자만 쓰고 (28/32)

27. 별은 보지 않고, 별이라는 글자만 쓰고

 우리는 어제 있었던 축구 얘기, 요즘 하는 게임은 있는지 등 사사로운 얘기들을 하며 친해지기 위해 용썼다. 우리라고 하기보단.. 난 은지가 어딨을까 하는 걱정에 창 밖만 보고있으니, 한루가 그런 내 마음을 푸려주려고 애쓴거였다. 

 "..음 짐작가는데는 없어요?"

 "몰라~ 일단 걔네 숙소로 가볼까?"

 "그래요. 맴버들한테 물어보면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겠죠 뭐."

 그렇게 한루는 차를 돌려 에이핑크 숙소 쪽으로 차를 몰았다. 내 머리 속은 다시 은지로 가득 찼다. 그리고 어떠한 후회감이 내게로 맴돌았다. 난 나은이를 거절하지 못했다. 물론 그 일은 은지도 이해한 듯 했다. 그렇다면 난 은지에게 몰입했어야했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항상 해맑은 웃음을 짓던 천진난만한 나은이가 그렇게 섹시하게 변해 내게로 다가왔던 것이 떠올랐을까.

 그렇다면 난..

 나의 죄다. 상황은 중요하지 않았다. 결과만이 결국 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죄다. 죄는 솜사탕 처럼 가볍게 다가와 끈적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내 마음엔 죄책감이라는 끈적한 설탕찌꺼기가 꽉 붙어 자리잡고있었다.

 끼이익-

 "휴.."

 난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한루와 함께 에이핑크 숙소 앞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띵동-

 이내 초인종의 벨소리가 들려오고, 난 그런 기다림마저도 힘겨워 뒷머리를 긁었다.

 "누구세.."

 이내 현관 카메라로 비친 우리를 본 누군가의 약간 하이톤인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고, 우리가 채 대답하기도 전에 우리 얼굴을 알아봤는지 이내 문은 열렸다.

 "어쩐 일이세요?"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반팔에 짧은 트레이닝 핫팬츠를 입은 편한 차림의 보미양이었다. 난 오랜만에 보는 보미양에 반가움이 먼저 앞섰지만 그런 마음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혹시 은지 연락없었어요?"

 "은지요? 네.. 스케쥴도 펑크내고 연락도 안돼요.. 사실 오빠한테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오빠요? 우리 나이 같.."

 "크킄 나은이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마일오빠요 하핳."

 난 왠지 뒷통수에 꽂히는 듯한 한루의 시선에 작게 헛기침을 하곤 눈치를 봤다. 한루는 이미 채념한듯 됐어요~ 라고 짧게 얘기하고는 보미양에게 물었다.

 "그럼 은지누나가 있을 만한 곳 어디 없나요?"

 "뭐.. 집 밖에는 모르겠어요. 물론 찾아가보기도 했고요. 하지만 없었어요.."

 "하아;; 도대체 어딜 간거야 은지 이건.."

 "그래도 고마워요. 은지 찾느라 노력해줘서."

 "뭐 자기 여자친구 찾는건데 당연한거죠 뭐.."

 "크크킄 저도 같이 찾으러가요!"

 "네?"

 보미양은 뭔가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면서 우릴 바라보았다. 난 그런 보미양의 시선을 애써 피하려고 해봤지만 한루 이 자식이 밝은 표정으로 보미양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고마워요 보미누나!"

 "하하~ 그럼 은지를 찾으러 가보죠!"

 "아.. 아니 보미양 안 바빠요?"

 "네. 완전 널널하니까 걱정마세요 크킄"

 보미양은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몇 분 뒤에 나왔다. 얼굴은 옅은 화장에 더욱 예쁘고 귀여워졌고, 입고있던 옷 위에 걸친 후드집업에 고등학생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아무튼 난 한숨을 내쉬며 신나있는 보미양에게 시선을 거두고 한루의 차로 향했고, 한루는 그런 보미양과 뭐라뭐라 얘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하게 뒤따라 오기 시작했다.

.

.

.

 차는 빠른 속도로 명동 쪽으로 굴러가고있었다. 보미의 말에 의하면 속상할 때나, 뭔가 화나는 일이 있으면 은지가 못 알아보게 분장을 하곤 명동으로 가 쇼핑을 하곤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치추적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많은 명동 한복판에서 은지를 어떻게 찾나.. 싶은 난 심드렁한 표정으로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보미누나도 그래요?"

 "뭐가?"

 "은지누나처럼 그렇게 화 풀어요?"

 "아니~ 난 먹으면서 풀지롱 크흫. 그래서 다이어트 할 땐 죽겠다구.. ㅠㅠ"

 "크킄 은지누난 진짜 누나같은데 보미누난 좀 어린애같아요."

 "..음.. 칭찬이지?"

 "그럼요 크킄 동안이라고요."

 "그래? 하핳!"

 둘의 대화에 더욱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난 창문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

.

.

 "나 여깄어."

 갑작스런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난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있었다. 그리고 뭔지도 모르면서 목소리를 쫓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미로였다. 끝에 뭐가있을지, 나갈 수는 있을지도 가늠되지 않는 깊은 미로였다. 

 "나 여깄어 마일아."

 눈에서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은지였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난 미로에서 해맬 뿐이었다. 이젠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끝으로 갈 수는 더욱 더 없는 미로의 한가운데. 난 주저 앉고 싶었다. 찾을 수가 없다는 생각마저 머리에서 맴돌았다. 다시 눈물이 주륵하고 흐르며 내 볼을 적셨다.

 "나.. 못찾는거야?"

 울먹이는 은지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난 달리기 시작했다. 울고있을 은지를 찾아 껴안곤 달래줘야한다. 그러나 번번히 막다른 길. 번번히 내 앞을 막을 뿐이었다.

 "은지야!!"

 그 녀를 불러보았다. 그리고 그 때 뜨거운 손길이 내 등에서 느껴졌다.

 "나 여깄어.."

 재빨리 돌아본 뒤엔 얼굴 가득 눈물로 젖은 은지가 아직도 울먹이면서 서있었다. 은지는 계속 나를 부르며 내 뒤에 있었던 것이다. 난 그런 은지를 찾아 계속 앞으로만 달려갔던 것이었다. 

 난 별은 보지 못하고, 별이라는 글자만 썼던 것이었다.

 "은지야.."

 "형님. 형님~"

 "어?!"

 꿈이었다. 하지만 너무 생생했다. 그리고.. 당연히 꿈은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는 건 한없이 울고있는 은지의 얼굴 뿐이었다. 무슨 꿈이었지.. 하고 있었는데 보미가 놀란 목소리로 내게 말해왔다.

 "어머~ 왜 울어요?"

 "어?"

 재빨리 손으로 눈물을 훔쳐보았다. 정말로 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백미러에 비친 내 얼굴도 코가 붉어져있었다. 어쨌든 우린 명동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자. 전화번호 다 찍었으니까, 나눠서 찾아보고 30분 뒤에 다시 이 곳으로 모이자."

 "넵!"

 "그럼~ 은지 찾기 시작!"

 보미의 신난 목소리를 시작으로 우린 서로 다른 마음으로 명동 거리에서 은지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은지가 이 곳에 있다는 것도 확실하지 않은데 말이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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