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화
회의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오후 휴식 시간에 모든 코치들이 회의실에 모이자, 대칸이 회의를 시작하였다.
“자~ 어제 경기에서의 승리!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코치님들이 보이지 않는 수고를 많이 해주셔서, 호주전과 벨기에전은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대칸의 인사로 시작되자, 코치들도 대칸과 선수들 덕분이라고 서로 칭찬을 주고받았다.
“두 번의 평가전 경기 잘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습니다. 체코와 독일은 상당히 어려운 상대죠.”
호주와 벨기에도 강팀이었지만, 체코와 독일은 그냥 붙어서는 이기기 힘들 정도의 강팀이었다. 체코는 피파 랭킹 18위로 스위스보다 높았으며, 독일은 피파 랭킹 1위이자, 영원한 월드컵 우승 후보였다.
“그래서 내일 훈련은 선발 선수들을 정하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체코전! 선발 선수들 결정해 보시죠.”
그렇게 다음 평가전인 체코전 준비 회의를 시작하였다.
김종일 수석 코치가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체코 팀의 특징을 설명하였다.
“체코의 특징은 밸런스가 좋은 팀이라는 겁니다. 센터백과 미드필더에 경험이 많은 빅 리그 선수들이 있으며, 좌우측에 있는 윙백과 윙들은 어리고 빠른 공격적인 선수들이 배치됩니다.”
4-3-3 진형을 주로 사용하는 체코는 중앙에는 든든한 베테랑 선수들이, 사이드에는 돌파력이 있는 신인 선수들이 있는, 안정적이면서도 사이드 돌파력이 있는 좋은 팀이었다.
“먼저 원 톱인 아드리아노 피로치 선수는 세리에 A에서 유명한 공격수죠.”
아드리아노 피로치(FW, 470/475)는 큰 키에도 유연한 몸을 가지고 있는 테크니컬 계열의 선수로 상당히 위협적인 공격수였다.
‘이런 선수라면 하훈의 전담 마크가 정답이겠지.’
대칸은 전담 마크 스킬을 가지고 있는 하훈이 적격이라고 판단하였다.
“아드리아노 선수는 하훈 선수가 전담 마크를 담당하겠습니다.”
그렇게, 일단 하훈의 투입이 결정되었다.
“체코 팀의 중심이죠! 미드필더의 페트르 선수는 월드 클래스라는 수식어가 당연한 선수입니다. 기술, 피지컬, 지능까지 모두 좋은 선수로 공수 모두에 관여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첼시의 핵심 미드필더인 페트르 클라우다(MF, 496/496)는 사실상 체코의 허리 그 자체였다. 페트르를 어떻게 잘 막느냐가… 사실상 이 경기 미드필더에서의 싸움의 전부인 것이었다.
“페트르는… 지금 우리 팀의 미드필더가 감당할 수 있는 선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전술적으로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시죠.”
대칸은 전술적인 움직임을 통해 페트르를 봉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센터백인 데니스 선수도 상당히 든든한 수비수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소속 수비형 윙백인 데니스 비크(LWB-DF, 470/473)는 체코 국가 대표 팀에서는 센터백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안정적인 베테랑 수비수지만, 약점이 명확하지.’
대칸은 그의 약점을 생각하고서는 결정하였다.
“경험이 많은 빼어난 수비수죠. 하지만 주 포지션이 윙백이라서 오더가 가능한 메인 센터백 경험은 별로 없는 선수입니다. 1:1 돌파보다는 사이드 돌파를 통한 해결책을 고민해 보시죠.”
대칸은 사이드 돌파를 통한 수비 라인 붕괴에 포인트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그 외의 체코 선수들의 평균 능력치는 430에서 440 정도로 프리미어 리그 중위권 팀의 수준이었지만, 핵심 선수들과의 시너지를 생각한다면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될 상대! 아니, 대칸이 없었다면 한국이 이기기 힘든 수준의 팀이었다.
체코의 주요 선수들과 진형과 전술을 확인하자, 대칸은 한국 국가 대표 선발진에 대해서 말하였다.
“일단 진형부터 정하고 가시죠. 제가 생각하는 진형은 플랫 4-4-2의 변형인 4-5-1입니다.”
대칸은 중앙에 힘을 주는 4-5-1 진형을 선택하였다.
‘이 경기는 페트르 클라우다(MF, 496/496)를 어떻게 막는지가 가장 중요한 경기다.’
대칸이 생각하기에 원 톱인 아드리아노 피로치(470/475)는 하훈이 전담 마크를 하고, 좌우측 윙과 윙백들은 노인찬과 박현우가 충분히 막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미드필더에 많은 선수를 투입하여 페트르를 봉쇄만 한다면… 자연스럽게 승리가 따라오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대칸이 코치들에게 약간의 설명을 더해서 4-5-1 진형이 확정되었다. 그다음에는 선발 선수 결정으로 넘어갔다.
“원 톱 공격수는 백형준(455/472)입니다. 이견 없으시죠?”
호주나 벨기에전처럼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원 톱에는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백형준이 당연히 선택되었다.
“공미에는…….”
대칸이 공미 자리를 두고 고민하자, 강도현 코치가 좋은 타이밍에 말을 하였다.
“곽하윤(433/471) 선수 넣으시죠.”
강도현 코치가 곽하윤을 언급하자, 제이든이 웃으면서 의견을 더했다.
“곽은 활동량이 많고 공격 성향이 높은 선수입니다. 미드필더 장악이 중요한 이 경기에서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할 겁니다.”
코치들의 의견에도 대칸은 여전히 고민을 계속하였다.
‘여기에… 류한결(446/440)을 투입하면 딱 좋은데.’
해외파로 추가 합류한 류한결은 집중력, 침착성, 판단력이 좋고 경험도 많아서 대칸이 요구하는 미드필더 장악을 중시하는 공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상황…….’
대칸은 과감하게 결정하였다.
“네, 곽하윤 선수! 공미로 투입하겠습니다.”
그렇게 곽하윤의 공미도 결정되었다.
좌우측 윙 포지션에서는 이가람(500/484)과 강재섭(447/450)이 당연히 선택되었다.
‘이 포지션의 주전은 확실하지.’
당연한 선택이었고, 코치들도 당연히 동의하였다.
다음은 가장 고민이 많이 되는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이었다.
“중미에는… 누가 좋을까요?”
대칸의 질문에 코치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었다.
“안정적인 경기 조율이 가능한 심재훈(453/454) 선수는 무조건 한자리를 차지해야 합니다.”
“센스 좋은 강한울(447/464) 선수가 요즘 폼이 좋습니다. 이번에도 투입하시죠?”
“한상준(454/462) 선수를 한번 써보시죠.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워낙 패스가 좋은 선수라서 좋은 스루패스가 많이 나올 겁니다.”
“류한결(446/440) 선수도 좋습니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서 미드필더에서 안정적인 모습이 기대됩니다.”
“정하율(430/422) 선수도 피지컬 좋은 수미 역할은 가능합니다. 페트르 선수에게 전담 마크를 지시하면 골치 아프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코치들의 여러 가지 의견에 대칸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한상준도 괜찮은 카드인데…….’
한상준은 패서의 이미지가 강한 선수였지만, 실제 플레이에서는 필요시에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체력적인 문제가 항상 있는 선수였기 때문에 항상 뛰는 것이 아니라 필요시 뛰었고, 많이 뛰는 경기에서는 꼭 다른 선수로 교체를 해줘야 했다.
‘이 경기에서 써보기 좋은 카드인데… 아직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안 맞는 것 같다.’
대칸은 한참 고민하다가 결정하였다.
“심재훈 선수와 강한울 선수로 결정하겠습니다.”
대칸의 결정에 코치들은 다른 생각을 많이 가졌지만, 다른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 대칸이 팀의 호흡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해외파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포백 라인과 골키퍼는 하훈(408/400), 이무열(460/452), 노인찬(469/461), 박현우(457/461), 조혁(444/442)으로 하겠습니다.”
수비 라인은 확정되어 있었다. 노인찬과 박현우가 든든하게 버티는 센터백 라인과 완성형 윙백인 이무열 그리고 조혁 골키퍼는 확실한 주전이었고, 하훈은 체코 팀의 원 톱인 아드리아노를 전담 마크할 것이다.
FW : 백형준(455/472)
AM : 곽하윤(433/471)
LMF : 이가람(500/484), RMF : 강재섭(447/450)
MF : 심재훈(453/454)―강한울(447/464)
LWB : 하훈(408/400), RWB : 이무열(460/452)
DF : 노인찬(469/461)―박현우(457/461)
GK : 조혁(444/442)
이렇게 4-5-1 선발 명단이 확정되자, 대칸은 코치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하였다.
“자, 체코전! 다들 이번에도 승리를 위해 달려보시죠!”
“네!”
그렇게 대칸과 코치들은 체코전 준비에 들어갔다.
체코와의 평가전 선발 명단이 대표 팀 선수들에게 전달되었다.
“아…….”
선발 명단을 보고 한상준과 류한결 그리고 김현승까지! 해외파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저녁.
대칸이 머물고 있는 감독실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똑똑똑.
‘아~ 면담 요청이 있었지.’
대칸은 기억을 하고서 말했다.
“들어오세요.”
그러자 문을 열고 한상준, 류한결, 김현승이 같이 감독실로 들어왔다.
조로록.
대칸은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녹차를 내려서 선수들에게 내주었다.
“자, 다들 한 잔씩 드시죠. 이야기는 차를 한잔 마시고 하시죠.”
대칸이 직접 내려준 차를 선수들이 맛을 보았고, 대칸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홍차가 아니라서 맛이 조금 부족할 겁니다. 그래도, 찻잎이 좋은 것이니 먹을 만할 겁니다.”
대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세 선수는 차를 먼저 마셨다.
차를 다 마시자, 선수들이 조심스럽게 본론을 이야기하였다.
“감독님, 이번 체코전 선발 명단을 보았습니다.”
예상했던 이야기가 나왔다. 체코전 선발 명단에 없다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이 선수들에 여기에 온 것이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선발이 될까요.”
“감독님께 인정받을 수 있습니까?”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선수들이 완전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자, 대칸은 속으로는 살짝 웃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하하하, 왜 이러시나요? 저는 세 분이 아직 팀에 적응이 안 된 것 같아서 시간을 드리는 겁니다.”
“시간요? 이제 두 번의 평가전, 체코전과 독일전이 끝나면 월드컵 엔트리 선발입니다. 저희에게는 적응할 시간보다는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류한결이 대표로 말했지만, 다른 선수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원하시는 방향대로 움직이고 임무를 수행할 테니, 기회를 주십시오.”
지금 류한결이 한 말이 이들의 심정이었다.
그때서야 대칸은 숨기고 있던 미소를 얼굴에 드리우고서는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마음가짐, 각오가 좋네요.”
대칸의 말에 세 선수는 기대를 가지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체코전까지 앞으로 4일 남았네요. 남은 4일 동안 훈련을 잘 받으세요. 그러면 체코전에서 교체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대칸의 입에서 그들이 기대했던 말이 떨어졌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훈련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세 선수는 만족한 표정으로 대칸과의 대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