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화
새벽 시간에 대칸과 그의 사람들이 웨스트 릴링 FC의 전세기를 타고 극비리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공항 출국장에는 최준우 전무이사를 비롯한 축구 협회 직원들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대칸 감독님, 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최준우 전무이사가 준비한 차량을 타고 대칸 사단은 이동하였다. 그들은 상암동에 있는 호텔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대칸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은 우리가 준비한 호텔에서 머무시면 됩니다. 이가람 선수를 비롯한 웨스트 릴링에서 오신 선수들 훈련은 서울 FC의 협조를 받았으니,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하시면 됩니다.”
대칸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물었다.
“그런데 파주 NFC는 언제 세팅되는 건가요?”
“최대한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 10일, 2월에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차를 타고 가면서 업무 관련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보조 스태프 요청드렸던 부분은 어떻게 되었나요?”
선수들의 장비를 관리하거나, 짐을 나르는 것과 같은 자잘한 심부름을 해주고, 훈련 시에는 보조 역할과 훈련 장비를 보수하고 설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유사시에는 보안 가드들과 함께 팬들로부터 선수를 보호하는 역할까지 하는 보조 스태프를 축구 협회에 미리 요청한 상태였다.
“보조 스태프는 지금 네 명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부족합니다. 적어도 여덟 명은 필요해요.”
여덟 명도 웨스트 릴링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숫자였다. 그래도 대칸은 최소한이라 생각하여 다시 요청하였다.
“보조 코치, 팀 닥터, 의료 인력, 통역가 등 스태프들도 요청드렸었는데요?”
대칸의 질문에 최준우 전무이사는 준비한 상황을 말했다.
“통역가는 영어 전문가와 스페인어 전문가를 한 명씩 준비해 놓았습니다.”
“포르투갈어와 독일어 전문가도 필요합니다.”
웨스트 릴링의 코칭스태프들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훈련과 경기에서 수시로 언어를 번역하기 위해서는 여러 명의 통역가가 필요했다.
“훈련을 도와줄 한국인 보조 코치가 필요합니다.”
“선수 출신 보조 코치 3인 준비했습니다.”
“혹시, 라이선스가 있는 코치인가요? 아니면 경력이라도?”
“그건…….”
“보조 코치니 그건 넘어가죠.”
대칸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코치 같아서 아쉬웠지만, 보조 코치라서 넘어가기로 하였다.
“팀 닥터와 의료 인력도 넉넉히 필요합니다. 얼마나 준비하셨죠?”
“예전 국가 대표 팀 닥터 두 분을 다시 모셨습니다.”
“아, 그분들 별로던데.”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예전 팀 닥터를 본 적이 있어서 말하였다.
“…그런가요.”
“다른 팀 닥터들로 부탁드립니다. 다른 의료 인력들은 어떻게 준비되었나요?”
“물리치료사 2인을 섭외했습니다.”
의료 인력의 수도 적었지만, 다른 방법으로 충원할 생각이라서 더 요구는 안 하기로 하였다.
“팀 닥터만 새로 섭외 부탁드립니다. 한 명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된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최준우 전무이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대칸의 요구 사항을 확인하였다.
상암에 위치한 호텔, 한동안 대칸 사단이 머물 숙소에 도착하였다.
‘이거 3급 호텔이네. 축구 협회의 자금 사정을 바로 알겠네.’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절대 좋다고 할 수 없는 호텔이었다.
“다들 오늘은 여기 머물면서 쉬세요.”
“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방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이가람 선수도 자신의 방으로 가려고 하다가, 대칸이 나갈 준비를 하자, 물어보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외출하시게요?”
“응, 나는 할 일이 많아서.”
약속이 많은 대칸은 바로 이동하였다.
점심시간, 서울역에 있는 식당.
“김종일 감독님! 오래간만입니다.”
대칸이 악수를 건네자, 김종일 감독은 손을 잡으면서 대답했다.
“하하하. 이제는 감독도 아닙니다.”
김종일 전북 FC 감독은 저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두 달 전에 감독직에서 내려왔다.
구단 측에서는 참신한 감독과 새로운 구단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지만, 사실상… 파벌 싸움에서 김종일 감독을 지지하던 파벌이 졌기 때문이다.
“리그 우승 3회에 FA컵 2회 우승, 게다가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 2회까지 하셨는데… 전북도 대단하군요.”
대칸의 말에 김종일 감독이 쓴웃음을 지었다.
무려 7시즌 동안 감독직을 하면서 우승컵만 일곱 개를 들어 올렸다. 비록 저번 시즌에 무관이긴 했지만, 그를 지지하던 파벌이 졌다는 이유로 바로 결별하였던 것이다.
“씁쓸하네요.”
대칸은 그에게 말없이 소주 한 잔을 따라주었다.
두 사람은 낮부터 식사에 반주를 하면서 한참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소주 세 병이 비워졌을 때, 대칸이 본론을 말하였다.
“이제 결정은 하셨나요?”
대칸이 저번 여름에 했던 제안, 국가 대표 수석 코치 자리 제안에 김종일 감독은 고민했지만, 이것이 또 다른 기회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네, 합류하겠습니다.”
그렇게, 김종일 수석 코치의 합류를 결정하였다.
“저번에 말했던 녀석들을 데려와도 되겠죠?”
“네, 강도현 코치님과 차승진 코치님 그리고 세 명 정도 더 있다고 하셨죠? 모두 데려오시죠.”
김종일 수석 코치를 따르던 다른 코치들까지 국가 대표 코치로 합류하면서 코치진의 퍼즐 조각 하나가 맞춰졌다.
저녁에도 대칸은 다른 스케줄이 있었다. 상암에 있는 호텔로 돌아오자, 로비에서 대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감독님, 아닙니다. 앉으시죠.”
급하게 대칸이 앉은 테이블에는 카데나 킹덤 스카우트와 신민호 스카우트가 있었다.
대칸이 한국 국가 대표 감독이 된 이후에 아담의 협조를 받아서 두 개의 스카우트 팀을 한국으로 파견 보내었다.
첫 번째 팀은 카데나 스카우트와 신민호 스카우트를 비롯한 두 명의 수습 스카우트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이 팀의 역할은 K리그와 K2리그 선수들에 대한 분석이었다.
카데나 스카우트의 경우 선수 가능성 판단 수치가 18/18이었고, 신민호 스카우트는 현재 능력 판단 수치가 19/19였다. 두 스카우트가 협업을 통해 선수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태까지 작성했던 K1리그와 K2리그의 선수 분석 보고서는 일단 감독님의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주전 선수들의 능력만이 아니라 2군 선수들까지 모두 관찰하여 최대한 자세하게 준비했습니다.”
두 스카우트의 말에 대칸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말했다.
“보고서 잘 보았습니다. 두 분… 아주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칸의 칭찬에 카데나와 신민호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에게 대칸이 말했다.
“그럼, 이제 열매를 거두러 다니도록 하시죠.”
“알겠습니다.”
“처음은 어디로 갈까요?”
대칸은 당연히 영입 1순위가 있는 구단을 지목하였다.
“처음은 전북 FC로 가시죠.”
대칸의 선수 선발을 위한 한국 여정의 첫 목적지는 전북 FC로 결정되었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 인근 음식점.
대칸이 카데나 스카우트와 신민호 스카우트와 함께 예약한 방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이 그들을 반겼다.
“감독님 오래간만입니다.”
“오래간만이야.”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고, 대칸은 축구 매니저로 그의 능력치를 확인하였다.
배성진(31살, 미드필더-수비수, 418/421)
기술 145/147, 정신 164/165, 신체 109/109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하위권 팀 수준으로 약간 부족한 레벨의 선수지만, K리그에서는 지배자라 불리는 선수였다. 밸런스형 선수로 무난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었다.
대칸은 웃고 있는 배성진을 보면서 말했다.
“어머니는 괜찮으시고?”
“네, 감독님이… 웨스트 릴링이! 배려해 주신 덕분에, 수술과 항암 치료까지 끝내고 잘 지내고 계십니다.”
배성진은 과거 CX가 기획했던 트라이아웃을 통해 웨스트 릴링에서 영입했던 선수였다. 그는 벨기에 임대 팀에서 순조롭게 성장하였지만, 개인 사정으로 한국에 돌아와야 했었다.
‘감독님, 어머니가 아프십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어려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배성진은 홀어머니 아래서 자라났다. 그런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배성진은 한국으로 귀국을 선택한 것이다.
‘어머니를 돌보고 아직 어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는 제가 한국에 돌아가야 합니다.’
배성진의 결심에 대칸은 허락하였다. 홀어머니가 아프고 아직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동생들을 돌보겠다는 그의 말에 안 보내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가 전북 FC로 이적할 당시에 무려 10억의 계약금을 받았다. 웨스트 릴링 FC가 5억이라는 적은 이적료를 받는 대신에 그에게 많은 계약금을 주기로 전북과 협의했기 때문이다.
배성진은 그 계약금으로 어머니가 최고급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하였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대칸은 이제는 표정이 좋아진 배성진에게 말했다.
“좋아. 국가 대표로 합류할 준비 되어있지?”
“네! 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지원해 주었습니다. 오늘이라도 바로 합류할 수 있습니다. 정말 모든 힘을 다해서 감독님의 지시대로 경기하겠습니다.”
그렇게, 국가 대표의 첫 번째 K리그 선수로는 전북 FC의 배성진 선수가 합류하였다.
대칸이 일행과 함께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광주광역시, 광주 FC의 홈구장인 광주 축구 전용 구장이었다.
“광주 FC의 곽홍 단장입니다. 반갑습니다.”
“대칸 감독입니다.”
구장에 도착하자, 광주 FC의 곽홍 단장이 대칸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동하였다.
“축구 협회로부터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선수 한 명을 선발해 가시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소집 기한은 월드컵 개최 전까지라고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대칸의 말에 곽홍 단장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우리 팀 선발 선수는 아마… 조혁 골키퍼겠죠?”
그의 질문에 대칸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훈련을 살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대칸의 말에 곽홍 단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팀의 에이스인 조혁 골키퍼 말고는 대칸 감독의 눈에 들어올 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곽홍 단장을 선두로 대칸 일행은 경기장 내부의 그라운드로 입장하였다. 그리고 그라운드에는 광주 FC의 모든 선수들, 주전 선수들부터 2군 선수들까지 모든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자, 마음껏 보시죠.”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칸은 곽홍 단장에게 감사를 표시하고서는 바로 축구 매니저로 광주 FC 선수들의 능력치를 확인하였다.
‘선수들의 평균 능력치는 360에서 380 정도.’
챔피언스 리그 하위 팀이거나 리그 1 상위 팀 수준의 선수들 수준이었다.
‘스카우트들이 올린 보고서와 거의 비슷하네. K리그 강등권 수준의 팀 레벨이 맞아. 별로 괜찮은 선수가 안보이네.’
여기에 숨겨진 진주는 없었다. 그리고 대칸은 스카우트들이 추천한 선수인 조혁 골키퍼를 확인하였다.
조혁(31살, 골키퍼, 409/442)
기술 144/160, 정신 151/172, 신체 114/122
국가 대표 주전 골키퍼이다. 광주 FC의 실질적인 대들보이며, 수비의 핵인 골키퍼이다. 빌드업이 되는 골키퍼는 아니지만, 좋은 피지컬로 슈퍼세이브도 한 번씩은 보여주는 골키퍼였다.
‘게다가 노력파라고 했지?’
31세라는 나이가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대칸에게는 노장 선수의 능력치도 올릴 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대칸은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국가 대표 차출로 조혁 골키퍼 선택하겠습니다.”
“아… 네…….”
곽홍 단장은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월드컵 국가 대표 차출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가 리그 전반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한탄이 절로 새어 나왔던 것이다.
대칸은 그런 곽홍 단장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었다.
“지금 차출되는 것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네. 조혁 골키퍼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선수가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곽홍 단장은 소문으로 들었던, 대칸의 훈련 능력에 기대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대칸의 훈련을 받은 조혁 선수가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것만이 남은 기대였다.