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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432화 (432/445)

432화

경기 시작 30분 전,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하기 위해 플레이어 에스코트들과 함께 줄을 서서 준비하고 있었다.

“헤이 리~ 오래간만이야.”

이가람에게 익숙한 목소리의 인사가 들려왔다.

“예세~ 오래간만인데?”

두 사람은 가볍게 악수를 주고받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메이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리, 나도 있다고.”

“오! 아메이, 너도 오래간만이야. 유벤투스에서 잘하던데?”

“리~ 너만 할까? 두 번째 트레블 정말 대단했어!”

세 사람은 좋은 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서로 주고받는 눈빛은 뜨거웠다. 월드컵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양 팀에게 이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삐익~

[한국과 스위스의 월드컵 두 번째 경기가 시작합니다.]

양 팀에게 있어서 16강 진출에 가장 중요한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경기 분위기는 초반에는 상당히 조용했다. 이런 경기 상황을 보고서는 이종우 해설과 김범석 해설은 좋은 평가를 하였다.

[와~ 한국 팀 단단합니다. 아주 탄탄해요.]

[네, 스위스 팀과 아주 치열하게 공수를 주고받죠.]

[시작부터 스위스의 핵심인 플로리안 선수와 더크 선수를 전담 마크하는 전략은 신선했습니다.]

[너무 수비적인 움직임이 아닐까? 라는 걱정을 했지만, 정말 괜찮네요.]

[그렇게 스위스 핵심 선수들의 움직임을 방해하니, 스위스의 공격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하훈 선수와 권승기 선수의 맨 마크 느낌이 많이 다른데요. 그래도 두 선수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스위스의 원활한 패스를 막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해설 위원들이 평가했듯이, 스위스 선수들은 답답했다.

‘아 귀찮네.’

더크 프라이드(450/477)는 자신의 옆에 붙어있는 하훈이 상당히 거슬렸다. 경기 시작 전에 그는 한국 대표 팀의 맨 마크 전문 요원, 하훈에 대해서 분석 자료를 받아서 충분히 알고는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자신이 극복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생각과는 달랐다.

‘정말 귀찮네.’

하훈은 마치 사냥개 같았다. 자신을 한번 물고서는 집요하게 놓지 않는 사냥개! 그런 하훈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더크는 원활하게 공을 배급할 수가 없었다.

미드필더에서 더크가 공을 제대로 패스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스위스 선수들은 평소와는 다른 경기를 예상하였다. 그리고 더 활발하게 움직이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플로리안 슈트라우스(464/471)도 경기가 쉽지 않겠다는 것을 느꼈다.

‘아, 이 미친!!’

그에게 붙어있는 선수는 베테랑 선수인 권승기, 플로리안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그를 귀찮게 하였다.

“악!! 심판!!”

권승기는 심판이 안 보는 타이밍에 팔꿈치나 어깨로 가격하는 치사한 반칙도 자주 하였다. 그런데 심판은 못 봤기 때문에 판정하지 않았고!

“젠장! 옷 그만 잡아!”

수시로 유니폼을 잡아서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다 보니 플로리안도 권승기에게 육체적인 반칙을 하였는데, 권승기는 독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것을 즐기며 반칙으로 되갚아 주었다.

그러다 보니, 플로리안과 권승기는 경기장에서 두 선수만의 작은 UFC를 하는 느낌으로 움직였는데, 심판들도 두 선수가 반칙을 자주 주고받자,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신경 쓰지 않게 되어버렸다.

더크는 하훈으로 인하여 자신의 플레이를 못 했고, 플로리안은 권승기와 1:1 배틀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스위스의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감을 잃어버렸다.

[경기가 참 끈질기다는 느낌이 듭니다.]

배현재 캐스터의 말에 해설들이 설명을 붙였다.

[네, 정확히 설명드리자면, 스위스 팀이 한국이라는 진흙탕에 빠진 느낌이죠.]

[한국 팀의 전략적인 움직임은 크게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볼은 스위스 팀에게 주고, 결정적인 찬스에만 공격하겠다는 의도죠.]

[그렇다면 스위스에서는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에 한국 팀을 크게 혼내줘야 합니다. 골을 넣든지, 한국 팀이 정신을 못 차리게 밀어붙여야 하죠.]

[그런데 스위스가 그런 플레이를 못 하고 있습니다.]

[헤매고 있어요. 좋은 패스는 안 나오고 의미 없는 패스가 이어지다가, 무리한 돌파를 하다가 공을 빼앗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한국 팀의 의도에 따라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됩니다.]

해설 위원들의 칭찬이 이어지자, 배현재 캐스터는 밝은 표정으로 기대하는 멘트를 더했다.

[자, 그럼 스위스를 진흙탕에 빠트린 한국 팀,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그러던 전반전 40분, 대칸이, 아니 모든 한국 사람들이 원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네빌 폰테인(462/485)이 공을 잡았다. 하지만 한국 팀 수비 라인은 견고했고, 미드필더에 있는 다른 선수들의 위치는 좋지 않았다.

‘젠장.’

평소 플레이 메이킹이나 볼 배급이 아닌, 공격 자원인 그에게 있어서 이런 상황에서 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는 습관적으로 공을 뒤로 길게 패스했다. 그런데!

[커트! 한이수 선수가 공을 커트합니다!]

오늘 부지런히 스위스 선수들을 압박했던 제로톱 한이수가 한 건 하였다. 공을 가로챈 그는 바로 공을 옆에 있는 믿음직한 동료에게 패스했다.

[이가람! 공을 잡습니다.]

[역습! 역습 상황이에요!]

좋은 역습 상황에 이가람은 거침이 없었다.

탁, 탁, 탁!

[이가람 선수 공을 차면서 전속력으로 질주합니다.]

이가람은 작정하고 공을 치고 들어갔고, 그런 그가 들어가는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느린 스위스의 좌우측 윙백들은 따라오지 못했다.

[빠릅니다! 빨라요! 이가람 선수! 공격 진형에는 한국 선수 세 명과 스위스 수비수 두 명이 있습니다.]

우측으로 들어가는 강재섭과 공을 몰고 들어가는 이가람,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한이수까지 한국 선수 세 명과 스위스 센터백 듀오만 스위스 진형에 있었다.

“엔조! 강이 중앙으로 들어온다. 막아. 이는 내가 막는다.”

“OK.”

스위스 센터백 듀오는 나누어 선수를 막기로 대화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예상한 것과 달랐다.

탁!

[이가람 선수,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공을 뒤에 들어오는 한이수 선수에게 넘깁니다.]

이가람이 공을 한이수에세 넘기고 약간 좌측으로 빠져버렸다. 이런 상황은 스위스 센터백들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 특히 이가람을 마크하기로 했던 아메이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였다.

이 순간이 한이수에게는 기회였다.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차라!’

한이수는 대칸에게 지시를 받았던 대로 자신의 앞에 공간이 약간 생기자, 한 타이밍 빠르게 중거리 슛을 때렸다.

펑~

[한이수 슛!]

한이수는 슛을 때리는 순간, 발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에 희열을 느꼈다.

‘제대로 맞았어!’

그렇게 날아간 한이수의 슛은 스위스 라비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반대편 골대를 스치듯이 아슬아슬하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철렁!

한이수는 자기가 찬 골이 들어가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골대를 바라보았다.

“와~!!”

그리고 터져 나오는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함성, 이윽고 근처의 동료들이 그에게 달려왔다.

“좋았어! 아주 잘했어!”

“오! 정말 멋진 슛인데?”

“이 자식! 정말 잘했다.”

동료들의 칭찬까지 받자, 그때서야 한이수는 자신이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다는 것을… 자신의 첫 골을 실감하였다.

[대단합니다! 한이수 선수! 전반 41분에 한이수 선수의 골로 한국이 1:0으로 앞서갑니다!]

[와~ 정말 아름다운 슛이 나왔네요.]

[이 슛 자세히 보시면 더욱 멋집니다. 리플레이로 같이 보시죠. 맞는 순간 날아가는 궤적이 환상적입니다.]

[골키퍼의 반대쪽을 정확하게 노렸죠. 게다가 무회전 슛이었습니다. 만약 골키퍼가 손으로 건드려도 바운드되면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았어요.]

[아주 고난이도 슛을 보여준 한이수 선수였습니다.]

선취골! 중요한 선취골이 전반이 끝나기 전에 터졌다.

“좋았어!”

대칸도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오늘 경기의 흐름은 분명 한국, 대칸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골을 못 넣은 채로 후반전으로 넘어가면 큰 의미가 없었다. 후반전에 스위스 선수들이 정신 차리면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이수의 골은 대칸의 전반전 전략을 완성시켜 주는 골이었다.

스위스 선수들은, 특히 트윈 타워라 불리는 센터백 듀오는 침울한 표정을 감추기 힘들었다. 특히 결정적인 실수를 했던 아메이는 마음속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가람이나 강재섭이 마무리하는 그림이 정상적인 것 아닌가? 왜 한이수가…….’

만약 두 센터백이 예측했던 대로 이가람이나 강재섭이 공격했다면, 쉽게 좋은 상황에서의 슛을 허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메이가 ‘혹시 한이수가 때릴까?’라고 생각했던 아주 작은 방심이 실점으로 이어진 것이다.

삐삐삑~

그리고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국 팀은 스위스를 상대로 1골 앞선 상태로 전반전을 마칠 수가 있었다.

하프타임.

짝짝짝짝~

라커룸에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대칸은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고 다른 코치들도 그들의 활약에 같이 박수를 치며 웃어주었다.

“몸에 이상 있는 선수 없지?”

“쉬면서 체력 상황 확인하고!”

“충분히 수분 섭취해!”

코치들과 스태프들이 선수들의 회복을 돕는 동안에 대칸은 김종일 수석 코치와 후반전을 준비하였다.

“전반전, 다행히 1:0으로 앞서고 있습니다. 감독님, 후반전은 준비했던 대로 진행할까요?”

김종일 수석 코치의 질문에 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플랜 B로 가시죠.”

“알겠습니다.”

대칸의 지시를 받은 김종일 수석 코치는 바로 선수 교체부터 준비하였다.

“권승기 선수! 전반전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권승기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주었다. 스위스 팀의 에이스인 플로리안(464/471)을 잘 막아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체력은 20%밖에 남지 않았고, ‘신의 가호(U)’라는 스킬의 효과도 얼마 남지 않았다.

권승기도 자신의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기에 웃으면서 교체를 받아들였고, 다음 투입되는 선수는 김현승(453/429)이었다.

“김현승 선수, 플로리안 선수를 조심하세요. 퇴장당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반칙을 하셔도 됩니다.”

“네.”

‘반칙의 달인(R)’이라는 스킬을 가진 김현승이 후반전에는 플로리안을 괴롭힐 예정이었다.

“한이수! 전반전에 고생 많았다. 첫 골까지 아주 좋았어. 하지만 후반전에는 쉬자.”

김종일 수석 코치의 말에 한이수는 아쉬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전반전에 한이수가 제로톱으로 엄청난 활동량으로 스위스 선수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오버페이스였다. 교체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공격수 자리에는 곽하윤이 들어가고, 교체 투입되는 손신우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들어간다.”

공격적인 숫자를 줄이고 미드필드, 그것도 수비형 미드필더에 선수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대칸과 김종일 수석 코치였다.

“후반전! 안정적으로 경기 운영한다. 전반전처럼 끈질기게 스위스 선수들의 진을 빼라고! 그리고 역습을 노리는 운영으로 간다!”

“네!”

한국 팀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비에 역습으로 골을 넣겠다는 의도가 확실했다.

[후반전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들어옵니다.]

[한국 팀은 선수 교체가 두 명이나 있었습니다. 권승기 선수와 한이수 선수가 빠졌네요.]

[두 선수가 전반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대칸 감독은 후반전에 전술적인 변화를 주려나 봅니다.]

[투입된 선수는 손신우 선수와 김현승 선수군요.]

[김현승 선수는 충분히 예상되는 카드였습니다. 준수한 윙백 선수이며, 준비된 선수죠.]

[그렇지만, 손신우 선수는 과연 어떤 의도로 대칸 감독이 투입시켰을까요?]

후반전 경기가 시작되고, 손신우는 대칸의 의도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촤악~

[아! 손신우 선수의 멋진 태클입니다.]

[이 선수 정말 잘 뛰어다니네요. 활동량이 엄청난데요?]

[약간 처진 미드필드 자리에 있는데, 포지션의 의미가 없습니다. 수비수 자리에도 있고, 미드필더에도 있고 좌우측 사이드에도 있어요!]

손신우는 후반전에 체력적인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해 주는 카드였다. 높은 활동량으로 전반전에 체력이 떨어진 스위스 선수들을 상대로 미드필드 장악력을 높여주었던 것이다.

경기는 계속해서 의미 없는 시간이 지나가게 되었다. 스위스는 제대로 된 공격을 못 해서 공을 돌리기만 했고, 한국 선수들은 간간이 보여주는 날카로운 역습으로 스위스가 공격에 전념하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좌측 윙 포워드인 예세는 경기 흐름을 보다가 느꼈다.

‘아… 이미 망했구나.’

이미 시간은 후반 30분, 그런데 스위스 선수들은 완벽하게 말려버렸고, 상황을 돌파할 방법도 알지 못했다.

‘오늘, 내가 공을 잡은 것도 몇 번 안 되니…….’

예세는 남은 시간에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위치를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저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삐삐삑~

심판이 길게 휘슬을 불었다. 그러자, 한국 선수들은 환호하였고 스위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경기 종료됩니다!! 한국이! 스위스를 이겼습니다! 1:0!! 한국이 2승을 거두는 순간입니다!!]

배현재 캐스터는 흥분된 목소리로 승리를 알려주었고, 해설 위원들도 환호하면서 하이 파이브를 주고받았다.

“대~한민국!!”

“오오~ 오오오오!!”

“잘했다! 잘했어!!”

“대한민국 파이팅!”

한국 국가 대표 선수들은 관중들의 엄청난 환호성을 들으며 두 번째 승리를 만끽하였다. 그리고 대칸 감독도 코치들과 서로 격려하며 스위스전의 승리를 실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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