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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곁에 없어도 (6/32)

5. 곁에 없어도

은지와의 하룻밤이 있은지 하루. 난 왠지 마음 조리면서 은지의 연락을 기다렸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인데.. 말도 않고 외박을 했으니 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재빨리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핸드폰에 찍혀있는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다. 난 안도인지 긴장감일지 모르는 한숨을 내쉬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 이마일씨.. 맞나요?"

"네? 아.. 그런데요?"

난 적잖이 당황했다. 전화기 너머로 건너온 목소리는 가냘픈 여성의 것이었고.. 그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은지가.. 다.. 다쳤어요."

"네?!"

난 의자에서 빠르게 튕겨져 일어났다. 쿵- 그 때문에 의자는 뒤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것은 내 마음이 쓰러진 것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난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 전화기 너머의 여자가 말한 병원으로 향했다.

삐빅-

버스에 빈자리는 많았지만 차마.. 앉지 못했다. 나 때문이다. 나 따위 때문에 은지가 다쳤다. 그리고.. 그 것은 육체적인 상처 뿐이 아닐 것이다. 분명 마음 한 구석에선 아직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왠지 울컥했다.

"은지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툭.. 버스의 바닥에 물이 떨어졌다. 난 재빨리 눈을 가렸다. 하지만 손바닥에서 뜨거운 눈물이 새어나와 흘렀다.

.

.

.

"저.. 정은지 환자가 어딨나요?"

"403호실입니다."

재빨리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4층까지 올라가는 동안 꽉 막힌 엘리베이터 안처럼 내 마음도 꽉 막혔다.

띠잉- 4층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찾은 403호실의 앞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서있었다. 난 아랑곳하지 않고 문고리를 붙잡았다.

처억- 그 남자가 내 손을 붙잡았다.

"누구시죠? 이 곳은 관계자 외엔.."

"나 때문이에요."

"네?"

"나 때문에.."

투욱- 그의 손 위로 내 눈물이 떨어졌다. 난 눈물도 닦지 않은 채로 그를 바라보곤 소리쳤다.

"나 때문에 은지가..!"

벌컥-

병실의 문이 열리고 귀여운 얼굴의 여자가 나왔다. 그리고 곧 에이핑크의 맴버 중 하나라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오셨군요.."

"초롱아 누구야?"

"은지 치.. 친척이에요."

그 남자-매니저-는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내게 보냈지만 내 손을 잡고있던 손을 놓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박초롱은 내 손을 붙잡더니 병실로 끌어당기곤 문을 닫았다.

"일단은 친척이라고 해둔거에요. 남자친구라고 말해버릴 순 없잖아요?"

"아.. 네.."

그 녀에게 꾸벅 인사를 한 나는 재빨리 침대에 누워있는 은지에게 달려가 침대 옆에 놓여진 의자 위에 앉아 이마에 큰 밴드를 붙이고 있는 은지의 손을 붙잡았다.

"어떻게 된거에요?"

"..은지가 말없이 외박을 하는 바람에 사장님이 불러서 어떻게 된거냐고 따지셨어요. 그런데 그 때 은지가 남자친구랑 있었다고 말을 해버리더라구요.."

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눈시울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사장님은 남자친구가 말이 되냐면서 화를 내셨고.. 은지가..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과만 밤을 보내고 싶다고.."

"끄윽.."

난 소리 죽여 울었다. 그 녀가 너무 안쓰러웠고, 이렇게 안쓰러운 것은 그 녀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욱 가슴은 찢어졌다. 하지만.. 하지만.. 은지를 희생하고 싶지는 더욱 더 않았다. 정말로 그 녀를 지켜내는 방법이 그 녀를 희생하는 것 뿐이란 말인가?..

"너무 모순이야.."

내 어깨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박초롱이 울고있는 내게 손길로 위로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 때 내 눈물 한 방울이 그 녀의 손 위로 떨어졌고, 그 때문에 은지는 눈을 떴다.

"으.. 은지야!.. 괜찮아?"

은지는 말없이 빙긋 웃더니 내 얼굴을 잡곤 끌어당겨 입을 맞춰왔다. 

"좋아해.. 마일아.."

"은지야.."

"왜 울어~ 남자가 울고 그러네?"

"흑.."

오히려 담담한 은지의 모습에 내 눈물은 멈추지 못하고 흘러나와 이불을 적셨다. 은지는 휴지를 뜯어 내 눈물을 닦아주더니 날 꼬옥 품에 안았다. 

"너 때문에 다친거아냐~"

"아.. 아냐.. 흐윽.. 나.. 나 때문에.."

스윽- 은지가 날 밀어내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면서 입을 열었다.

"너가 잘못한 건 하나 밖에 없어. 내 편이 되준거.."

"..잘못이야 그게?"

"어쩔 수 없지.. 악마들의 세상에선 착한 짓이 잘못인걸?"

은지는 밝게 웃었다. 나도 애써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녀는.. 천사였다. 하지만.. 그 녀가 눈을 뜬 곳이 지옥이였다. 그 뿐이었다. 그러나 그 녀는 스스로 다시 타락을 하겠다고 내게 말한다. 난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은지의 이마에 뿔을 달아줘야 된다.

"이마 많이 다쳤어?"

"아냐~ 그냥 조금 찢어졌어. 그 개새끼가 재떨이를 던지는거 있지?"

"언제나 너의 곁에 있고싶다.. 너가 아픈걸 같이 아프고 싶어.."

"언제나 내 곁에 있지 않아도, 넌 그러고 있잖아?"

난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은지에게 내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휴.. 멋지다. 너희.."

순간적으로 이 병실에 박초롱이 있었다는 것을 까먹고 있던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 나는 민망함에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은지는 내 손을 계속 잡은 채로 빙긋 웃어보였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핸드폰에 적혀있는 발신자는.. 최부장님이었다. 하필이면 이럴 때. 라는 생각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전화 안 받아?"

"아.. 아냐. 잠깐만.."

왜 저러지. 하는 표정의 은지와 박초롱을 뒤로하고 병실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마일씨. 오늘 또 있네, 10시까지 와줘요."

"저.. 최부장님."

"응?"

"설마 또 은지는 아니죠?"

괜히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그의 말이 들려왔다.

"에.. 오늘은 박초롱 양이에요."

"네.."

난 전화를 끊고 403호실 문고리를 잡았지만.. 차마 돌리진 못했다.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건가 하는 자책과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할 일이다. 라는 자기위안이 내 손가락 끝을 끌어당겼다.

벌컥-

"누구 전화야?"

"어.. 응.. 뭐.. 저 초롱씨."

"네?"

"잠깐만.."

어리둥절한 그 녀를 보며 난 한 숨을 내쉬곤 같이 병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녀에게 작게 속삭였다.

"저.. 오늘.."

"아. 알고있었어요."

그 녀는 밝게 웃음지으며 먼저 병원을 빠져나갔다. 난 그런 그 녀의 뒷 모습에 왠지 모를 불안감과 오싹함을 느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난 그 녀와 함께 사무소로 향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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