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작은 불꽃
오늘은.. 은지였다. 하필이면 저번에 나 때문에 기분이 상해있을 그 녀였는데. 호텔까지 갈 때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난 못했다. 목구멍 끝에 간질간질 튀어나올 법도 했지만 차마 못했다. 속상한 마음에 담배를 태우다 나오는 은지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차에 탄 은지를 바라보다 난 한 숨을 내쉬곤 운전석에 타 숙소 쪽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저.. 저기 미안했어 저번엔."
난 힘겹게 목구멍 끝에서 맴돌던 말을 내뱉었다. 물론 은지는 무표정으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나는 한 숨을 내쉬곤 백미러로 그녀를 바라본 채 다시 입을 열었다.
"은지.."
"저기요. 앞으로 서로 존댓말 쓰죠?"
냉소적인 말투에 굳어진 표정. 난 재빨리 백미러에서 시선을 옮겨 앞을 바라보았다.
"미아..안했어.. 요."
하지만 은지는 핸드폰만 바라볼 뿐이었다. 난 답답함에 머리를 헝클어버리고 다시 고정을 했다.
"휴.."
"조금은.. 나에대해 생각해봤어?"
"..어? ..당연하.."
"그리고 우리가 놓인 곳을."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때 은지의 목소리에 마음 속에 작은 불꽃이 일었다. 돈으로 굳어진, 그들만의 영역을 울타리를 부술수있는 폭탄.. 그 도화선에 붙일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불꽃이다.
..커다란 화염이 될.
끼익-
"꺄악!"
난 차를 급히 멈춰 갓길에 차를 댔다. 은지는 갑자기 멈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더니 내게 소리쳤다.
"뭐하는거야!"
"..나. 뭘 하면 될까?"
"뭐?"
"제발."
"푸핫!"
은지는 갑자기 웃어댔다. 아마도 백미러에 비친 내 진지한 표정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은지는 차에서 내리더니 앞으로 와 조수석에 탔다. 그러더니 평소의 웃는 낯으로 날 바라봤다.
"사진. 그거면 될거야."
"사.. 진?"
"응. 나.. 은퇴할거야. 그리고 이민해서 외국가서 살거야."
"..설마 너."
은지는 밝게 웃었다. 눈엔 눈물이 약간 고여있다는 것을 느끼는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초간의 적막이 있은 뒤.. 은지는 내 손을 꼭 잡았다.
"나 하나로 세상이 바뀐다면 난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힐 거야."
"너.."
"나 하나로 우리 애들이.. 그리고 모든 아이돌 애들의 단순히 이름을 날리고, 뜨고 싶은 마음을 짓밟히지 않는다면."
"그렇게 넌 재가 되겠다는거야? 불타버리는.."
"쾅!"
갑자기 은지는 차가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난 놀라서 눈이 커졌다.
"..터져버리는거야. 그리고 휭~ 하고 먼지조차 남지 않게 되는 거지. 하하!"
슬펐다. 그러나 웃겼다. 내 맘 속 작은 불꽃이 붙을 도화선 끝에 있는 폭탄이.. 은지가 된다는 것이 너무 허무했다. 가련함, 안쓰러움. 아니다. 그냥.. 남지않는다는 것을 알고 뛰어드는 우리가 너무 바람 앞의 등불 같았다.
"그럼! 우리 술이나 한 잔 할래?"
"뭐? 그래도 돼? 아이돌이?"
"나가서 모자 아무거나 하나 사서 쓰면되지 뭐."
그렇게 은지는 먼저 내려버렸다. 난 백미러에 비친 내 얼굴이 빙긋 웃고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다.
"같이 가!"
난 은지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은지는 날 보고 웃더니만 내게 헤드락을 걸었다.
"으악!"
"이거 생각보다 귀여운 구석이 있단 말이야? 하하!"
"아아 아파!"
.
.
.
"꿀꺽 꿀꺽- 캬아~!"
난 입을 헤 벌리고 500ml 피쳐잔에 담긴 맥주를 원 샷하는 그 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곤 그 녀는 치킨을 뜯더니 아직도 놀라서 보고있는 날 쳐다봤다.
"뭘 봐? 치맥 먹는 사람 첨 봐?"
"아.. 아니.. 디게 잘먹네?"
"술? 히히 그치?"
그렇게 30분 가량 뒤..
"우으.. 개새끼들!"
"야.. 야 은지야;;"
완전 꽐라가 된 은지가 주어는 없다만 누구한테 하는지는 아주 잘 알 것같은 욕지거리를 마구 내뱉으면서 맥주를 퍼마셨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우으 이거 놔!"
난 은지를 부축하면서 도망치듯이 호프집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겨우겨우 차에 다시 도착한 나는 조수석에 은지를 앉히고 의자를 뒤로 젖혀 은지를 눞혔다.
그리고 그러면서 은지의 와이셔츠가 풀어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녀의 하얀 속살에 난 침을 삼켰다.
"휴우..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아무리 마음을 다스려봐도 눈길은 그 녀의 속살로만 향했다.
"우우.."
은지가 내 쪽으로 돌아 누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슴이 눌려 치명적인 가슴골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은지는 술에 취해 세상 모른 채 자고있고..
은지의 도톰란 입술이 날 자꾸만 끌어당기는 듯 했다. 난 천천히 고개를 은지 쪽으로 숙였다. 그리고 은지에게 입이 닿기 전.. 갑자기 은지의 눈이 번쩍 떠졌다.
"헉.. 읍?!"
그리곤 내 목을 꽉 끌어안더니 내게 입을 맞췄다. 쓴 술 맛이 내 입에도 퍼져왔다. 그리고 은지의 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와 내 혀를 휘어감쌌다.
"으웁.. 쭈.. 하아! 하아!.. 으.. 은지야."
"히히~ 이럴려고 술먹인거야?"
"..술 먹자고 한 것도 너고, 말려도 마신 것도 너 아니야?"
"..크흠 흠! 이씨 죽었어!.. 쭈웁.."
"으읍.."
은지는 날 다시 끌어안고 입을 맞추더니 확 끌어당겨 내가 그 녀의 위에 올라타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내 정장 자켓을 벗기고,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