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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한 여름 밤의 꿈 2 (25/32)

24. 한 여름 밤의 꿈 2

 그렇게 뛰쳐나온 난, 이미 풀린 다리와 사고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마치 퓨즈가 빠진듯한 뇌를 갖곤 마일이 집 주변에 있는 놀이터로 가 그네에 앉았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화도 나지 않았다. 그냥.. 내 표정을 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내 표정을 잘 알 수있었다. 무표정. 그래 나는 그렇게 새하얘져버린 머리에 생각 하나 하지 못하고

 그대로 멈췄다.

 정지했다.

 이런 이유, 간단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췄다. 정지했다.

 나를 보며 웃어주던 마일이의 얼굴과, 내 머릴 쓰다듬어주던 손과, 코에 간신히 걸쳐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큰 뿔테안경과.. 그런 것들과 난 이별을 고하고 있는 걸까.

 "왜.."

 그랬다. 날 덮치고있는 것은 마일이에대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궁금함이었다. 왜 마일이가 나은이와 섹스를 하고 있었을까? 내가 본 그 둘은 친 오누이처럼 다정했다. 그러니까.. 잠시 나은이에게 웃어주는 마일이에게 질투 아닌 질투의 메세지를 보낸 적이있었다. 그 때 마일이는 내게 단호하게 말했었다.

 '나은이랑 있으면 정말 친동생이랑 있는 것 같아. 그저 그 뿐이야. 그런 피붙이와 같은 친함.' 

 하지만 그에대한 믿음이 이렇게 내게 부메랑이 되어 고통으로 날아와 내 심장에 꽂혔다. 아니. 난 천천히 다시 생각해보았다. 마일이는 정말 믿을만한 애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나은이를 의심할 수 없었다. 그 순한 얼굴에 애가.. 남자 하나 사귀어본 적 없는 애가.. 처음 스폰서에게 몸을 유린 당했을 때, 숙소로 돌아와 모두를 껴안고 그렇게 슬피 울었던 애가.

 쾌락에 몸을 맏겨?!

 "아.."

 허벅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톱으로 허벅지를 꽉 긁어 살갗이 뜯겨나가 이내 피가 흐르고 있던 것이었다. 난 흐르는 피를 그대로 두었다. 손톱에도 묻은 피를 닦지 않았다. 

.

.

.

 "왜.. 이런거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새벽 4시. 눈을 뜬 우린, 아직도 나체로 서로의 살갗을 맞대며 소파 위에 누워있었다. 물론 난 이런 상황과 관계가 너무나 거북하였고, 마음 속엔 나은이란 커다란 추가 누르고 있었지만 날 꽉 잡고 놓지 않는 나은이에 저항심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리 서로의 몸을 합하였고, 나은이의 몸 속에 정액을 싸질렀어도 난 아직 여동생 같은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렇기에 아파하는 나은이를 위로해주고 싶은 걸지도. 하지만 잃어버린 것이 너무 크다.

 "나은아.."

 "흐윽.."

 나은이는 슬피 울었다. 갑작스러운 울음에 당황하던 난 이내 날 더욱 끌어안는 나은이의 팔을 말없이 쓰다듬어주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너무.. 흐윽.. 미.. 미안해요.. 흐으윽.."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흐으윽.. 은지언니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흐윽.. 흑.."

 "나은아. 왜.. 갑자기.. 이랬냐고."

 담배가 피우고 싶었다. 그래서 애써 화를 참으며 그 녀에게 최대한 다정하게 입을 연 것이었다. 나은이는 이내 내 가슴에 뜨거운 눈물을 뚝 뚝 떨어뜨리며 울먹거리는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한루가.. 한루가.. 여자가 있었어요.."

 "아.."

 "사실 정신이 나갔어요... 흐윽.. 오빠 집에 와선 너무나 슬퍼서 냉장고에 있던 소주를 그냥 막 마셨었거든요.. 제대로 된 정신이라면.. 지금 돌아왔어요.. 흑.. 미안.. 미안.."

 "괜찮아.."

 난 내 목을 감싼 나은이의 손을 풀곤 아무거나 손에 집히는 옷을 주워입은 뒤,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때 나은이가 옷을 챙겨입곤 베란다로 나왔다.

 "담배냄새나~ 들어가 있어."

 "그냥.. 조금만.."

 나은이는 다시 내 품에 안겨왔다. 그 녀의 몸은 화염같이 뜨거웠다. 나는 빙하와 같이 차가웠다. 나은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러웠고, 귀여운 나의 친한 여동생임엔 다를 바 없었다. 내가 이렇게나 차가워진 것은..

 나은이를 아프게 한 그 개자식을.. 만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난 담배를 종이컵에 거칠게 비벼 껐다.

 철컥-

 그 때 귀에 옅게 현관문을 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때부터 잠그지 않았던 것이라 나와 나은이는 놀라면서 베란다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초췌한 얼굴의.. 은지였다. 나은이는 더욱 울음을 흘리며 은지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난 어쩔 줄을 모르다. 그냥 은지를 안았다.

 "그.. 그게.."

 "왜야?"

 놀라며 그 녀를 안았던 팔을 풀고 얼굴을 보았다. 은지는 웃는 낯이었다. 평소의 다정한 얼굴이었다. 그러다 난 그 녀의 손에 묻어있는 피와 허벅지에 난 상처를 보았다. 

 "허벅진 어쩌다가 다쳤어?"

 "왜냐고~"

 "어.. 언니.. 정말 미안.. 정말 미안해.."

 "울지마 나은아~"

 은지는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릎을 꿇으며 울고있는 나은이를 꼭 껴안았다. 난 그런 둘의 모습을 쓰라린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 땐 약간 안심했을 지 모른다. 나은이와 나의 그런 모습을 본 은지가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우릴 이해해주는 듯 보였으니까.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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