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5화
【 외전 - 16강전 】
대칸을 비롯한 선수들이 머무는 숙소는 난장판이었다.
“대칸 감독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발 한마디만 해주세요!!”
“국민들이 기다립니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잠깐이라도 해주세요!”
“이가람 주장! 16강 진출 소감은 어떤가요?”
“이가람 선수, 저번에 인터뷰 기사 잘해드렸잖아요! 네?”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겁니까? 대답해 주세요!!”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대표 팀이 머무는 호텔의 로비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와 리포터들이 모여든 느낌이었다. 호텔 주변을 가득 채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로비에서 방에 들어가 보이지 않는 대칸과 선수들에게 질문을 계속 던졌다.
하필 2층에 숙소를 잡은 대칸은 기자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와… 기자들 너무한데요?”
그러자 옆에 있던 김종일 수석 코치가 웃으며 말했다.
“무려 20년 만의 16강 진출입니다.”
그리고 강도현 공격 코치도 말했다.
“그것도 3전 3승으로 올라갔죠.”
마지막으로 차승진 코치가 거들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이 떠들썩할 만하죠.”
코치들의 말대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한 상태였다. 그 현실을 대칸은 창문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빠빠 빠빠빠~
“대한민국!”
“와~”
“오~ 필승 코리아~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파이팅!!”
호텔 주변에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아니 엄청난 규모의 군중들이 정말 끊임없이 응원가를 부르거나 환호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자들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16강 진출이라는 축제에 환호하고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거참…….”
영국의 엄청난 축구 팬들을 경험해 본 대칸도… 이런 도시적인 규모의 광란… 아니! 국가적인 규모의 이런 분위기에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칸이 감탄하는 모습에 김종일 수석 코치가 말했다.
“감독님, 창문 열고 손 한번 흔들어 주시죠? 난리 날 겁니다.”
대칸은 난색하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사양하겠습니다.”
이런 분위기, 안 그래도 미친 광란의 분위기에 기름을 더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맥주 캔을 들고서는 말했다.
“그저, 우리들끼리 하던 축배나 다시 하시죠.”
대칸이 맥주 캔을 들자, 코치들도 맥주 캔을 들었다. 그렇게 온 국민들이 엄청난 축제로 축하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대칸은 코치들과 가볍게 맥주로 축하하였다.
16강에 진출한 날의 밤, 아니 그다음 날 새벽까지도 숙소 주변은 사람들의 축하로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조금 조용해지자, 호텔에서는 대표 팀 선수들이 타고 있는 버스가 나왔다.
“버스다!”
“대표 팀 선수들이 나왔다!”
이 시간에도 남아있던 엄청난 사람들이 버스를 두드리며 환호하였다. 경찰들이 출동하고 나서야 버스는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와… 대단한데.”
“정말,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야.”
문제는 사람들의 분위기만 폭발적으로 흥분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전체적으로 들떠있는 상황이었다.
대칸은 이런 좋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지만, 이동하는 버스에서 일어나서는 한마디를 하였다.
“다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자!”
“네!”
다행히 아직 선수들은 긴장을 놓지 않고 있었다. 약간 흥분 상태였지만, 월드컵 도중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16강이 아니다!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네!”
대칸의 ‘카리스마(L)’ 스킬로 인하여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더 높은 곳’이라는 단어가 깊숙이 들어가게 되었다.
파주 NFC.
대전에서 올라온 선수들은 코치들의 지시에 따라 월드컵 조별 리그 경기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회복 훈련에 들어갔고, 그 시간에 감독실에서는 대칸과 김종일 수석 코치가 16강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있는 독일과 미국의 경기 그리고 스코틀랜드와 이집트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상대가 확정되죠?”
“네, F조의 그 어떤 팀도 확정이나 탈락이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상대가 결정됩니다.”
월드컵 F조 순위
팀명 / 승 / 무 / 패 / 골득실 / 승점
1. 독일 / 1 / 1 / 0 / +3 / 4
2. 스코틀랜드 / 1 / 1 / 0 / +1 / 4
3. 미국 / 0 / 1 / 1 / -1 / 1
4. 이집트 / 0 / 1 / 1 / -3 / 1
독일이 상당히 좋은 위치에 있었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었고, 이기면 1위가 거의 확정이었다. 스코틀랜드도 이집트를 상대로 이기면 독일과 미국과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골득실에서 앞서면서 16강 진출이 확정이었고 비겨도 상당히 유리한 위치였다.
“아무래도, 독일과 스코틀랜드가 16강에 올라올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감독님은 어떤 팀을 원하시나요?”
김종일 수석 코치의 질문에 대칸은 두 팀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피파 랭킹 1위에 축구 강국인 독일, 당연히 월드 클래스급 선수들도 많은 대단한 팀이죠. 하지만 생각보다 조직력은 약합니다.”
각 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이 모였지만, 선수들의 호흡을 맞춰볼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조직력은 오히려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대칸은 평가전과 조별 리그 경기에서 확인하였다.
“스코틀랜드는 독일과 비교하면 약팀인 것은 맞지만, 월드컵 예선전부터 주전급 선수들을 확정하고 팀 전술에 맞춰서 움직였기 때문에 조직력을 비롯한 어떤 준비를 했는지 예상이 안 되네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조직력과 전술적인 준비는 스코틀랜드가 훨씬 체계적으로 잘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대칸도 스코틀랜드가 어떤 전략을 준비했는지 예상이 안 되는 것이 불안 요소였다.
“흠, 16강 상대가 두 팀이라고 조 추첨이 되었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네요.”
대칸은 독일이든 스코틀랜드든 쉽지 않은 팀이라고 다시 확인하였다. 그럼에도 대칸의 얼굴에 여유는 여전했다.
“그래도, 공략 포인트는 있습니다. 두 팀 다 약점은 확실해요.”
다행히 대칸은 어느 팀과 상대하더라도 8강에 올라갈 자신은 있었다.
오후 일곱 시.
“주장님! 경기 시작해요!”
“그래? 빨리 가자!”
저녁을 먹고 방에서 쉬고 있던 이가람은 어린 선수들과 함께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파주 NFC의 대형 휴게실, 이곳에는 이가람 일행만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까지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여기 작은 TV는 스코틀랜드와 이집트 경기 중계 채널이고 저쪽 대형 TV에서는 독일과 미국 경기가 나오고 있네요.”
휴게실에는 여러 개의 TV가 있어서 동 시간에 진행되는 두 경기를 동시에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이가람도 동료들과 TV를 보며 감탄하였다.
“독일 선발 선수들… 완전 죽여주네.”
FW : 요셉 페르트(481/482)―니클라스 드레(483/490)
LMF : 모리츠 바워(462/473), RMF : 코닐리우스 스위스키(478/496)
MF : 스테픈 타일러(475/483)―글렌 라인더스(500/492)
LWB : 토비아스 슐츠(451/461), RWB : 알피 루카(448/453)
DF : 데니스 케스트너(488/488)―마르크 후작(465/481)
GK : 크리스티안 쿠스터(492/492)
이가람의 말에 다른 선수들도 동의하였다.
“와… 요셉과 니클라스의 투 톱에 글렌이 지휘하는 미드필더, 데니스가 버티는 수비진에 크리스티안이 골대를 지키네요.”
“저 정도 멤버들이면 챔스 우승권 아닌가요?”
“저런 독일을… 평가전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겼죠?”
“주전급 선수들이 많이 안 나왔던 것이 다행이었지…….”
이가람은 독일 선발 멤버들을 보며 진심으로 말을 하였다.
“F조에서 독일이 1등 하겠지? 저 정도 멤버로 미국한테 진다는 것은 상상이 안 되는데?”
이가람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였다.
그리고 선수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작은 TV, 스코틀랜드와 이집트 경기 중계로 넘어왔다.
“독일이 미국을 이긴다면, F조 2위는 스코틀랜드와 이집트의 경기에서 나오겠죠.”
“스코틀랜드가 올라올 가능성이 높겠네.”
“독일이 미국을 이기는 상황에서 경우의 수로 살펴보면, 스코틀랜드가 이기거나 비기면 무조건 2등, 지더라도 1점차로 지면 2등, 2점차 이상으로 질 경우에는 이집트가 올라가네요.”
“스코틀랜드가 큰 점수 차로 지지 않는다면 올라오겠네요.”
그리고 그 순간에 스코틀랜드의 선발 선수들이 중계 화면으로 나왔다.
FW : 무사 로버트슨(423/436)
MF : 키 마틴(448/448)- 필리페 폴드(441/462)―니코 포브스(438/441)
DM : 마이크 아이젠하워(460/461)―마크 메렛(442/448)
RWB : 론 윌서(444/426), LWB : 아브론 막시(446/440)
DF : 잭 윌서(460/436)―카이 벤슨(480/483)
GK : 페드넨드 위소스키(479/479)
“스코틀랜드의 구성도 정말 단단하네요.”
“수비 라인만큼은 정말 괜찮은 팀이죠.”
이가람에게 있어서 많이 익숙한 선수들도 있었다.
“윌서 형제와 막시 선수도 있네요.”
예전에 대칸이 키웠던 윌서 형제와 막시는 스코틀랜드의 주전 수비수가 되어있었다.
스코틀랜드의 팀을 본 사람들의 느낌은 비슷했다.
“정말이지, 안정적인 팀이네요. 수비가 든든한데요.”
“팀 컬러도 확실하고 선수들의 특징도 확실하죠. 진형이나 전술도 수비 중심입니다.”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0:0 무승부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느낌이 오네요. 이집트도 미국처럼 말라 죽는 경기가 나오겠죠?”
아주 단단한 벽 같은 느낌의 스코틀랜드였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F조의 마지막 경기인 독일과 미국전과 스코틀랜드와 이집트전이 동시에 시작되었다.
“와~ 독일 초반부터 밀어붙이네요.”
“미국 선수들 정신을 못 차리네, 기세에서 완전 밀렸어…….”
“독일 선수들 눈이 불타네요. 이기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데요?”
그러다 보니, 경기는 아주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골~ 골입니다! 니클라스 선수의 골이 터집니다.]
[독일! 대단합니다. 전반 17분 만에 두 번째 골을 넣습니다.]
초반부터 골이 터지더니, 추가골도 빠르게 나온 독일이었다.
“와~ 벌써 두 골이 나왔네요.”
“대첩의 기운이…….”
“이런 상황이라면 독일의 승리는 확실하지?”
“네, 얼마나 크게 승리하는지만 남았네요.”
사실상 독일의 승리와 F조 1위는 확실한 상황이었다.
반면에 스코틀랜드와 이집트의 경기 스코어는 0:0이었다.
“점수는 0:0이지만, 스코틀랜드가 압도하는 경기입니다.”
“와… 스코틀랜드의 압박에 이집트 선수들이 숨도 못 쉬네요.”
“하프라인을 못 넘어오는데요?”
“스코틀랜드의 조직력이나 전술의 완성도가 장난 아닌데요?”
이가람이 느끼기에 스코틀랜드의 선수들은 아주 단단했다. 그리고 팀의 플레이는 공격이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수비가 단단하고 미드필더가 묵직한, 마치 해머 같은 느낌을 주는 팀이었다.
“여기도… 정말 특별한 일이 있지 않다면 스코틀랜드가 이기겠는데?”
“아무리 못해도 무승부가 아닐까요?”
“그러면? 우리 팀의 16강 상대는 스코틀랜드인가요?”
이 말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들이 예상했던 대로 두 경기는 진행되었다.
[오~ 또! 골입니다 골~ 독일의 네 번째 골!!]
[와, 오늘 독일 작정했는데요. 전반전이 끝나가는 이 시간에 네 번째 골이 터집니다.]
[아직 후반전이 남았는데, 얼마나 더 많은 골을 넣을까요?]
독일의 승리는 거의 99.99%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막시 선수의 크로스~ 그리고 무사 로버튼!! 헤딩!! 골입니다! 스코틀랜드!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에 골을 집어넣습니다!]
[전반전, 스코틀랜드가 완벽하게 압도했던 경기거든요. 그런데… 골이 안 터졌는데, 결국 이 타이밍에 골을 넣습니다.]
여기에 스코틀랜드가 골을 넣자, 이가람이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우리 팀의 다음 상대는 스코틀랜드가 거의 확실하겠네.”
아직 후반전 45분이 남아있었지만, 이집트가 동점골을 넣을 확률도 없어 보이는데 3골을 넣어서 F조 순위를 뒤집을 확률은 없어 보였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삐삐삑~
[경기 종료됩니다. 스코틀랜드가 이집트를 1:0으로 이기면서 F조 2위! 대한민국과 16강에서 만나는 것을 확정하게 됩니다!]
그렇게 한국과 스코틀랜드의 16강 경기가 확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