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4화
펑~
탁! 펑~
경기는 많이 조심스러웠다.
[양 팀 선수들 패스만 주고받습니다.]
[절대 무리한 공격은 안 하죠. 아무래도 한국 팀과 스페인 팀의 생각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확실한 공격이 아니면 안 하겠다는 거겠죠. 그래서 지금 전반전 15분이 되도록 무리한 공격 상황과 역습 상황이 아직 한 번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스페인의 움직임에 대칸은 솔직히 많이 안심하였다.
‘다행이네, 제대로 붙었으면 많이 밀렸을 건데.’
스페인과 한국의 진형은 같은 4-3-3, 세부적인 전술은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붙으면 선수들의 기량 차이에서 한국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도 적당히 움직여 주니, 우리 팀 선수들이 여유가 있네.’
대칸은 방심하는 스페인의 모습에서 승리의 길을 찾았다.
대칸은 스킬부터 사용하였다.
[이가람 선수에게 ‘이번 경기 MVP(L)’ 스킬을 사용합니다.]
[이가람 선수의 능력치가 개인기 +2, 드리블 +2, 중거리 슛 +1, 패스 +1, 퍼스트 터치 +1, 시야 +2, 예측력 +1, 집중력 +2, 천재성 +1, 침착성 +1, 판단력 +1, 균형 감각 +1, 민첩성 +1, 주력 +1, 순간 속도 +1만큼 상승합니다. 컨디션이 한 단계 높아집니다.]
이가람이 버프 스킬을 받으면서 능력치가 급상승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월드컵 조별 리그 2경기에서 ‘이번 경기 MVP(L)’를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함축된 힘(U)’이 시전됩니다.]
스킬 : 함축된 힘(U), 설명 : 경기 사용 스킬을 오래간만에 사용한다면 추가 버프를 부여합니다.
세부 설명 : 정규 경기(이벤트전 등 특별 경기 제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중에 하나를 지정(현재 지정 스킬 : 이번 경기 MVP(L))하여 그 스킬을 오래간만에 사용한다면, 사용하지 않았던 경기 수만큼 추가 랜덤 버프를 부여합니다.
대칸이 가지고 있는 유니크급 특수 스킬인 ‘함축된 힘(U)’이 자동으로 사용되었다. 16강전에 사용하기 위해서 참아두었던 스킬인데, 스페인이 경기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조별 리그 1위가 확정될 수 있다면 독일을 피하는 상황이 더욱 좋았기 때문에 대칸이 결정한 것이다.
[한국 대표 팀 선수들의 컨디션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여기서 컨디션 상승! 좋았어!! 이겨보자!’
대칸은 마음속으로 크게 환호성을 외쳤다.
대칸이 스킬을 사용하자, 이가람은 순간적으로 컨디션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어라? 이건… 그날?’
웨스트 릴링에서 경기하다 보면, 경기 도중에 갑작스럽게 컨디션이 올라오는 날이 가끔씩 있었다. 대칸의 ‘이번 경기 MVP(L)’ 스킬을 받았던 날인데… 지금 그 상황이 온 것이다.
대칸의 스킬 경험이 많은 이가람은! 오늘 같은 날이라면 평소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공 줘!”
이가람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공을 달라고 외쳤다. 평소보다 훨씬 큰 목소리로 공을 유도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움직임에 한국 선수들은 당연히 이가람에게 패스를 많이 주었다.
[이가람 선수 또 공을 잡습니다.]
[네, 오늘 이가람 선수 적극적이죠. 수비 지역으로 많이 내려와서 공을 잡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적극적인 선수는 이가람이었다. 양 팀 선수들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면, 이가람은 유일하게 강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타… 탁…….
[이가람 선수, 공을 직접 몰고 들어갑니다.]
이가람이 공을 몰고 들어가자, 스페인 선수들도 살짝 긴장하며 그의 움직임을 견제하였다.
“자신의 자리를 잘 막아!”
스페인 주장인 티무르의 외침에 선수들은 긴장하고 수비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이가람은 그런 상대편 선수들을 보고서는 사이드를 선택하였다.
[이가람 선수, 좌측 사이드로 치고 들어갑니다.]
사이드라인, 좌측이나 우측에 골라인이 있기 때문에 공간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에서 1:1 대결이라는 개념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지역이 사이드라인이 되어버렸다.
중앙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두 명에서 세 명의 반대편 선수를 상대해야 했지만, 사이드라인은 팀의 전술적인 포지션과 공간적인 제약으로 인하여 한 명의 선수를 제치면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오늘같이 대칸의 버프를 받은 이가람이라면, 그 어떤 상대가 앞을 막아도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
[이가람 선수의 앞을 마르틴 선수가 막아섭니다.]
마르틴(475/463)이 약간 중앙에 치우친 위치에서 이가람을 막으려고 접근하였다. 그러자, 이가람은 좌측으로 치고 들어갔고, 마르틴의 역할은 중앙으로 파고드는 것을 막는 것이라서 그는 이가람이 사이드라인으로 들어가는 것을 묵인하였다.
[이가람 선수! 사이드라인에 붙어서 들어갑니다.]
이가람이 더 들어가자, 이번에 그의 앞에는 세바스티안(471/471)이 막아섰다.
“…….”
두 선수는 잠시 멈춰서 대치 상황에 들어섰다.
[이가람 선수! 세바스티안 선수와 대치합니다! 과연?]
타… 탁?
팟!
이가람이 개인기를 써서 돌파하려 했지만, 세바스티안은 능숙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이가람에게 길을 내주지 않았다.
[아~ 역시 노련합니다! 세바스티안 선수, 이가람 선수에게 쉽게 돌파를 허용하지 않죠!]
이가람이 세바스티안을 보며 웃자, 그도 이가람에게 웃음으로 돌려주었다. 그러자 이가람이 양발을 사용해서 공을 띄워 올렸다.
[사포!]
이가람이 띄운 공을 잡기 위해 들어갔고, 세바스티안은 같이 뛰면서 강하게 어깨로 밀어서 그를 견제하였다. 그리고 공이 떨어지는 순간!
타… 탁!
[이가람 선수의 멋진 턴!!]
하지만 마지막에 이가람이 순간적으로 발목을 꺾으면서 방향을 전환하였다.
‘앗.’
세바스티안이 뒤늦게 이가람을 막으려 했다.
[이가람! 더 들어갑니다.]
평소보다 더욱 빠른 이가람은 재빠르게 세바스티안을 두고 들어갔다.
[이가람! 두 선수를 제치고 들어갑니다!]
이가람의 앞에는 스페인의 두 센터백 마이런(474/482)과 잭 배스(465/465) 그리고 딜라버(479/483) 골키퍼가 있었다. 그리고 같은 팀 선수들은 조금 늦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가람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타… 탁!
[이가람 공을 몰고 중앙으로 더 들어갑니다.]
그렇게 이가람이 들어가자, 마이런과 잭 배스가 이가람을 막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가람은 빠른 스피드의 팬텀 드리블과 바디 페인팅으로 순식간에 두 선수를 뚫어버렸다.
[오~ 이가람! 팬텀 드리블! 이가람!!]
순식간에 스페인이 자랑하는 두 센터백을 제치자, 딜라버 골키퍼가 달려 나왔다. 그런데 이가람은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공을 가볍게 띄웠다.
펑~
[로빙슛!! 공이 골키퍼의 키를 넘깁니다!]
철렁!
[골!! 이가람 선수의 미친 골이 나왔습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이 있는 스페인 선수 네 명을 제치고 골키퍼까지 농락하는 로빙슛을… 이가람이 성공시켰다.
이가람이 하프라인부터 몰고 들어가서 네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골키퍼를 앞에 두고 성공시킨 로빙슛에 전 세계 축구인들이 감탄하였다.
[오~ 놀랍네요! 가람 리 선수! 정말 그림 같은 골이었어요.]
[리! 리! 리! 정말 대단합니다. 웨스트 릴링에서 정말 좋은 윙백으로 활약해 주었지만, 윙 포지션에서도 엄청난 공격력을 보여주네요.]
[리! 정말 좋은 선수죠. 빠르고 센스도 좋고 공수 밸런스가 아주 좋은 선수예요! 그런데 이런 폭발력이 있었나요? 마지막 여유 있는 슛까지 대단합니다!]
[대단한 대칸 감독입니다! 리 선수의 포지션 변신을 완벽하게 시켰어요! 대단합니다!]
[대칸 감독과 리 선수가 스페인에 제대로 일격을 날렸습니다!]
[스페인? 대한민국에 지나요? 여기서 져도 16강 진출은 하지만 체면이 많이 상하죠?]
전 세계의 이번 경기를 중계하는 사람들은 대칸과 이가람에 대한 칭찬으로 계속해서 방송을 이어가고 있었다.
전반 29분 만에 스페인이 골을 먹혔다. 그러자 스페인 디에고 감독은 바로 수석 코치와 전술 코치를 불러서 대화를 하였다.
“전반 30분 정도에 첫 골을 먹혔어. 어떻게 할까? 남은 시간 총력전? 아니면 현상 유지? 그것도 아니면 체력 보존?”
전술 코치는 미리 작성해 둔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F조의 1위로 독일이 예상됩니다만, 100%로 확정도 아니며 내일 있는 경기에서의 독일 팀 의도에 따라 2위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다음 날 경기가 있는 독일은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16강 상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우리가 남은 시간에 총력전을 한다면 이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경기에 많은 힘을 쓴다면, 1위를 하더라도 힘이 빠진 우리를 저격해서 독일이 일부러 2위를 할 수도 있습니다. 2위를 하면 당연히 1위로 우리와 붙을 겁니다.”
독일의 니겔스 감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스페인 전술 코치였다. 니겔스는 월드컵 우승을 위해서라면 스페인 팀이 약한 순간에 일부러 만날 수도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음… 여기서 져서 2위로 진출하면?”
디에고 감독의 말에 이번에는 수석 코치가 대답했다.
“온전한 전력으로 독일 팀을 만나거나, 아니면 F조의 다른 진출 팀으로 예상되는 스코틀랜드와 만나게 됩니다.”
독일 팀이 막강하기는 했지만, 스코틀랜드가 약팀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도 독일과 스코틀랜드의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였다. 이런 상황에 전술 코치가 한마디를 더했다.
“제가 독일 팀의 분위기를 알아봤는데, 16강 상대로 한국을 더 싫어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아마 그렇겠지. 니겔스가 대칸에게 얼마나 당했는데…….”
디에고 감독도 씁쓸한 표정으로 반대편 벤치의 대칸 감독을 보고서는 말했다.
“대칸 감독이 이끄는 팀을 상대로… 전력을 다하면 손해 보는 기분이란 말이야. 그가 이끄는 팀은 뭔가 불길하고 불편해. 정말 상대하는 팀의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낮춰버리는 느낌이지.”
디에고 감독도 알고 있었다. 독일 팀의 니겔스 감독은 첼시를 이끌면서 대칸에게 자주 지면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스페인과 한국이라는 국가적인 위상이 다르다고 해도! 스페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스페인~ 일격을 맞았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디에고 감독 빠른 선수 교체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마테오 선수를 빼고 줄리오 선수를 투입하네요.]
마테오 고메즈(478/483)를 빼고 줄리오 자코민(458/446)을 투입하는 교체는… 누가 봐도 후보 선수의 투입이었다.
대칸도 스페인 팀의 교체를 보면서 바로 느꼈다.
‘아~ 스페인도 이번 경기에 큰 기대를 버렸구나.’
두 팀이 16강에 진출한 상황, 그렇다고 1위에게 확실한 대진이 정해진 상황도 아니었다.
‘F조 1위인 독일이 대진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디에고 감독이 무리할 필요가 없긴 하지.’
대칸도 디에고 감독의 판단을 이해하였다. 이성적으로 디에고 감독의 판단이 이해되었다. 하지만 대칸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한국 팬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홈경기라서… 손해 보는 느낌이 들지만, 전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지. 어떻게든 이겨야지!’
대칸은 스페인이 힘을 뺐음에도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위해 선발 선수들로 계속 경기를 진행하였다.
삐삐삑~
[심판이 드디어~ 종료 휘슬을 붑니다! 대한민국과 스페인의 월드컵 조별 리그 3차전은 1:0으로 대한민국의 승리로 종료됩니다!]
3전 3승! 대칸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 팀은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전승을 기록하며 16강 진출, 그것도 조 1위로 진출하는 것을 확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